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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오페라로 재탄생될 ‘1945’의 고선웅 연출 “매일이 브라보!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만나다”

2019-09-21 22:00

“연극은 다층적이고 여러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에 심도가 있죠. 하지만 오페라는 그렇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요.”2017년 초연됐던 배삼식 작가의 연극 ‘1945’가 오페라로 변주된다. 오페라 ‘1945’(9월 27,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고선웅 연출의 말처럼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의 연극 대본을 노래로 풀어내는 오페라로 변주하는 과정은 위험요소가 적지 않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1945’는 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로 섬세한 감정 표현과 복잡 미묘한 주제의 중첩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위안부였던 분이(소프라노 이명주)와 임신한 일본인 여자 미즈코(소프라노 김순영), 위안소 중간관리자였던 박섭섭(메조 소프라노 김향은), 분이에게 호감을 가진 오인호(테너 이원종), 섭섭과 정분이 난 장막난(바리톤 이동환), 구제소의 어른 이노인(바리톤 유동직), 한글강습회를 열려는 구원창(베이스바리톤 우경식), 생활력 강한 김순남(메조소프라노 임은경) 등이 얽히고설켜 이야기를 꾸린다. 배삼식 작가가 직접 대본을 다시 꾸렸고 고선웅 연출과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등이 힘을 보탰다.“배(삼식) 작가가 지혜롭게도 오페라 문법에 맞게 풀어냈어요. 민초들의 삶, 등장인물들 각각의 색깔 등이 어렵지 않게 잘 표현되고 있죠. 사실 오페라는 노래 한곡으로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어요. 노래가 가진 경제성 안에서 인물들의 캐릭터가 존재하기만 하면 되죠. ‘치욕이오. 그러나 견뎌야 하리’로 구원창을, ‘돌무덤에 돌이라도 하나 놓고 싶다’로 이노인을 표현하거든요.” 그리곤 “연극이 관객들을 너무 긴장시키고 집중시킨다면 오페라는 물 흐르듯 노래로 표현한다”며 “전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오페라가수들의 연기력도 걱정거리였지만 고선웅 연출은 “매일이 브라보!”라고 말을 보탠다.“노래하면서 오케스트라에 맞추랴 연기하랴 다들 어려울 텐데 너무 잘하고들 계세요. 노래도 잘하시는데 연기 호흡도 일취월장으로 좋아지고 있죠. 오늘도 ‘브라보’를 외쳤어요.” ◇더 이상의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아베가 봤으면 좋겠어요”“오페라의 음악이라는 장치가 매력적이에요. 위안부 분이와 적이었던 일본인 미즈코 두 사람이 갈등하고 서로를 죽일 것 같다가도 슬픈 선율 하나면 ‘너나 나나 똑같아’가 되거든요. 점프도, 비약도 쉽지만 인물을 이해하기도 쉽죠.”연극으로 초연됐을 당시 위안부였던 조선여자 분이(연극에선 이명숙)와 침략국이었던 일본인 미즈코 그리고 위안소 중간관리자로 같은 조선소녀들을 핍박하던 여자 섭섭(연극에선 박선녀)의 화해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그런 관점들이 논쟁거리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오페라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작가가 하려던 것은 주민증, 호패가 생기기 전의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적국관계이면서도 동지로 같이 있었던 두 사람은 구제소까지 같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미즈코는 아기를 가졌고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죠. 분이 입장에서는 (미즈코를) 그냥 두고 가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된거죠.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짠해요.” 그리곤 ‘1945’에 대해 “평화에 대한 이야기”라며 “몰상식하게 누군가의 권리를 침탈하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분이, 미즈코, 섭섭 등 전쟁이라는 피치 못할 불가항력의 상황 속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더 이상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응축된 메시지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아베가 이 작품을 꼭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관대한지, 분이가 미즈코를 끝내 어떻게 보호해 동행하는지를요. 자신들이 쳐들어온 건 기정사실인데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위안부 문제 역시) 국가가 나선다고 정리되는 게 아닌, 개인 정서의 문제죠. 사적인 건 사적으로 정리해야하는데 일본은 좀 유치한 것 같아요.”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 “광맥이 있어요!”“사실 저도 염려를 했어요. 하지만 기우였던 것 같아요.”오페라는 서양 귀족이 향유하던 장르였고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 그 소재 역시 귀족이나 왕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오페라가 한국 특유의 한과 민초들의 절박함이나 투박함, 일상성 등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저는 지루한 건 못견디는 사람인데 우리 오페라는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아요.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이 들어가 멋질 것 같아요. 구제소 느낌이 나는 사실적인 공간이면서도 합창하기 좋은 구조로 무대도 꾸렸죠. 지금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나올 수는 방법을 고민 중이죠. 에너제틱한 몹신, 신나는 장면도 있고 장관(壯觀)도 있을 거예요. 연극에도 있었던 분이와 미즈코의 바닷가 신도 있어요. 한마디로 표현이 안되는 복합적인 장면으로 저렇게 될 수밖에 없겠구나 싶게 표현됐죠.”더불어 고선웅 연출은 창작 오페라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오페라 ‘1945’에 대해 “샹들리에, 와인, 화려한 의상, 무도회 등이 등장하는 서양 궁정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이야기”라고 표현했다.“가사를 쓴 배 작가의 문학성으로 아리아에 품격이 생겼어요. 또 최우정 작곡가가 한국적 정서와 선율, 대중적 코드를 많이 넣어 아리아를 만들었죠. 음악적으로 주고 받는 변화도 흥미로워요. 분명 오페라적인 아리아와 합창이 있지만 굉장히 친근해요. 게다가 우리 말로 하다 보니 정서적 동화도 빠르고 감점이입도 쉬워요. 제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격조가 떨어지지도 않아요.”그리곤 “장르적으로 보면 연극보다는 오페라에 더 어울리는 작품 같다”며 “인물들이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된 연극도 훌륭하지만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격동하는 시대의 군중의 삶을 노래로 표현하니 더 에너지가 느껴져요. 오페라로 만들어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처음 창극을 했을 때 ‘광맥’(鑛脈)이 있다고 했어요. 한국 문화의 총체적 힘이 느껴졌거든요. 서양 장르지만 오페라도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와 정서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훌륭한 창작 오페라도, 소재도 많이 발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hurlkie@viva100.com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오페라 ‘1945’ 창작진들. 왼쪽부터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 배삼식 작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 오페라 ‘1945’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B사이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이 전하는 전혀 다른 네명의 페르젠 그리고 라면으로 행복해지는 일상

