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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잃어버린 얼굴 1895’ 차지연 “연기 잘하는,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20-07-03 21:30

“공연으로 (배우생활을) 시작하길 잘했다 싶어요. 온라인 공연마저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라이브로 부딪혀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바뀌는 편인데 제3의 무언가가 찍고 있다는 생각에 옭아매는 듯한 심적 부담감이 있거든요.”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7월 8~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차지연은 무대가 아닌 TV 드라마, 영화 등의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어떤 연기를 해야 하고 무대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복면가왕’은 가면이 있어서 그나마 적응했지만 영화는 너무 후회가 돼요. 좀 더 무대에서 다져지고 테크닉적인 부분을 알고서 만났더라면 훨씬 재밌게, 무대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듯 했을 텐데…모든 장면을 얼음 상태로 있었어요.”그리곤 “환경이 달라서 영화 촬영 기간이 너무 두려웠다”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용어도 처음 듣고 아무 것도 안잡힌 상태에서 저는 계속 뭘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을 계속 하고 있었고 예정된 작품도 있던 상태에서 짬을 내 출연하다 보니 버거웠어요. 다시 한번 TV드라마든, 영화든 만난다면 무대를 대하듯, 탄탄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어요. 덜 긴장하고 덜 초보 같은 모습으로요.”이어 차지연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아직도 크다”며 “더 나이가 들 때까지도 계속 깨우치고 노력하고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연기”라고 말을 보탰다. “노래. 발성, 발음 등도 늘 다시 가다듬고 체크하고 뒤돌아봐야하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은 소망이 커요. 연기가 너무 재밌거든요. 잘해서가 아니라 늘 부족하지만 그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게끔 연구하는 과정이, 정답도 없이 알 수 없는 데서 저만의 것을 찾아내는 여정이 너무 재밌어요. 얼마나 고민하고 씨름했느냐에 따라 차지연의 색이 만들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라운드’(Grounded)에도 도전장을 던졌죠.”◇두려웠지만 행복했던 모노극 ‘그라운디드’ “연극 ‘그라운디드’를 만났을 때 그 동안 했던 뮤지컬 작업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다시 만나면서는 ‘그라운디드’ 때 배우고 찾아낸 것들의 도움을 받고 있죠. 두 작품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달까요.” 차지연은 지난 5월 모노극 ‘그라운디드’로 2010년 ‘엄마를 부탁해’ 이후 10년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201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그라운디드’는 미국 극작가 조지 브랜트(George Brant)의 모노극으로 뮤지컬 ‘라이온 킹’의 연출이자 의상 디자이너, 마스크·퍼펫 공동 디자이너인 줄리 테이머 연출작이다. 2015년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출연했던 작품으로 에이스 전투기 조종사가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라스베이거스 크리치 공군기지의 군용 드론 조종 임무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3년 초연돼 19개국에서 12개 언어로 140여개의 프로덕션이 무대에 올랐던 작품의 한국 초연을 차지연은 오롯이 혼자서 감당했다. 2월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뮤지컬 앙상블 배우들의 주연급 도전 경연 프로그램 tvN ‘더블캐스팅’ 멘토로 출연했던 그의 정식 무대 복귀작이었다. 겁 많은 그에게 1년여만의 복귀작이자 10년만의 연극, 게다가 혼자서 이끌어 가야하는 모노극이 쉬울 리 만무였다다.“두려웠죠. 한번도 해본 적이 있는 모노극을, 노래와 멜로디를 없앤 상태에서 대사로만 1시간 반을 해내야 했으니까요. 평가 이전에 혼자 설 수 있을까 겁도 났죠.”그런 그를 이끈 이는 ‘그라운디드’의 오경택 연출이었다. 차지연은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면서 재밌었다”며 “뮤지컬도 좀 다른 고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재밌고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배우로서 고민 지점이 라이선스, 창작 등 작품에서 어떤 인물을 만나든 제가 많이 입혀져 있다는 거였어요. 제 색을 입혀 차지연화된 인물로 비춰지는 게 좋은 건지 저의 색을 없애고 새 인물로 확확 변하는 게 나은지가 늘 고민이었죠.”이어 “연기 톤, 애티튜드, 몸에서 나오는 태, 기운 등 마주하는 작품들, 인물들마다 제 색을 입히면서도 변화를 주기 위해, 똑같은 인물로 보이지 않도록 저 나름대론 노력해 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동서양, 중성적인 캐릭터와 여성스러운 인물 등 상반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외형적으로도 중성적이거나 성이 없는 역할, 남성이 가진 힘과 여성의 섬세함이 합쳐졌을 때 시너지가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어요.” 그의 말처럼 차지연은 ‘광화문연가’의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 ‘더데빌’의 선악을 상징하는 X블랙, X화이트 등으로 젠더프리(성이 없는)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트랜스젠더 록 밴드 보컬의 일대기를 다룬 ‘헤드윅’이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캐스팅 일순위로 이름을 올리는 배우이기도 하다. “하나의 이슈보다는 배우로서 드라마를 만나고 싶어요. 젠더프리를 할 수 있는 역할도 계속 도전하고 싶고…진부하거나 지루한 배우가 되지 않으려고 항상 애쓰고 있죠. 연기를 더 파고들고 싶은 이유기도 해요. 기회가 된다면 좋은 연극도 병행하고 싶어요. 물론 또 깨지겠죠. 하지만 부딪히면서 또 배우고 싶어요. 다양한 작업은 두렵지만 깨뜨리면서 오는 희열이 엄청나요. 깊이도 생기고 저의 스펙트럼도 넓힐 수 있는 동시에 점점 더 재밌고 흥미로운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의심병’은 나의 힘!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멋진 배우를 꿈꾸며 “(2월에 있었던)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콘서트에서 유다를 하면서도 괴로웠어요. 양먼성을 가진 인물이라 하고는 싶은데 맡겨지면 저만의 색을 어떻게 입힐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죠. 이틀이나 잠을 못자고 고민하니까 이지나 연출님이 등짝을 때리시면서 ‘왜 그렇게 너 자신을 못믿냐’고 하셨어요.”차지연은 “스스로를 못 믿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네가 뭘 할 줄 알아’라고 자학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래선지 나태해지지는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자신감이나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너무 자신만만하거나 ‘잃어버린 얼굴 1895’은 벌써 세 번씩이나 만났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무대에서 배우로서 생명력을 잃는 것 같아요. 박수는 받겠지만 스스로 거짓말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관객분들께도 너무 죄송한 일이죠. 스스로 믿지 못하는 의심병은 괴롭죠.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건 확실해요.”이어 그는 “함께 무대에 오르는, 언젠가 제 포지션이 꿈인 친구들에게 안일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며 “일일이 챙기거나 밥은 못 사줘도 무대가 소중하고 감사한 곳이라는 걸 같이 느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연습을 할 때도 다 저를 보고 있잖아요. 그래서 늘 고민하는 모습으로, 함께 더 새롭고 좋은 걸 찾아가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더 좋은 배우가 생겨나고 무대의 질도, 컨디션도 좋아지죠. 그렇게 후배들과 같이 멋있게 늙어가고 싶어요. ‘예쁘다’는 말은 잘 안 믿지만 ‘멋있다’는 말은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후지지(?) 않게, 세련되고 아름답게 흔들리지 않고 저만의 길을 묵묵하게 걸으면서 스스로 더 멋있게 해보려고 노력 중이죠.” hurlkie@viva100.com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배우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모노극 ‘그라운디드’의 차지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2018년 초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차지연은 축하무대로 ‘헤드윅’의 ‘미드나이트 라디오’(Midnight Radio)를 선사했다(사진=브릿지경제DB, 한국뮤지컬어워즈 제공)차지연은 '광화문연가'에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를 정성화와 번갈아 연기하며 젠더프리의 길을 열었다(사진=브리지경제DB, CJ ENM 제공)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멋진 배우’를 꿈꾸는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人더컬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차지연 “서촌 꽃밭으로 같이 꽃구경 가요!”

