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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샤일록과 메피스토…어쩌면 ‘악역’에 주목한 고전의 변주,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 ‘메피스토’

2019-05-23 07:00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혼을 꿈꾸는 친구를 위해 돈을 빌린 젊은이에게 1파운드의 살을 떼어내려는 유대인 악덕 사채업자 샤일록, 노교수를 ‘젊음’과 ‘사랑’ ‘쾌락’ 등으로 유혹해 영혼을 거두려는 악마 메피스토.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대표작 ‘베니스의 상인’과 ‘파우스트’가 뮤지컬로 변주된다.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5월 28~6월 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과 ‘메피스토’(5월 25~7월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는 대문호의 작품 속 ‘악역’에 주목한다.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페스트’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의 박근형 작사·각색·연출, ‘록키호러쇼’ ‘마마돈크라이’ ‘광화문연가’ ‘오! 캐롤’ ‘에드거 앨런 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김성수 작곡·음악감독이 변주한 작품이다.이탈리아의 상인 안토니오(이승재·주민진)가 결혼을 하려는 친구 밧사니오(허도영)와 거부의 상속녀 포샤(유미)를 돕기 위해 자신의 살 1파운드를 걸고 유태인 사채업자 샤일록(김수용·박성훈)에게 돈을 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예술감독은 “셰익스피어 작품은 운율과 비유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됐을 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시적인 표현들을 간소화하고 내용에 집중했다. 과거 유럽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도록 시대적 배경보다는 인간사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박근형 연출은 “뮤지컬도 연극의 큰 틀에서 다르지 않으나 음악이 큰 힘을 가진다. 다만 셰익스피어 시대의 작품을 동시대 초점에 맞추기는 어렵다. 워낙 뛰어난 버전의 (연극) 작품들도 많다. 셰익스피어 원작은 압축하되 음악으로 감동을 전할 것”이라며 “극 중 인물인 샤일록에 대한 각자의 느낌이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이어 “우리 시대의 샤일록은 과연 어떤 부류인가? ‘셰익스피어가 이야기했듯이’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라면 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샤일록은 그 시대, 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온 인물입니다.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죽은 아내와과 딸에 대한 애정도 큰 인물이죠. 돈만 밝히는 고리대금업자로 몰인정한 인물이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살면서 겪었던 차별에 대해 복수심을 가지고 있어요. 법률로 판단했을 때도 위법인 부분도 없죠. 스스로에게는 옳은 상태고 결국 옳고 그름이 뒤바뀐 상태로 재판이 진행됩니다. 다만 그는 더불어 살지 않았어요. 과연 비난만 받아야 할 인물일까.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김성수 음악감독도 “샤일록은 복잡한 인물이다. 유대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화가 담겨 있다”며 “그렇다면 안토니오는 완벽한 인물일까? 포샤는 현명한 여인인가?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음악에 대해서는 “각각의 캐릭터에 주안점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음악적으로 판단할 수 없도록 했다. 각 캐릭터가 가진 가치관의 방향에 따라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돕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장르적으로는 중극장 규모의 크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음악입니다. 오페레타에서 이어내려온 클래시컬한 음악으로 챔버팝(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음악의 양식으로 클래식의 요소를 록 음악의 작곡 및 녹음에 사용한다), 빅밴드(재즈나 댄스음악을 연주하는 대편성의 악단), 엠비언트(일렉트로닉 뮤직 중 하나로 반복적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멜로디 구조를 부각시키는 인스트루멘틀 음악) 등 음악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죠.” 뮤지컬 ‘메피스토’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인간의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해 다루는 체코 뮤지컬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70세의 교수 파우스트와 그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하는 악마 메피스토의 이야기다. 음울하고 기괴하며 어렵기만한 ‘파우스트’를 유머러스한 분위기,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감각적인 조명과 안무, 캐릭터의 재해석, 클래식을 바탕으로 잘게 쪼개 다양하게 변주한 40여곡의 넘버 등으로 무장했다. 무엇보다 강점이 되는 요소는 넘버와 음악이다. ‘태풍’ ‘크리스마스 캐롤’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의 나라’ 등 한국 뮤지컬과 딤프 초청작 ‘카사노바’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Zdenek Bartak)의 아들인 다니엘 바르탁(Daniel Bartak)이 작곡과 음악을 책임졌다.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넘버를 꾸리는 데 집중한 ‘메피스토’는 온전한 솔로 보다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로 불리는 노래들을 잘게 쪼개 넘버를 꾸렸다. ‘파우스트’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중세시대의 플로렌스에 맞는 클래식 음악 5종류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음악을 접목했다. 클래식 음률에 탱고, 중세 유럽 기사들의 행진곡 등이 가미되는 식이다. 하지만 낯선 ‘파우스트’의 변주는 라이선스돼 한국화되면서 또 다시 대폭 변화된다.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칠서’ ‘아이언 마스크’ ‘서울의 달’ 등으로 호흡을 맞춘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한국화의 막바지 작업 중이다. 더불어 아이돌그룹 멤버들과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 고루 캐스팅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피니트 남우현, 빅스(VIXX) 켄, 사우스클럽 남태현, 핫샷(Hotshot)의 노태현이 악마 메피스토이자 젊어진 파우스트를, 신성우·김법래·문종원이 70세의 파우스를 연기한다. 더불어 권민제(선우)·린지·구구단 나영, 김수용·정상윤·최성원, 백주연·황한나 등이 캐스팅됐다. hurlkie@viva100.com뮤지컬 ‘베니스의 상인’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뮤지컬 ‘베니스의 상인’ 김성수 작곡·음악감독(왼쪽), 박근형 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뮤지컬 '메피스토' 포스터.(사진제공=메이커스)

[비바100] ‘보물창고’ 13년차 뮤지컬 페스티벌…알고 보면 우리는 ‘딤프’ 동기·동창!