2019-09-21 20:00

“여배우와 여배우가 동등하게 무대에 서서 할 수 있는 작품이 흔치 않아요. ‘마리 앙투아네트’와 ‘위키드’ 정도죠. 그런 작품이 너무 소중해요. 감사하고 행복하게도 저는 두 작품을 다 할 수 있었죠.”이렇게 전한 김소현은 현재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김소현·김소향)로 분하며 혁명을 이끄는 마그리드 아르노(장은아·김연지)와 팽팽하게 맞서며 격돌한다. 2014년 초연된 후 5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형장의 이슬로 사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바탕으로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투영하며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와 대비시키는 이야기다. ‘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의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작·작사가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ey) 작곡가의 콤비작이다. “그런 작품에서 여배우와 여배우는 되게 불꽃이 튀어요.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래요. 저번 시즌 차지연·윤공주 배우랑도 그랬고 이번 시즌 (장)은아·(김)연지랑도 불꽃이 튀죠. 그렇게 진심으로 불꽃이 튀면서도 마음이 통한다는 게 신기해요.”이어 “연습실에서 은아, 연지랑 정말 목놓아 연습했다”며 “매일 공연처럼, 죽을 듯 스파르타식으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치렀다”고 귀띔했다. “마그리드랑 싸울 때가 정말 힘들었어요. 여자랑은 그렇게 파이팅 넘치게 싸워본 적이 없거든요. 지난 시즌에는 너무 어색해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려면 두근거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엄청 잘 싸워요. ‘마리 앙투아네트’를 하면서 극복했죠. 실제로 마리가 마그리드 같은 존재와 싸우기도 했을까 싶고 그래요.”◇박강현·정택운·황민현 그리고 남편 손준호…전혀 다른 매력의 페르젠“과연 같은 역할인가 싶을 정도로 네 페르젠의 매력이 다 달라요. 똑같은 액션이어도 상대 배우에 따라 전혀 다른 리액션이 와서 매 공연이 새롭고 재밌어요.”김소현은 마리 앙투아네트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강현, 빅스의 정택운, 워너원 출신의 뉴이트스(JR·Aron·백호·민현·렌) 멤버 황민현 그리고 남편 손준호의 전혀 다른 매력에 대해 털어놓았다.“(황)민현씨는 굉장히 맑은 눈으로 순수한 감정을 표현해요. 그래서 저도 꾸밈없이 깨끗한 목소리를 내게 되죠. 좀더 소녀 같은 마리를 할 수 있어요. 첫 뮤지컬인데도 눈빛에 흔들림이 없어요.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아이돌의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내공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싶죠.”그리곤 “흔들림 없는 심지가 페르젠과도, 귀족 백작이라는 설정과도 잘 어울려서 의지하면서 공연하고 있다”며 “한결 같이 똑같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박)강현씨는 ‘엘리자베스’에서 저를 죽이는 역할(루이지 루케니)이었는데 이번엔 저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어요. 서정적인 목소리가 너무 너무 좋아요. 목소리만 들어도 황홀하고 촉촉한 그 눈빛이 매력적이죠. 소프트하면서도 강한 힘이 있어요.” 전작인 뮤지컬 ‘엘리자베스’에서 엘리자베스와 죽음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정택운(빅스 레오)에 대해서는 “전작에선 저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는데 이번엔 제가 엄청 매달리고 있다”며 쾌활하게도 웃는다.“전작 ‘엘리자베스’에서는 섹시했었는데 ‘마리 앙투아투아네트’ 페르젠으로서는 생각보다 터프하고 강한 매력이 있어서 놀랐어요. 사랑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도 강렬한 표현을 많이 하는 페르젠이죠.”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 뿐 아니라 ‘엘리자벳’ ‘팬텀’ ‘명성황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이자 남편 손준호에 대해서는 “귀족 전문 배우”라고 표현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울로 데뷔해서 ‘삼총사’ 아라미스, ‘팬텀’의 필립 드 샹동 백작, ‘명성황후’의 고종 등을 통해 애티튜드 자체가 잘 만들어져 있는, 듬직한 페르젠이에요. 너무 감사한 건 전혀 손준호로 안보인다는 거죠. 이번엔 부부가 아닌 연인이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와 애슐리 윌크스로) 위험한 관계로 호흡을 맞춘 후로는 연인으로 같이 무대에 설 일이 없었거든요.” 그리곤 “부부 역할이 아닌 연인으로서의 케미스트리를 기대해주시고 궁금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14kg을 감량하면서 손준호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을 보탰다.“아이돌 멤버들과 외투도 같이 입고 잠시 숨기고 있던 데뷔 당시의 날렵함이 다시 돌아왔죠. 같은 배우로서 역할에 따라 변신하려는 노력이 너무 대단해 보여요.”◇바닥에 머리를 찧고 칼에 찔려도…차곡 차곡 쌓이는! “성격이 발랄한 것 말고는 금수저와는 정말 관련이 없어요. ‘팬텀’의 크리스틴부터 귀족, 공주, 왕족 등의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다들 그런 줄 아세요. 목소리 자체가 클래식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중간 중간 변신도 하긴 했거든요.”이어 “비극이 아닌 작품을 한 지가 너무 오래 됐다”며 “(2013년) ‘위키드’ 글린다가 마지막 같다”고 털어놓았다.“10cm 정사각형에 발 딛고 올라가 자유롭게 놀라고 하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약속이 많은데다 뒤늦게 합류해 연습과정을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죠. 마음껏 펼치지 못해 아쉽지만 사실은 그리운 작품이에요.”이어 “악역이나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같은 역할을 좀 해보고 싶다”며 ‘변신’에 대한 욕심을 귀띔하기도 했다.“무대 위에서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기 위해 내면의 것을 끌어내면서 ‘불행하다’ ‘힘들다’ 느끼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처럼 매번 라이브로 공연하는 사람들은 감수해야할 것도 너무 많거든요. 얼마 전에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기 전 수레를 타고 가다 엎어지는 장면에서 너무 열정적(?)으로 이마를 바닥에 찧어서 상처로 남았어요. ‘명성황후’를 할 때는 칼에 찔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죠. 그런 걸 떠올리면서 마리는 이 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겠지 깨닫기도 해요.” 어려움을 전한 김소현은 “매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면서도 박수를 받으면 또 다 잊는다”며 “이 일을 10년 넘게 반복하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남들 보기에는 작은 불행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배우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게 되고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같은 작품, 배우로서의 일을 반복하면서 보이지 않던 장면, 대사 등이 마음에 들어오는 이유도 그 차곡차곡 쌓인 것들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라면으로도 행복해지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요즘은 라면도, 김치도 못먹어요. 목에 껄끄러움이 느껴지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거든요. 공연 4시간 전에부터는 물만 마시기도 해요. 제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 흰 쌀밥과 김 뿐이죠.”이에 밥을 두 그릇씩 먹기도 한다는 김소현은 “수도승처럼 살아야 하다 보니 스스로 ‘빠져나오라’고 주문을 걸어주지 않으면 너무 힘들고 우울해진다”면서 “공연이 없는 날 아침에 먹는 라면이 너무 맛있고 좋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무대에서 불행을 쏟아내고 예능과 먹방을 봐요. 매운 걸 너무 좋아하는데 먹지 못하니 먹방을 찾아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곤 하죠. ‘마리 앙투아네트’를 준비하면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다 유튜브에 빠졌버렸어요. 유튜버들이 올려둔 역사, 야사 등을 보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죠.”이어 “공연을 마치고 자정이 넘어 귀가해 5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한다. (아들) 주안이의 도시락을 싸고 준비물을 챙기는 삶의 반복”이라며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 보니 더 집중하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저는 잠자는 시간을 세지 않아요. ‘3시간 밖에 못잤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힘든 걸 모르거든요. 그러면서도 에너지가 나는 걸 보면 제가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음을 느껴요. 아직도 50회 가량의 공연이 남아 있지만 그 걱정으로 오늘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에너지가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에너지는 쓰면 쓸수록 나온다는 말을 저는 믿고 있거든요.” hurlkie@viva100.com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마그리드 역의 장은아(위)와 김연지(사진제공=EMK뮤지컬)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의 박강현(왼쪽부터), 뉴이스트 황민현, 빅스 정택운(사진제공=EMK뮤지컬)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의 손준호(사진제공=EMK뮤지컬)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

