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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 구멍가게 키라나(Kirana)의 화려한 날개짓

2020-03-16 07:00

인도에서는 다른 저소득 국가와 마찬가지로 슈퍼마켓 등의 현대적 유통 구조는 아직 잘 구축이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이 높아짐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인도 소매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인터넷 쇼핑몰 비중은 대략 5 % 정도로 비슷한 소득 수준의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컴퓨터와 의류 등 비교적 단가가 높은 제품 비중이 크고 배송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식품과 생활용품의 비중은 낮다. 또한 약 4000억 달러나 되는 식품 시장에서 인터넷 쇼핑몰 비중은 약 0.1%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 가운데 인도 식품과 생활 용품 소매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키라나’(Kirana)다. 키라나는 가족이 운영하는 영세 소매점, 이른바 골목가게다. 그 수는 약 1200 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 점포 수는 인도 인구 1000 명당 약 10곳이며, 점포 밀도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키라나는 쌀과 콩, 기름, 과자, 샴푸와 비누 등 인도인들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자루에 담긴 콩이나 쌀 등 농산물이나 세제 등을 고객이 원하는 수량 만큼 팔기도 한다. 전형적인 키라나 매장 형태는 카운터를 고객과 사이에 두는 형태다. 최근에야 고객이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골라 계산하는 형태가 일부나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거래는 카운터를 통해 고객은 가게 주인에게 원하는 상품을 요구하고, 주인은 가게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 고객에게 건낸다. 만일 품절인 경우 가게 주인은 다른 대용품을 제안하기도 한다. 키라나는 점포 밀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집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민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해 인도인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다. 인도 국민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키라나는 우리나라 골목 가게가 과거에 그랬듯 ‘외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물건 가격 흥정도 가능하고 배달도 해준다. 고객과 점주 사이에 신뢰 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농촌 지역은 대체적으로 냉장고 보급률이 낮아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소량씩 자주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키라나는 매일 다녀도 부담이 적다. 예를 들어 샴푸를 병으로 사지 않고 그날 사용할 정도의 분량을 약 3루피(50원) 정도에 살 수 밖에 없는 빈곤층도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바로 키라나다. 현대적인 대형 매장에 비해 키라나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많은 인도인들이 최근에는 대형 매장과 키라나를 같이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키라나는 편리한 접근성을 무기로 폭 넓은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비효율적인 중간 유통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키라나가 물건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도매 공급자 중 하나는 인도 최대 유통업체 릴라이언스 산업(Reliance Industries)이 운영하는 릴라이언스 마켓(Reliance Market)이 있다. 이 곳은 근대적인 중간 도매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낮다. 현재 키라나에 물건을 공급하는 중간 도매업자 대부분은 영세 사업자다. 때문에 유통 체계가 비효율적이고 거래 안정성이나 투명성이 떨어진다. 농산물의 경우 여러 중간 사업자를 거치면서 품질이 좋지 않은 농산물이 섞여 유통되는 일이 많다. 키라나의 상품 조달 방법은, 과자류나 일용품의 경우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라고 불리는 조직적인 도매업자가 키라나를 정기 순회하며 공급하는 구조지만, 지금처럼 1~2주에 1회 방문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식으로는 품절에 대한 대응에 늦기 쉽다. 또 디스트리뷰터 활동이 낮은 농촌 등은 품절이 되면 인근 다른 키라나에서 소매가로 조달하거나 멀리 떨어진 도매업자에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달하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불합리한 중간 유통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키라나 전용 E-커머스가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IT 기술을 이용해 키라나의 공급망(supply-chain)에 변혁을 일으키려는 스타트업에 의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스타트업은 키라나에 E-커머스용 스마트폰 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수주와 발주, 포장, 배송, 대금회수까지 책임지고 있다.키라나 점주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24시간 언제든지 발주할 수 있다. 24~48시간 이내에 납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물건 조달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투명성 높은 거래를 실현할 수도 있다. 거래처가 일원화 되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신용으로 구매가 가능해져 현금 지불이 기본인 도매에 비해 편리성도 크게 높아졌다. 키라나 대상 E커머스의 대표 기업으로 2016년에 창업한 ‘점보테일’(Jumbotail)이 있다. 2018년에 링크드인(Linked In)에 의해 인도 스타트업 톱 25사(社)에 선정된 유망 기업이다. 인도의 다양한 지방 언어 대응이 가능한 앱을 통해 농작물을 포함한 폭넓은 상품 라인업을 강점으로 해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서는 벌써 1만 3000개에 이르는 키라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중규모 도시를 타겟으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샵키라나’(Shop Kirana)도 이미 수많은 키라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중규모 도시 에 10만개 점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인도처럼 영세한 소매점이 많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도 진출할 예정이다.2016년에 창업한 ‘수퍼좁’(SuperZop)은 AI(인공지능)에 의한 화면 인식 기술로 농산물의 품질 등의 정보를 상품 정보에 자동 반영시키는 최첨단 기술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2018년 4월에 알리바바에서 투자를 받은 인도 최대의 식료품 온라인 스토어 ‘빅바스켓’(Big Basket)은 키라나용 도매까지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빅바스켓처럼 최근 인터넷 통신판매 사업자가 키라나용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찾아볼 수 있다.인도는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향상이 예상된다. 냉장 시스템까지 대규모로 보급되면 단품 보다 묶음 제품 구매 습관이 자연히 생기게 될 것이고, 결국 키라나에서도 근대적인 대형 마트처럼 가격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상 거래가 키라나 고객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최근 전자결제 기업 페이티엠(Paytm) 등 편리한 핀테크 서비스가 도입되며 외상 거래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었다. 그나마 촘촘히 깔린 점포망과 지역과 밀착해 운영되는 사업 방식은 꾸준히 강점으로 남아있다. 이 점에 주목해 최근 키라나를 소매 이외의 기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인도 최대 온라인 어패럴 스토어 ‘만트라’(Myntra)는 키라나를 배송 기능의 일부로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만트라는 키라나를 활용해 배송비 절감을 꾀하고 있다. 배송비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최종 배송 단계(라스트 원 마일)를 책임질 수 있는 키라나는 택배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되어, 통신판매 기업들의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도 아마존은 스타트업 ‘스토어킹’(StoreKing)과 손을 잡고 온라인 쇼핑 미경험자의 이용률 제고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키라나 매장에는 액정 디스플레이가 있는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어 손님은 점주에게 사용법을 배우면서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만트라는 키라나를 실제 판매 옷을 전시할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키라나를 활용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키라나의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방갈로르 스타트업 ‘스냅비즈’(Snapbizz)는 키라나의 매출 데이터 등을 수집·해석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키라나를 거점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해외 이주노동자들은 은행 ATM을 이용하는 것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송금이 가능하고 영업시간도 길다며 많이 사용하고 있다.이처럼 인도 구멍가게 키라나는 전통적인 소매 매장의 역할 뿐만아니라, 최근 다양한 시장 플레어들에 의해 비즈니스 인프라로도 활용되며 활용 가치가 점차 더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발달된 IT 기술이 인도 유통 산업 확산에 방해가 되었던 ‘계륵’ 같던 키라나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 낸 것이다. 기자 speck007@viva100.com인도 아마존은 키라나를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 회장 베조프가 인도 키라나를 활용한 배송 업무 서비스를 돕고 있는 모습. 사진=TOI인도이 대표적인 소매 점포인 키라나의 내부 모습. 사진=TOI인도 스타트업 스냅비즈가 키라나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Mint인도 전자 결제 서비스 Paytm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 사진=TOI