2019-05-22 07:00

뮤지컬 ‘메피스토’ ‘플래시댄스’ ‘아이 러브 피아프’ ‘번지점프를 하다’ ‘더 픽션’ ‘풀하우스’ ‘블루레인’ 그리고 강필석, 고훈정, 최연우, 오소연, 이하나, 박은태, 박유덕…. 새로 제작되거나 이미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작품이자 스타들인 이들의 공통점은 올해로 13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6월 21~7월 8일, 이하 딤프) 동창생이라는 것이다. 올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투어한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지난해 딤프 폐막작이었다. 개막작이었던 ‘메피스토’(5월 25~7월 28일 광림아트센터 BBCH)는 인피니트 남우현, 빅스(VIXX) 켄, 핫샷(Hotshot)의 남태현·노태현, 신성·김법래·문종원, 권민제(선우)·린지·구구단 나영, 김수용·정상윤·최성원, 백주연·황한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하고 관객을 만날 막바지 점검 중이다. 더불어 지난해 해외 초청작 중 하나인 ‘아이 러브 피아프’는 한국 제작사에서 판권을 사들여 무대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딤프 관계자는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소개하고 라이선스를 사고파는 실질적인 아트마켓의 역할이 본격화된 지난해 작품이 대거 한국관객을 다시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뮤지컬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우여곡절과 외길걷기가 있었다. 해외 초청작 뿐 아니라 4회(2010년)부터 매해 4편씩 선보이는 창작지원작들 중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더 픽션’(6월 30일까지 TOM2관)은 제11회 창작지원작 중 하나로 벌써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제작사 HJ컬쳐와 같은 작품의 조연출 출신인 윤상원 연출 데뷔작으로 소설가 그레이 헌트(박유덕·주민진·박규원, 이하 관람배우·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그의 팬이지 신문 와이트 히스만(박정원·강찬·유승현), 형사 휴 대커(김준영·박건·안지환)가 이끌어가는 3인 뮤지컬이다. 첫 번째 창작지원작 대상작인 ‘번지점프를 하다’는 2012년, 2013년, 2018년 공연됐고 지난해 대상작으로 추정화 연출·허수현 작곡가 콤비작인 ‘블루레인’은 올해 딤프 초청공연에 이어 하반기 서울 대학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들 외에 2010년 창작지원작 중 하나인 ‘풀하우스’, 2011년의 ‘모비딕’, 10회(2016년) ‘장 담그는 날’ 등이 딤프를 거쳐 서울 관객을 한번 이상 만났다. 작품과 더불어 풋풋했던 시절의 뮤지컬 스타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인우 역의 강필석, 태희 최연우(당시 최주리), 아내 정운선, 친구 대근 역의 임기홍, 혜주 역의 오소연을 비롯해 2010년작 ‘풀하우스’의 안유진·박유덕, 2011년작 ‘모비딕’에 출연했던 ‘파가니니’의 액터뮤지션 콘(KorN) 등이 딤프 동창생들이다. 7회(2013년) 개막작인 이지나 연출의 ‘아리랑, 경성 26년’에는 JTBC ‘팬텀싱어’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멤버인 고훈정, ‘지킬앤하이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랑켄슈타인’ ‘벤허’ ‘팬텀’ 등의 박은태,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더 데빌’ ‘록키호러쇼’ 등의 이하나, 연극 ‘어나더컨트리’로 연출 데뷔하는 김태한 등이 대거 출연했다.1926년 여고를 졸업한 노지용(안은진)·양증인(이하나)·반재령(김한나)이 당대 최고 배우 나운규(김태한)와 영화 ‘아리랑’ 제작자 이산엽(고훈정)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이하나는 지용의 친구 증인을, 고훈정은 ‘아리랑’ 제작사 조선 키네마 프로독션의 음악가 이산엽을, 김태한은 배우이자 감독 나운규를 연기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박은태가 지용의 친일 성향 약혼자 예미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hurlkie@viva100.com라이선스돼 한국 프로덕션 개막을 앞두고 있는 '메피스토'는 제12회 DIMF 개막작이었다(사진제공=딤프 사무국)국내 제작사가 판권을 사들여 라이선스될 ‘아이 러브 피아프’(사진제공=딤프 사무국)지난해 창작지원작 대상 뮤지컬 ‘블루레인’은 올해 딤프 초청공연을 비롯해 하반기 대학로 공연이 예정돼 있다.(사진제공=딤프 사무국)2013년 개막작 ‘아리랑, 경성 26년’에 출연했던 고훈정(가운데 왼쪽)과 박은태(사진제공=딤프 사무국)

[B그라운드] 아프지만 들춰내 '갑론을박'해야 할 지금, 우리 이야기…연극 ‘킬 미 나우’