[B그라운드] “당신만 싸우는 줄 알지?”…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의 반문

2019-09-21 14:00

“당신만 싸우는 줄 알지?” “남자들만 싸우는 줄 알지?” “아버지만 싸우는 줄 아시죠?”서울시 산하의 7개 예술단체(서울시극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국악관현악·청소년국안단,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총출동한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통합 브랜딩 공연인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9월 20, 21일 세종문화관 대극장) 등장인물들은 번갈아가며 반복해서 반문한다. ‘극장 앞 독립군’은 봉오동전투, 청산리대첩 등 항일 무장투쟁을 진두지휘했던 홍범도(강신구) 장군이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문지기로 살았던 말년의 삶을 조명한다. 독일과의 전쟁으로 일본의 지원이 절실해진 소련 정부가 그들(일본)에겐 불편한 존재일 한국인들의 고려극장 폐관을 결정하면서 마지막 공연인 ‘날으는 홍장군’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따른다. ‘날으는 홍장군’은 스스로를 ‘버들강아지작가’라 소개하는 청년 극작가 박한춘(허도영)이 72세의 홍범도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린 극 중 극이다.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극장 앞 독립군’ 프레스콜에서 서울시극단장인 김광보 총연출은 “영웅적 서사를 얘기하고자 한 건 아니다. 평범한 사람에서 포수가 되고 독립운동가가 되는 과정을 추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수위로 일하다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를 듣고 극장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습니다. (극 중 대사에서 있듯) 홍범도 장군이 ‘매일 그 앞을 지나갔을’ 그때의 고려극장과 현재의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배우들의 접점을 찾아갔죠.” 고연옥 작가 역시 “그 시대 항일 독립운동 전선에 계셨던 분들은 영웅적이고 대단한 분들이 아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며 “이 시대에도 보통사람들이 독립군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당신만 싸우는 줄 알지?” 싸움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반문은 고려극장의 연출가 연태용(박성훈)과 그의 아내이자 극장장 최보경(유미)의 갈등과도 일맥상통한다. 예술을 우선하는 연태용은 현실적인 문제들로 잔소리를 해대는 최보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다. 최보경 또한 예술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극장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꿈에 젖어 사는 남편을 원망하곤 한다.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두 사람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최보경에 연태용에게 “당신만 예술하는 줄 알았지?”라고 반문하는 듯하기도 하다. 그렇게 ‘극장 앞 독립군’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싸움과 고려극장 연출가·극장장를 비롯한 배우들이 벌이는 예술에 대한 갈등에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매일 행(行)하는 저마다의 싸움을 빗댄다. 이에 대해 고연옥 작가는 “평범한 우리도 각자 싸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표현했다.“홍범도 장군 이야기이면서 고려극장 배우들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규모면에서는 고려극장 보다 크지만 세종문화회관과 그 앞을 지나다니는, 과거의 홍범도처럼 평범한 사람들로까지 확장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작품입니다.” hurlkie@viva100.com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B그라운드]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특별한’ 사람들…연극 ‘앙상블’

2019-09-20 20:00

“장애 문제 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경쟁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런 가치 말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 누군가가 ‘미켈레’라는 특별한 존재입니다.”19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앙상블’(9월 19~10월 20일) 프레스콜에서 원작자이자 미켈레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한 파비오 마라(Fabio Marra)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장애문제도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인가,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나뉘는가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정상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절대적으로 상대적이지 않잖아요. 우리 고향에서는 서로 포옹을 하며 인사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한국은 그렇게 보이지 않은 것처럼요. ‘정상성’은 거슬리는 주제이고 그 단어 자체가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앙상블’은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 미켈레(유승락)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 이자벨라(예수정)와 집을 나간 지 10년만에 돌아온 딸 산드라(배보람)의 이야기다. 2015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17년 파리에서도 공연된 ‘앙상블’은 영화 ‘도터’ ‘말모이’ ‘허스토리’ ‘신과함께 1, 2’ ‘도둑들’ ‘부산행’ 등과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톱스타 유백이’ 등 최근 TV와 스크린 활동에 주력하던 예수정의 1년 6개월만에 무대 복귀작이다. 예수정은 “햇빛처럼 아름다운 인류, 우리 아들(미켈레)을 만나서 좋았다”며 “저 역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먼저 움찔하게 되고 (내가 가진) 아름다움을 표현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미켈레가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서른을 훌쩍 넘긴 지적 장애 아들을 돌보느라 지쳤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 이자벨라의 감정을 마냥 폭발시키거나 과장하기 보다는 절제와 일상성으로 표현하는 예수정은 “감정이 더 올라가면 감정이 없어진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이게 인생이지, 먹어야지, 수영해야지, 지금 뭐 해야지 등 삶을 비교하면서 그렇게 했어요. 따귀를 때리는 것부터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죠.”예수정의 연기에 대해 파비오 마라는 예수정에 대해 “자신의 캐릭터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며 “(언어가 달라) 말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예수정이) 이자벨라의 감정을 표현할 때 스펀지처럼 흡수됐다”고 평했다. 이어 “다른 언어로 공연될 때마다 놀랍지만 특히 한국은 공연의 본질을 잘 캐치한 것 같다. 보면서 웃기도,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심재철 연출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서양 이름일 뿐 우리 정서랑 이렇게 닮았을까 싶었다”며 “이자벨라를 보며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을 보탰다. “예수정 배우가 이자벨라 역에는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도 연기에 까다로운데 이자벨라가 그런 면이 있어야 절제도 되고 강단도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어 심 연출은 “무엇보다 신경 쓴 건 딸과의 관계”라며 “산드라의 제안은 오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닌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이다. 비인간적으로 보여져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산드라 입장이 어떻게 하면 현실로 잘 받아들여지게 할까 엄마와의 관계에 신경을 썼죠. 그런 균형, 서로 다르다는 것이 양극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오히려 공조의 의미 같았거든요.” 번역을 맡았던 임수현 예술감독 역시 “이제벨라와 산드라의 대화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며 “더불어 미켈레는 조심스러웠다.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언어와 호흡이어서 지나치게 희화화되거나 진지하지 않아야 했다”고 말을 보탰다.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결말”이라는 평에 파비오 마라는 “산드라는 결국 갈등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자리가 없어서 집을 나갔지만 엄마 이자벨라가 과거를 알리지 않음으로서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문을 열였다.“언제나 자신의 자리는 가족 안에 있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장애 문제 분 아니라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죠.” hurlkie@viva100.com연극 ‘앙상블’ 이자벨라 예수정(왼쪽)과 아들 미켈레 유승락(사진제공=극단 산울림)연극 ‘앙상블’(사진제공=극단 산울림)연극 ‘앙상블’ 이자벨라 예수정(사진제공=극단 산울림)연극 ‘앙상블’ (사진제공=극단 산울림)연극 ‘앙상블’ (사진제공=극단 산울림)

[人더컬처] 미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가 “두려움이 곧 미래 원동력”

