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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완순·이선옥·김매자·제임스전 4명의 거장과 네 부부 ‘무념무상’으로 무용 대중화에 나서다! 제39회 서울무용제

2018-10-22 19:22

“내년에는 ‘4마리백조 페스티벌!’(4 Little Swans Festival)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22일 광화문에서 열린 제39회 서울무용제(10월 23~12월 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상명아트센터 대신홀·갤러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간담회에 참석한 국악인 김나니는 이렇게 각오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4마리백조 페스티벌’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개방형 경연 페스티벌로 장르·형식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할 있다. 김나니는 남편인 현대무용가 정석순과 서울무용제 초청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념.무.상.’(舞.念.舞.想.) 파트2 ‘판타스틱 댄싱 듀엣’(Fantastic Dancing Duet) 무대에 선다. 최근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3회 연석 우승을 차지했고 E채널 ‘별거가 별거냐3’ 출연으로 눈길을 끈 두 사람은 생애 처음으로 동반 무대를 꾸린다. 김나니는 “국악, 판소리도 무용 못지않게 대중성 많이 떨어지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현대무용과 판소리가 합쳐져 대중성 있는 장르로 태어나길 바라는 것이 우리 부부의 마음”이라고 전했다.‘무.념.무.상.’ 파트2에는 정석순·김나니를 비롯해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으로 잘 알려진 손병호·최지연, 유니버설 발레단의 간판스타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Mnet ‘댄싱9’ 출연으로 백년가약을 맺은 비보이 하휘동·현대무용가 최수진이 출연한다.손병호는 “우리끼리만이 아닌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획”이라며 “다만 제가 춤을 출 수 있을까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아내가 안무가이니 알아서 해주겠지만 노쇠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 표현해 기여할까 고민 중입니다. 긴장되지만 춤이 얼마나 신바람 나고 좋은 건지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손병호의 말에 최지연은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업보다 (‘무념무상’ 공연) 10분을 만드는 과정이 최고로 힘들다”며 “서울무용제의 또 하나의 꽃이 되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올해로 39회를 맞은 서울무용제는 부부 4쌍이 무대를 꾸리는 ‘무념무상’ 파트 2와 한국 최초의 현대무용가 육완순·선무 창시자 이선옥·전통무용 현대화의 거장 김매자·발레 대중화에 헌신한 제임스 전 등 4명의 한국무용 거장이 펼치는 파트1 ‘어메이징 마에스트로’(Amazing Maestros)로 본 행사를 연다.더불어 최현流 원필녀의 ‘비상’, 배명균流 김수현의 ‘혼령’, 송범流 박숙자의 ‘참회’, 김진걸流 산조 유정숙의 ‘내 마음의 흐름’, 조택원流 김충한의 가사호접으로 꾸린 ‘명작무극장’ 그리고 파다프, 전국 25개 대학의 무용학과 등이 함께 하는 ‘올 댓 댄스’(All That Dance)를 신설했다.안병주 운영위원장은 “무용으로 하나가 되고 나누는 행사로 거듭나겠다”고,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은 “무용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hurlkie@viva100.com제39회 서울무용제 공식 초청 프로그램 ‘무념무상’ 파트 2 무대에 오를 4쌍의 부부. 왼쪽부터 최수진·하휘동,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최지연·손병호, 김나니·정석순(사진제공=무용제사무국)제39회 서울무용제 공식 개막 프로그램 ‘무념무상’ 파트 1 무대에 오를 거장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임스 전, 육완순, 김매자, 이선옥(사진제공=무용제사무국)