2019-05-22 00:45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화두들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한, 지금 시대에 충분히 해야할 질문들이지 않나 싶습니다.”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킬 미 나우’(7월 6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오경택 연출은 “작품 보다는 시대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며 “안락사,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예전보다 공론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연극 ‘킬 미 나우’는 연극·영화 ‘가면 속의 정사’, TV시리즈 ‘퀴어 애즈 포크’ 등의 작가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 희곡을 ‘레드북’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의 오경택 연출, ‘프라이드’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더 헬멧’ 등의 지이선 각색으로 꾸린 작품이다. 2016년, 2017년 초·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킬 미 나우’는 17세의 지체장애 소년 조이(윤나무·서영주,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그를 돌보는 작가 출신의 아버지 제이크(이석준·장현성)의 사랑과 아픔을 다룬 성장극이다. 이들의 성장에는 제이크의 연인 로빈(서정연·양소민), 모든 게 괜찮아야만 했던 제이크의 여동생 트와일리(문진아·임강희),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이의 유일한 친구 라우디(김범수·이시훈)가 동행한다.“이같은 이슈들에 대한 공론화 현상은 사회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이라고 생각해요. 의견의 엇갈림은 예전에도 존재했으나 지금만큼 회자되진 않았죠.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소재나 주제들이 초·재연보다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한 오경택 연출은 “장애, 죽음, 안락사 등 이슈들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시작부터 ‘킬 미 나우’를 지키고 있는 이석준과 윤나무“이 공연 한회 한회를 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행복합니다.”2016년 초연부터 제이크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석준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장애인, 성, 불륜 등이 잘못하면 찬반으로 나뉠 것 같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하지만 바라보는 분들은 제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열려 있었고 걱정보다 빠르게 흡수했어요. 그런 것들이 누적돼 생각과 시선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의 피드백과 박수가 무대에 설 수 있고, 다음 공연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줬어요.”이렇게 전한 이석준은 “연습 과정에서 힘들지만 서로를 북돋우려는 에너지가 굉장히 강했다”고 덧붙였다. “3년 전보다 저는 나이를 먹었고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변한 생각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날 수 있어요. 하지만 (자연스레 녹아나는) 그걸 넘어선 특별한 걸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은 극이 달라지지 않아도 시대에 맞춰 변하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진다고 생각해요.”초연부터 조이로 이석준과 부자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나무는 “아직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하는 이야기”라며 “3년 동안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윤나무라는 사람의 생각을 투영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아파도 들춰내 공론화해야할 이야기들 “작품 자체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관객으로서 초연을 봤는데 ‘언젠간 꼭 해보고 싶다’ ‘ 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죠.”7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현성은 이렇게 전하며 “2시간 남짓의 공연 중 단 1초도 저희 고민이 들어가지 않은 시간이 없다”며 “할 수 있는 고민의 끝까지를 담은 밀도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양소민은 “로빈이라는 여자가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이크 가족을 만나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삶을 주체적으로 살 용기를 배운다고 느꼈다”며 “처음 대본과 공연을 봤을 때 제가 느낀 걸 잘 표현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임강희는 “배우로 떨어져서 봤을 때는 모든 신이 아프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트와일라로 살고 연기하다 보니 아프기 보다는 행복한 게 더 많았다”며 “아픈 상황이지만 서로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문진아는 트와일라에 대해 “나 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이 여자는 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희생, 지원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하지만 하다 보니 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오빠(제이크)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고…그럼에도 오빠의 마지막 결정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는, 오빠를 잘 보내는 트와일라가 되려고 하는 중이죠.” 라우디 역의 이시훈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것 보다 틱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데 무서움을 느겼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안다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도 폐가 되는 게 아닐까,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라우디 김범수는 “웃음으로 이겨내는 라우디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며 “어떻게 접근할까고민하다가 라우디의 대사에서 답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라우디의 ‘난 늘 괜찮지 않았고 혼자였고 날 돌봐야했다’는 대사처럼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쳐 우울해 하기 보다 순간순간 행복하려는 과거 라우디의 전사에 접근하면서 괜찮아졌죠.” 장현성은 “장애, 안락사 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사회에서 조금씩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일반 시민들 누구나 그런 영역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애써 모른 척 살아가지만 우리 삶에 적극적으로 들어와 있죠. 이를 공론화하고 얘기를 나눠보고자 하는 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류의 작품들이 많이 보여져야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hurlkie@viva100.com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데스크칼럼] 보다 엄중해져야 할 ‘인플루언서’ 이름값

2019-05-21 14:26

인기 유튜버의 퍼스트클래스 사용기와 500만 달러에 달하는 모델료를 받은 할리우드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 동영상. 조회수는 5200만뷰와 600만뷰로 그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이 인기 유튜버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에게 일등석 항공권을 제공하고 그 사용기를 동영상으로 공유했을 때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5년 간 5억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유투버이자 영화제작자이 케이시 네이스탯의 동영상이 제니퍼 애니스턴의 광고 동영상 조회수보다 6배 이상 높았던 현상은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영향력을 논하는 데서 빠지지 않는 사례다. 유트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일컫는 ‘인플루언서’의 이름값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TV콘텐츠에도 빈번히 등장하는가 하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남 다른 미모와 끼 등으로 무장한 특출난 스타들과 달리 나와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이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상위권에 오른 지도 이미 오래다. 그렇게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이끈 인플루언서는 ‘크리에이터 드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향력이 높아갈수록 인플루언서의 폐해도 꾸준 대두되고 있다. 엄청난 파급력을 누리면서도 책임감이나 마땅한 고개응대의 미숙함, 챙길 것만 챙기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나 몰라라 하는 먹튀, 과도한 협찬 요구, 고의성 악성리뷰 등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 예가 최근 불거진 ‘임블리’ 사태다. 피팅모델이자 SNS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의 상무이사 임지현씨는 인플루언서로서 이름을 알리며 8년 연속 흑자, 970억원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호박씨까지 추출한 리얼 호박즙’ 곰팡이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의 소비자 대응에 그간 유야무야 넘어가던 식품 및 화장품 관리 문제, 화장품 성분 논란, 의류의 무단 카피 및 품질 의혹, 갑질 논란 등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사건이 커지자 임블리의 모회사인 부건에프엔씨는 회견을 열어 임지현씨가 상무직에서 물러나고 식품 부문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표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로는 계속 활동할 것이라는 발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공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을 알린 임블리쏘리(imvely_sorry)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9만명을 넘어섰고 피해 사례를 모아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알리기도 했다. 시작은 개인 SNS 계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향력과 파급력이 확산되고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인플루언서는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어야 했다. 법조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맹목적인 팬덤으로 인플루언서를 따르기 때문에 이들의 허위·과대광고 등 기만적인 상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 등의 전방위적인 규제 및 지도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오픈마켓 운영자에 대한 기여책임 법리를 지금 당장, 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플랫폼들이 인플루언서에 대한 내부 관리지침이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이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플루언서들의 ‘이름’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영향력과 파급력 그리고 그에 따르는 무시 못할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이름값’이 엄중해져야 하는 이유다.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문화부장

[B그라운드] 전통은 잇고 블랙리스트, 미투 사태는 털어내고! 다시 초심으로…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