2019-09-20 14:00

“한국과 독일 양국은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분단의 경험만이 아니에요. 위협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들이 무언가를 빼앗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미래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공통의 질문이 출발을 할 수 있거든요.”2028년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노동 등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일들로 엮은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 9월 20, 21일 LG아트센터)를 연출한 안드레스 바이엘(Andres Veiel)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초연된 ‘렛 뎀 잇 머니’는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이 거쳐간 독읠 극장 ‘도이체스 테아터’(Deuthsches Theater Berlin, 이하 DT) 작품이다.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2001년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안드레스 바이엘 작품으로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홈볼트 포럼(Humboldt Forum im Berliner Schloss)이 2017년 가을부터 1년여 동안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시민들로 꾸린 13개 워크숍을 통해 토론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미래에 대한 질문들, 그에 대한 극렬한 탐구 “한 전문가가 10년 후 미래에 대한 질문과 시나리오를 준비했어요.”제작 과정에 대해 이렇게 전한 안드레스 연출가는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게 될까,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이 존재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나 홍수, 건조한 날씨 등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될까, 독립된 국가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서로의 관계를 중시할까, 아예 국가 자체가 해체돼 버릴까 등의 질문”을 예로 들었다. 이들 중 ‘국가’에 대한 질문은 워크숍 중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진 이슈이기도 하다.“젊은 참가자들은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살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여권 같은 건 필요없다는 ‘슈퍼 시티즌’을 주장했어요. 노트북과 콘센트만 있으면 연결이 가능하고 나라에 위기가 있으면 위기가 없는 데 가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이들 마인드에 나이든 사람들은 언짢아했어요. 권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등 좀 더 기본적인 고민을 해야한다고 반박했죠.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 자체가 어디서 만들어지고 책임을 지는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그리곤 “나이 든 세대들은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국가가 있기를 바랐고 젊은 참가자들은 국가의 권리 보장 보다는 개인의 딜(Deal)과 거래를 통해 살아가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정리했다.“저희는 국가 개념 보다는 사적인 딜로서 존재하는 나라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는 경제 특구 같은 것이 있을 테고 바다 위의 인공섬들이 만들어지고 세금혜택 등의 관계들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13개의 워크숍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 결과물을 수집해 10년 후 일어날 일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이어 “일종의 참여형 프로젝트로 시작해 예술적 방식으로 나아간 것”이 ‘렛 뎀 잇 머니’라며 “10~12시간에 걸쳐 여러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테마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관점들을 연결시키고 싶었습니다. 개별적이 아닌 종합적으로 연결시켜 전체를 바라보게끔 유도하고 있죠. 환경과 경제, 경제와 노동문제 등을 연결시켜 탐구해 이 세상에 많은 복잡한 문제를 예술적 방식으로 끌어내보고자 했어요.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크고 작은 도전이었죠. 저희는 예술가이지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예술인이라도 이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이었어요.”이를 “일종의 책임의식”이라고 표현한 안드레스 연출가는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그 질문들은 단순히 정치적 사안으로 넘기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공연 때 정치인들과의 대화를 진행했어요. 이 작업의 결과물이 극장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효력을 발생시키길 원했고 정치와 예술, 지식과 예술 등 분리돼 만날 수 없었던 세계를 연결시키고자 했거든요.”◇‘두려움’을 원동력으로 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 타진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게 뭘가를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심포지움에서 도출된 여러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연극 무대로 옮겨오는 선별 기준에 대해 ‘원동력’이라고 밝힌 안드레스 연출가는 10년 후 세상에 대해 급속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그로 인한 데이터 처리의 최첨단화, 국가 간 경계의 와해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세상 자체는 무자비하고 이기적으로 변하기도 할 겁니다. 인권은 덜 중요해지고 각자의 권리를 찾게 될 거예요. 그런 세상에 저항하는 세력도 나타날 테죠. 이 작품 속에서도 큰 위기 후 개인의 권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저항하는 단체 ‘렛 뎀 잇 머니’가 생겨납니다.”제목과도 같은 ‘렛 뎀 잇 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10년 후를 상상하면서 저항도 상업성과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상품성을 보장하는 사람은 팔로워들이고 그들은 매우 중요하다”며 “팔로워들은 재밌는 이야기와 쇼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영향에 대한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먹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 참여자가 언짢음을 표하며 ‘렛 뎀 잇 머니’를 외쳤어요. 식량이나 영양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경제와 돈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거든요. ‘돈이나 처먹어라! 돈만 갖고는 살 수 없어’라는 의미죠.”이어 “권리를 되찾으려 행동하는 ‘렛 뎀 잇 머니’는 위기의 원인 제공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그 위기는 단순히 종말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래의 시점에서 위기를 제시하고 질문을 미리 던짐으로서 지금의 우리가 그걸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죠. 이 작품의 기본 아이디어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에요. 어떤 두려움에 의해 마비되고 무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던지기 위한 작품이죠.그리곤 극 속 유토피아적 풍경 중 하나인 “출신, 배경, 인종, 나이, 직업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예로 들었다 . “사람들이 더 이상 일하려 하지 않거나 게을러질 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도 있었어요. 하지만 로또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실험 사례가 있어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이 유토피아적 관점을 제공하는 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노동, 일, 돈 등을 연결시키는 아이디어죠.”그리곤 “유토피아적 이상을 담고 있는 그 아이디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그 아이디어가 사적 영역에서 활용 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위기 뿐 아니라 기회에 대해서도 얘기하죠. ‘세상은 그대로구나’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미래의 위기들 “미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슈는 정말 다양했어요. 올해 저는 독일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았는데 너무 건조해 수확에 문제가 생겼고 숲은 죽어가고 산림 화재는 10배나 증가했어요. 유럽의 각 지역에 이민자들이 다수 들어오기도 했죠.”이들에 대해 “이슈만으로도 (유럽인들에게는) 영향을 미치고 두려움을 느끼는 테마들”이라고 표현한 안드레스 연출은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재정 위기’를 꼽았다. “유럽에는 2007~2008년 재정위기로 인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실시했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는 아니고 유럽은 EU 탈퇴를 준비하고 있죠. 이 작품에서는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한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내가 이 상태로 잘 살 수 있을까, 앞으로 내 아이들은 어떤 미래에서 살까 등 존재론적인 이슈들이 있어요.”그는 “2007, 2008년의 재정위기가 저에겐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재정 위기를 불러온 책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라즈베리 엠파이어’(Raspberry Empire)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때 만났던 책임자, 전문가들은 미래에도 그때와 같은 재정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에서 연극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이미 발생한 위기가 아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위기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 위기를 막기 위해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묻고 싶었죠. 사실 저희가 극을 통해 제시한 10년 후 설정들은 현재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기후 변화는 시작됐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거나 생체기록이 담긴 칩 기술, 프랑스령의 폴리네시아라는 인공섬도 이미 존재하고 있거든요.” 이는 연극 ‘렛 뎀 잇 머니’의 시간적 배경이 더 먼 미래가 아닌 2028년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0년 후가 되면 SF물처럼 흘러갈 것 같았다”며 “10년 후라는 미래는 지금 현재를 말하기 위한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안드레스 연출은 “연극이 도출해낸 질문을 다시 한번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연극이 이 프로젝트의 끝이 아닙니다. 전문가, 정치인 등이 참여해 연극이 도출해낸 질문들에 대해 다시 한번 토론하는 컨퍼런스가 종착역이 될 거예요. 2020년이나 2021년에 이뤄질 이 최종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후변화가 될 거예요.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국가는 어떤 일을 해야하고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등을 논하게 될 겁니다.” hurlkie@viva100.com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