[비바100] 코로나19보다 위험한 적과 싸우는 인도

2020-03-09 07:00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을 비롯해 일본인, 이탈리아인, 이란인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주 인도한국대사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정부는 이날 한국인, 일본인, 이탈리아인, 이란인에게 발급된 기존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했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자 열악한 인도의 의료 인프라를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인도의 위생 상황을 살펴보면 인도 정부의 이러한 선제적 대응에는 나름 뼈아픈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인도 가정과 식당에서는 물을 모아 이용하고 있어 수인성 전염병 위험이 높다. 의료기관도 첨단 시설을 자랑하고 수준 높은 곳이 많긴 하지만, 중간 계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병원들의 수준은 낮다. 때문에 총체적으로 의료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 국 정부도 인도 방문객에 대해 소화기 감염과 뎅기열 및 뎅기출혈열, 치쿤구니아 열병(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병), 말라리아, 결핵 , 광견병을 주의하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인도에서 최근 발발한 전염병을 정리하면 △1974년 천연두(1달 사이 1만명 이상 사망) △1994년 폐 페스트(200명 이상 사망, 1만명 이상 감염, 1980년 천연두 박멸 선언)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3000명 이상 사망), B 형 간염 △2014년 E 형 간염 △2015년 인도 돼지 독감(2990명 사망) △2018년 니파(Nipah) 바이러스(박쥐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치료제가 없고 사망률이 높음) 특히 2018년 5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발생한 ‘니파 바이러스’는 감염인 23명 중 21명이 사망해 엄청난 쇼크를 남기며 같은 해 6월 10일 공식적으로 종료 되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2019년 인도에서는 이 감염 사태를 모티브로 그려낸 영화 ‘바이러스(Virus)’가 제작되어 인도를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개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 사람이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코지코두 대학병원에 이송된 후 큰 고통을 호소하다가 4시간 만에 사망한다. 감염된 환자는 불과 4시간 동안 병원 내 다른 18명을 전염시키고 그 중 16명은 사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인도인들의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잘 그려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인도 전염병의 역사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인도에 막대한 피해(1850만 명 사망, 6% 치사율)를 입혔고,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감은 인도에서 가장 취약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참고로 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1500만 명 정도였는데,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도 당시 국내 인구 759만 명중 약 38%인 288만 명이 걸려서 14만명이 사망했다.취약한 위생 환경을 가진 인도의 또 다른 고민은 도시 지역의 높은 인구 밀도와 급격한 인구의 증가다. 인구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사람간 접촉 횟수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감염이 쉬워지는 환경이 만들어져 바이러스 창궐 예방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NRI(인도 교포)로 불리는 인도 교민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것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중국 춘절에 고향을 방문하는 인구가 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듯이, 인도 교포들의 잦은 이동도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다. 이밖에 인도보다 열악한 위생 환경을 가진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이런 고민과 공포가 인도가 코로나 환자가 늘고 있는 한국인의 입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의 고민은 정말 바이러스 하나일까? 정답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보다는 ‘내성 박테리아’ 위험이다.지난 2019년 뭄바이에서 삽관 튜브를 통해 슈퍼버그(Superbug)가 고령(77세) 환자에 감염되어 사망자가 나왔다. 같은 날 1000km 떨어진 곳에서는 뎅기열로 병원에서 치료받던 19세 청소년이 슈퍼버그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슈퍼버그’는 그동안 세균 감염 치료에 쓰인 항생제들에 내성을 갖고 있어, 인류에게 암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70%가 이미 일상적으로 쓰이는 한 종류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70여만 명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에 감염돼 사망한다.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2050년에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의 사례와 같이 인도에는 현재 항생제 남용으로 슈퍼버그 치료가 무의미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병원 숫자는 약 7만 5000개 정도인데, 각 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두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로 인해 연간 수 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항생제 내성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바이러스 문제를 컨트롤 하는 국가 감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병원 감염을 예방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도입된 ‘국가 병원 인증 시스템’도 전체 병원의 1% 이하인 670개 정도만 인증된 상황이다. 인도 병원 환경의 열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돈 많은 상류층을 위한 사립병원은 그나마 낫지만, 항상 환자로 넘쳐나는 공립병원이 문제다.인도의 대규모 공립 병원 입원율은 항상 100%를 웃돈다. 환자들이 침대 하나를 여럿이 이용하거나, 매트리스를 바닥에 놓고 누워있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일부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환자 사이에 최소 3m를 유지해야 하지만 공립병원에서 그런 규정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이를 반영하듯, 2018년 10월에 발표된 ‘글로벌 전염병 저널’에 따르면 내성 감염이 인도의 혈액암 환자의 사망 요인 중 1위를 차지했다.바이러스 감염이 이제 암 자체보다 더 큰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는 슈퍼버그로 매년 5만 6000명 이상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만이 아니다. 토양이나 강, 동물, 우유, 음식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들이 발견되고 있다. 병원 감염뿐 아니라 공동체 위생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항생제 오남용은 사태를 점차 악화시키고 있다.인도 정부는 2014년 이래 법으로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구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대다수 약국이 처방전 없이 조제해 약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뭄바이의 한 약국에서는 유럽 미국에서 승인되지 않은 광범위 항생제 파로페넘(Faropenem)을 판매해 폭발적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심지어 임의로 어린아이 감기 치료제로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리는 ‘콜리스틴’을 시럽에 넣어 팔기도 했다. 지난 5년간 인도에서는 일반 항생제 판매량이 26% 증가한 반면 이 최후의 항생제 판매량은 무려 127%나 증가했다. 이는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 치료가 무의미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약이 병에 듣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문제의 심각성은 탐욕스러운 제약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인도 제약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신 항생제는 기존 항생제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판매를 위해 제약사들은 의사 등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비싼 약을 쓰게 되고, 다재내성 감염은 점점 치료가 어려워 지고 있다.그나마 인도에서는 최근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인 해결을 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인도 국민 건강 보험에서는 비싼 항생제에 대한 보험료 지급을 거절하는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4월 세계 보건기구(WHO)는 글로벌 30개 제약사가 개발중인 60개의 항생제(2019년 현재)들이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에 비해 이점이 거의 없고, 가장 중요한 ‘다중 약물 내성 박테리아’에 작용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명시했다.인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 병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 나가고 있다. 조속히 코로나 사태가 해결이 되어 인도 하늘길이 다시 열리길 빈다.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영화 바이러스 포스터니파 바이러스에 관한 역학조사 중인 정부 관계자들이 박쥐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TOI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병원 내부 모습. 사진=TMI

[비바100] 그 인도 바이어 왜 흥분한 거지?