2020-07-03 20:00

“초·재연 때는 저에게 맡겨진 작품과 서울예술단 선배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달렸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신, 한 신에 혼신의 힘을 다 싣는 것뿐이었죠.”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7월 8~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명성황후로 돌아올 차지연은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에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넘쳐나는데 기술적으로, 연기적으로 모자라던 때였어요. 진정성있게 한 장면 한 장면 진심을 다하는 게 유일한 저의 주무기였죠.”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위태로운 조선 말엽, 비극적인 1895년 을미사변을 배경으로 한 명성황후 민자영(차지연·박혜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사진 찍기를 꺼려해 누구도 그 용모를 알지 못하는 명성황후와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왕이자 남편 고종(박영수·김용한), 정치적 대립 관계에 선 시아버지 대원군(금승훈)과 김옥균(강상준), 조카 민영익(최정수) 등이 얽히고설켜 대립하고 연대하는 혼돈기를 다루고 있다. 화자(話者)로 말 한 마디에 가족을 잃고 명성황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며 왕실 사진사 조수로 잠입한 휘(신상언), 애초 휘의 정혼자였지만 궁녀로 입궁해 명성황후의 곁을 지키는 선화(김건혜)도 극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뮤지컬 ‘썸씽로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록키호러쇼’ ‘더데빌’ ‘헤드윅’ 등의 이지나 각색·연출작으로 ‘백범’ ‘칠서’ 등의 장성희 작가, ‘렛미플라이’ ‘랭보’ ‘빨래’ ‘신과함께_이승편’ 등의 민찬홍 작곡가 등이 힘을 보탰다. 2013년 초연에 이어 2015년, 2016년 공연된 후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좀 더 깊어진 “세 번째 황후의 삶이 저도 기대돼요” “엄마도 되고 아내도 되고…변화된 제 삶을 비춰보니 그때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고 채 시야가 열리지 않았던 부분이 곳곳에 숨어 있었어요. 완성도 높은 넘버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고 대본도 탄탄해서 배우는 그 흐름에 맡기면 되는 작품이에요. 그런데도 새롭게 느껴지고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겨요.”세 번째로 명성황후, 민자영을 만나는 차지연은 “그렇게 달라진 부분, 깊어지고 밀도 있어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연습할 때도 똑같은 느낌의 반복이 아닌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새롭게 보여야한다는 데 묶여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 하면 좀더 이 여자의 삶을 세세하게 살릴 수 있을까,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게, 많은 것들을 고스란히 다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죠. 넘버도 넘버지만 섬세한 연기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요. 노력도 하지만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물이 떨어지곤 해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관객들에게 꼭 전달해 함께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저도 세 번째 황후의 삶이 기대돼요.” 그리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 “시국이 시국인지라 무대에 선다는 자체에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얕은 느낌이라 더 깊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늘 그랬지만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최선을 다 해야겠다 싶어요. 무대 역시 매회가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얇은 꽃잎 같은, 외 ‘강강강강’ 내 ‘유유유유’ 민자영 “연출님이 ‘(박)혜나는 외유내강으로 가면 좋겠다’고 하시니까 혜나 배우가 “그럼 (차)지연 언니는 외강내유?‘라고 물었어요. 연출님께서 ’아니! 외 ‘강강강강’ 내 ‘유유유유’ 명성황후‘라고 하셨죠. 어쩜 그렇게 겁이 많나고.”그리곤 ‘저 스스로를 못믿는 편“이라는 차지연은 얼마 전에 이지나 연출, 명성황후 역에 더블캐스팅된 박혜나와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외모가 이래서(?) 겁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얇은 꽃잎 같아요. 그래서 ‘잃어버린 얼굴 1895’ 같은 작품을 표현할 때 좋아요. 여린 부분을 그래도 잘 표현할 수 있거든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란체스카를 할 때도 ‘차지연이?’라고들 하셨지만 (강한 외모에 얇은 꽃잎 같은 내면이 ) 그래서 잘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고종을 만나면 부끄러워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으면 (고종 역의 동갑내기 친구 박)영수가 ‘왜 그러냐?’라고 할 정도죠.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나에게 시간을 좀 줘’라고 부탁하곤 해요.”세 번째 만나는 명성황후에 대해 차지연은 “국모 이전에 여자 민자영의 삶이 있었다”며 “국모로서의 강인한 면모와 더불어 민자영이라는 여자가 걸어온 태어나서부터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국모가 될 사람, 왕비가 아니라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차분한 소녀가 맞닥뜨리는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빠, 엄마가 차례로 돌아가시고 왕비가 되고 죽음을 맞고…그 상황들에서 느꼈음직한 것들을 충실하게 끌어내려고 해요. 여린 소녀의 삶에서 시작해 어떤 상황에 몰리는지, 그 상황이 이 여자를 어디로 데려가고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흐름이 보이면 좋겠거든요.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 곡을 부르며 이곳에 있는지가 잘 보이길 바라요.”이렇게 바람을 전한 차지연은 “이 여자는 왜 조선이 바로 서는 데 모든 걸 걸고 치열하게 살았을까,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에선 소용돌이가 치는 험한 삶을 어째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애쓰며 살았을까를 처음 생각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낳아선지 조선의 왕비이기도 했지만 민자영이라는 사람한테 조선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는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 아이,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잖아요. 기반을 잘 다져야 아름답고 건강한 미래로 이어지니까요. 그걸 깨달으니 모든 신이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 깨달음이 저변에 깔려 있으니 시아버지 대원군, 민영익, 김옥균 등을 대할 때도 재밌어요. 초·재연에서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이번엔 그 생각들을 남김없이 다 보여드릴 수 있는 데 치중하고 있죠.”◇사진도, 녹음도 무대에 선 듯…원테이크로! “제가 한 걸 잘 못 봐요. 프로필 사진도, 공연 영상도 모니터를 아예 못하겠어요. 작품마다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렇죠.”마치 명성황후가 사진 찍기를 꺼렸던 것 마냥 차지연 역시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제가 맡은 역할로서 카메라와 얘기를 해요. 아련하고 슬픔을 간직한 콘셉트로 촬영을 하게 되면 작품 속 장면을 떠올리고 왜 슬픈지를 상상하는 식이죠. 무대에 선 것 마냥 카메라가 고종이 됐다가 아들이 되고 흥선군, 백성들이 되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 훨씬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제 의도나 상상 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봐, 그러면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아서 사진을 못보겠어요. 되게 부끄럽기도 하고….”이는 넘버를 소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지연은 “저는 가창자라기 보다는 노래하는 배우, 노래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노래는 잘하시는 분들 너무 많잖아요. 저는 가창자로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저의 음색이나 내는 음들이 대사를 만났을 때 좀 더 큰 시너지와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소력이 짙어지고 연기에 늘 목말라하는 부분이 잘 드러나는 것 같거든요.”관계자에 따르면 차지연은 “OST나 음원 녹음 시 원테이크(한번도 끊지 않고)로 작업하는 유일한 배우다.” 이어 “한곡을 부를 때 끊으면 완성도는 높아질지 모르지만 차지연 배우가 내는 그 맛을 살리지 못해 테이크를 끊을 수가 없다”는 양주인 음악감독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사진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 차지연이 아닌 캐릭터로 마이크 앞에 서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도 그 인물의 여정을 쌓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쌓이다 끝내 터져 부서져 내리는 그 여정이 너무 재밌어요.”◇이제는 돌아와 무대에 선 “저와 함께 서천 꽃밭으로 꽃구경 가시죠!” “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신을 가장 좋아해요. 자꾸 노력하게 돼요. 대사, 음악 등 모든 것이 주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담백하고 멋있게 하려고. 다들 흐느끼지만 같이 울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고 평안한 미소를 머금고 하니까 더 슬퍼요. 연습실에서도 다들 엄청 울죠. 이게 연기하는 사람이 느끼는 묘미구나 싶어요. 이전 시즌까지는 저도 엄청 울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놓고 ‘왜 내 꽃엔 얼굴이 없느냐. 아마도 대궁채 꺾인 게로구나. 내 꽃이 너무 무거웠던가? 서천 꽃밭은 어떠냐’라고 편안하게 묻죠.”이어 “묵묵하고 담담하게 표현했을 때 더 많은 걸 받아 가신다. 그게 너무 재밌고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저도 기대가 된다”고 말을 보탠 차지연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다지 편안하지 못했던 시기였죠. 복합적인 것들이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차지연은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 두 번째 시즌 공연 중이었고 ‘안나 카레니나’ 개막을 앞뒀던 2019년 봄,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휴식기에 돌입했다. 출산 후 2017년 뮤지컬 ‘마타하리’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 후 ‘서편제’ ‘광화문연가’ ‘노트르담 드 파리’ ‘더데빌’ ‘유관순’ 그리고 두 번의 ‘호프’까지 차지연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약속돼 있는 작품을 계속 해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지칠 대로 지쳐버렸죠. (결혼하지 않은) 혼자 몸으로 작품에 에너지를 쏟는 것과 아이를 돌보면서 작품을 만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고요. 열정은 넘쳐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상했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이었어요. 이리저리 지치고 치이다 보니 몸의 병으로 나타났죠. 상상도 못한 일들이 많이 버거웠나 봐요.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가장 먼저였고 가장 컸죠.” 투병과 육아에 전념하던 그 기간을 차지연은 “단련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미 삶 가운데 존재했고 그 단련의 시간 동안 불거진 문제들이 작품을 안하면서 연달아 시련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그 시간이 마냥 편하진 않았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좀 더 쌓을 수 있었어요. 일에 치이고 ‘잘 해내야 해’ ‘좋은 모습만을 보여드려야 해’라는 강박에 쫓기듯 사느라 더 많은 것들을 돌보지 못해 부딪혔죠.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면서 이제야 조금 평안해진 것 같아요. 엉켰던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편안해지니 몸 회복도 빨라졌죠.”이렇게 전한 차지연은 “여전히 두려움도 있다. 내가 과연 다시 무대에 서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면서도 “이래저래 필요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해보자, 너무 나를 코너로 몰고 가지는 말자 다독이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배우로서의 삶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면 좋겠어요. 스펙터클하거나 화려한 모습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길을 잘, 묵묵하게 걷고 싶어요. 저의 행보에 ‘그 이유가 있겠지’라고 지금처럼 믿어주시면 멋있고 좋은 배우로 성장하며 잘 늙어가겠습니다. 지금은 저랑 같이 서촌 꽃밭으로 꽃구경 가요!” hurlkie@viva100.com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2015년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를 연기하고 있는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연습 중인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연습 중인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비바100] 조영남 '대작' 무죄가 던진 화두…예술의 정의