[B그라운드] 프로그램 기획력, 즉흥 베리에이션, 고전·현대음악 아우르는 인재 발굴 위한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출범

2019-09-19 14:00

“한국의 오르가니스트들은 훌륭한 건반 테크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기본적으로 매우 많이 연주하며 훈련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18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된 ‘롯데문화재단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2020년 9월 19~26일) 창설 간담회에 참석한 독일의 오르가니스트이자 뤼벡 국립음대 교수인 아르비드 가스트(Arvid Gast)는 한국의 젊은 오르가니스트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동기부여를 통한 적극적인 자세도 한국 연주자들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롯데문화재단이 한국 최초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출범시킨다. 그 출범을 알리는 간담회에서 심사위원장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 음악원 교수인 오자경 오르가니스트협회 이사장은 “한국 최초 국제 콩쿠르를 통해 젊은 오르가니스트를 발굴하고 더 많은 대중에게 오르간 음악을 알리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어 “한국이 클래식 강국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30여년 전인 1981년에 도쿄 무사시노 오르간 콩쿠르, 중국에서는 2017년 상하이 국제오르간 콩쿠르를 시작해 저희를 앞질렀다”고 아쉬움을 덧붙이기도 했다.롯데문화재단 김선광 대표는 “오르간 콩쿠르를 통해 한국 클래식과 오르간의 발전을 위한 위상을 드높이고자 한다”며 “빠른 시일에 자리 잡아 국제적인 콩쿠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콩쿠르는 10월 10일 오픈되는 홈페이지를 통해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지정곡으로 바흐의 ‘6개 트리오 소나타’ 중 1곡의 빠른 악장과 느린 악장 그리고 7~10분 분량의 낭만시대 작품 중 한곡을 연주파일 형태로 등록하면 된다. 2020년 4월 30일까지 서류 접수를 거쳐 5월 중 최대 15명 이내의 본선 진출자를 선발하고 본선 1, 2차, 결선을 진행한다. 심사는 오자경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 이사장과 한국 최초의 오르가니스트인 연세대학교 신동일 교수, 독일의 아르비드 가스트, 프랑스의 미셸 부바르(Michel Bouvard), 영국의 데이비드 티터링톤(David Titterington), 일본의 나오미 마추이가 맡는다.9월 22일 본선 1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설치된 고아트(GOArt) 오르간으로, 23일 2차와 25일 결선은 롯데콘서트홀의 5000여개 파이프로 구성된 리거 오르간으로 진행한다. 한예종의 고아트 오르간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고아트 연구소가 발견한 바로크시대의 오르간 명장 아르프 슈니트거 제작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오르간으로 바흐 시대의 소리를 재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오르간이다. 이에 1차 본선 경연은 바로크 시대의 북독일 오르간 작곡가의 작품 중 한곡과 프랑소아 쿠프랭(F. Couperin), 니콜라스 그리니(N. De Grigny), 피에르 디마쥬(P. Du Mage) 중 한 작곡가의 ‘타이스 엉 타유’(Tierce en Taille), 바흐(J. S. Bach)의 ‘6개의 Trio Sonatas’(BWV 525~530) 중 한곡(전악장)을 연주한다.본선 2차는 세자르 프랑크(C. Frank)의 오르간 작품 중 한 곡과 브람스(J. Brahms)의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 and Fugue in g-minor WoO 10), 1960년 이후의 현대곡으로 경연을 펼친다. 콩쿠르 관계자는 “1차는 바로크 레퍼토리의 해석능력, 2차는 다채로운 장르를 폭넓게 평가한다”며 “2차의 다양한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다. 오르간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곡 해석, 현대곡을 통한 현대적 감각, 즉흥 베리에이션 능력까지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1, 2차 점수를 합산해 선발된 5명이 벌이는 결선에서는 박영희의 ‘달빛 아래…별빛아래’와 바흐의 주요 작품을 포함한 50분 프로그램의 자유곡으로 경쟁한다. 결선에 대해 아르비드 가스트는 “박영희 작곡가 곡을 제외하고 45분 프로그램으로 짜는 게 좋을 것 같다” 조언하기도 했다.1위는 8000달러, 2위는 5000달러, 3위는 3000달러의 상금과 연주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1위는 2년 간 롯데콘서트홀 기획 공연과 한국오르가니스트 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연주할 기회가 제공된다. 아르비드 가스트는 2007년 북스테후데 콩쿠르 창설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한 해외 콩쿠르와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와의 차별점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북스테후데 콩쿠르는 1707년 뤼벡에서 사망한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rich Buxtehude)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2007년 시작된 콩쿠르입니다. 그의 작품과 함께 르네상스, 바로크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하는 반면 이번 콩쿠르는 폭넓은 음악을 연주합니다. 리거 오르간과 역사적인 옛날 음악 연주에 적합한 고아트 오르간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서 폭넓은 레퍼토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의 자질을 볼 수 있는 콩쿠르가 될 겁니다.”이어 “특히 리사이틀 형식의 결선에서는 바흐와 위촉곡(박영희의 ‘달빛 아래…별빛 아래) 외에 참가자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며 “연주자에게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 기획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콩쿠르”라고 덧붙였다. hurlkie@viva100.com롯데문화재단이 2020년 한국 최초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출범한다(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롯데문화재단이 2020년 한국 최초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출범한다(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020년 한국 최초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 출범을 알리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선광 롯데문화재단 대표, 오자경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 이사장, 독일의 오르가니스트이자 뤼벡 국립음대 교수인 아르비드 가스트(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독일의 오르가니스트이자 뤼벡 국립음대 교수인 아르비드 가스트(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비바100] 낯익은 배우들의 무대 나들이…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앙상블’, 뮤지컬 ‘사랑했어요’