[비바100] 관객과 설레는 첫만남…눈 감으면 더 선명한 무대! 리딩 혹은 낭독공연

2018-10-22 07:00

“덕수궁 돌담길 따라서 올라오셨어요?” 친절한 정령 회화나무 역 배우(장세환)의 물음처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들어선 정동극장 내 정동마루에서는 기획공연 ‘창작ing’ 신작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첫 번째 신작 희곡 낭독공연 ‘정동구락부: 손탁호텔의 사람들’이 진행됐다. 주인장 손탁 여사(박동욱)와 마리아(박희은), 시인(이강우)과 창원 출신의 삼시선생(장세환), 보이(임승범), 메이드(이현지) 등이 머물렀던 1900년대 초반 정동 소재의 손탁 호텔 이야기를 정령 회화의 내레이션으로 풀어간다.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제3자로 존재했던 이들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유쾌하면서도 먹먹한 이야기는 관객들을 등장인물들처럼 그 시절 누군가로 시대의 길 위에 서게 한다. 24일부터는 두 번째 작품으로 병풍 속 그림에서 시작되는 눈물겨운 오누이 이야기 ‘매화누이’가 낭독공연된다. 지난 금요일인 10월 19일에는 관객을 대상으로 서울시극단 ‘사막 속의 흰개미’ 전막 낭독회가 열렸다. ‘사막 속의 흰개미’(11월 9~25일 세종S씨어터)는 18일 문을 연 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으로 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인 김광보 연출작이다. 김광보 연출은 “작품의 전반적인 콘셉트나 방향은 정해졌지만 좀더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 확정하고자 한다”며 4~50명의 관객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았다. 김광보 연출이 “세종S씨어터의 가변형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객석을 빼고 무대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길게 내렸다”고 설명을 하면 관객들이 무대, 조명 등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좀더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니 흥미롭다” “왜 손탁여사는 남자배우가 하는 걸까?” “그 후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보이랑 메이드는 다시 만났겠지? 마리아는 잘 살고 있겠지?” 등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서울시극단 ‘사막 속의 흰개미’는 물론 정동극장의 ‘정동구락부: 손탁호텔의 사람들’ 낭독공연을 찾았던 관객들은 이렇게 관람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건 의미가 깊고 특별한 경험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의 무대극에서 ‘리딩’ 혹은 ‘낭독’이라 불리는 공연들은 극이 관객을 만나는 첫 자리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공연이 본격화되는 절차는 이렇다. 기획·개발, 내부리딩을 거쳐 외부 리딩 혹은 낭독공연, 쇼케이스 또는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이고서야 본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리딩공연은 정식공연 전 개발단계에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무대로 대부분 대본 읽기와 넘버 시연에 집중한다.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공연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창작산실 선정작인 연극 ‘비명자들1’ ‘세기의 사나이’ ‘빌 미’ ‘하거도’ ‘분노 하세요!’ ‘가미카제 아리랑’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뮤지컬 ‘마리 퀴리’ ‘재생불량소년’ ‘호프(HOPE)’ 등도 리딩과 쇼케이스를 거쳐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다. 문예위를 비롯해 CJ문화재단, 우란문화재단, 국립극단, 서울시극단, 충무아트센터 등 공·민영기관이나 기업 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의 공연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문예위의 창작산실,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우란문화재단의 ‘우란시선’ ‘우란이상’, 국립극단의 온라인 상시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을 거친 희곡낭독회, 충무아트센터의 ‘블랙 앤 블루’,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서울시극단의 ‘창작플랫폼’, 공연제작사 라이브의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등이 그 프로그램들이다.이들은 꾸준히 사랑받으며 공연되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 ‘난쟁이들’ ‘팬레터’ ‘레드북’ ‘아랑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 ‘판’ ‘명동로망스’ 등의 씨앗이 된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딩공연을 했다고 모든 작품이 본공연이 되는 건 아니다. 본공연이 리딩공연만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리딩공연은 책을 읽듯 대본과 넘버 시연 만으로 관객들의 집중력과 상상력을 끌어올리며 관객 주도적인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본공연이 되든 그렇지 않든, 리딩공연만 못하든 관객들에겐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창작진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다. 지난 여름에는 새로운 형태의 낭독공연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1446’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존 도우’ ‘더 픽션’ 등의 뮤지컬제작사 HJ컬쳐는 연기와 의상, 동선, 약식 무대 등을 두루 갖춘 추고 기존 작품의 축약, 비하인드 스토리, 시각의 전환 등을 담은 새로운 낭독뮤지컬을 선보였다. HJ컬쳐가 제작했던 대극장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파리넬리’ ‘살리에르’ 그리고 신작 ‘어린왕자’까지를 선보인 낭독뮤지컬은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제 낭독공연은 정식공연될 작품의 시험대인 동시에 보다 다채로워진 공연관람 기회로 진화 중이다. hurlkie@viva100.com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 낭독공연 ‘정동구락부: 손탁호텔의 사람들’ (사진제공=정동극장)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 낭독공연 ‘정동구락부: 손탁호텔의 사람들’ (사진제공=정동극장)18일 진행된 서울시극단 ‘사막 속의 흰개미’ 전막 낭독회(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18일 서울시극단 ‘사막 속의 흰개미’ 전막 낭독회에 참석한 김광보 연출(오른쪽)과 황정은 작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HJ컬쳐가 선보인 새로운 형식의 낭독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파리넬리’ ‘살리에르’(사진제공=HJ컬쳐)

그 시절 ‘텍사스 고모’ 그리고 지금의 키르기스스탄 여인 “세대, 성별, 시공간 넘어선 모두의 이야기”

2018-10-21 11:00

주한미군 리차드를 따라 나섰다 36년만에 돌아온 텍사스 고모(박혜진), 예순을 훌쩍 넘긴 텍사스 고모의 오빠와 결혼해 한구에 온 19세 키르기스스탄 여인(윤안나). 두 사람 사이에는 아메리칸 드림과 코리안드림, 막연한 희망과 동경, 생각과는 전혀 달랐던 현실이 교집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극 ‘텍사스 고모’(10월 26~27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 11월 2~25일 백성희장민호극장)는 표면적으로 결혼이주자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텍사스 고모’는 막연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과 소외에 대한 이야기다.‘텍사스 고모’는 실제로 결혼해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돌아온 윤미현 작가의 친구 고모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작품이다. 19일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텍사스 고모’ 제작발표회에서 윤미현 작가는 이같은 작품 집필 계기를 전하며 “30년 이민생활을 접고 돌아오는 사람 짐이 너무 단출했다. 저에게 ‘작가인 네가 내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가’라고 하면서도 전남편의 이름만 읊조릴 뿐 정작 본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셨다”고 전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건너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고모와 현재 이 땅 이주여성들에서 사회의 모습이 보였죠. 텍사스 고모로 대변되지만 남녀 구별없이 인간에게 부여될 수 있는 이미지이자 적용되는 이야기예요. 남성이 결혼이민을 가는 설정으로 ‘텍사스 고모부’는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타인, 소외의 느낌은 여성이 더 강했어요. 정서적 전달을 위해 이주자,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여성만을 대변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어 윤 작가는 “취재를 통해 접한 그들(이주여성, 다문화가족 등)의 삶은 굉장히 리얼리즘”이었다며 “이 작품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픽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한국 땅에 들어와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작품이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어 내적갈등을 겪었어요. 행복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소외된 타자의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죠. 그러기 위해 한쪽 편에 서야한다면 타자의 입장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최용훈 연출은 극 중 “너네는 이런 거 없지?”라는 대사의 의미심장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가장 와닿는 대사”였다며 “그들과 그들의 상황을 비하하는 갑을 관계, 갑질을 당하고도 갑질을 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대사 같았다”고 설명했다.“우리보다 조금 경제사정이 안좋은 나라 여성에게 우리가 당한 걸 똑같이 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죠.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답습하는 스스로를 돌아봐야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어 최용훈 연출은 “이주노동자, 사회 문제 등 보다는 우리가 반성할 점들, 사람으로서의 자세 등을 생각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고모 역의 박혜진은 “농촌에서 가난하게 살던, 순진하고 배고픈 여성”이라며 “입 하나 덜기 위해 남의 집에 보내는 일이 흔했던 1970년대에는 특별하지 않은, 흔한 여자”라고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현시대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사람,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인간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같은 정곡을 찌르는 대사 등 말맛을 살린 작품이죠.”키르기스스탄 여인 역에 대해 윤안나는 “공장에 다니다가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저 역시 다른 환경(독일)에서 오다 보니 다른 나라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산다는 게 어떤지 공감이 많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시대에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는 윤안나의 말에 박혜진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 “이주결혼, 농촌의 결혼문제 등을 받아들여야하는 거라면 어떻게 인권을 존중하면서 건강한 사회구조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텍사스 고모’는 국립극단이 타 기관과 공동제작하는 첫 작품이다. 백정희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안산에서 만들었으면 우리만의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라며 “‘텍사스 고모’는 안산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대갈등, 시공간을 넘어 같이 나눠야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오현실 국립극단 사무국장은 “서울·지역 간 심한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다가 적극적인 협업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안산문화재단에서 2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우수 대본 공모 대상작인 ‘텍사스 고모’를 시작으로 서너 군데 지역과의 협업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텍사스 고모’ 협업을 발판 삼아 지역과의 문화 교류, 작업방법 등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hurlkie@viva100.com연극 ‘텍사스 고모’의 텍사스 고모 역의 박혜진(왼쪽)과 키르기스스탄 여인 윤안나(사진제공=국립극단)연극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사진제공=국립극단)연극 ‘텍사스 고모’의 최용훈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연극 ‘텍사스 고모’ 관계자들. 왼쪽부터 오현실 국립극단 사무국장, 윤미현 작가, 텍사스 고모 역의 박혜진, 키르기스스탄 여인 윤안나, 안산문화재단 백정희 대표이사, 최용훈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人더컬처] 국립발레단 ‘마타하리’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 “자유와 사랑을 선택한, 결국 사람이야기”