2020-07-02 17:00

‘대작’(代作)은 사기 아닌 미술계 관행? 2016년 그림 대작 사건으로 재판정에 섰던 조영남이 무죄를 최종 확정 받았다.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씨 등이 그린 그림 21점에 가벼운 덧칠을 해 17명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팔아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이 재판의 상고심에서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무죄 판결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 결과가 달라진 것은 조영남에게 도움을 준 송씨 등의 신분과 역할이 ‘독자적 작가’가 아닌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송씨 등을 ‘독자적 작가’로 인정해 제3자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조영남이 구매자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화투 소재의 그림이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송씨 등은 작품화 과정에서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수를 이용하는 제작 방식이 미술계 관행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다”라며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다면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 앞서 생중계된 변론에서 조영남이 주장하던 “미술계 관행”을 인정하고 조영남이 직접 그림을 그렸는지가 구매자들과의 명시적인 거래 조건이 아닌 이상 예술품의 작업 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임을 확인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미술계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한켠에서는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당연한 결과” “작가가 조수를 쓰는 것도 미학적 범주”라고 반색을 표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모든 현대미술작가들이 조수를 쓰는 것으로 오도되거나 가수·배우 등이 화가활동을 병행하면서 전업작가들이 겪는 괴리 및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작’도 예술행위 중 하나임을 인정하면서도 “사기가 아니라는 판결이지 미술에서 대작을 권장한다는 판단은 아니다” “대작 여부를 떠나 조영남 작품의 예술적 가치 평가의 문제” “법이 아닌 전문가, 예술적 영역에서 작품의 가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결국 조영남 ‘대작’ 사건은 “작가의 이름값이나 대작 여부가 아닌 작품 자체로, 해당 분야로부터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더불어 “자본이 지배하는 한국 미술계 현실에 던져진 숙제”라는 자성, 예술을 대하는 작가로서의 태도와 책무 등에 대한 숙고도 화두로 던져졌다. 재판에서 조영남의 ‘대작’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 적용이 주효했다. 예술의 가치 판단은 법이 아닌 예술계의 영역임을 인정한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선재아트센터 등의 고문변호사인 이재경 건대 교수는 “검찰의 독단적, 영역 파괴적 기소가 문제로 지적됐던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각 분야의 고유성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법 자제 원칙’을 엄격히 고수했다는 점에서 뒤늦게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판결”이라며 “사법권이 함부로 개입해 예술 여부를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다. 법률적 판단의 범주를 지나치게 넓히려는 사법 만능주의의 폐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결국 조영남의 대작 방식이 현대미술의 관행이냐, 사기행위냐는 법적 정의(正義)가 아닌 예술적 정의(正義)로 논의되고 숙고돼야 할 사안이다. ‘대작’도 예술 활동의 일부다,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옳다 그르다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싸움이 아닌 ‘화가’ ‘예술가’로서의 책무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 현대미술의 정의 및 영역 재정립, 자본과 인지도, 정치적 성향 등에 휘둘리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현실, 오롯이 작품 자체로 그 가치를 평가받는 분위기 조성 등에 대한 무겁고도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hurlkie@viva100.com

[B사이드] 정영주 “제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배우이자 기획자이자 제작자입니다!”