2019-09-19 07:00

TV 드라마, 예능 및 쇼 프로그램, 영화 등을 통해 낯익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과 연극들이 연이어 개막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다시 무대로 복귀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이다.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9월 21~10월 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사별 후 세 딸,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과 날라리 양복쟁이 박동만의 황혼로맨스를 다룬 2인극이다. ‘죽음’을 유쾌하게 다룬 1인극 ‘염쟁이 유씨’, 소박한 가족이야기 ‘당신만이’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다섯 개의 소묘’ ‘장수상회’ ‘친정엄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위성신 작·연출작으로 2003년 초연돼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연되다 5년만에 상경(?)했다.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밤을 걷는 선비’ 등과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명량’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배우이자 연극 ‘아버지’, 창극 ‘춘향전’, 뮤지컬 ‘오필리어’ 등의 작·연출·출연으로 낯익은 김명곤이 차유경과, 현재 방송 중인 KBS2 아침드라마 ‘태양의 계절’에 출연 중인 정한용이 이화영과 짝을 이뤄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자녀 걱정, 노후의 경제문제, 건강 등이 아닌 성(性)과 사랑, 재혼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해 위성신 작·연출은 “지난 시즌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늙은 부부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며 “시대가 달라지면서 소소한 변화를 맞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제2의 청춘이라는 단어 아래 실버세대에게 절실한 것은 사랑”이라며 “첫사랑만큼 절절한 끝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사랑했어요’(9월 20~10월 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는 드라마 ‘숨바꼭질’ ‘내 남자의 비밀’ ‘황금신부’ ‘인생은 아름다워’ 등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레베카’ ‘마타하리’ ‘헤드윅’ ‘엘리자벳’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송창의 출연작이다. 2017년 ‘레베카’에 이은 1년 6개월여만의 무대 복귀작인 ‘사랑했어요’는 제목 동명의 곡을 비롯해 ‘비처럼 음악처럼’ ‘당신의 모습’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추억만들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고(故) 김현식의 노래 27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 ‘해적’ ‘신흥무관학교’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귀환’ 등의 이희준 작가와 뮤지컬 ‘니진스키’ ‘워치’ 등의 정태영 연출, ‘스위니토드’ ‘엑스칼리버’ ‘지킬앤하이드’ ‘베어 더 뮤지컬’ 등의 원미솔 음악감독,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 ‘명성황후’ 등의 서병구 안무가 등 어마무시한 창작진들이 의기투합했다. 오직 음악에만 몰두하는 아웃사이더 뮤지션 이준혁과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윤기철,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김은주. 세 사람이 풀어가는 가슴 시린 로맨스를 담고 있다. 이준혁 역의 송창의 뿐 아니라 낯익은 이들이 대거 출연하기도 한다. ‘나였으면’ ‘중독’ 등의 가수 나윤권이 이준혁 역에 더블캐스팅됐고 30일 군입대를 앞둔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뒤늦게 합류한 이재진, 르씨엘 소속의 가수 문시온이 기철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은주 역에는 뮤지컬 ‘144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잭 더 리퍼’ ‘레베카’ 등의 김보경과 ‘빨래’ ‘그날들’ 등의 신고은이 번갈아 연기한다.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작이자 제162회 정기공연인 연극 ‘앙상블’(9월 19~10월 20일 소극장 산울림)은 영화 ‘도터’ ‘말모이’ ‘허스토리’ ‘신과함께 1, 2’ ‘도둑들’ ‘부산행’ 등과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톱스타 유백이’ 등으로 낯익은 예수정이 1년 6개월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작품이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 중 김 회장 어머니 역의 고 정애란의 딸이기도 한 예수정은 1979년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해 한태숙 연출의 ‘엘렉트라’ ‘세일즈맨의 죽음’,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하나코’ 등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연극 ‘앙상블’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와 집을 나간 지 10년만에 돌아온 딸의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작가 겸 배우 파비오 마라(Fabio Marra)가 2015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가족의 장애’라는 특별한 상황을 지극히 일상적이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신파나 극도로 과장된 감정선이 아닌 간결한 구어체로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가볍거나 희화하지도 않는다. 뮤지컬 ‘틱틱붐’ ‘유린타운’, 연극 ‘바냐아저씨’ ‘잘자요 엄마’ 등의 심재찬 연출작으로 예수정이 어머니 이자벨라를 연기하고 ‘1945’ ‘맨 끝줄 소년’ 등의 유승락이 지적 장애를 가진 30대의 아들 미켈레, ‘정의의 사람들’ ‘라빠르트망’ 등의 배보람이 10년만에 돌아와 결혼 소식을 알리는 산드라로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을 위해 원작자이자 2017년 파리 공연에서 미켈레를 직접 연기하기도 했던 파비오 마라가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9월 22일)에 나서기도 한다. hurlkie@viva100.com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의 정한용‧이화영(왼쪽)과 김명곤‧차유경(사진제공=예술의전당)뮤지컬 ‘사랑했어요’(사진제공=호박덩쿨, 오스텔라)뮤지컬 ‘사랑했어요’ 출연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준혁 역의 송창의, 윤기철 역의 이재진, 김은주 역의 신고은‧김보경. 아래 왼쪽부터 이준혁 나윤권, 윤기철 문기온‧이홍기(사진제공=호박덩쿨, 오스텔라)연극 ‘앙상블’ 예수정(사진제공=극단 산울림)

[B그라운드] SF 아닌 이토록 ‘특별한’ 서정성…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2019-09-18 20:00

“편지로만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한테 육성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느낌이었어요.”17일 종로구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열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11월 10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원작자 캐롯은 이렇게 관람소감을 전했다. “편지에서는 더 자세하게 구구절절 ‘사랑한다’ 말해줄 수 있죠. 하지만 육성으로는 그 사람, 그 때의 타이밍, 무드 등에서 듣는 ‘사랑한다’예요. 좀더 간결할 수는 있지만 더 생생하게, 숨소리, 분위기 등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이죠. 내가 그에게로 가는 것을 의미여서 또 다른 매력으로 ‘이토록 보통의’를 감상할 수 있어서 설레기도 했어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돼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한 캐롯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원작의 두 번째 에피소드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뮤지컬 ‘니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 농구단’ ‘모래시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금란방’, 연극 ‘생쥐와 인간’ 등의 박해림 작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레드’ ‘원스’ 등의 김태훈 연출,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안녕! 유에프오’ 등의 주소연 음악감독, 이민하 작곡가 등이 의기투합했다.캐롯은 “뮤지컬 제작을 제안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 작품이 아니겠구나’였다”며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저는 혼자 작업하는 작가로서 (웹툰은) 제 상상력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뮤지컬은 또 다른 상상력들이 모여 제 상상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며 “아름다운 꼴이 만들어지는 멋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원작 웹툰을 각색한 박해림 작가는 “웹툰이 누적된 조회수, 댓글 등으로 관객의 사랑이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는 반면 공연은 한정된 상황이 압축된 공간인 무대 위에 올리는 일”이라며 “어떻게 하면 좋은 원작을 해치지 않고 무대 위에 올릴 것인가가 가장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그대로 올릴까, 우리 이야기를 보탤 것인가 등 여러 고민의 선택들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좋은 원작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단점은 좋으면 좋을수록 어떻게 이야기와 사건들, 세트, 음악, 대사 등을 압축된 이 공간 안에 가져올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거죠.”◇정휘가 전하는 “무대의 소중함”, 최연우·이예은 “제이와 그녀, 굳이 구분하지 않아요” “처음엔 두 인물의 차이를 어떻게 분석할까 했는데 감정의 흐름대로 하다 보니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관객분들도 되게 다르게 보셔서 신기했죠.”제이와 제이를 복제한 그녀를 연기하는 이예은의 말에 최연우 역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제이와 그녀가 더 명확하게 나눠져 있었다”며 “극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이와 그녀를 다른 존재로 분리하기보다는 한 존재로 인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말을 보탯다.“의상도 변화 없고 다름을 연기하고 있지도 않아요. 제이와 그녀의 심리상태만으로도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있죠. 은기를 마주하는 상태에서도 제이와 그녀는 차이점이 있어요. (제이와 그녀의 다른) 액팅은 부속 손실로 다리를 저는 정도죠.”우주에 가는 것이 꿈인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아랑가’ ‘사의찬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최연우와 ‘록키호러쇼’ ‘호프’ ‘더 데빌’ 등의 이예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제이와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싶은 로봇수리기사 은기에는 ‘키다리 아저씨’ ‘풍월주’ ‘프라이드’ ‘베어 더 뮤지컬’ 등의 성두섭과 ‘어쩌면 해피엔딩’ ‘쓰릴미’ ‘너를 위한 글자’ ‘시데레우스’ ‘마마돈크라이’ ‘광화문연가’ 등의 정욱진 그리고 지난해 ‘랭보’ 출연 중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자숙 중이던 정휘가 트리플캐스팅됐다. ‘이토록 보통의’로 9개월만에 무대에 오른 정휘는 “첫 공연 때 같이 하던 배우도 느낄 정도로 굉장히 떨었다”며 “그만큼 무대라는 공간이 소중하고 뜻깊게 다가왔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원작을 모르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극이 주는 메시지와 반전, 극적요소들이 ‘헉’할 정도로 매력적이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같이만 있어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과 함께 라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SF 아닌 이토록 ‘특별한’ 보통의 연애“극 배경이 먼 미래인데다 복제인간, 로봇, 로봇수리기사, 우주여행 등이 등장하지만 세 사람이 각자 안의, 서로 간의 기억들 속에서 진짜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태훈 연출은 “소재가 이슈가 되기 보다는 인물들 간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너무 화려한 무대가 오히려 상상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었어요. 영상 등도 인물의 심리, 감성 등에 맞는 색채로 좀 더 상징적으로 활용하고 있죠.”김태훈 연출의 말에 이민하 작곡가는 “SF라기 보다는 사랑이야기”라며 “매 순간 결정하고 선택하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보태며 “따뜻함과 서정성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결정과 선택의 과정을 음악으로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했어요. 전반적으로 튀기 보다는 숨어서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죠.” 박해림 작가는 남녀 2인극으로 꾸린 데 대해 “사랑이야기 같지만 존재론적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이고 너를 규정하는 건 무엇일까, 기억 안에서 서로를 얘기하고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지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그래서 인원수가 많아지기 보다는 두 배우가 ‘너와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무엇이 진짜인지를 얘기하게 하고 싶었죠. 부제인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가 아닌 ‘이토록 보통의’라는 제목을 쓴 이유는 보통 일상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보통의 개념도 이야기의 주제가 맞닿아 있었죠.”박해림 작가의 말에 원작자인 캐롯은 ‘이토록 보통의’라는 제목에 대해 “다들 이 제목을 어려워 하신다”며 “보통이라는 말을 평범하게 쓰지만 유지도 힘들다”고 밝혔다.“미세 먼지도, 체중도 보통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연애도 마찬가지 같아요. 은기와 제이 이야기도 보통 연인들처럼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사건이 발생하고 많이 아프기도 하죠. 그게 ‘보통’ 연애인 것 같아요.” hurlkie@viva100.com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사진제공=랑)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사진제공=랑)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사진제공=랑)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사진제공=랑)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사진제공=랑)