2019-05-20 14:00

“블랙리스트, 미투 등에 대해 한국연극협회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반목하면서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연극계 선배들, 사랑해준 관객들, 젊은 연극인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반성하고자 합니다.”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15일 열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6월 1~25일) 간담회를 지난 행정부에서 행해졌던 블랙리·미투에 대한 침묵과 동조 등에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주제로 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경숙이, 경숙 아버지’, 전쟁·군대·4대강사업 등을 담은 ‘냄비’,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썬샤인의 전사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갇힌 현시대를 그린 ‘꽃 피게 하는 것은’, 강제 이주 동포들의 비극 ‘1937년, 시베리아 수수께끼’, 잠수정에 갇혀 죽음을 앞둔 인간의 본성을 다룬 ‘고래’, 사랑요양원 노인들의 로맨스 ‘꽃을 받아줘’, 전쟁을 관광상품화한 현대인의 삶을 다룬 ‘전시조종사’ 등 전국에서 모여든 16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1977년 전국연극제 출범, 2016년 대한민국연극제로 개명 그리고 4회 아닌 37회 대한민국연극제로의 회귀 등 올해로 37년차를 맞은 연극제는 시대의 풍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국연극제로 33년 간 유지됐던 행사는 2016년 블랙리스트 실행처였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고로 대한민국연극제로 개명하고 4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4회가 아닌 37회 대한민국연극제로 지정한 것은 한국연극협회와 서울 지회인 서울연극협회가 의기투합해 37년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블랙리스트·미투 등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 위함이다. ◇전통은 잇고 적폐는 털어내고…다시 출발선에! “균형 발전, 창작극 발전을 모토로 하며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연극계의 유일한 연극제가 운영미숙 혹은 작품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걸 내버려둘 수만은 없었습니다.” 연극제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오태근 이사장은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운영이 누적되며 내홍을 겪은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창작 희곡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최종 완성도 예측이 어렵다. 그럼에도 연극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없애기 보다는 잘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1, 2월 한국·서울연극협회 집행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연극제를 통해 연극 활성화의 새싹을 틔우려 합니다.”연극제의 집행위원장인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은 “서울연극제가 블랙리스트를 거부하고 타깃이 됐지만 이겨낸 것처럼 대한민국연극제를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서 위상을 회복하고 도약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을 보탰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의 가장 큰 변화는 예술감독제 최초 도입이다. 첫 예술감독으로 낙점된 박장렬 작·연출은 “전통과 숫자가 쌓이는 건 어렵고 무너뜨리는 건 너무 쉽다”며 “전통과 역사를 잇고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건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처럼 과거 몇 년 동안 연극계는 힘들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이 힘든 시기에 대학로에서 다시 대한민국연극제를 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죠. 그런 과정 속에서 예술감독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창작극은 아기를 키워 가는 일입니다. 순수하고 열정이 있는 연극인들이 37년 동안 연극제를 키워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박준호의 테마송 ‘플레이’와 네트워킹 페스티벌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는 주제로 만든 곡입니다.”이번 연극제에는 친숙하고 젊은 행사를 목표로 랩 테마송 ‘플레이’(Play)를 제작했다. 이 테마송을 작사한 래퍼 박준호(PULLIK)는 “유튜브,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볼 수 있는 음악, 그림, 사진, 옷, 영상 등을 모두 예술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접하는 예술에 영향을 받아 2차 창작물이 나오는 현상 등이 재밌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호는 Mnet의 고교 랩 대항전인 ‘고등래퍼’ 시즌2 출연자로 ‘인형의 집 파트2’ ‘슬기로운 감빵생활’ ‘정글의 법칙’ ‘궁합’ ‘대립군’ ‘침묵’ 등 무대·TV·스크린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박호산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번 연극제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 연극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그리고 차세대 연극인 육성을 위한 네트워킹 페스티벌의 신설이다. 특히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전국의 연극인들이 2박 3일 동안 함께 하며 공개 프레젠테이션과 심사를 진행한다. 전국 16개 지회 지부에서 추천한 35편 중 공개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12편(초연작 4편, 재연작 8편)이 경합을 벌인다. 박장렬 예술감독은 “연극인을 중심으로 만나 얘기하고 어떤 예술적 정신, 사회적 사명감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사회적으로 네트워크하자는 의도”라며 “단지 공연 뿐 아니라 ‘네트워크 데이’라는 2박 3일 워크숍을 통해 얘기하고 연구하고 논의한다”고 설명했다.“6월 1일이 개막식인데 대학로에 큰 집회가 두 개나 잡혀 있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뜨거운 열기와 열정을 가지고 대학로에 모여 사회현상을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hurlkie@viva100.com전통을 잇는 동시에 적폐는 털어내고 다시 출발점에 선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연합)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 본선 진출작들(사진제공=연극제 사무국)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 포스터(사진제공=연극제 사무국)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 본선 진출작들(사진제공=연극제 사무국)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의 조직위원장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왼쪽부터), 박장렬 예술감독, 집행위원장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연합)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인 서울 테마송 작사가 풀벅 박준호(연합)

[B그라운드] 설치극장 정미소 안녕, 윤석화의 ‘아름다운 도리’…‘It Was Our Time’