2020-07-01 23:50

“여배우 10명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여배우 10명이 나오는 공연을 올리는 게 어렵죠. 계속 거절당하고…수십년 동안 그래 왔잖아요. 이상한 편견이에요. 남자 배우 10명은 모으는데 여자 배우 10명은 왜 못 모아요.”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8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도로시 브록으로 분하고 있는 정영주가 내년 1월 개막 예정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 프로듀서로 데뷔한다. “제가 배우이자 기획이자 제작이랍니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시발점이 된 것 같아요. 제작하는 분들이 용기를 내서 한번 해볼 수 있도록 누군가 스타트를 해줘야 하는구나 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 스타트를 (제가) 해버렸죠. 내가 이상한 짓을 시작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돼버리니 의무감과 책임감이 생겨서 재연을 올려야겠다 했어요. 기왕 시작한 거 좀 더 미치게 이상해보자 했죠.”그리곤 “얼마 전 ‘리지’가 막을 내렸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끝까지 매진으로 끝나는 걸 보면서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에스파냐의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유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Casa de Bernarda Alba)을 바탕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가사·음악을 담당한 작품이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정영주는 둘째 남편 안토니오의 죽음으로 집안 내 최고 권좌에 오른 미망인 베르나르다 알바를 연기했다. 베르나르다 알바와 각자의 방식으로 폭압적인 그녀에 맞서는 다섯 명의 딸 앙구스티아스·막달레나·아멜리아·마르타리오·아델라의 이야기다. 더불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알바의 노모 마리아 호세파, 충직하지만 기묘하게 갈등을 주도하는 집사 폰시아, 베르나르다 일가에 대한 제3의 시선과 적절한 간섭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하녀와 동네사람들, 어린 하녀 등 10명의 여자가 꾸리는 이야기다. 초연 당시 내로라하는 여배우 10명이 한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던 작품으로 전회차 매진행보를 이어가며 사랑받기도 했다. 남자 배우 위주의 서사극들 홍수 속에서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서사극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정영주는 이 작품으로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베르나르다 알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들 너무 잘돼서 감격스러워요. 제가 키운 것도 아닌데 어찌나 대견한지…여자 배우 10명을 모으는 건 어렵지도 않고 모아 놓고도 안어려워요. 해보지 않은 데 대한 선입견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죠. 아무도 노력 안해봤잖아요. 3, 4년을 기다려 배우들을 일일이 관찰하고 역할에 맞게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사실은 고르기가 어려웠죠. 너무 좋은 배우들이 많았거든요.”그렇게 정영주는 뮤지컬 프로듀서로 출사표를 던졌다. 정영주의 전언에 따르면 그의 프로듀서 데뷔는 그가 속한 소속사 카라멜이엔티 “황주혜 대표의 독려로 가능했다.” 정영주는 “브이컴퍼니(V컴퍼니)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며 “그 동안은 기획이나 제작에 관심만 있었을 뿐 나서서 도모해볼 용기를 내지는 못했는데 저희 대표가 제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저희 대표님이 저에게 기획력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해줬어요. ‘여배우 10명 모으는 건 쉬운 줄 알아? 그게 기획의 시작이야’라고 응원해줬죠. 태어나 이런 짓(뮤지컬 기획·제작)을 제가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이렇게 전한 정영주는 “초연의 배우들(정인지, 백은혜, 김환희, 전성민, 오소연, 황석정, 이영미, 김국희, 김히어라)이 모두 돌아온다”며 “다만 약간의 변화는 있다. 김국희와 김히어라 배우가 하녀와 어린 하녀가 아닌 다른 배역에 더블캐스트로 돌아오고 새 배우들도 합류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대표님도, 주변에서도 ‘그 또한 기획’이라며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재공연한다고 했을 때 우란문화재단과 초연의 스태프들이 얼마나 물심양면 도와줬는지 몰라요. 이해관계도 없고 이익도 없는데…. 그래서 신나게 준비하고 있어요.” hurlkie@viva100.com배우 정영주(사진=이철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2018년 초연 공연장면(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비바100] 관객과 처음 만나는 뮤지컬 ‘제이미’ ‘개와 고양이의 시간’ ‘더 모먼트’

2020-07-01 19:00

창작 혹은 라이선스 초연되는 뮤지컬 세 편 ‘제이미’(7월 4~9월 11일 LG아트센터), ‘개와 고양이의 시간’(7월 7~9월 20일 드림아트센터 1관), ‘더모먼트’(7월 8~9월 6일 유니플렉스 2관)가 관객들을 만난다. 세 작품은 남다른 듯 보이는 극한 상황, 사람이 아닌 개체, 현실과 상상 사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주변 혹은 내가 겪는 현실, 관계 등을 투영하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는 드래그 퀸(Drag Queen,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남성)을 꿈꾸는 17세 소년의 자아 찾기 여정이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살의 드래그 퀸’ 주인공인 제이미 캠벨(Jamie Campbell)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다. 2017년 영국 셰폴드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에 입성한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나와는 다른 이들을 향한 여전한 편견과 차별, 그 난관들을 뚫고 자아를 찾아가는 당찬 17세 소년 제이미 뉴의 여정이 재기발랄하게, 때로는 감동적이고 애틋하게 담긴다.‘더 월 인 마이 헤드’(The Wall in My Head),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더 레전드 오브 로코 샤넬’(The Legend of Loco Chanelle and the Blood Red Dress), ‘마이 맨, 유어 보이’(My Man, Your Boy), ‘히즈 마이 보이’(He’s My Boy), ‘아웃 오브 더 다크니스’(Out of the Darkness A Place Where We Belong) 등 스타일리시한 팝 스타일 넘버가 스트리트 댄스에 실린다. 용감하고 당찬 소년 제이미는 군 제대 후 무대에 복귀하는 조권과 뮤지컬 ‘난쟁이들’ ‘어쩌면 해피엔딩’ ‘시데레우스’ ‘스위니 토드’, 연극 ‘트레인스포팅’ ‘생쥐와 인간’ 등 무대와 ‘그 남자의 기억법’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TV를 넘나드는 신주협 그리고 아이돌그룹 뉴이스트의 렌과 아스트로 MJ가 번갈아 연기한다. 눈빛만으로도 아들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제이미의 엄마 마가렛 뉴에는 ‘맘마미아!’ ‘시카고’ ‘빌리 엘리엇’ ‘마틸다’ 등의 최정원과 ‘보디가드’ ‘호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레베카’ 등의 김선영이 더블캐스팅됐다. 전설적인 드래그 퀸 ‘로코 샤넬’이자 드래그 퀸 전문 의상숍 ‘빅토르 시크릿’의 대표로 제이미를 성장으로 이끄는 멘토 휴고로는 윤희석, 최호중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마가렛 역의 최정원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편견 없이 뜨거운 마음”을 당부했다.좀체 친해질 수 없다는 개와 고양이에 착안한 창작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도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소설가 김유정과 이상 그리고 경성시대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에서 모티프를 딴 인기 뮤지컬 ‘팬레터’의 김태형 연출과 박현숙 작곡가, 한재은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큰 체구에 무서운 인상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랩터와 인간들에게 불길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은 플루토가 끌어가는 2인극으로 이종 개체 간의 공감과 연대, 그것이 주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다. 1년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는 랩터와 집의 안락함 보다는 뒷골목이 더 편한 플루토, 전혀 다른 두 종의 조우는 소통과 공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 그리고 위안으로 이어진다.‘미드나잇’ ‘생쥐와 인간’ ‘베어 더 뮤지컬’ 등과 한석규 주연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등에 출연했던 고상호가 2019년 리딩에 이어 랩터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고상호와 더불어 ‘아랑가’ ‘비아 에어 메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키다리 아저씨’ ‘쓰릴 미’ 등의 송원근, ‘리지’ ‘미드나잇’ ‘헤드윅’ ‘록키호러쇼’ ‘키다리 아저씨’ 등의 유리아 그리고 최근 JTBC ‘팬텀싱어’ 시즌3에 출연했던 ‘그리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킹키부츠’ 등의 배나라가 랩터를 연기한다. 플루토는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 활동에 집중하던 고훈정을 비롯해 ‘팬레터’ ‘생쥐와 인간’ ‘광염소나타’ 등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문태유, ‘키다리 아저씨’ ‘왕복서간’ ‘빨래’ ‘안나 카레니나’ 등의 강지혜, ‘쓰릴미’ 등의 김우석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더모먼트’는 사랑을 갈구하는 세 남자가 깊은 산 속의 산장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폐인처럼 지내던 40대 후반의 사내, 결혼 직전 사라져 버린 연인을 찾고 있는 30대 중반의 공무원 남자, 부모의 이혼으로 이사를 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장을 찾은 반항적인 순정파 소년, 세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모여 들고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 산장에서 만나야 했던 여자와 그 여자가 남겨둔 노트로 밝혀지는 세 사람의 관계와 진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과거와 미래의 교차,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상상력들이 배치된 동화 같은 이야기다. 40대 후반의 사내는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 ‘라흐마니노프’ 등의 유성재, ‘아이다’ ‘안나 카레니나’ 등의 박시원(박송권), ‘풍월주’ ‘환상동화’ 등의 원종환이 번갈아 연기한다. 사라진 예비아내를 찾아 나선 30대 공무원은 ‘알렉산더’ ‘이블데드’ ‘더 헬멧’ ‘카포네 트릴로지’ 등의 강정우와 ‘프리스트’의 작가 겸 연출이자 ‘경종수정실록’ ‘마이 버킷리스트’ ‘사의찬미’ ‘더 픽션’ 등의 배우 주민진, ‘톡톡’ ‘트레이스유’ ‘판’ 등의 유제윤이 트리플 캐스팅됐다.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장을 찾은 소년으로는 ‘언체인’ ‘경종수정실록’ ‘니진스키’ ‘알앤제이’ 등의 홍승안, ‘또 오해영’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정글라이프’ 등의 김지온, 아이돌그룹 B.A.P 멤버로 ‘나폴레옹’ ‘올슉업’ ‘그리스’ 등에 출연했던 정대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hurlkie@viva100.com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뮤지컬 ‘제이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모먼트’ ‘개와 고양이의 시간’ 출연진들(사진제공=쇼노트, 스탠바이컴퍼니, 아떼오드)뮤지컬 ‘제이미’ 연습실. 제이미 역의 조권(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주협, 뉴이스트 렌, 아스트로 MJ(사진제공=쇼노트)뮤지컬 ‘제이미’ 영국 공연장면(사진제공=쇼노트)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출연진들. 왼쪽 위부터 랩터 역의 고상호·송원근·유리아·배나라, 오른쪽 위부터 플루토 고훈정·문태유·김우석·강지혜(사진제공=아떼오드)뮤지컬 ‘더모먼트’(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비바100] 잃어버린 얼굴 닮은 ‘달항아리’…‘나’에서 시작하는 역사의 아름다움