[B그라운드] 자애로운 그리고 따뜻한 슬픔이 인간에게 있을 것이라는 믿음…오페라 ‘1945’

2019-09-17 22:00

“무리지어 사는 인간 문명 속에서 가치판단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인간의 구체적인 삶 앞에서 그러한 가치판단의 틀이 얼마나 성기고 때로는 억압과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볼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17일 예술의전당 연습동 N스튜디오에서 열린 오페라 ‘1945’(9월 27,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에서 “오페라는 처음 써본다”는 배삼식 작가는 “보는 분들의 마음 속에 움직이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자비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썼습니다. 따뜻한 그리고 자애로운 슬픔, 그런 것들이 인간에게 있다고 믿었고 발견하고 싶었습니다.”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 ‘1945’는 배삼식 극본의 동명 연극을 변주한 작품으로 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위안부였던 분이(소프라노 이명주)와 임신한 일본인 여자 미즈코(소프라노 김순영), 위안소 중간관리자였던 박섭섭(메조 소프라노 김향은), 난감하게도 이들이 한데 모인다. 분이에게 호감을 가진 오인호(테너 이원종), 섭섭과 정분이 난 장막난(바리톤 이동환), 이노인(바리톤 유동직), 구원창(베이스바리톤 우경식), 김순남(메조소프라노 임은경), 송끝순(소프라노 김샤론) 등이 얽히고설켜 이야기를 꾸린다. 2017년 국립극단 제작으로 공연된 연극 ‘1945’를 바탕으로 배삼식 작가가 대본을 다시 꾸렸고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이 힘을 보탰다.‘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낙타상자’ ‘라빠르트망’ ‘흥보씨’ ‘변가쇠 점찍고 옹녀’ ‘원스’ ‘아리랑’ ‘광화문연가’ 등 연극, 뮤지컬, 창극 등의 작가·각색가·연출로 활동하던 고선웅 연출은 ‘1945’를 통해 ‘맥베드’에 이어 두 번째 오페라 작업에 나선다. 고선웅 연출은 “뼈아픈 얘기지만 뜨겁게 영광스럽게 하자고 했다”며 “버라이어티하고 좋은 멜로디, 익숙한 것도 많아서 재밌고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오페라”라고 소개했다. 정치용 지휘자는 “평소 한국 창작 작품에 관심 많다. 이번 ‘1945’를 만나면서 생각하는 것은 창작 오페라 활성화”라며 “문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성도 있고 대중성도 확실하게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우리가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이 다 들어 가 있어요. 특히 배경이 일제시대, 위안부 문제 등이 섞여 있죠. 오페라로 무대에 올라갈 때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음악적으로 뒷받침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배삼식 작가에게 오페라 변주를 제안했다는 최우정 작곡가는 “배삼식 작가의 음악적 대본에 한국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는 선율들, 음악적 요소 등을 넣었다”며 “외가가 평안도 철산이다. 옛날 한국 역사적 질곡을 많이 겪은 세대들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스토리에 어떤 음악을 쓸까가 몸속에 스며들어 있다”고 전했다. 배삼식 작가는 “음악은 잘 모르지만 사랑한다”며 최우정 작곡가에 대해 “2년 전쯤 음악극(적로)을 함께 했다. 오페라에 대한 배움이 일천한 제가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대본을 읽으며 자신의 음악적 순간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음을 표했다. “지루한 토론 없이도 음악이 어떻게 자연스레 흘러나오게 할 것인가, 그에 텍스트가 방해되지 않도록 대본을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연극 대본을 쓰면서도 항상 최종적으로 어떤 말이나 행위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을 느껴요. 그 소임을 다하고 남아 있는, 말로 표현이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음악이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hurlkie@viva100.com오페라 ‘1945’ 창작진들. 왼쪽부터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 배삼식 작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 오페라 ‘1945’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17일 예술의전당 연습동 N스튜디오에서 오페라 ‘1945’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오페라 '1945'의 배삼식 작가(왼쪽)와 최우정 작곡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비바100] 독약부터 단두대까지! 8년째 눈물바다…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