2020-02-17 07:00

최첨단 IT기술과 과학적인 시장 분석, 그리고 선진 경영 기법으로 비즈니스가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국 그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인도는 분명 아시아의 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인종과 종교, 역사적 과점에서 살펴본다면 우리가 속해있는 동북아, 그들과 인접한 동남아와는 크게 다른 측면이 많다.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시장으로 그 중요성은 더해지고 있지만, 중국보다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 바로 인도다. 우선 그들과 첫 만남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행위에 적지않게 당황하게 된다. 인도인들이 고개를 흔든다는 것은 우리와 달리 ‘긍정’의 의미다. 비즈니스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말은 우리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거절’의 의미이기도 하다.알면 알수록 어려운 곳이 인도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특유의 종교관과 문화적 특징을 잘 분석해보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 잘 준비하면 인도처럼 접근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곳도 없다. 그만큼 성공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사적인 질문 놀라지 말아야 인도인들과 이야기를 오래하다 보면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점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큰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서구인들에게는 상당히 큰 문화적 차이로 이해되고 있다. 이는 대가족 문화로 인해 가족과 개인의 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도만의 특성 때문이다. 이 점은 인도 사람들이 신입 직원이나 경력직을 뽑을 때도 살펴볼 수 있다. 부모님이 하시는 일 뿐만 아니라 사돈의 8촌까지 호구조사 하듯이 묻는다. 우리와 너무 유사한 인도인들의 특성(?)으로 인해 가끔 실수하는 경우도 많으니 특히 유의해야 한다.처음 만난 사람이나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와 비슷한 그들을 대상으로 친근감을 표시하는 인도인들이 즐기는 사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의 행동과 말에 다른 함의가 숨겨져 있는 인도인들이기 때문이다.또 아예 이야기 주제로 꺼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인도의 적국 파키스탄 관련한 것은 절대 꺼내면 안된다. 인도를 입국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입국 서류에 파키스탄 관련해 다양한 질문 내용이 있다. 이 의미는 그만큼 파키스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다. 카스트제도에 대한 것도 굳이 이야기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없다. 인도인들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체면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거절이나 충돌은 피한다. 그래서 “검토해 보겠다”, “윗사람에게 확인해 보겠다”라는 대답을 듣는다면 일단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또 협상 과정에서 계약에 바로 사인을 할 것처럼 하다가 지속적인 수정과 조건 변경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면 하나 둘씩 양보하게 되고 결국에는 계약에 실패를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단계에는 아주 사소한 사항이라도 계약서에 담는 것이 낫다.뿐만 아니라 계약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그동안 협의된 사항을 바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계약의 한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참고로 인도 계약과 관련되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렉솔로지’ 등을 참고하면 계약서 작성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또 인도인들과 일할 때면 언제나 듣게 되는 “No. Problem”이라는 말은 긍정의 의미가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냥 쉽게 “알았다”라는 말로 해석해서 들으면 된다.한국인 쪽에서 식사를 대접할 때도 상대가 채식주의자인지 그리고 음주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인도인의 40% 가까이가 채식주이자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종교적 이유 등으로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 특정한 날에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선물을 한다면 녹색, 빨간색, 노란색 포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결혼 축하금이나 기타 축하금을 줄 때는 붉은 봉투에 넣어 건내 주는 것이 낫고, 금액은 홀수로 맞추는 디테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초대를 받아 가정을 방문할 때는 꽃이나 과자, 아니면 기타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인도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당황한 것을 한국인에게 묻는다면 그들의 ‘말’이 아닌 ‘제스쳐’다. 인도인들과 대화할 때 중간 중간 양 옆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8자 형태로 빠르게 고개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된다. 우리는 고개를 흔들면 부정적인 표현이라고 오해를 하는데 인도인들은 “당신의 말에 대해 공감한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다.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 끄덕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또 주의할 것은 “안녕하세요”라는 의미로 우리가 인도사람들과 만나면 흔히 하게 되는 ‘나마스테(Namaste)’라는 인사말도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마스테(Namaste)는 존경과 존중을 한다는 뜻으로, 존중을 의미하는 ‘나마(Namah)’와 당신에게라는 의미의 ‘아스테(Aste)’가 합쳐진 단어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전통적 인사말이다. 하지만 인도는 이슬람교도들도 인구의 13%, 불교와 기독교들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그들의 종교에 따라 인사하는 것을 다르게 한다면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건 건넬 때 왼손 사용 금지 제스처 중에서도 누군가를 부를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손바닥을 위로 할 경우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람을 부를 때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해야 한다. 또 인도에서는 발을 부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이 상대방에게 닿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왼손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주의해야 한다. 인도에서는 왼손이 불결한 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악수나 물건을 주고 받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또한 힌두교에서 사람의 머리는 신이 머무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결코 다른 사람의 머리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귀여운 아이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는 우리의 습관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절대 피해야 할 행동이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인도인들과 만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공부할 필요까진 없다. 위와 같은 간단하고 기본적인 내용만 인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행동과 말을 주의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이다. 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사진출처=게티이미지)인도인들의 인사법. 출처=NDTV인도인들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부정의 의미가 아니라 알았다는 뜻이다. 출처= 유튜브 캡처인도 비즈니스 맨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Maven Business