2020-06-30 17:00

“달항아리의 매력은 사람을 닮았다는 거예요. 사발 두 개를 연결해서 만드는 형태라 좌우대칭이 정확하지 않죠. 겉 표면은 매끄럽지도, 티끌 하나 없지도 않아요. 불완전한 듯 완전해 보이는 순백, 아름다움의 느낌이랄까요.”조영지 작가는 자신의 첫 출간한 그림책 제목과도 같은 ‘달항아리’에 대해 “사람을, 특히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고귀하게 쓰이라고 태어나 모진 풍파에 상처 입고 닳아 그 가치를 더한 달항아리, 겨울을 이겨내고 단단한 껍질을 깨고 새하얗게 꽃을 피우는 목련은 그렇게 사람을 닮았다. “펑퍼짐한 치마를 입은 할머니를, 새 하얀 저고리를 입은 할아버지를 닮은 느낌이에요. 새 하얀 표면의 얼룩, 상처들이 마치 엄엄한 역사를 지내온 할머니를 닮아서 더 아름답고 친근하게 느껴져요.” 그림책 ‘달항아리’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6.25, 이념전쟁 등으로 치닫던 시대를 관통한 억척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화자(話者)는 달항아리다. 억척네가 일본인 지주 집의 식모로 일하다 만난 달항아리는 해방일에 일본인 지주가 허겁지겁 도망을 가던 가운데 버려진 것으로 억척네가 “품어들었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올리기도 했던 달항아리에는 감자와 쌀로 채워져 산에 묻혔고 총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북한군들, 미군과 경찰들 등에 의해 비어갔다. “달항아리는 억척네가 일본인 지주 집에서 일하면서 귀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미래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걸 알았죠. 전쟁 때 그 달항아리 만큼 귀한 식량을 담아 산에 숨겨요. 감자랑 쌀은 아이들과 억척네의 목숨인 거죠. 국군, 미군, 북한군에 의해 그 목숨이 줄어들고 결국 비어가는 달항아리에 비유해 할머니의 고통을 상징화했죠.”계속되는 총성과 이별, 달항아리가 전하는 억척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살아낸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다. 이는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조영지 작가 조부모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다.“전쟁, 국가형성 초기 등에 많았던 민간인 학살에서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그때 두 분이 자식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자식을 남기고 가는 마음은 또 얼마나 안타까웠을까…그렇게 지키고 싶은 자손들이 달항아리처럼 모진 세월을 견디고 잘 살아 남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의 개인사지만 우리 역사 속 흔한 이야기죠. 지역이나 구체적인 사건 등을 넣지 않았는데 보편성을 가지기를 바랐고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이는 억척네의 얼굴이 한번도 드러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조 작가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연좌제가 있어서 돌아가시고 나서 증조할아버지께서 모든 사진을 불태우셨기 때문”이고 전했다. “저는 흔적이 지워진 사람들의 자손이에요. 기억하지만 얼굴은 모른 채여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죠. 더불어 전쟁의 주체, 학살의 주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다고.”책은 봉우리로 시작해 활짝 핀 목련으로 마무리된다. 조 작가는 “목련은 겨울을 보내고 피는 꽃”이라며 “겨울눈이라는 게 있어서 단단하다. 솜털이 있는 표면으로 겨울을 나고 꽃을 피워낸다”고 설명했다. 때 타지 않은 흰색의 달항아리의 처음처럼 눈부신 꽃을 피우지만 이내 시들고 상처로 얼룩진다. “목련이 필 때는 다들 눈 같고 아름답다고 하면서 지는 모습에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면 짠하고…시든 목련 꽃을 모으기도 했어요. 겨울을 이겨내는 단단함을 가진 꽃이고 형태 자체도 달항아리를 닮았죠. 목련은 굉장히 단단하고 아름답고 화사하며 고귀해보이죠. 달항아리도 왕실의 금사리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고귀한 존재예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아름답고 고귀하게 태어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로 더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죠. 아름다운 목련으로 가득 채운 달항아리처럼요.” 이에 조 작가는 달항아리를 투명하게 표현해 “달 같은 은은함을”, “귀하게 쓰라고 고급스럽게 만들었지만 모진 풍파에 생겨난 표면의 상처, 얼룩처럼 사연 많고 상처 많은 사람을” 투영했다. 조영지 작가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시간 순으로 무조건 외우곤 하죠. 하지만 역사는 우리 삶에 녹아 있어요. 역사를 이념전쟁, 거시적 사건의 배열로만 구성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경험, 잊혀진 사람들 개개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삶이 역사거든요. 우리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 역사를 이분들의 얼굴, 복장, 언어 등으로 남겨주고 싶었어요.”일제강점기부터 국가형성 초기까지를 다룬 ‘달항아리’는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가 아이들만 공부해야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교류’ ‘소통’의 시작점이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서로에게 말을 걸고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림책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이 작가는 왜 달항아리를 투명하게 그렸을까, 왜 목련일까, 달항아리는 누가 썼던 물건인가, 전쟁 때는 어떻게 살았나 등 얼마든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가 뻗어갈 수 있거든요. ‘달항아리’가 그런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이어 조영지 작가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주변에서 시작해 친근해지고 다가가갈 수 있는 역사, 교과서나 미디어가 아닌 ‘나에서 시작하는 역사’가 중요하다”며 “어르신들에게는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서로 돕고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배웠어요. 생각보다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상처는 힘들죠. 잘 아물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상처로 더 아름다워지는 달항아리, 목련처럼 우리는 더 단단해질 거예요. 코로나19도 그렇게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hurlkie@viva100.com달항아리 | 조영지 지음(사진제공=다림)‘달항아리’의 조영지 작가(사진=조영지 작가 본인 제공)달항아리 | 조영지 지음(사진제공=다림)