2018-10-20 18:00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겁니다.”국립발레단의 제176회 정기공연 ‘마타하리’(10월 31~11월 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Renato Zanella)는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사람’을 강조했다. “결과가 아니라 자유를, 사랑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마타하리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타하리는 역사의 희생양이거든요. 실화의 스토리텔링이 저에게 의미 깊고 중요한 이유죠. 특히 여자들을 위한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는 1993년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단장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던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마타하리’의 안무가이기도 하다. 당시 무용수였던 레나토 자넬라의 첫 안무작이기도 했던 ‘마타하리’가 25년여 만에 한국에서 재탄생된다. 그는 “85%가 바뀐, 당시와는 전혀 다른 신작”이라며 “지난해는 마타하리가 처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해 새로운 문서, 증거 등이 공개되면서 마타하리의 삶과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레나토 자넬라의 2018년 신작 ‘마타하리’는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처형당한 비운의 여성이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무용수로서의 삶과 여정을 따른다. 이를 위해 레나토 자넬라 안무가를 비롯해 알레산드로 카메라(Alessandro Camera) 무대디자이너, 카를라 리코티(Carla Ricotti) 의상 디자이너, 자코포 판타니(Jacopo Pantani) 조명 디자이너, 러시안 음악 전문 지휘자 티베리우 소아레(Tiberiu Soare) 등이 의기투합했다. ◇비극적이던 첫 결혼으로 깨달은 자유, 꿈을 갈구하는 ‘사람’ 마타하리“나는 태양아래 나비처럼 살고 싶었다.”레나토 자넬라는 “마타하리의 아름다운 말”이라고 소개하며 “20세기 초반을 산, 굉장히 불공정하게 총살당한 마타하리는 자유를 누렸고 자신과 남자들을 사랑했다. 무용수나 안무가로서 마타하리의 예술적 측면을 보면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그래서 발레 작품 속에 나비를 잡았다 날리는 듯한 동작들이 있어요. 마타하리의 진술서를 읽으면서 그녀는 남자들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여성해방을 외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혁명 이후의 프랑스는 새롭고 특출난 것을 찾는 사회였고 마타하리는 그런 시대에 의해 스타가 되고 파멸했죠.”그는 이어 마타하리가 누구보다 자유와 사랑, 꿈을 갈망한 데 대해 “비극적인 첫 결혼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어린 나이에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했던 첫 결혼으로 마타하리는 재정적 안정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마타하리’는 비극적인 삶 때문에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데부터 시작한다. 1막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배운 동양의 춤을 선보이며 최고의 댄서이자 아티스트로 성공하는 마타하리(김지영·박슬기·신승원, 이하 공연일 순)의 삶을, 2막은 스파이가 되는 암흑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처형당하는 장면까지 다루는 2막에서는 발레리나를 꿈꿨던 마타하리와 발레 뤼스 이야기까지 담긴다. “마타하리는 마사 그레함이나 이사도라 덩컨처럼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죠. 그녀의 삶과 평행을 이루는 것이 발레 뤼스의 탄생이에요. 마타하리는 발레리나를 꿈꾸며 발레 뤼스에 합류하고자 했지만 디아길레프(송정빈·이영철·이수희)에게 거절당해 좌절되죠.”이어 레나토 자넬라는 “마타하리의 삶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며 “유일한 사랑이자 마타하리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그녀를 평범한 여자로 만들어준 러시아 장교 마슬로프(이재우·김기완·박종석)를 비롯해 남편 매클라우드(이영철·송정빈·김희현), 극장장이자 에이전트 아스트뤽(이수희·송정빈), 프랑스 정보국의 라두 대위(박종석·하지석·김기완), 독일 정보국의 칼레(변성완·김희현·정영재), 연인이자 은행가 루소(정영재·박종석·이영철), 마타하리 삶과 평행선을 그린 발레 뤼스의 중요한 인물들인 설립자 디아길레프, 무용수 니진스키(허서명·김명규A·변성완), 카르사비나(박슬기·박예은·정은영) 그리고 마타하리를 잇는 새로운 스타 콜레트(신승원·정은영·한나래)까지 등장한다”고 귀띔했다.◇감옥 12번방에서 시작해 끝나는 “강렬한 실화, 그럼에도 흩날리는 마타하리의 기억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처형 전날밤으로 설정했어요. 감옥의 12번방 문이 닫히는 순간 마타하리는 다음 문이 열리면 처형을 당한다는 걸 직감하죠. 그 암흑 속에서 마타하리가 과거를 회상하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이에요. 교향곡에 따라 마타하리의 내면처럼 다섯 개의 문이 있는 방에서 장면이 시작돼요. 프로젝션으로 영상을 활용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마타하리의 실제 영상을 담기도 하죠.”그의 설명처럼 영상을 통해 첫 번째 남편과 살았던 자바섬, 에팔탑을 활용한 마타하리의 파리 입성, 기메 박물관에서의 첫 공연, 군대와 지도를 활용한 1차 세계대전, 은행가이자 후원가였던 루소의 침실, 발레 뤼스의 공연 장면 등이 탄생한다. “이 작품은 동화도, 소설도, 시도 아닌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에요. 그 사실을 연출이나 무용수가 춤 추는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었어요. 가벼운 소재감의 천을 원했는데 아무리 상황이나 이야기가 강렬해도 마타하리의 기억이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좀 흩날리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거든요.”그는 “극은 추상적인 엔딩을 맞는다. 프랑스와 독일이 마타하리에게 스파이 누명을 씌우려던 공작들이 직접적이진 않지만 상상 속 재판장면을 통해 암시된다”며 “극 초반 마타하리가 깨달았던 것처럼 감옥 12번방의 닫힌 문이 다시 열리면서 그녀는 총격대를 마주한다”고 설명했다.