[비바100] 인도인과 친해지려면 '크리켓·영화' 얘기하세요

2020-02-10 07:00

인도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커다란 대륙에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세계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건국 이래 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군사 쿠데타도 한 번 겪지 않은 모범적 민주 국가다. 그러면서도 ‘카스트 제도’라는 전근대적 제도가 공존하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뿐만아니라 강력한 지방권력과 더불어 막강한 사법권 또한 공존하는 곳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회사에서도 인도 전통 복장을 입는 것을 고수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최첨단 IT산업이 발달된 곳 또한 인도다. 이런 상충되는 상황에서 인도인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인도 정부가 만든 ‘Incredible India’(상상 이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인도 여행 촉진 슬로건)의 다른 의미, 즉 ‘도대체 믿을 수 없는 황당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조롱도 발견할 수 있는 나라다.우리와 다른 이런 생소한 문화와 습관을 가진 나라 인도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욱더 조심할 것이 많은 나라다. 특히 인도인들을 만나면 흔히 그들의 제스처와 대화를 잘못 이해해 당혹스런 경우가 있어, 주의할 것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상·하로 나눠 정리해 본다. 여느 나라와 비슷하게 인도인들과의 비즈니스에서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게된다. 실제 미팅에서도 가벼운 이야기로 회의를 부드럽게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크리켓(Cricket)이다. 크리켓은 우리에겐 상당히 낯선 스포츠지만, 인도에서는 국기(國技, National Sports)로 불린다. 심지어 ‘인도인들의 영혼이 담긴 스포츠’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축구 한일전을 방불케하는 인도-파키스탄전이 열릴 때면, 그 복잡한 인도의 길거리도 사람 발견하기가 힘들 정도다.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한 룰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구기종목이다. 인도에서 크리켓을 잘하면 출세길이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프로 크리켓 리그인 인디언 프리미어리그(IPL, Indian Premier League) 규모와 시장성은 세계적이다. 미국 NBA(프로농구) 다음으로 선수 연봉이 높다. 평균 약 388만 달러, 약 45억 원에 이른다. 유명 스포츠 전문 채널 등은 크리켓 중계를 위해 리그 중계권을 연간 1억 달러 이상 지불한다. 한국 기업 중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가 이 크리켓 스포츠 스폰서로서 적극 참여하고 있다. 크리켓은 그야말로 ‘인도의 자존심’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부 관리가 인도 어느 마을 사람들이 크리켓을 열심히 하는걸 보고 흥미를 가져 영국 크리켓 팀과 경기를 갖자고 제안했다. 영국 팀이 지면 그 마을 3년치 세금을 면제하고, 반대로 인도 팀이 지면 세금을 3배로 내라는 조건이었다. 인도 팀은 사활을 걸고 연습했고, 결국 인도 팀이 이겨버렸다. 그리고 약속대로 세금을 면제받았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볼리우드 영화 ‘라간(Lagaan)’이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바 있다.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에 뒤쳐지지 않은 ‘인구대국’ 인도가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하나 제대로 따지 못하는 두고 “크리켓에 너무 열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영화도 좋은 대화 소재다. 볼리우드(Bollywood)로 대표되는 영화 산업이 활성화된 나라라, 최근 영화에 관해 미리 알아두면 비즈니스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특히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 전 현재 인기 영화에 관해 한 마디 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인도 영화는 일명 볼리우드라 불린다. 봄베이(뭄바이의 옛이름)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에서 기원한다. 뭄바이 지역을 포함한 힌디어 구사 지역에서 제작하는 볼리우드가 가장 유명하지만, 다민족 다언어 국가답게 타밀어나 텔루구어 등 5개 이상의 언어로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그 나름의 특색들을 갖추고 있다. 이들 지역은 또 콜리우드, 톨리우드 등으로 불린다. 볼리우드 역시 ‘인도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다.