2019-05-17 22:00

“지극히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관객이, 그 관객과 함께 한 시간들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17년 동안 이 극장의 머슴역할을 하면서 아픈 일도 힘든 일도 많았고 울고 웃고 그랬어요. 막상 이 공연하면 너무 아플 것만 같습니다.”17년간 운영해온 설치극장 정미소의 폐관작으로 공연될 ‘딸에게 보내는 편지’(6월 11~22일) 제작발표회에서 윤석화는 삽입곡 중 하나인 ‘잇 원 아워 타임’(It Was Our Time)을 부른 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나에게 주어진 데서 최선 다할 수 있었고 부족했지만 그 흔적이면 될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2002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문을 연 정미소는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문 닫게 된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영국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Arnold Wesker)의 동명희곡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1992년 임영웅 연출과 윤석화가 산울림극장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연했다. 가수로, 미혼모로 살았던 엄마가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보내는 10가지 교훈을 편지 형식으로, 5곡의 노래로 풀어낸 모노드라마다. 2013년 서울 및 웨스트엔드 공연을 목표로 2012년 원작자 아놀드 웨스커, 제작자 리 맨지스(Lee Menzies) 등 웨스트엔드 제작진, 최재광 작곡가와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쳤지만 좌절되는 아픔을 겪은 작품이다. 당시 아놀드 웨스커가 새로 쓴 가사와 최재광 작곡가가 새로 작업한 5곡이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42번가’ ‘토요일 밤의 열기’ ‘조용필 콘서트’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최재광가 더불어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시카고’ 등의 김태훈 연출이 힘을 보탠다. ◇2020년 웨스트엔드 공연을 위한 오픈 드레스 리허설 “(폐관작으로) 제가 정말 하고 싶던 작품은 남자 배우 캐스팅이 안돼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객과 함께 웃고 울고 따뜻해질 수 있는 작품을 생각하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렸습니다. 관객들이 제가 한 작품 중 가장 열광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이 작품을 사랑해준 관객들이 같이 와서 울고 웃으며 (극 중) 엄마와 딸이 공유한 ‘우리들의 시간’을 같이 하면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폐관작으로 선택한 데 대해 이렇게 전한 윤석화는 “2020년 웨스트엔드 공연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며 “여러분 사랑 덕분에 영국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 ‘아름다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어 노래도, 한국말도 하는 리허설 형식으로 해보자 했어요. 좀 이상한 공연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예술가라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무모한 도전을 했지만 이렇게 이상하게는 못해봤어요. 그 이상한 것이 과연 우리 관객에게는 어떤 것을 줄까 좀 궁금합니다. 김태훈 연출이 저와 뜻이 잘 맞아서 오픈 드레스 리허설 형식으로 안사를 드리고 (웨스트엔드에) 가고 싶었습니다.”이어 “아놀드 웨스커가 가사를 새로 다 썼는데 이 작품이 공연되는 걸 못보시고 2016년 4월 돌아가셨다”며 “당시 최재광 작곡가의 (새로 작업한) 음악을 듣고는 우리 작품은 망해도 이 노래는 히트하겠다고 할 정도로 곡도 훌륭하게 나왔다”고 덧붙였다.그는 “노래하는 여배우를 위한 공연으로 저를 비롯해 조동진씨 등 주변의 음악 하는 친구들과 힘을 합해 5곡을 창작했다”는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아놀드 작사, 최재광 작곡의 새로운 곡을 비롯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 동안은 드러나지 않았던 아빠의 존재가 등장하고 한편으로는 삶이라는 부피가 좀 더 두터워지고 많은 것을 더 생각하게 할 거예요. 단순히 딸에게 보내는 10가지 교훈 뿐 아니라 다른 일렁거림 같은 것들이 보여지는 쪽으로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김태훈은 연출은 “45세의 서툰 엄마가 딸 아이가 어른이 되는 걸 느끼면서 처음 쓰는 편지 내용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엉켜있는 실타래인 것처럼 여겼다”며 “이번엔 과거에 대한 회상, 반성,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고 있어 더 크게 공감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최재광 작곡가는 “배우처럼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배역의 기억을 가지고 그 배역처럼 생각하고 감정 느끼며 작곡했다”며 “(아놀드 웨스커의) 가사가 이미 있어서 많이 읽어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좋은 글은 많은 음악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승전력, 강약, 속도나 리듬감, 질감 등을 가사에서 충분히 읽어낸 후 제 것을 입힌 음악들입니다.”최재광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에 대해 윤석화는 “독한 선생님”이라며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음이 아니어서 너무 기본 연습을 많이 시켜서 어떤 대는 눈물이 난다. 이 나이에 다시 기본부터 연습하는 게 기특하기도 하다”고 웃었다.2020년 9~10월로 예정된 웨스트엔드 ‘딸에게 쓰는 편지’ 공연에 대해서는 “지금도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고 있다”면서도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영어로 얼마나 할 수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40년 넘게 내 나라 말로 해도 살 떨리는, 천국과 지옥을 100번씩은 오가야 관객을 만나는 작업이 공연이거든요.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국의 프로듀서(리 멘지스)가 용기를 많이 줬어요. 안하고 죽어도, 해도 후회할 것 같았어요. 한다면 최선을 다해 한국 배우의 저력을 한번은 보여주자 마음먹었습니다.”이어 윤석화는 “런던 공연은 지난해 11월 결정됐고 2020년 9~10월쯤 극장이 잡혀 있다”며 “아돌드 웨스커의 아내께서는 서거 5주년(2021년 4월) 특별물로 하고 싶어하기도 하셔서 변수는 좀 남아 있다”고 밝혔다.◇모두에게 아쉬운 아듀 정미소, “이제는 진짜 시골 정미소를 꿈꿉니다”“제가 여기서 ‘토요일 밤의 열기’를 공연했고 박정자 선생님과 ‘19 그리고 80’을 연습했어요. 분장실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캐스팅 소식을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이종혁은 정미소에서 보냈던 시절을 떠올리며 “감동적”이라고 소회를 전하며 아쉬움을 전했다.“재밌게도 지냈고 (윤석화) 선생님, 최재광 작곡가, 박정자 선생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만난 극장이에요.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셔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 이 극장을 안하신다고 하니 제 기억에만 남아 있는 공간이지 않을까 아쉽죠.”이종혁의 말에 윤석화는 “제가 제일 보람이 있었던 건 아직 힘은 없지만 젊고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후배들을 조금씩 후원해줬던 정미소프로젝트”라며 “이제 제가 ‘페이드아웃’ 하니 안타깝지만 할 만큼 했다는 위안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좋은 공연장에 대해서는 “좋은 공연이 올라가는 곳”이라며 “작품이 항상 괜찮다는 신뢰와 극장 정체성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이후에 대한 각오는 없습니다. 스스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나이이고 그런 의미에서의 ‘페이드아웃’이죠. 아침 태양도 아름답지만 석양은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곡해와 오해도 있었지만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저 배우 사랑하길 잘했다’ 싶게 아름다운 배우로, 사람으로, 석양으로 후배들의 좋은 배경이 돼주고 싶습니다. 안타깝지만 저는 이제 시골에 진짜 정미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연극을 꿈꾸고 있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hurlkie@viva100.com17년간 운영해온 설치극장 정미소의 폐관작으로 공연될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윤석화는 ‘It Was Our Time’을 불렀다(사진제공=돌꽃컴퍼니)1992년 초연됐던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 윤석화(사진=브릿지경제 DB, 돌꽃컴퍼니 제공)윤석화가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작별을 고한다(사진제공=돌꽃컴퍼니)윤석화가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작별을 고한다(사진제공=돌꽃컴퍼니)16일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최재광 작곡가(왼쪽부터), 이종혁, 윤석화, 김태훈 연출(사진제공=돌꽃컴퍼니)윤석화가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작별을 고한다(사진제공=돌꽃컴퍼니)