◇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10번에 실린 드라마틱한 세계사 “무용수들과 파도타기 중” “이번 ‘마타하리’에는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 교향곡 5번과 10번이 쓰입니다. 이야기와 안무에 맞춰 음악을 고른 게 아니라 음악을 먼저 선택하고 안무와 이야기를 덧입혔죠.”그렇게 ‘마타하리’는 장면이 아닌 “긴장감 넘치고 콤펙트한” 교향곡의 구조를 따라 펼쳐진다. 그는 “복잡한 음악을 원했다”며 “궁정주의나 암흑의 시기를 거친 마타하리의 삶에 한줄기 빛 같은 음악이었으면 했다. 더불어 마타하리가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시기에 누군가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탈린, 전쟁의 광기 등을 표현할 군사적인 색채가 강한 음악이 교향곡 5번, 10번이었다”고 선택 이유를 전했다.“한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새로운 모티프와 요소들이 계속 등장하죠. 이야기를 입히기도, 안무가로서는 다루기도 굉장히 어려운 음악이었어요. 감정을 확실히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무용수들이 역할로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관객이 그 상황 자체를 살 수 있도록 안무하는 데 주안점을 뒀죠.”그는 인물들의 감정 집중하는 안무가 가능했던 데 대해 “국립발레단원들 덕분”이라고 고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립발레단원들을 지켜보며 2월 최종 캐스팅을 완료했고 8월 중순부터 리허설을 진행한 그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받는다. 레벨을 높이려는 제 요구를 항상 맞춰준다. 안무가로서 원하는 것을 무용수들이 다 이해한다는 건 정말 축복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극적인 감정들이 작품 내에서 유연하게 이어져요. 우리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은 연결돼 있고 대한민국 역시 2차 세계대전의 희생양이죠.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연결돼 있어요. ‘마타하리’는 20세기 초에 시작해 50년간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굉장히 감정적이고 감동적이죠.”이어 레나토 자넬라는 “제 할머니가 마타하리가 파리에 도착할 즈음에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저와 저의 아버지, 할머니·할아버지 세대 뿐 아니라 자녀 세대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칠,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그래서 책임감이 크다”고 덧붙였다.“무용수들이 얼마나 감정선을 잘 전달하는지 몰라요. 파도를 잘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제가 파도를 만들고 무용수들이 그 파도에 올라 서핑을 하는 게 보여요. 머릿결을 넘겨주는 등 작은 하나하나 디테일은 모두 무용수들이 자연스럽게 찾아낸 것들이에요. 제가 모든 안무를 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들의 저마다의 색을 입히고 의지를 담는 거죠. 배우들마다 전혀 다른 마타하리, 인물들이 될 겁니다.”◇강수진 단장과 함께 했던 1993년작과는 전혀 다른 ‘마타하리’ “지금 저의 아이덴티티에 가장 가까운 작품” “지난 버전(1993년)에서 차용한 몇 안되는 장면 중 하나가 마지막에 마타하리가 파멸하는 모습이에요. 마타하리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졌고 파멸된 인물이죠. 피날레는 그 사실을 담고 있는 굉장히 감정적인 장면이죠.”이번 ‘마타하리’는 피날레를 비롯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새로 창작된 작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키르사비나, 디아길레프 등 발레 뤼스 관련 캐릭터들이 새로 구축됐고 마슬로프는 좀더 입체적인 인물로 변화했다.” 이어 그는 “마타하리의 묘사는 좀더 정확해졌다. 마타하리의 첫 스트립 댄스가 추가되고 당시 실제로 입었던 스타킹 재질의 의상, 가슴을 가린 보석 박힌 브라 등 사실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덧붙였다.“강수진 단장님과 함께 하며 1993년을 추억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에요. 하지만 1993년 버전은 더 이상 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라졌어요. 이를 과거로 접어두고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그는 1993년 ‘마타하리’를 안무할 당시 그 유명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무용수 중 한 사람이었다. 무용수인 동시에 이제 막 데뷔한 안무가였던 그는 25년여년 동안 수많은 발레극 안무가이자 오스트리아 빈국립오페라발레단·그리스국립오페라발레단·이탈리아 아레나디베로나발레단·루마니아국립발레단 등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처음엔 소품같은 발레작품을 만들었지만 25여년 동안 발레 전막안무, 오페라와 연극 연출 등을 하면서 드라마 트루기가 무엇인지 성찰할 기회가 많았어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하고 싶은지를 알게 됐죠. ‘마타하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사실적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보다 추상적이고 날 것의 언어로 표현해요. 지금 저의 아이덴티티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진 작품이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제 작품은 항상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해야하니까요.” hurlkie@viva100.com국립발레단 ‘마타하리’의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사진제공=국립발레단)발레리나를 꿈꾸던 무용수의 삶을 재조명하는 ‘마타하리’의 한 장면. 사진은 18일 공개한 리허설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립발레단 ‘마타하리’의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사진제공=국립발레단)18일 공개한 ‘마타하리’의 리허설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립발레단 ‘마타하리’의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사진제공=국립발레단)‘마타하리’의 리허설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립발레단 ‘마타하리’의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사진제공=국립발레단)