곽동연, ‘썸씽로튼’ 나이젤 바텀으로 첫 뮤지컬 도전

2020-06-29 17:00

“나이젤 바텀 역을 맡은 스물네살 곽동연입니다. 뮤지컬이 처음이어서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지난 27일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특별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곽동연이 ‘썸씽로튼’(8월 7~10월 1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그는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썸씽로튼’ 상견례에서 첫 뮤지컬 도전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쌈, 마이웨이’ ‘두번은 없다’ 등과 영화 ‘야구소녀’ ‘흥부’ 등에 이어 2017년과 2019년 연극 ‘엘리펀트송’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던 곽동연은 ‘썸씽로튼’으로 뮤지컬에 도전한다.지난해 첫 내한공연됐던 뮤지컬 ‘썸씽로튼’은 16세기 문화 르네상스 시대, 닉·나이젤 바텀 형제가 유아독존 ‘윌 파워’를 자랑하는 슈퍼스타 셰익스피어에 대항하기 위해 인류 최초의 뮤지컬 ‘오믈릿’을 만드는 여정을 따른다. 좌충우돌 ‘오믈릿’ 제작과정에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다양한 작품들, 브로드웨이 역사를 관통하는 뮤지컬들 장면 및 넘버가 패러디된다. 뮤지컬 ‘렌트’(Rent), ‘애비뉴 큐’(Avenue Q), ‘인더 하이츠’(In The Heights),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 등의 제작자인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과 ‘알라딘’(Aladdin),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스팸어랏’(Spamalot) 등의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이 의기투합해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이지나 연출과 서병구 안무감독,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국 첫 프로덕션 ‘썸씽로튼’ 팀의 막내이기도 한 곽동연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바텀 형제 중 동생인 나이젤을 연기한다. 형인 닉이 이끄는 극단의 메인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동경하며 자신만의 대본을 쓰고자 애쓰는 순수 청년이다. 창작의 고통과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대중들에 부담을 느끼며 고뇌하는 셰익스피어에 새로운 창작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서툴지만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로서의 성장과 청교도의 딸 포샤와의 로맨스 사이를 오가며 극을 이끈다.‘썸씽로튼’에는 곽동연을 비롯해 노윤·펜타곤 여원·임규형(이하 가나다 순)이 나이젤 바텀, 강필석·비투비 서은광·이지훈이 닉 바텀으로 출연한다. 닉의 아내로 여성 차별과 비하로 점철된 시대를 거스르는 진취적인 비아 역에는 리사·제이민, 나이젤의 연인으로 사랑에 용감한 포샤에는 이봄소리·최수진이 더블캐스팅됐다. 형제가 넘어야할 산인 셰익스피어는 박건형·서경수, ‘햄릿’을 ‘오믈릿’으로 둔갑시킨 어설픈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에는 김법래·마이클 리가 번갈아 연기한다. hurlkie@viva100.com곽동연이 ‘썸씽로튼’으로 뮤지컬에 도전한다(사진제공=엠씨어터)

[B사이드] 뮤지컬 ‘렌트’ 최재림 차기작 ‘킹키부츠’ 롤라 그리고 나의 ‘엔젤’ 같은 사람들

2020-06-27 19:00

“아주 에너지가 좋은 배우들이에요. 연습 때도 그렇게 신이 힘든데도 틈만 나면 입이 쉬질 않고 떠들고 장난치고 놀고…연습실이 차분한 날이 없었죠.”뮤지컬 ‘렌트’(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콜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재림은 치열했던 연습과정을 “연습 내내 치열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회상하며 “공연을 하면서도 한회 한회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은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eme)을 바탕으로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이 작·작사·작곡해 1996년 전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 로저(오종혁·장지후, 이하 관람배우 순), 미미(김수하·아이비), 마크(배두훈·정원영), 엔젤(김지휘·김호영), 콜린(최재림·유효진), 모린(전나영·민경아), 조앤(정다희), 베니(임정모) 등이 삶의 끝자락에서 치열하게 사랑하고 꿈꾸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차기작 ‘킹키부츠’에서도 엔젤들과 함께!극 중 최재림이 연기하는 콜린은 드래그 퀸(Drag Queen,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엔젤을 만나 사랑하고 그와의 이별마저 존중과 찬양의 순간으로 승화시킨다. 엔젤은 그의 차기작인 ‘킹키부츠’(8월 21~11월 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롤라와도 맞닿아 있다.‘킹키부츠’는 유명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넘버로 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찰리(이석훈·김성규,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드래그 퀸 롤라(강홍석·최재림·박은태) 등의 연대와 성장을 담고 있다. “드래그 퀸, 크로스섹슈얼이기도 한 ‘렌트’의 엔젤도, ‘킹키부츠’의 롤라도 사랑이 넘치는 인물이고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롤라’라는 역을 해봐서 엔젤이 더 쉽게 이해되고 빨리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형태가 다를 뿐 사랑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최재림은 2018년 세 번째 시즌에 이어 8월 21일 개막할 네 번째 시즌에도 롤라로 관객들을 만난다. 최재림은 ‘킹키부츠’에서도 롤라의 내면이며 동료이기도 한 엔제들과 호흡을 맞춘다. “롤라를 두 번째로 만나선지 프로필 촬영장에서부터 남달랐고 굉장히 편했어요. 어떻게 해야 예쁠지 고민도 했는데 롤라 자체가 너무 예쁜 사람이잖아요. 제가 즐기면 예쁘게 표현되더라고요.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신명나게 할 생각이에요.”◇연극과 병약한 그리고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꿈꾸다 “연극은 항상 하고 싶어요. (2017년) ‘타지마할의 근위병’이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뮤지컬과는 호흡부터 달랐어요. 뮤지컬이 음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한곡 단위의 호흡을 가졌다면 연극은 대사의 흐름으로 긴 호흡을 필요로 하죠. 배우에게 필요한 내구력, 무대 위 인내력과 체력 등이 요구되는 장르라 꾸준히 느껴보고 싶어요.”이렇게 전한 최재림은 “TV나 영화 등에도 언제든 열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작업 환경이나 방식이 너무 달라서 무대 일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양쪽 영역에 피해를 줄 수는 없어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병약한 역을 한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병석에 누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노래만 부르면 너무 살아나서…. 그리고 좀더 나이가 들면 어른이 돼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어요.”그리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2011년 초연, 2015년 게이브로 출연했던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의 아버지 댄. 2016년 초연부터 꾸준히 입양아 조씨 코헨으로 분했던 ‘에어포트 베이비’의 딜리아, 그랭구와르로 무대에 섰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롤로 신부 등을 언급했다.◇최재림의 ‘엔젤’ 같은 사람들 전수양 작가, 박칼린 연출, 이상녕 교수 “성악을 하다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응원해주신 스승 이상녕 교수님, ‘에어포트베이비’의 전수양 작가님, 아무 것도 아닌 학생 나부랭이(?)를 ‘렌트’로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수 있게 뽑아주신 박칼린 선생님이죠.”콜린의 ‘엔젤’ 같은 존재로 세 사람을 꼽은 최재림은 “(경원대학교 성악과 교수이자) 스승이신 이상녕 선생님은 시작점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나게 씨앗을 뿌려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성악 전공 학생이 다른 노래를 부르는 걸 그리 좋게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상녕) 선생님은 공연을 보러 오셨고 수업시간에도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하던 때처럼, 너처럼 노래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의 선택에 지지를 많이 해주셔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시작점을 만들어주셨죠.”이어 “현재 직업적인 정신적 지주는 전수양 작가님과 박칼린 선생님”이라며 전수양 작가에 대해서는 “세상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공연계와 배우로서 가져야하는 자세, 조심해야하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절 위해 ‘에어포트 베이비’를 써주시고 조씨 코헨이라는 인물을 최재림이 가진 성격과 색에 맞게 방향을 틀어주시기도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요즘은 ‘외롭다’는 감정의 거의 안들어요. 항상 힘이 돼주는 친구가 있고 제가 힘이 돼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요. 다섯 살 조카는 제가 ‘복면가왕’에서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고 부모님도 지지해 주시고…정서적 결핍 없이 아주 충만한 요즘이죠. ” hurlkie@viva100.com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뮤지컬 ‘킹키부츠’ 롤라 역의 최재림(사진=브릿지경제 DB, CJ ENM 제공)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