인도는 극장 영화 제작 편수에서 매해 3000편 이상에 달해 기네스북에서도 등재될 정도다. 스크린 쿼터가 없는 국가로, 전세계 통틀어도 자국 영화 점유율이 최고 수준이다. 2015년 이전에는 90%를 넘었다가 2015년 이후 80%대로 떨어졌지만, 중국(53.8%)이나 한국(52.2%)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2018년 기준으로 인도 영화 시장은 24억 4000만 달러로 세계 3위까지 올라섰다. 위로는 미국(110억 달러), 중국(91억 달러) 두 나라 뿐이다. 일본(21억 달러), 영국(17억 달러), 한국(16억 달러), 프랑스(15억 달러)보다 큰 시장이다. 하지만 ‘인구’에 비하면 아직도 시장이 매우 작은 편이다. 볼리우드의 주류는 마살라(Masala, 인도 향신료) 영화라고 불리는 뮤지컬 영화다. 보통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에 청춘 남녀의 연애, 얽히고 설킨 가족사 등 통속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도 특유의 음악과 선정적인 남녀 주인공의 몸짓이 어우러진 화려한 군무 장면이 수시로 화면을 채운다. 지역 색이 강한 영화적 특성도 보인다. 마살라 영화들은 영화 중간에 춤을 추는데 이를 ‘ABCD(Any Body Can Dance) 영화’라고도 부른다. 인도 영화는 해당 언어를 몰라도 쉽게 이해되는 춤과 뻔한 스토리, 긴 상영시간, 인도 특유의 문화적 상황을 바탕으로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맹율이 높고 TV가 늦은 시기에 보급되어, 아직 TV가 없거나 희귀한 시골이 상당히 남아있다. 따라서 아직 시골에서는 온 마을 사람이 모여 보는 영화가 상당한 오락거리다. 이런 이유로 시간 때우기 용으로 길게 만들었고,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는 통속적 이야기 등이 영화 곳곳에 반영된 것이다. 심지어 인도 영화는 포르노도 마살라 스타일로 찍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도의 유명 시장 조사 기업 IMRB가 2015년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인도 모바일 이용자 5명 중 1명은 휴대 전화에서 성인 콘텐츠를 즐기길 원한다고 한다. 성인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법원에서는 아동물만 아니면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억압적인 사회 인도에서 개인적 욕망은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015년 7월 대법원은 “자신의 집에서 음란물을 보는 것은 죄가 아니며, 무작정 포르노 웹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판결했다. 보수적인 사회이긴 하지만 나름 서구적이고 합리적인 사법 시스템을 가진 셈이다. 인도가 중국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국가의 결정을 일사분란하게 이행하고, 정부를 핑계로 각종 계약을 헌신짝처럼 파기하는 중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인도 영화의 경향을 보면, 마살라 영화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비롯한 가정용 영화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과 비례한다. 2010년대 이후 도시 지역의 중산층 이상나 젊은 계층이 서구적 취향이 가미된 영화를 선호하면서 점차 마살라 영화가 밀리고 있다. 인도 영화사들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영화를 계속 내놓으면서 마살라 영화에 나오던 댄서들이 생계위협을 받을 정도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인도 영화의 특징 중 또 하나는 독특한 액션물이 많다는 것이다. 큰 스케일과 일반적 상식으로 절대 이해 못할 퀄리티로 기괴한 액션을 선보인다. 주인공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움직일 수도 있으며, 위험한 장면에서 주인공만 전혀 다치지 않는다. 주인공이 총알까지 피하는 걸 보면 만화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름 남자의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도 하며, 권선징악의 명확한 상징도 엿보인다. 2016년에 개봉해 나름 흥행에 성공한 ‘록키 핸섬’(한국 영화 ‘아저씨’의 정식 리메이크 작품)처럼 최근에는 상당한 수준의 액션 영화들도 나오고 있다. ‘록키 핸섬’은 우리 판권을 정식으로 구매해 리메이크한 영화지만, 인도는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아직 크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를 그대로 모방해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다. 우리 영화 가운데는 대표적인 베낌 영화로 ‘올드 보이’, ‘엽기적인 그녀’ 등이 있다. 최근 처벌이 강해지면서 점차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중요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영국과 자존심 건 크리켓 대결을 그린 영화 '라간'크리켓을 주제로 한 인도 영화 ‘Lagaan’의 한 장면.원빈이 주연한 한국 영화 ‘아저씨’를 리메이크한 인도 영화 ‘록키 핸섬’. 현지에서 적지 않은 흥행으로 주목을 끌었다.