[B그라운드] 키부츠무용단 ‘피난처’의 한국 무용수 3인방 김수정·석진환·정정운 “우리 모두가 피난민

2019-05-17 14:30

“(라미 미에르) 감독님이 ‘너희 각자의 위치가 아닌가 생각해 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희 무용단 댄서들 18명 중 5명만 이스라엘 사람이에요. 그 댄서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위로 하고 와서 피난민처럼 살고 있죠.”16, 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되는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이하 KCDC)의 신작 ‘피난처’(Asylum)에 출연하는 한국인 무용수 김수정은 “댄서들도 피난민”이라고 표현했다.‘피난처’는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2019 MODAFE, 5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이음아트홀·아트센터 앞 야외무대·마로니에공원일대 이하 모다페) 개막작으로 라미 비에르(Rami Be’er) 예술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가족 일원으로 겪었던 혼란과 정체성, 이질성에서 오는 감정과 난민의식을 풀어낸다. ◇심장과 심장으로 만나는 라미 비에르 감독“KCDC는 몸을 탐구하는 데 강점이 있는 컴퍼니였어요. 제 몸에 대해 탐구하며 춤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죠.”이 작품에는 라미 감독이 “댄서로서, 예술가로서, 사람으로서도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평한 세명의 한국 무용수 김수정·석진환·정정운이 출연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KCDC에 대해 “춤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한 세 무용수는 라미 감독에 대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KCDC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데 라미 감독님은 여태까지 변함이 없으셨어요. 무용수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지켜보는 시선들이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으시죠. 무용쪽으로는 푸시를 많이 하시지만 인간적으로는 사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많이 보살펴 주시죠.”이렇게 전한 김수정은 “저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심리적으로 감독님이 (얘기를) 한번 해주실 때랑 안해주실 때의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수정의 말에 정정운은 “진짜 아버지 같은 분이다. 세컨드 패밀리 같은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힘들 때면 항상 라미가 와서 물어봐주셔서 얘기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어요. 그만큼 정신적 지주죠. 춤은 당연히 배울 점이 너무 많고 멘탈 관리까지 마음으로서 신경써주세요. 국경을 넘어 심장과 심장으로 만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석진환 역시 “처음엔 무용에 대해 푸시를 많이 하셨다”며 “춤적으로는 굉장히 무섭다. 하지만 따라가다 보니 저를 믿어주셔서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펼칠 수 있었다”고 동의를 표했다.◇단순한 춤 아닌 은유적인 이미지 “작업을 할 때마다 놀랍니다. 라미 감독님은 뛰어난 음악적 성향을 가지고 계세요. 저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음악적인 것들을 캐치해주시죠. 무용수들이 따라가기 힘든 때가 많아요. 연배가 많은 분들은 몸을 많이 안움직이시는데 감독님은 (직접) 다 보여주시죠.”이렇게 연습실 일화를 전하곤 “정말 달리신다”는 김수정은 “이 작품은 굳이 난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며 “움직임을 통해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초점을 맞추고 보시면 재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단순한 춤이 아니에요. 직접적으로 알려주기 보다는 포괄적이고 은유적으로 다루죠.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찾아보세요. 예를 들면 무용수들이 뒤로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석에서 봤을 때의 이미지가 너무 좋습니다.”석진환은 “하나하나 해석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시면서 중간 중간 확성기 등으로 숫자를 얘기하는 부분을 눈여겨보길 바란다”며 “숫자나 목소리가 확성돼 전달되는 것들을 잘 느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hurlkie@viva100.com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 무용수들. 왼쪽부터 석진환, 김수정, 정정운(사진제공=축제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사진제공=축제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Eyal Hirsch(사진제공=페스티벌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Eyal Hirsch(사진제공=페스티벌 사무국)

[人더컬처]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 라미 비에르 “저마다의 짧은 이야기를 찾아 ‘둥글게 둥글게’”