[人더컬처]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 “이제는 내 옷처럼! 장미같고 수국같은 엔젤과 함께”

2020-06-27 17:00

“11년만에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르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옷을 꺼내 입은 느낌이에요. 그때는 옷이 좀 튀었는데 이제는 내 옷 같이 편해요. 별로 연기를 안하는 것 같은, 너무 즐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뮤지컬 ‘렌트’(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의 콜린으로 분하고 있는 최재림은 11년만에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달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6연승 기록을 세운 ‘주윤발’ 위너 강승윤의 질주를 막아선 ‘방패’로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던 최재림은 2009년 ‘렌트’ 콜린으로 데뷔해 ‘아이다’ ‘킹키부츠’ ‘시트 오브 엔젤’ ‘에어포트베이비’ ‘노르트담 드 파리’ ‘마틸다’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성장했다. 그의 데뷔작인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eme)을 변주해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작·작사·작곡으로 1996년 전세계 초연됐다.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이자 시한부로 삶의 끝자락에 선 로저(오종혁·장지후, 이하 관람배우 순), 미미(김수하·아이비), 마크(배두훈·정원영), 엔젤(김지휘·김호영), 콜린(최재림·유효진), 모린(전나영·민경아), 조앤(정다희), 베니(임정모) 등의 사랑과 꿈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았다. “앤디 세뇨르 주니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연출이 합류하면서 원래 ‘렌트’가 가진 날 것 그대로를 재밌게 하고 있어요. 공간적으로도 많이 달라요. 데뷔한 한전아트센터는 무대가 진짜 커서 돌아다닐 공간도 많게 느껴졌었어요. 이번 ‘렌트’는 꽉 찬 느낌이죠. 운동장이라기 보다는 내 방 같은 느낌이랄까요. 공간 뿐 아니라 조명도 따스해서 인물들끼리 ‘꽁냥꽁냥’하고 있죠. ‘아웃 나이트’(Out Night)에서 미미가 머리를 풀 때 반짝이가 떨어지는 연출은 귀엽지 않나요?”이전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전한 최재림은 “앤디 연출님이 많은 소재, 역할에 대해 충분히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셨다”며 “특히 인물은 목표도, 감정도 같지만 한 방향으로 맞추기 보다는 배우가 표현하는 감정을 증폭하려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저는 콜린과 많이 닮아 있어요. 둥글둥글 사람 좋고 포용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그래요. 현실적이고 이성과 논리로 똘똘 뭉친 건 베니를 닮았죠. 친구들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집요함도 그래요.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고 감정적으로 개입하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방관자 같은 마크의 모습도 닮은 듯하고…23세까지는 로저랑 비슷했어요. 즉흥적이고 화도 많고.”◇25세의 넘치는 에너지, 36세의 내적 순간 담은, 최재림의 콜린 “다시 ‘렌트’를 한다면 로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마크나 베니도 잘할 자신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 ‘렌트’는 여러 가지로 궁금했어요. 20주년 공연에서 데뷔했던 역할로 돌아간다면 뭐가 달라져 있을까, 어떻게 알을 깨고 나왔을까 등이요. 제가 가진 현재 능력치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콜린이라는 생각이 들었죠.”‘렌트’는 최재림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2009년 스승인 박칼린 연출에 의해 콜린으로 데뷔한 최재림은 20주년 기념 공연에도 콜린으로 돌아왔다. 당시와 달라진 콜린에 대해 “무게가 실렸달까…어른이 된 만큼 느껴지는 감정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리딩만으로도 음악 때문에 너무 신났고 에너지를 폭발시켰어요. 그런데 이번에 리딩을 할 때는 로저랑, 마크가 베니한테 잘못했네, 참 이 인물들 철없다는 생각이 한켠으론 들었어요. 로저, 마크, 미미, 콜린, 모린 등 왜 이렇게 다 철없고 이기적인지, 어떻게 이렇게 자기만 생각하나 싶었죠.”최재림의 의문은 앤디 세뇨르 주니어 연출의 “살 날이 얼마 안 남아서,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는데 이루고 싶은 게 있어서다. 그들에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 마음을 집중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는 답으로 해소됐다.배우 최재림의 성장만큼 자랐고 묵직해진 콜린에 대해서는 “저 역시 콜린처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조화롭게 사는 사람”이라며 “콜린이라는 인물의 어른스러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대사와 음악이 저에게 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됐어요. 스물다섯의 콜린은 엔젤을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졌죠. ‘이런 사랑이 오다니’라는 감탄이었다면 지금 저의 콜린은 엔젤에게 매력과 호감을 느끼고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지만 경계를 쉽게 풀지 않으려 노력해요. 엔젤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콜린에겐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이어 최재림은 “앤디 연출과 얘기를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삶이 별로 남지 않는 인물이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너무 좋지만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잖아요. 그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면 얼마 남지 않은 삶은 또 어떻게 살까….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아무 것도 필요 없다’ ‘1000번의 키스면 된다’는 엔젤의 진실이 담긴 농담을 듣고서야 두렵지만 마음을 열고 한발 내딛어 볼까 하는 내적 순간이 있죠.”◇사랑하는 엔젤과의 이별…‘장미꽃’ 김호영 ‘수국화’ 김지휘“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에 잠식되기 보다는 그 자리를 떠난 엔젤에 대한 헌정과 찬양하는 순간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요. 완벽하게 해내진 못하지만…누군가 떠나보낸다는 건 남은 사람들에게는 큰 슬픔이죠. 그 슬픈 이유가 같이 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인 것 같거든요.”사랑하는 엔젤과 이별하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전한 최재림은 “너무 행복했던, 혹은 안좋았더라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그와의 기억 때문에 슬픔도 찾아오고 위안도 받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추억이 기쁨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제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한 순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죠.”그리곤 사랑하는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엔젤 역의 김호영과 김지휘에 대해 “둘 다 너무 예쁘고 화려한데 성격의 차이가 있다”며 ‘장미꽃’과 ‘수국화’라고 비유했다.“(김)호영이 형은 사람 자체가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하다면 (김)지휘 형은 차분하죠. 하나의 엔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배우 자체와 엔젤이 만나는 지점을 살리다 보니 똑같이 아파하고 세상을 떠나는 데도 달라요. 콜린을 대하는 사랑 방식도 조금씩 다르죠. 화려함과 향기로움의 차이랄까요.”◇모두가 주인공, 거칠고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으로!“연습 초반 앤디 연출이 로저에 대해 설명했을 때 배우들의 ‘로저는 왜 이렇게 미친 사람 같냐, 화를 냈다가 풀렸다가 종잡을 수가 없다’는 질문에 ‘살 날이 얼마 안남아서’라고 답했어요. 로저는 마지막 곡을 쓰기고 결심하면서 1년 동안 잡지 않았던, 튜닝도 안된 기타를 잡았는데 초반부터 방해를 받아요. 마크 엄마, 베니가 전화를 하고 미미, 엔젤과 콜린 등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죠. 그래서 화를 낼 수밖에 없고 짜증과 답답함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해 주셨죠.”그리곤 “강렬하게 매달리고 해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이 하려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이번에 앤디 연출이 앙상블 배우들에게 요구한 것이 ‘명칭만 앙상블일 뿐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거였어요. ‘너희들이 짧은 솔로를 하건 대사 한 마디를 하건 주인공의 넘버이자 대사이니 그게 잘 돋보이도록 연기하라’고 했죠. 어느 한곳으로 포커싱하기 보다는 구석 구석 볼 것들, 메인스토리가 너무 많은 게 ‘렌트’의 매력이죠.”그 매력이 잘 투영된 넘버로 ‘산타페’(Santa Fe),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 신 ‘유어 아이즈’(Your Eyes), ‘라 비 보엠’(La Vie Boheme) 등을 꼽았다. 그는 “대여섯 가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신들”이라며 “개개인 배우들이 생각해서 만들고 표현해 합쳐진 장면들”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신은 ‘산타페’예요. 이유는 정확히 설명이 안되는데 그 신과 노래 자체가 공연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편해져요. 설렁설렁한다기 보다 진짜 즐기는 느낌이죠. 마크는 길거리 노숙자를 촬영하다가 ‘내 삶을 너의 예술작품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욕을 먹고 저는 엔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산타페’라는 지역이 막연하게 꿈꾸는 그 이상향이 아닐지언정 콜린에겐 이상적인 공간이죠.”최재림은 “에이즈, 동성애, 마약, 사회문제 등 ‘렌트’는 (1996년 초연) 당시에는 중요했지만 조명받지 못한 소재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며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 19)가 전세계에 퍼진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들, 스태프들 마음 한편에는 우리 중 누구 하나가 잘못되거나 자기 관리를 잘못하면 취소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질병의 명칭은 다르지만 ‘렌트’에 대한 공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뭔지 모르겠고 거칠고 어지럽고 딱딱 떨어지지 않는 난장판,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죠. 빨려 들어가게 하는 건 음악, 에너지 등 각각 다 달라요. 그게 무엇이든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죠. 관객분들도 무대 위 사람들의 일원이 돼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코로나19 습격에서도 발휘되는 ‘렌트’ 정신!“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렌트 정신’ 같아요. ‘렌트’ 중에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라는 가사처럼요. 엔젤이 말하는 ”1000번의 키스“만 주면 온힘을 다해 사랑하겠다, 로저가 더 늦기 전에 곡 쓰겠다 등 목적은 다르지만 이루고자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내요. 어떤 어려움이든 장애든 이겨내고 살아가려고 하는 것, 그게 ‘렌트 정신’이죠.”최재림은 ‘렌트 정신’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1년의 시간, 52만 5600분을 어떤 방식으로 지내느냐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그리곤 “지금 저의 ‘렌트 정신’은 (코로나19에 지지 않도록) 방역을 철저히 해 ‘렌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서로 교류도, 만나기도, 얘기를 나누기도 힘들고 조심스러운 시기예요. 혼자서 해야하는 것들이 많죠. 사람이 모든 걸 혼자서 하다 보면 지치곤 해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을지 ‘렌트’를 보시면서 다시 시작할 힘을 받아가시면 좋겠어요. 로저와 미미가 굉장히 격렬하게 서로에게 지지 않은 사랑을 해나가는 것처럼 매일 밤 저희 배우들이 ‘렌트’ 에너지를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hurlkie@viva100.com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2009년 데뷔 당시 ‘렌트’의 최재림(왼쪽)(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뮤지컬 ‘렌트’ 중 ‘Happy New Year’. 장미 같은 엔젤 김호영(왼쪽)과 콜린 최재림(사진제공=신시컴퍼니)2020년 뮤지컬 ‘렌트’ 중 ‘Today 4 U Tommorow 4 me’를 부르고 있는 ‘수국’ 같은 엔젤 김지휘(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뮤지컬 ‘렌트’ 콜린 역의 최재림(사진=이철준 )