[비바100] 우상이냐 고기냐…갈등 속에 비즈니스 보인다

2020-01-13 07:00

인도 남부에 가면 북인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고기 카레를 심심치 않게 맛볼 수 있다. 북인도에서는 주로 무슬림 거주 지역에 가서 살 수 있는 소고기를 남인도에서는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같은 나라라고 해도 서로 다른 문화와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소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가 된 것일까? 고대 인도에서 소는 매우 귀중한 존재였다. 소는 밭을 경작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단백질원이 되는 우유를 제공한다. 또한 소의 배설물은 벽에 발라 건조 시키면 양질의 연료가 된다. 이러한 소의 다목적 활용성 때문에 과거부터 인도 사람들은 소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다시 말해, 생활 규범에 가까운 종교 힌두교가 소를 신성시함으로서 소를 많이 먹어서 없애는 것을 막아내는데 일조를 했다.또 정(靜)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을 유독 따지는 인도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힌두교 신자들은 소고기를 먹는 것이 부정한 것이고 이슬람 신자들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부정한 것이다.힌두교도들에게 깨끗한 음식을 먹고 정신적인 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높은 카스트다. 아무 것이나 먹고 험한 일을 하는 이들은 낮은 카스트로 분류된다. 높은 카스트들은 그에 걸 맞는 정결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음식이 바로 채식이다. 채식도 더 높은 단계에 올라가면 생명의 근원인 뿌리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해 양파나 마늘 같은 것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도 있다.고기 중에는 흰 고기가 붉은 고기보다 깨끗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흰 고기인 닭 등 가금류 등에 대한 소비가 높다. 최근 델리 등 대도시에서는 ‘비프 스테이크’와 메뉴를 당당히 내걸고 있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다. 단, 이때 조리되는 소고기의 대부분은 물소(버팔로)다. 한편 인도에서는 돼지 고기도 소고기와 같이 공개적으로는 먹을 수 없지만, 최근 그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도정부의 적극적인 돼지 소비 늘리기 정책의 결과다. 이것도 인도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다. 즉, 돼지고기 소비를 늘려, 대놓고 이슬람교를 무시하는 것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인도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닭고기, 염소 혹은 양고기이다. 인도 맥도날드는 이를 반영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선, 닭고기, 양고기나 콩으로 만든 패티를 사용하고 있다.이야기를 다드리에서 벌어진 ‘소고기 살인’ 사건으로 다시 돌리면,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일부 과격한 힌두교에 의한 폭력 사건 이후, 현 모디 정권의 우경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이 분출되고 있다. 물론 현 정부가 소고기 금지 정책 등 힌두교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정책을 밀어 부치고 있지만 현 정부의 힌두교에 기반한 우경화 만을 탓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인도 정치 문제이기 이전에 타인에 대한 차별, 편견, 무지 등 인도인들의 마음의 문제이다. 따라서 그 책임을 모두 현 정권에만 전가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소고기 살인’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인도 TV 토론 프로그램들에서 지적한 것은 놀랍게도 ‘교육만이 그 해결책’이라는 사실이다. 즉,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소고기 살인’과 같은 사건을 방지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을 키우는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인도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관점에서 이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일까? 우선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복잡한 인도를 이해해서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생각과 관점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인도의 종교는 뭔지 모르게 과격하고 무서워’라며 힌두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소고기를 금지 하다니 말도 안되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인도 풍습을 부정하는 내용과 의견으로 채워져 있었다. 확실히 한국인들에게 ‘소고기 살인’ 사건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종교와 그 나라의 풍습을 부정하는 자세와 관점으로는 인도의 사회와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 즉, 소비자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는 기이하게 보이는 사건이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상상력과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개도국의 경우 소비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지고 그 욕망은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 따라서 이런 사회 및 종교적 터부를 피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육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들의 탄생이다. 인도 육류 유통 스타트업의 하나인 (Zapp Fresh)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공공장소에서 육류를 사는 것을 꺼리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고 과감한 투자를 해, 오프라인에서 조직화 되지 않은 육류 시장을 온라인에서 조직화해 성공했다. 덕분에 2019년만 해도 일본 기업들로부터 연 2회 각 각 2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 매출 증가율도 매년 3자리 숫자를 찍고 있다.인도의 온라인 육류 시장에서 재구매율 비율은 80~90%로 상당히 높다. 인도 스타트업들은 불편함에서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비즈니스로 성공시켜나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또 다른 육류 유통 스타트업 리시우스(Licious) 설립자 압헤이 한주라(Abhay Hanjura)는 최근 하버드(Harvard) 비즈니스 스쿨에서 자신들의 사례를 발표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도에서 정육점은 신이 버린 직업으로 간주된다. 우린 신이 버린 일을 통해 성공을 하고 있는 인간이다”. 그는 처음 육류 유통을 시작할 때 부모님들을 비롯한 주위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이 비즈니스는 다른 사람들이 손쉽게 들어올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고 성공을 일찌감치 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더불어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분명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안목을 가지려면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힌두 지도자이자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일찍이 소의 도살 금지를 요구하는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의 청원을 받아 들고, “인도는 힌두교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음식에 대한 금기를 다른 종교에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우리는 흔히 인도를 바라볼 때 분쟁과 다양한 사건사고만을 살피고 그 이면에서 만들어지는 기회를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 뉴스를 접할 때, ‘불편함은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본다면 인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생길 것이다. 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인도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소를 특별히 대우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육류 섭취가 완전히 금기시된 것응 아니다. 최근에는 인도 온라인 육류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스타트업까지 생겨나고 있다.남인도 한 마트에서 포장육이 판매되고 있다. 인도에서도 이러한 위생적 판매 환경 속에 이뤄지는 육류 판매량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Alliance