[人더컬처]NDT 역사 그 자체 예술감독 폴 라이트풋과 예술고문 솔 레옹 “중요한 것은 독백 아닌 대화”

2018-10-19 18:00

“우리는 전혀 다른 이고(Ego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안무를 할 때는) 정해진 규칙도, 명확한 역할 분담도 없죠. 그렇게 다른 이고 사이에 존재하는 케미스트리가 중요해요. 같이 대화나 놀이를 하다가 심지어 화를 내다가도 뭔가를 만들어내죠.”1999년, 2002년에 이어 16년만에 내한한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Nederlands Dans Theater, 이하 NDT)의 공동안무가이자 예술감독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은 이렇게 말했다. 이에 NDT의 예술고문 솔 레옹(Sol Leon)은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대 위 독백이 아닌 대화”라며 “하나의 시선이 아닌 두 개의 생각이 얽혀가는 과정을 보게 될 것이다. 어느 생각이 누구에게서 나온지 모르기 때문에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NDT는 1959년 창단해 1975~2000년 예술감독이었던 이안 킬리안(Jiri Kylian) 체제에서 최정상급 발레단으로 발돋움했다. 전통 발레 동작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동작·구성·시각화를 이뤄가는 컨템포러리 발레로 일대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다.◇30년을 함께 한 NDT 역사의 일부 폴 라이트풋과 솔 레옹“한국에 마지막에 왔을 때 저는 이 컴퍼니(NDT)의 댄서였어요. 그때 이후로 발전한 NDT의 현재 모습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폴 라이트풋과 솔 레옹의 말처럼 “NDT 역사의 일부”인 두 사람은 NDT2(17~23세 무용수들이 속한 세컨드컴퍼니), 메인컴퍼니 NDT 댄서로, 안무가로 그리고 예술감독과 예술고문으로 30년째 NDT와 함께 하고 있다. “NDT 작품에 공통되게 담긴 세 가지 키워드는 시간, 공간, 변형입니다. 음양, 흑백처럼 정반대의 것들이 조화를 이뤄 하나가 되듯 우리는 문화적 배경도, 작업방식도 다르지만 공통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죠. 중간지점을 찾기란 매우 어렵지만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것을 향해 갈 수 있어요. 음양이 조화되듯 우리도 그렇게 작업 중이죠.”솔 레옹의 말에 “저희의 안무는 삶의 일부분, 그것에서 느낀 부분을 끌어 들인다. 명확한 서사가 아닌 감정적인 것들이 연결되고 스토리텔링이 아닌 감성적인 면에 집중한다”고 전한 폴 라이트풋은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바흐 음악에 실린 ‘세이프 애즈 하우시즈’(Safe as Houses, 2001)‘는 동양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바흐의 음악은 종교적이지만 저희는 영적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활용했죠. 흑백 이미지를 활용했어요. 무대 전체를 하얗게 해 조명을, 어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봤죠.” “무대 미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정리한 폴 라이트풋은 NDT의 인기 레퍼토리인 2014년작 ‘스톱 모셥’(Stop Motion)에 대해 “극장이라는 공간, 환경 등에 의존하는 작품”이라며 “무대에서 모든 걸 없애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뼈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무대를 노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공동안무한 두 작품은 한국, 아시아와 연관이 많아요. ‘세이프 애즈 하우시즈’는 유교 경전의 하나인 역경(易經), ‘모든 것은 고정불변이 아닌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에요. ‘스톱 모션’의 한 층위에는 제 딸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 있어요. 내한 당시 네 살짜리 제 딸과 함께 왔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예뻐해 줬어요. 시간이 흘러 이제 스무살 성인이 된 딸을 보며 한국에서의 기억, 딸과의 추억 등이 떠올라 (딸이 한국에서 사랑받던) 그 순간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거든요.”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Stuttgart Ballet) 상주안무가 마르코 괴케(Marco Geocke)의 ‘워크 더 데몬’(Walk The Demon)이 아시아 초연된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즈위더스트랜드 극장(Zuiderstand Theater)에서 첫 선을 보인 신작의 안무가 마르코 괴케에 대해 폴 라이트풋은 “NDT에는 다양한 안무가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책임감 있고 진지하게 다루고 소통한다”고 전했다.“마르코는 NDT의 레퍼토리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무가예요. 이번 (내한) 공연은 NDT의 과거, 현재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의미가 매우 깊죠.”◇늘 흘렀던 NDT,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창조하고 변화하며 “NDT라는 기관 전통 자체 보다는 컴퍼니가 어떻게 흘러가지는가 중요한 것 같아요. 30년 동안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일부러 새로운 걸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NDT는 끊임없는 창조, 변화를 추구하면서 흘러온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명성과 책임도 생겼죠.”이렇게 전한 폴 라이트풋은 “전통에 기반을 두되 현재에 초점 두면서 활동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예술감독으로서는 다양한 진실의 목소리를 찾아내 통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NDT의 아이데티티가 다양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솔 레옹은 “제가 처음 무용을 시작했을 때는 좀더 오락적이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 부각됐다면 지금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변했다”고 말을 보탰다.“이리 킬리안은 우리 모두에게 저마다의 안무적인 목소리를 내라고 했어요. 다양한 배경, 문화, 언어를 가진 무용수들, 안무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인간,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죠. 아름다움 자체를 즐기면서도 좀더 진지하게 사람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 중입니다.”이렇게 전한 솔 레옹은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지만 1999년에 비해 서울도 많이 변했다. 그 변화를 보는 게 아름답다. 우리 작품 역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흥미롭다”고 덧붙였다.“발레의 우아함과 모던 댄스의 주제정신 모두가 중요해요. 어떤 예술이든 마찬가지지만 현대적인 걸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클래식 발레의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해야하죠. 붓을 잡고 물감을 고르고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알아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전통 발레를 마스터해야 NDT가 추구하는 통합된 측면의 안무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전통 발레를 추는 것도, 공주나 백조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클래식을 바탕으로 우리 이야기로 바꿔가고 있죠.” 솔 레옹 역시 “수백년 전 인물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의 문화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무는 다양한 언어를 담고 있다. 클래식 발레에 두세 언어가 담겼다면 현대무용에는 더 다양한 언어들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클래식 발레”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오래 된 작품과 현재의 연결에 대해 솔 레옹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생명력”에 대해 언급했다.“미학적으로는 올드해보일 수도 있지만 시류를 타기 보다는 보편적으로 흘러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음양, 극단의 양면성 등 영감의 원천에는 변화가 없어요. 흑백, 가볍고 무거운 것 등은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여서 영원히 흘러갈 수 있죠.”폴 라이트풋은 ‘세이프 애즈 하우시즈’에 대해 “하얀 벽이 공연 내내 끊임없이 움직인다. 20년 전에는 벽 자체의 운영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벽과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아졌다”고 밝혔다.“바흐 음악에 실린 영적인 부분, 사람들에 대한 믿음,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가 좀더 가깝게 다가오죠. 이제는 벽 밖과 뒤가 다 보이는 것 같아요.” hurlkie@viva100.com16년만의 내한공연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의 공동안무가 폴 라이트아웃(오른쪽)과 솔 레옹(사진제공=예술의전당)16년만의 내한공연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의 공동안무가이자 NDT 예술감독 폴 라이트아웃(사진제공=예술의전당)16년만의 내한공연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프로그램들. 왼쪽부터 ‘세이프 애즈 하우시스’ ‘워크 더 데몬’ ‘스톱모션’(사진제공=예술의전당)16년만의 내한공연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의 공동안무가이자 NDT 예술고문 솔 레옹(사진제공=예술의전당)16년만의 내한공연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의 공동안무가 폴 라이트아웃(왼쪽)과 솔 레옹(사진제공=예술의전당)