2019-09-17 07:00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그렇게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같은 대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지만 매번 다른 감정으로 안타깝고 그렇죠.”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이전에는 유부녀였지만 사랑에 용감했던 ‘안나 카레니나’였고 또 그 전에는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애썼던 ‘엘리자벳’이었다. 화려하고 풍요롭지만 관습과 금기에 얽힌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로 무대에 올랐던 김소현은 “드라마틱한 인물들을 계속 연기하다 보니 제 인생이 평범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심경을 밝혔다.◇여자로, 엄마로, 인간으로 “8년째 죽고 있어요” “역사적 평가와 연기적 해석을 떠나 너무 비극적인 인물들이에요.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독약을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 단검에도 찔리고 장검에도 찔리고 기차에 뛰어들고 단두대에 서고…8년째 죽고 있어요. 매번 죽음을 맞이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드라마틱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바탕으로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투영하며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 사랑하는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등의 이야기가 버무려 진다.“혁명을 이야기하고 파란만장 그녀의 마지막 몇 년을 그리는 작품이다 보니 마리 앙투아네트는 극 내내 외로워요. 유독 단독 신도 많아서 많은 역할들 사이에서 표현하는 게 외롭고 힘들죠. 혁명군들이 외치는 ‘더는 참지 않아’ 바로 뒤에 제(마리 앙투아네트) 단독 신이 있어요. 시작부터 죽을 때까지도 외롭죠. 페르젠 가사 중에 ‘가장 화려하고 높은 데서 형장의 이슬이 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딱 그래요. 짐짝처럼 수레에 실려 나갈 때는 정말…진심을 다해 피를 토하면서 하고 있으니 관객분들이 많이 안아주시면 좋겠어요.”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4년 ‘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의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작·작사가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ey) 작곡가의 의기투합으로 초연된 이래 5년만에 돌아왔다. 초연부터 함께 했던 김소현을 비롯해 김소향이 마리 앙투아네트로, ‘엑스칼리버’ ‘광화문연가’ 등의 장은아와 씨야 출신의 가수 김연지가 마그리드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 악셀 페르젠 백작에는 ‘엘리자벳’ ‘명성황후’ ‘팬텀’ 등의 손준호,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킹키부츠’ 등의 박강현, ‘더 라스트 키스’ ‘마타하리’ ‘몬테크리스토’ 등의 빅스 정택운 그리고 워너원 출신의 황민현이 캐스팅됐다. ◇파란만장한 삶의 반복, 그럼에도 “봉수아”를 외치기 위해! “8년을 죽었는데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단두대는 진짜 무서워요. 초연 당시 저랑 옥주현씨가 단두대에 목을 넣는 장면을 처음 해보는 날, 목이 썰리는 효과음과 무지막지한 소리에 섬칫 했어요. 매번 죽음을,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표현한다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어요. 공연이 끝나고 운전하며 집으로 가는 동안에는 ‘나는 뭔가’ 싶고…그 파란만장한 삶을 거의 매일 반복해서 살아야 하니 ‘빠져나오라’고 주문을 걸어주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죠.”그리곤 “너무 빠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음날이면 또 다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빠져 들어 ‘봉수아’를 외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누구보다 쾌활하게 행동한다”는 김소현은 같은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마니아가 되기도 했다. “죽기 전 마지막 몇 년 동안의 이야기라 우리가 아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하고 밝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초반 짧은 장면에서 많이 보여줘야 해요. 공연 전에도, 연습 때도, 지금도 항상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래요.” 그리곤 “짧은 장면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 보니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는 더 조심스럽고 그 내면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불행을 겪기 전에는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한다’는 문구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닮은 것 같아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초특급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나 어려움을 전혀 모르다가 하루만에 머리가 하얗게 샐 정도로 온갖 불행들을 단기간에 겪었죠. 실제로 그 과정을 거쳐 마지막 재판을 치르고 단두대에 섰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불행을 딛고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김소현은 “너무 많은 수정 과정이 있었고 공연 며칠 전에 솔로곡이 바뀌기도 했다. 뮤지컬을 몇십년 동안 하시던 분들도 ‘마리 앙투아네트’ 초연이 제일 힘들었다고 할 정도로 고생하면서 올린 작품”이라면서도 “5년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말씀을 듣고 너무 설레고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리와 100% 일치하는 재판신 그리고 눈물 바다 ‘연대’ “재연에서는 배우들과 호흡에 더 신경쓰고 부족한 장면은 다시 수정하고 대사와 가사를 다듬고 노래를 좀 바꾸면서 깊이감이 많이 생겼어요.”그리곤 페르젠과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 그리고 패션쇼를 좋아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패션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숨막히는 관습과 틀 안에서 전통에 따라 살고 싶지 않다’는 가사가 추가됐다”고 부연했다. “오스트리아 여제의 딸로 (14세의 어린나이에) 프랑스에 제물처럼 바쳐지면서 모두에게 미움의 대상이지만 아름다움에는 칭송의 박수를 받았어요. 어린 마리 생각에 아름답게 꾸미면 열렬하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을 거예요. 그렇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페르젠은 어려서 만난,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죠. 루이 16세는 7년 동안 잠자리를 못할 만큼 성숙하지도, 의무를 다 하지도 못했거든요. 나중에는 남매처럼 누구보다 친하게 잘 지냈다고는 하지만 여자로서는 수치였을 거예요. 많지 않은 장면마다 그런 것들을 담아 표현하고 쌓아야 (단두대까지 가는) 2막에서 관객들과 같이 울 수 있죠.” 그리곤 “초연 때는 다가오지 않던 대사들, 장면들이 뜨겁게 다가오기도 한다”고 털어놓은 김소현은 그 예로 페르젠과의 마지막 이별신을 꼽았다. “새로 추가되고 많은 수정을 거친 장면이에요. 초연에서는 끝맺음을 더 안타깝게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보충이 됐어요.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님이 진짜 연습을 많이 시키셨고 본인(요한슨 연출)이 많이 울기도 한 장면이죠. (정)택운씨랑 처음 장면 연습을 하면서 엄청 울었어요. 같은 작품에 다시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 인물과 감정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김소현은 “연기지만 제 자신과 마리가 만나지는, 100% 일치되는 부분이 재판신”이라며 “아들을 빼앗기고 딸을 붙잡고 울면서 ‘엄마가 미안하다’고 할 때는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가장 강렬한 장면은 마그리드가 마리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일으켜 줄 때예요. 가장 화려하고 높은 여자 마리와 최하층에서 치열하게 혁명을 외치는 여자, 결국 똑같은 인간이잖아요. 마그리드조차도 ‘내가 무엇을 위해 그랬나’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말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마그리드가 진심을 다해 마리를 일으켜주고 마리가 ‘고맙다’ 말하는 장면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 강렬함을 만들어내요. 수많은 대사와 고음이 없이도 강렬한 장면이죠.”그리곤 “여자들의 연대, 남자들의 연대라고 따질 수 없는 장면”이라며 “그 화려한 무도회 장면을 연습하다가 갑자기 불려가 (장)은아랑 그 장면을 처음으로 연습했다”며 연습실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둘 다 미친 듯이 울었어요. 연습 초반이었고 전혀 준비 되지 않았는데도 그날 제일 많이 울었어요.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도 막이 내려온 줄도 모르고 다들 울고 있죠. 이 작품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 같아요. 그래서 더 살아 있어야 하고 꾸밈이 없어야 하죠. 말도, 화려한 장치도 필요없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그 장면이 관객과의 만남으로도 이어지길 바라요.” hurlkie@viva100.com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중 김소현(사진제공=EMK뮤지컬)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중 김소현(사진제공=EMK뮤지컬)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사진제공=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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