솔레이마니 제거부터 우크라 여객기 추락까지…숨가뻤던 9일 재구성

2020-01-11 14:45

이란 군 당국은 11일(현지시간) 최근 이란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에 의도치 않게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A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군 당국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는 사람의 실수로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란은 미사일 발사에 의한 격추설을 부인해 왔다. 앞서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지난 8일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지 몇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란 대통령은 “여객기 격추는 용서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일지 ◇ 1월 3일(이하 현지시간) - 미국,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 지도자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 8일(현지시간) - 이란, 오전 1시 20분께 이라크 내 미군기지인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에 탄도미사일 발사 -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소속 보잉 787-800 여객기 오전 6시 18분 추락 - 이란, ‘여객기 엔진에서 불’ 초기 조사 결과 발표…사고 현장서 회수한 블랙박스 2개 넘기지 않겠다고 밝힘 - 뉴욕타임즈, 당시 사고영상에 대해 “여객기가 피격으로 곧바로 폭발하지는 않았고, 공항 쪽으로 방향을 돌려 몇 분가량 더 비행하다 빠르게 추락” 분석 ◇ 9일 -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 국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 가능성 제기 - 이란, 서방 국가들이 제기한 미사일 격추설 부인 ◇ 10일 -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에 폭탄 테러 가능성 조사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 - 폼페이오 美국무 “우크라 여객기, 이란 미사일에 피격 가능성 높아” 의심 증폭 ◇ 11일 - 이란 군 당국, 실수 격추했다 시인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는 사람의 실수로 생긴 것” - 이란 대통령 “우크라 여객기 미사일에 피격, 용서할 수 없는 비극” 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

중국서 ‘우한 폐렴’ 첫 사망자 발생…60대 남성

2020-01-11 13:12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집단 발생한 폐렴의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관영 중앙(CC)TV가 11일 보도했다.우한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번 폐렴으로 중국에서 41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명이 숨지고, 7명이 위중한 상태다.사망자는 60대 남성으로 지난 9일 심정지로 인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보건당국은 사망자와 증상이 심한 환자를 제외한 33명 중 2명은 이미 퇴원했고, 나머지 환자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739명으로, 아직 특별한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일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와 장의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인간 외에 소, 고양이, 개, 낙타, 박쥐, 쥐, 고슴도치 등의 포유류와 여러 종의 조류가 감염될 수 있다.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는 6종이다. 이 가운데 4종은 비교적 흔하고 보통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만 유발한다. 다른 두 종류는 사스 바이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로 엄중한 호흡기 계통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밀폐실험실에서 관계자들이 중국 원인불명 폐렴 원인을 찾기 위해 채취한 검체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비바100] 소고기 먹었다고 살인하는 나라, 소고기 수출 세계 1위 '아이러니'