[Culture Box ②] 연극 ‘엄마이야기’, 전통무용 ‘동무동락’, 전시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외

2018-10-19 08:20

연극 ‘엄마이야기’(10월 19~27일 아이들극장) 한스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를 무대로 옮긴 한태숙 연출작. 가볍지만은 않은 ‘죽음’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한 동화연극이다. 죽음(박정자)을 따라 나선 9살짜리 아들 태오(박주업)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전현아)의 이야기다. 서늘하지만 따듯한, 두렵지만 마냥 차갑지만도 않은 죽음이 누구나의 것이 될 수 있음이, 모성의 위대함이 한태숙 연출 특유의 연출스타일로 전달된다.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10월 18~27일 CKL스테이지) 구보 박태원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1930년대 경성시대 예술가들의 이야기.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의 1일’, ‘20세기 건담기建談記’로 이어지는 성기웅 연출의 ‘구보씨’ 연작 중 첫 작품으로 11년만에 재공연된다. 성기웅 연출의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창단 12주년 기념작으로 구보 박태원의 생가인 ‘공애당 약국’ 자리에서 공연돼 의미를 더한다. 구보 역에 강희제를 비롯해 박경찬, 박경구, 강혜련 등이 출연한다. 신작 낭독공연 ‘매화누이’(10월 24~27일 정동극장 내 정동마루)(재)정동극장의 기획공연 ‘창작ing’ 신작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낭독공연의 두 번째 작품이다. 조실부모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원 장욱과 그의 누이 혜경의 이야기다. 병풍 속 매화를 매개로 시공간을 오가는 판소리 음악극이다. ‘피아노 포르테’의 조인숙 작·연출작으로 인연과 약속에 대해 이야기한다.전통무용 ‘동무동락’(10월 24~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이성훈, 배정혜, 국수호, 정혜윤 등 한국 전통춤의 대가들이 선사하는 태평성대, 동래학춤, 진주교방굿거리춤, 진쇠춤, 검무, 화선무, 진도북춤, 장고춤 등의 향연. ‘함께 춤추고 함께 즐긴다’는 한국 춤의 정체성을 담은 8개 작품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나의 도화원’(10월 19~20일 성수아트홀, 26~27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무릉도원’을 소재로 한 한중 합작공연. 멀리 혹은 존재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다. 한중 전통무용을 바탕으로 한중 스타일로 제작된 작품으로 산동성예술연구원, 산동성희극창작실, 성동문화재단, 구로문화재단이 함께 했다. 전시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10월 18~2019년 2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동시대 문명의 다양한 풍경들을 조망하는 국제 사진전. 국립현대미술관과 사진전시재단 공동주최로 32개국 135명 작가의 300여 작품이 전시된다. 칸디다 회퍼, 토마스 스트루트, 올리보 바르비에리, 에드워드 버틴스키, 왕칭송, KDK(김도균), 김태동, 노상익, 노순택, 정연두, 조춘만, 최원준, 한성필 등 국내외 작가의 사진을 통해 동시대 문명을 포괄적으로 조망한다. 이후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2019년 3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20년 9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문명박물관(2021년 1월) 등 10여개 미술관 순회전이 계획돼 있다.전시 이대승 개인전 ‘꿈과 환상의 꽃이야기 몽인화담’(10월 24~30일 경인미술관 제5전시관)시골집 정원에서 가꾸던 화초, 산과 들에 피어 자생하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소재로 한 이대승 전 원광대학교 교수의 개인전. 평범하게 그저 지나쳤다 문득 눈에 들어온 들꽃들에 대한 감성과 이야기가 야생화를 소재로 한 40여 작품을 오브제로 업사이클링해 전시한다. hurlkie@viva100.com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사진제공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신작 낭독공연 ‘매화누이’(사진제공=정동극장)한중 합작 ‘나의 도화원’전시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올리보 바르비에리의 멕시코시티ⓒOlivo Barbieri(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비바100] 적폐 거름으로 무럭무럭 ‘부조리 화수분’ 사립유치원…아동학대, 부실급식, 이번엔 비리·횡령