조영남 '대작' 무죄, 예술적 정의(正義)와 한국 미술계 현실 논의로 이어져야

2020-06-27 14:00

2016년부터 5년여간 재판정에 섰던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이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에 따르면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 작품으로 팔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대작 사건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해 원심을 확정했다. 조영남은 2011년 9월~2015년 1월 화가 송씨 등의 그림에 가벼운 덧칠을 한 21점을 17명에게 팔아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데는 송씨의 신분 및 역할 판단이 주요했다. 1심에서는 송씨를 ‘독자적 작가’로, 항소심에서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1심에서는 독자적 작가인 송씨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조씨의 행위를 구매자를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화투 소재의 그림은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며 송씨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조수를 이용하는 제작 방식이 미술계 관행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다.” 대법원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다면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예술경영지원센터, 선재아트센터 등의 고문변호사인 이재경 건대 교수는 “조영남이 직접 그림을 그렸는지 여부가 구매자들과의 명시적인 거래 조건이 아닌 이상 예술품의 작업 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며 “사법권이 함부로 개입해 예술 여부를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다. 법률적 판단의 범주를 지나치게 넓히려는 사법 만능주의의 폐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미술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현대미술 맥락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하는가 하면 “작가 양심의 문제”와 “모든 현대미술작가들이 조수를 쓰는 것으로 오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더불어 “자본이 지배하는 한국 예술계 현실에 던져진 숙제”라는 자성, 가수·배우 등이 화가활동을 병행하면서 전업작가들이 겪는 괴리와 자괴감, 예술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숙고의 필요성 등이 혼재되고 있다.재판에서 조영남 ‘대작 사건’이 무죄를 받은 데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이 적용됐듯 예술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법이 아닌 예술의 영역이다. 법적 정의(正義)와 예술적 정의(正義), 그 거대한 간극이 미술계에서 고민되고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대작 여부나 조수 이용이 옳다 그르다의 싸움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책무와 태도, 현대미술의 정의 및 영역, 대한민국 미술계의 현실 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할 문제다. ‘화가’ 혹은 ‘예술가’ 그리고 그 뒤에 붙는 이름값에 실린 무거운 책무와 가치, 정의(正義)에 방점이 찍힌 논의가 이뤄져야할 때다. hurlkie@viva100.com‘대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영남이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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