2020-01-06 07:00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인도인들은 힌두교를 믿기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라는 편견에 기대 인도인들을 평가한다. 과거 서양인들이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 유사한 일반화의 오류다.반면 소고기 수출국 세계 1위라는 뉴스와 더불어 인도에서 소고기 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는 뉴스를 비슷한 시기에 접하며 인도 문화에 대한 노력을 쉽게 포기하게 된다.‘소고기 운반만 해도 최고 10년형, 암소 도살엔 종신형’이라는 모디 총리의 출신지 구자르트주 법, 글로벌 유수의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진출한 경제도시이자 발리우드의 본고장 뭄바이에서 소고기를 갖고만 있어도 최고 5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인도인들이 믿는 힌두교라는 종교를 떠올리게 만든다.인도 국민 대다수가 믿는 힌두교는 다신교에 기반한 트리무르띠(Trimurti,힌두교의 삼신(三神)인 브라흐마, 시바, 비슈누의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일컫는다)라는 교의를 중심에 둔다. 삼위일체를 구성하는 신은 우주의 창조자인 브라흐마, 우주의 유지자인 비슈누, 우주의 파괴자인 시바가 있다. 이 가운데 시바는 난디라는 유백색 황소(王師)를 타고 있다. 따라서 소는 시바신이 타는 신성한 동물이기 때문에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왜 소를 안먹는 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사실적 근거도 없고 단지 오랜 관습에 의해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다만, ‘고기를 먹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것을 자제하면 큰 복을 받는다’라는 힌두교 <마누법전 5.56, 베다를 기초로 한 법전> 만이 유일한 근거다. 힌두교 어느 법전에도 소고기를 먹지말라는 구체적인 가르침은 없다.◇ 인도에서 벌어진 ‘소고기 살인’ 2015년 9월 28 일 인도 전역을 뒤 흔드는 사건이 수도 델리에서 동쪽으로 불과 20km 정도 떨어진 ‘다드리(Dadri)’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한 무슬림 가족이 소를 도축해 고기를 먹고 냉장고에 남은 고기를 저장하고 있다는 소문에서 비롯됐다. 사고가 발생한 날 밤 10시가 넘은 시간, 이 소문에 흥분한 힌두교도들은 소문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하마드 아쿨락(Mohammad Akhlaq, 50세)이라는 사람의 집에 들이닥쳤다. 아쿨락은 문을 부여잡고 열어주지 않으려고 힘썼으나 소용없었다. 흥분한 군중들은 아쿨락의 집에 들어가 아쿨락과 그의 아들 다니쉬(Danish, 20세)를 끌어냈고, 두 사람은 한 시간 이상 성난 군중들의 먹이가 되어 폭력을 당했다. 폭력을 당하는 동안 아쿨락의 아내가 냉장고에 들어있는 고기는 소고기가 아닌 양고기라고 주장했으나 폭행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 아쿨락은 사망했고, 아들 다니쉬는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다드리에서 어린 송아지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것을 무슬림 남성의 소행으로 생각한 힌두교도들은 독실한 무슬림인 아쿨락의 집에 가서 집단 폭행을 가한 것이다. 죄없는 부자에 대한 폭행에 가담한 사람은 무려 100명이나 되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실제 송아지는 그가 훔친 것이 아니었으며, 그의 집 냉장고에 들어가 있던 것도 소고기가 아니었다.사건 직후 경찰은 지역의 힌두교 사원 성직자를 포함한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을 체포했지만, 그 체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힌두교 신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격렬해진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은 공포탄을 발포하면서 시위대를 진압했다. 하지만 ‘소고기 살인’이라고 불리는 ‘다드리 사건’의 파문은 인도 전역에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 후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둘러싼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 인도 정치권이 촉발시킨 소고기 논쟁 소고기를 둘러싼 논쟁과 충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극우 단체인 RSS를 모체로 태어난 인도인민당(BJP)이 2014년 총선에서 압승 한 후 각 주정부를 중심으로 갑자기 힌두교 색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소고기 살인사건’을 촉발시킨 사건은 열성적인 힌두교도들이 벌인 사건이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이 아닌 인도 정치권이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종교에 정치가 끼어들어 갈등을 조장하며 발생한 사건이다. 사건 이후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 바루얀 농업부장관 등이 나서서 “소의 도살 문제가 종교 갈등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여가 지난 후에야 “유감스러운 일이며, 야당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하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정치 평론가들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한 이후부터 종교간의 갈등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인도인민당이 집권한 주들도 소고기 유통을 금지시키기 시작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소고기를 먹고 싶다면 아랍으로 가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종교간 갈등은 증폭되었다. 2017년 4 월 라자스탄 주에서는 소를 트럭에 실어 나르던 무슬림 청년 다섯 명이 힌두교도들로 보이는 십 수명의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인도에서 도둑과 강간범이 마을에서 집단폭행을 당해 경찰에 넘겨지기 전에 살해되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인도의 이질성과 후진성이 강조되는 결과를 낳았다.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도=소고기 금기’라는 이미지 위에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먹은 것만으로 살해될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도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사실 인도인들 중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인도는 브라질이나 미국 호주 등을 능가하는, 세계에서 첫 번째로 소고기(버팔로 포함)를 많이 수출하는 수출 대국이기도하다. 인도의 소 사육 두수도 브라질과 비슷한 1 억 8900 만 마리가 있다. 우유의 생산량도 미국에 이어 세계 2 위, 버터 생산량은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소가죽 수출도 세계 1위다.◇ 다양성을 가진 인도 인도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소문’만으로 사람이 살해되는 나라이며, 다른 한편으로 소고기의 세계적인 수출 대국이기도하다. 우리는 이 간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인도의 다양성과 거대한 인구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이자 거대한 이슬람의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무슬림 국가로 약 2억 명이 넘는 무슬림들에게 소는 신성한 동물이 아니며 소고기를 먹는 것도 금기가 아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인도 소고기 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훌륭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2억 명의 소비자가 있다는 것은 브라질 정도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지도를 살펴보면, 인도에서 소의 도살이 금지되는 주와 조건부로 허용되는 주, 허용하는 주를 알 수 있다. 이 중 조건부 및 무조건 소 도살을 인정하는 주의 인구는 대략 5억 5000 만명 정도에 달한다. 이렇게 살펴본다면 소를 도살하는 것 자체가 인도 전역에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소의 도살을 금지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를 분리하면 분명한 선이 그려진다. 인도 북서부와 남부, 북동부 인로 구분할 수 있다. 즉, 북서 인도는 주로 아리안족, 남인도는 드라비다족, 동북 인도는 몽골계 산악 민족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지역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가치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국제전문 speck007@viva100.com(사진출처=게티이미지)소는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대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고기 수출 1위 국가도 인도다. 사진=Mint인도의 많은 힌두교도들도 이렇게 뒷골목에서 소고기를 사서 즐겨 먹는다. 북인도 이슬람 거주지역에서 판매되는 소고기 좌판 모습. 사진=TOI일간 India Today (October 19, 2015)에 실린 인도 지도. 검은 색 지역은 도살이 금지되어 있는 것들, 그 나머지는 도살을 인정하는 지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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