2018-10-19 07:00

“잘 키워 달라 아이들을 맡겼더니 본인들 돈 주머니만 키웠다” “아이들을 담보로 혈세를 보조받아 사리사욕을 채웠다” “지금은 공개사과하지만 곧 다른 유치원을 개원할 것” “터질 게 터진 골 깊은 적폐”…. 17일 7억원에 달하는 교비를 명품매장, 숙박업소, 성인용품점, 노래방 등에서 부적절하게 사용해 실명이 공개된 동탄 소재의 사립유치원 원장의 공개사과에 엄마들의 한탄은 깊어져만 갔다. 엄마들의 한탄처럼 아동학대, 부실급식에 이어 회계조작, 보조금 부정수급, 인상률 제한을 넘긴 불법 원비인상 등 비리·횡령까지 그야 말로 적폐를 거름 삼은 ‘부조리 화수분’, ‘비리의 온상’이다. 지난 15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2013∼2017년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일부 실명으로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 적발. 법률 사각지대에서 곪을 대로 곪아 터진 해묵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이에 전국 사립유치원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의 정기화, 철저한 사립유치원의 비리 수사 및 처벌, 투명한 회계·인사시스템 구축, 비리 유치원 원장의 실명공개, 정부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횡령죄 적용·비리 유치원장의 간판갈이(폐업하고 재개업) 원천봉쇄 등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 개선 등 종합대책 마련에 대한 속도전 요구가 어이지고 있다. 비리 유치원 원장 뿐 아니라 이를 눈 감은 공무원들까지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에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회견을 열고 입장을 전했다. 한유총은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은 회계·감사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고 항변했다.더불어 “법무법인 광장과 법리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라며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15일 감사 결과를 공개한 MBC를 상대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보도매체 등에 대한 명예훼손·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을 비롯해 정정·반론보도 언론중재 제소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18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유치원 감사결과를 25일까지 전국 교육청 홈페이지에 전면 실명공개(원장, 설립자 실명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종합감사를 상시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정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비리 신고가 접수된 유치원, 대규모·고액 유치원을 우선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한다. 시·도별 전담팀과 교육부 ‘유치원 공공성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9일부터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hurlkie@viva100.com동탄 환희유치원 원장의 눈물 (연합)

[비바100] 신작 ‘워크 더 데몬’과 함께 16년 만의 귀환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2018-10-18 07:00

격렬하지만 우아하다. 고요한 듯 역동적이다. 불화하는 듯 조화롭다. 댄서들의 비명,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운 춤사위, 독백, 거친 숨소리 그리고 신체와 신체가 부딪히며 울리는 공명…. 이들이 향해가는 것은 내면 소리의 ‘공유’다.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10월 19~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하 NDT1)이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1959년 창단한 NDT는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무용단으로 ‘르 피가로’로부터 ‘무용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창단 이후 글렌 테틀리(Glen Tetley)·한스 반 마넨(Hans Van Manen), 이안 킬리안(Jiri Kylian),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솔 레옹(Sol Leon) 등 뛰어난 안무가들과 함께 명성을 이어 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1989년부터 호흡을 맞췄던 폴 라이트풋 NDT 예술감독과 예술고문 솔 레옹의 2014년작 ‘스톱 모셥’(Stop Motion), 2001년작 ‘세이프 애즈 하우시즈’(Safe as Houses)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즈위더스트랜드 극장(Zuiderstand Theater)에서 첫 선을 보인 신작 ‘워크 더 데몬’(Walk The Demon)이 공연된다. 아시아 초연되는 ‘워크 더 데몬’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Stuttgart Ballet) 상주안무가 마르코 괴케(Marco Geocke)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탐구되고 표현돼야 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관절 마디마디, 신체의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앤토니&더 존슨즈(Antony & the Johnsons)의 ‘더 레이크: 에리브싱 이즈 뉴’(The Lake; Everything is new), 파벨 하스 콰르텟(Pavel Haas Quartet)의 ‘더 문 앤드 아이’(The Moon and I), 노르디그렌(Pehr Henrik Nordgren)의 ‘댄스 어웨이 유어 워리즈’(Dance Away your Worries)가 실린다. ‘세이프 애즈 하우시즈’는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선율에 따라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존한 영혼을 표현한다. ‘이별’과 ‘변화’를 주제로 한 ‘스톱 모션’은 비발디 ‘사계’ 편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곡과 영상에 실린다. hurlkie@viva100.com16년만에 내한하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내한공연'ⓒRahi Rezvani(사진제공=예술의전당)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내한공연 무대에 오를 신작 ‘워크 더 데몬’ⓒRahi Rezvani(사진제공=예술의전당)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내한공연의 ‘스톱 모션’ⓒRahi Rezvani(사진제공=예술의전당)