2019-05-17 14:00

“우리의 자리, 쉼터, 안식처와 피난처를 찾을 때까지 원으로 계속 움직임을 만들며 걸어갑니다.”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이하 KCDC)의 라미 비에르(Rami Be’er) 예술감독은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2019 MODAFE, 5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이음아트홀·아트센터 앞 야외무대·마로니에공원일대 이하 모다페) 개막작인 ‘피난처’(Asylum)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이번 모다페에서 월드프리미어(전세계 최초)되는 ‘피난처’는 라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가족 일원으로 겪었던 혼란과 정체성, 이질성에서 오는 감정과 난민의식을 풀어낸다. ◇어딘가 소속되길 원하는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 ‘피난처’“제가 느끼는 안식처는 집입니다. 안정적이고 창의성이 집약된 곳이죠.”라미 감독은 ‘피난처’에 대해 “쉴 수 있는 곳,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있는 난민들 뿐 아니라 어딘가 소속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 소개하며 “국경, 성별 등에 상관없이 인간 모두와 공감 가능한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사운드 에디팅을 비롯한 조명디자인, 의상디자인에까지 직접 참여하는 라미 감독은 스스로의 안식처를 ‘집’이라고 밝혔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그 스스로가 첼로 연주자이기도 하다. “3, 4살 무렵 저의 무용선생님이 KCDC 창립자인 예후디트 아르논(Yehudit Arnon)이었어요. 예술적 재능을 지원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 분과 예술적 교감을 했죠. 에후디트 아르논이 70세가 되던 해에 저에게 예술감독을 맞아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이미 KCDC에서 댄서로, 안무가로 15년 동안 활동 중이던 때였죠.”이렇게 전하는 라미 감독은 “춤은 소통 형성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마다가 가진 종교, 인종, 문화, 환경 등을 초월해 말 없이도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영호, 지성, 생각에 도달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다양한 관점들이 어우러져 인간의 존재해 대해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무용단을 특별하게 만다는 것 같아요.” 그의 설명처럼 “음악을 먼저 틀어놓고 무언가를 찾아간 다음 영상을 찍어 보고 같이 움직이면서 디테일을 잡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그가 이번 작품에 특별하게 연주하는 곡이 히브리어로 된 ‘우가 우가’(Uga Uga)다.“작품의 음악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움직임과 이미지 등이 그려지는 음악을 선곡해요. 저의 비전과 생각이 음악과 함께 잘 그려질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죠. 이번 작품에 쓰인 ‘우가 우가’는 ‘둥글게 둥글게’ ‘앉아’ ‘일어서’ 등의 동작들과 함께 불리는 이스라엘 동요예요. 이에 맞춰 원을 돌면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걷습니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만의 공간, 내가 머물러야하는 자리를 찾을 때까지. 이는 작품의 매우 중요한 지점이죠.”◇세명의 ‘특별한’ 한국무용수들, 김수정·석진환·정정운 “세 무용수들은 댄서로서, 예술가로서, 사람으로서도 매우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보이스, 컬러, 예술성, 예술적 경험, 성격, 성향 등에서 특별함을 봤죠.”모다페를 통해 세계 초연되는 ‘피난처’에 함께 하는 세명의 한국 무용수, 김수정·석진환·정정운(가나다 순)에 대해 라미 감독은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KCDC에는 미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러시아,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온 무용수들이 있다. 이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용수 개개인의 예술성, 개성, 특성이 중요하다. 그것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다”며 “그 특별함을 얼마나 표출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는 큰 숲으로 들어가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데 나가는 방법은 몰라요. 댄서들에게도 정확한 디렉션을 주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 안의 것을 찾아내 예술적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스튜디오에 가면 놀라곤 해요. 각 무용수들에게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나오거든요.”이어 “이번 작품에서 역시 무용수들 개개인의 특별함이 많이 발휘된다. 무용수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속내와 캐릭터, 자신 안의 것을 표출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무용수들이 내면에 집중해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발산할 수 있도록 환경이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들 스스로가 그 특별함을 느끼고 표현을 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피난처’를 통해 저마다의 짧은 이야기를 찾아서“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줄을 던져 준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경험, 삶의 배경 등을 반영해 작품이 가고자 하는 여정에 동참하게 하는 거죠.”이렇게 전한 라미 감독은 “극장 입장부터 공연에 동참하며 극이 끝난 후에는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가지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그리곤 “공연 중 등장한 숫자에 주목해 달라”며 “숫자는 우리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군대, 병원, 은행 등에도 나를 나타내는 숫자가 있고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등이 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관객은 공연을 유일하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죠. ‘피난처’는 우리 존재, 사회 안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공연에 동참함으로서 온전히 자신만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라미 비에르 감독은 ‘피난처’ 공연 직후 폴란드로 출국해 8월까지 키부츠현대무용단의 2018-2019시즌을 이어간다. 폴란드 로즈에서 2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에게 헌정하는 ‘Horses in the Sky and Mother’s Milk’를 시작으로 ‘피난처’가 바르샤바 댄스 페스티벌, 7월의 베이징 댄스페스티벌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더불어 6월에는 KCDC의 신작 ‘A Good Citizen’이 이스라엘에서 초연된다. hurlkie@viva100.com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사진제공=축제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사진제공=축제 사무국)제38회 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의 ‘Asylum 피난처’가 월드프리미어된다ⓒEyal Hirsch(사진제공=페스티벌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 왼쪽부터 무용수 석진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 무용수 김수정과 정정운(사진제공=축제 사무국)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피난처’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사진제공=축제 사무국)

[비바100] “몰라서” “친근감에서” 발현되는 무의식 속 여혐과 비하, 나경원의 ‘비속어’와 연극 ‘공주들’

2019-05-17 07:00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친근감에서 한 이야기인데…” 비속어 발언에 대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사과도, 지난 12일 막을 내린 연극 ‘공주들’ 티켓박스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가해자의 변명도 무의식에 자리 잡은 여성 혐오, 비하 등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경원 대표는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대담을 진행한 KBS) 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했다”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두 단어 모두 여성 혐오 및 비하의 의미를 가지지만 특히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 ‘달빛기사단’의 ‘기사’를 성매매 여성들을 지칭하는 비속어로 대체한 용어다. 이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지지자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기도 하다. 10일 제40회 서울연극제 선정작인 극단 신세계의 ‘공주들’(孔主들) 공연장에서는 연극계 선배라는 이가 여자 단원에게 “연극 하느라 시집도 못 간 거야?” “연애는 하고?” “섹스는 하고?”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극단 신세계는 사건의 발단부터 피해단원의 상태, 선배라는 이가 사과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 공개했다. 공개된 데 따르면 선배라는 사람은 극단 대표가 공개사과를 요구하자 피해단원을 비롯한 배우들이 있는 분장실에 협의 없이 들이닥치는가 하면 극단 대표에게 지속적인 신체 접촉을 했다. 이어 극단 신세계는 “사과를 했다고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를 했다고 모든 것이 바로 괜찮아지지 않습니다”라며 “성희롱, 성폭력, 위계 폭력을 당한 사람에게 가해자가 사과를 했으니 괜찮아지라고 강요한 것 또한 폭력”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연극 ‘공주들’은 국가, 사회, 가족 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용당하고 희생되도록 키워진 ‘여성들’의 근원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장은 “폭력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며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모르고 폭력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 상황이 해결돼도 다른 상황에서 또 다른 폭력적 태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것이 정말 잘못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시작이다.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고, 또 잘못임을 인정하지 못하면 문제의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하게 된다. 연극계 선배라는 사람이 사과를 해도 진정한 사과가 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무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혐오와 비하를 드러낸 두 사건은 맹비난과 고소, 공론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대표는 여야로부터 “단순 막말이 아닌 여성 혐오이자·언어성폭력” “모르고 쓴 게 더 한심하다”는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더불어 전국여성연대는 “정치인 입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용어이며 발언”이라며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나경원 대표를 모욕죄, 명예훼손 및 성희롱 혐의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집단에 소속된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면 법리상 집단모욕죄가 인정된다”며 “나경원 대표의 ‘달창’이라는 비하 표현은 당 대표로서 부적절하고 저속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이어 “하지만 집단모욕죄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기 어려운데다 해당 표현이 모욕 자체를 의도했다기 보다 정치공방에서 나왔다는 맥락을 감안한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법적 소견을 덧붙였다.‘공주들’ 팀과 극단 신세계는 가해자에게 “본인의 방식으로 진행하신 사과를 선의로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시기를 권고 드리며 그러한 결과를 저희에게도 공유해달라”고 공개요구했다. 극단 신세계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저희의 입장문이 가해 당사자에게 전달된 상태”이며 “서울연극제 및 서울연극협회 측과 이후 절차를 논의하며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이 사건에 대해 이재경 변호사는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킨 대화는 아무리 신속하게 사과를 했더라도 실정법상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적 소견을 전하며 “이는 법적인 잣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여성 혐오나 비하, 그릇된 인식과 악의적인 관행에 해당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법당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차원에서 여성인권 존중 및 평등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urlkie@viva100.com연극 ‘공주들’ 포스터(사진제공=극단신세계)나경원 사퇴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연합)

[비바100] 오페라와 현대무용, ‘대중’에 다가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모다페’

2019-05-16 07:00

특정 층의 향유 문화, 지루하고 난해한 춤사위,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 혹은 이탈리아어….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와 현대무용이 ‘축제’를 열어 대중에게 성큼 다가선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5월 17~6월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와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2019 MODAFE, 5월 16~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소극장·이음아트홀·아트센터 앞 야외무대·마로니에공원일대 이하 모다페)가 대중적인 작품으로 무장하고 무대로, 길거리로 나서 시민들과 어우러진다.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대표 오페라 단체들이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 자코모 푸치니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G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 등 익숙한 작품과 한국에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바그너 갈라’, 한국 창작 오페라 ‘배비장전’ ‘달하, 비취시오라’를 선보인다. 정통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나비부인’을 비롯해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바그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갈라’는 대표작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의 ‘발퀴레’ 1막 1부, 마지막 작품 ‘파르지팔’ 3막 2부를 마에스트로 로타 차그로섹,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베이스 연광철, 소프라노 에밀리 매기 등 글로벌 바그너 전문가들이 꾸린다. 정통 오페라처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전달에 중점을 둔 창법)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보다는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식을 선호했던 바그너 작품의 핵심은 사운드의 구현이다. 바그너의 작품에 90~120명으로 꾸리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이유 역시 그래서다. 이에 국립오페라단은 “과감하게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로 올려 바그너 오페라의 정체성과 예술세계를 제대로 구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를 토대로 한 ‘달아, 비취시오라’는 ‘녹두장군 전봉준’ ‘논개’, 판소리 5마당 중 ‘흥부와 놀부’ ‘춘향전’ ‘심청전’ 등을 선보이며 창단 33년을 맞은 호남오페라단 작품이다. 역사적 상상력과 지역 특성과 전통요소가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의 이야기다. “오페라 가수와 한국어의 맛을 살린 판소리 및 국악기적인 요소가 어우러지는 엔딩이 ’정읍사‘가 가진 기다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창작진의 귀띔이다.모차르트의 2막짜리 오페라 부파Opera Buffa, 18세기 성행했던 이탈리아어 희극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한국어로 노래한다. 더불어 스토리 흐름 상 생략해도 되는 아리아와 대사들을 과감하게 삭제해 간결한 버전으로 꾸린다. 모두가 주인공인 6명의 등장인물들이 변주되며 각 캐릭터당 한곡의 아리아로 응축해 이야기를 꾸려간다.← 극장 공연 뿐 아니라 야외 공연 ‘밖으로 나온 오페라’ ‘오페라 갈라콘서트’ 외에도 차세대스타를 뽑는 ‘도전! 오페라스타’와 두 차례의 버스킹도 마련된다.. 38회를 맞은 ‘모다페’는 ‘We’re here together for coexisDance!’라는 슬로건 하에 13개국 27개 예술단체 134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한다. 이질적인 것들의 융합과 공존으로 현대무용의 지속가능한 발전 토대를 마련하려는 모다페의 의지가 담긴 슬로건을 내 건 올해의 ‘모다페’ 특징은 한국 무용수의 활약이다.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이스라엘의 키부츠현대무용단 신작 ‘Asylum 피난처’의 월드프리미어(전세계 최초 공연)에는 김수정·석진환·정정운 등 한국인 무용수가 함께 한다. 라미 비에르(Rami Be’er) 예술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가족의 일원으로 겪었을 혼란과 정체성, 이질성에서 오는 감정과 난민의식을 기괴한 표정으로 풀어낸다. 세계 최정상급 스트리트 댄스 챔피언 프랭키 존슨은 신작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선사한다. 프랭키 존슨은 팝가수 카일리 미노그 무대에 초청될 정도로 유럽을 대표하는 춤꾼으로 ‘호모 루덴스’는 일상에서의 일탈, 규칙 없는 놀이의 게임화, 웃음으로 시작된 폭력과 축제 등의 과정을 상징화한다. ‘호모 루덴스’는 인간 본성과 원초적 본능을 이야기하는 시리즈의 시작으로 프랭키 존슨은 모다페에서 ‘호모’ 시리즈의 출범을 알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시아댄스커뮤니티 안애순 안무가의 서울 초연작 ‘히어 데어’(Here There), 오스트리아 리퀴드 로프트의 ‘우묵한 접시’(Deep Dish),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니나렐로/코디드우오모 무용단의 ‘쿠도쿠’(KUDOKU), 영국 러셀말리펀트무용단 등의 작품들, 호페쉬섹터무용단 출신의 김경신 안무가와 2018평창패럴림픽 폐회식 안무를 맡았던 김형남 안무가의 협업작 ‘모다페 프로젝트 2019’ 등이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 모다페는 워크숍, 포럼, 관객과의 대화, 시민 참여무대 ‘나도 댄서다’ 등 다양한 행사로 시민들을 가까이서 만난다. 그 중 눈여겨 볼 행사는 ‘100인의 마로니에댄스’다. 25일 오후 4 시 30분부터 6시까지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류장현과친구들’의 안무가 류장현이 100인의 국내외 시민들과 걷고 춤추며 즐거움을 나눈다. hurlkie@viva100.com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공연될 작품들(사진제공=조직위원회)제38회 모다페 개막작인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의 ‘Asylum 피난처’가 월드프리미어된다ⓒEyal Hirsch(사진제공=페스티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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