[비바100] 시인의 마지막 흔적, 무대 위에 쓰다! 뮤지컬 ‘랭보’ ‘베르나르다 알바’

2018-10-18 07:00

프랑스의 유명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프랑코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에스파냐의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시인들의 마지막 흔적을 따르는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자유분방한 천재시인 랭보의 삶을 따르는 뮤지컬 ‘랭보’(10월 23~2019년 1월 13일 TOM 1관)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유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씨왓아이워너씨’의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Michael John LaChiusa)가 대본·가사·음악을 꾸린 뮤지컬 ‘베르나드라 알바’(10월 24~11월 12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가 그 주인공. ‘랭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주의 시인 랭보(박영수·손승원·윤소호·정동화, 이하 가나다 순)의 흔적을 되짚는 ‘시인의 왕’ 폴 베를렌느(김종구·에녹·정상윤)와 들라에(강은일·이용규·정휘)의 여정을 따른다. 아프리카에 두고 왔다는 랭보의 마지막 시를 찾아가는 베를렌느와 들라에는 랭보가 시인이 되기 위해 파리로 흘러든 2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모두에게 인정받았지만 스스로 결핍을 느꼈던 베를렌느,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충격과 동경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 랭보, 그들의 시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김수로·김민종이 이끄는 ‘스모크’ ‘인터뷰’ 등의 뮤지컬 제작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와 ‘팬레터’ ‘마이버킷리스트’ 등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라이브가 공동 발굴·제작한 작품이다. 기획단계부터 중국, 일본 제작사가 함께 하며 해외에 수출된 ‘랭보’는 익숙한 실존 인물, 대가들의 주옥같은 시들로 꾸린 이야기와 넘버들, 적지 않은 팬덤을 소유한 남자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 인기 뮤지컬 ‘사의찬미’ ‘비스티보이즈’ ‘배니싱’ ‘빨래’ ‘잃어버린 얼굴 1895’ ‘칠서’ 등의 성종완 연출·민찬홍 작곡가의 의기투합 등 장점과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다만 ‘쓰릴미’의 에녹·정동화·정상윤, ‘베어더뮤지컬’ ‘R&J’에 출연했던 손승원·윤소호와 정휘, 강은일, ‘비스티’ ‘슬루스’ ‘사의찬미’ 등의 김종구·정동화 등 능숙한 호흡을 자랑하지만 신선하지는 않은 조합의 캐스팅은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랭보 역의 정동화와 베를렌느 에녹이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개최하는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10월 20~21일)에 출연해 넘버의 일부를 최초 공개한다. ‘랭보’가 ‘핫한’ 남자배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오롯이 여자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해피엔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곤 투모로우’ ‘씨왓아워너씨’ 등을 개발한 우란문화재단이 사옥 이전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다.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대본·가사·음악을 ‘시라노’ ‘살짜기 옵서예’의 구스타보 자작이 안무를 꾸리고 연출하며 ‘마마돈크라이’ ‘록키호러쇼’ ‘에드거 앨런 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변주한다. 집안의 최상위에 선 미망인 베르나르다 알바(정영주)와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에 맞서는 다섯 명의 딸 앙구스티아스(정인지)·막달레나(백은혜)·아멜리아(김환희)·마르타리오(전성민)·아델라(오소연)의 이야기다. 그들의 갈등에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알바의 노모 마리아 호세파(황석정), 충직하지만 기묘하게 갈등을 주도하는 집사 폰시아(이영미), 베르나르다 일가에 대한 제3의 시선과 적절한 간섭으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하녀와 동네사람들(김국희), 어린하녀(김히어라) 등이 존재감을 더한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여배우 10명이 한 무대에 올라 표현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그들의 격렬하고 은밀한 격돌과 반목 그리고 암투를 담은 부조리극이다.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다른 색깔의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중첩돼 플라멩코 음악과 안무에 실린다. hurlkie@viva100.com뮤지컬 ‘랭보’ (사진제공=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뮤지컬 ‘랭보’(사진제공=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김환의, 김히어라, 전성민, 백은혜, 오소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포스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갓 구운 책] 그때 우리는…그랬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던 저마다의 사춘기를 소환하다 ‘코하루의 일기’

2018-10-17 19:49

내 어린 시절은 어땠던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등으로 구성된 수짱 시리즈의 마스다 미리의 ‘코하루의 일기’는 이제는 흐릿해져 버린 그 시절의 이야기다.현재는 ‘중2병’이라 불리며 호환, 마마보다도 무섭다는 열다섯 소녀시절부터의 코하루 성장기가 담겼다. 예쁜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심리, 도톰한 입술에 대한 동경, 수다를 떨다 낯선 어른에게 듣던 꾸지람, 초등학교 시절엔 그렇게도 싫던 가슴에 대한 우월감(?), 수수한 단짝 친구들에 대한 엇갈린 심정, 한명이라도 빠지면 흔들리는 또래 집단, ‘친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뒷담화와 따돌림 등 그랬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던 저마다의 사춘기가 소환된다. 새로 옷을 산 엄마에게 “엄마는 왜 꾸미는걸까?” 혹은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등 어린 소녀의 질문은 어른이 된 지금 또 다른 생각에 빠지게 한다. 책과 함께 제공되는 일기장에 써내려 가는 지금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덤이다. hurlkie@viva100.com코하루 일기 | 마스다 미리 지음 | 소미미디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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