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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내 손으로 숙성시킨 '나만의 맥주'

[술 담그는 사람들] 수제 맥주 교실 '수수보리 아카데미'
술 잘 못마셔도 만드는 재미에 흠뻑…왕복 7시간 진주서도 즐겁게 달려와

입력 2014-11-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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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직접 제조한 맥주를 시음하기 전 잔에 따른 황금빛 맥주를 다함께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군에 있다 대령으로 예편한 임종현(59)씨는 요즘 수제 맥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서울 충정로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수제맥주 제조를 배우고 있는 임씨는 내년 초 미국 이민을 계획 중이다. 현지에서 작은 카페를 경영하기 위해 맥주는 물론 커피와 와인까지 배우러 다니지만 만드는 재미는 맥주가 으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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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맥주 만드는 과정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원래 술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 미국인 친구가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고 한 번 해보자 도전했죠. 맛도 맛이지만 나만의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재미가 커요. 와인은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운데 맥주는 상대적으로 과정이 어렵지 않아 더 집중해서 배우고 있죠.”

 

 
경남 진주에 거주하는 주부 이연복(44)씨도 수제 맥주 제조과정을 수강하기 위해 왕복 7시간 고속버스를 탄다. 이씨도, 남편도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술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친구들에게 맛있는 술을 만들어 주면서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도 엄마가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보내죠.”

 
수제맥주제조 붐이다.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유행하던 수제맥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 홈 브루어들이 늘고 있는 것. 홈 브루잉은 거창한 설비 없이 몇 가지 간단한 도구만으로 간단히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맥주 원액 캔을 이용한 간단한 방법부터 곡물을 분쇄해 깊은 맛을 내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수수보리아카데미는 국내 수제맥줏집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태원 유명 브루펍 맥파이 브루어리 공동대표 제이슨이 직접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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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의 종류 4가지.
 

중장년층이 지인을 통해 수제맥주를 알게 되거나 향후 창업을 위해 수제맥주제조과정을 수강한다면 2030세대는 수제맥주 맛에 반해 맥주를 배운다. 셰프나 바리스타 출신 수강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미각이 뛰어나고 예민한 이들이 자신만의 맛을 찾아 수제 맥주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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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의 식당 주방장인 김민혁(37)씨는 사장의 권유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바리스타 출신 한 수강생은 종종 하와이언 코냑 원두를 갈아 커피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날 수업은 IPA(India Pale Ale, 도수를 높이고 홉을 많이 넣은 맥주)를 만드는 과정. 엘도라도, 캐스케이드, 시트라, 심코 등 각 조마다 각기 다른 홉으로 개성을 뽐냈다. 덩쿨식물인 홉은 맥주 양조에 있어 향신료 역할을 한다. 맥주에 쓴맛을 부여하면서 맥주 속 맥아당의 단맛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캐스캐이드 홉은 꽃, 과일, 감귤향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심코 홉은 망고, 자몽, 오렌지 등 열대 과일이 한 가득 올라온다. 시트라 홉은 이름처럼 레몬, 감귤류의 향을 가지고 있다. 엘도라도 홉은 라벤더, 로즈마리 등 서양홍차 향이 인상적이다. 홉의 양과 끓이는 시간 및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계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IPA에서는 7~19 AA(알파 액시드)%까지 폭넓은 강도의 홉을 사용한다. 수수보리 이지아 실장은 “홉의 잠재성은 맥주를 끓이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맥주를 끓일 때는 항상 정확한 시간을 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수제맥주제조과정을 거친 수강생들은 각 분기별 선후배들끼리 모여 양조대회를 가진다. 1기부터 10기까지 각 기수별로 맥주를 출품해 우열을 가린다. 

 

 

수강생들 중 반장을 맡고 있는 김보민(44)씨는 “대부분 수강생들이 술을 좋아하지만 한국맥주가 맛이 없어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경우가 많다”며 “나만의 맥주를 만들고 내가 만든 맥주를 마시는 기쁜 표정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 맥주와 막걸리의 대결? 수수보리 수강생 양조대회 이모저모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충정로 물뛴다 주점에서 열린 양조대회에는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수제맥주제조과정과 전통주제조과정을 수강한 수강생들이 각 기수별 출품작을 시음하며 토론하는 행사를 가졌다. 

벌써 3회째를 맞은 양조대회는 수강생만 100여 명이 몰릴만큼 문전성시다. 특히 외국인 수강생이 많은 게 특징. 스코틀랜드 출신 다니엘은 “위스키의 고장에서 왔지만 한국에 6년간 살며 막걸리 맛에 빠져 막걸리 제조과정을 이수하게 됐다”며 “막걸리 코스를 마치면 곧 수제맥주 수업도 들을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수제맥주 8기 수강생 박성준씨는 “우리 조 맥주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슈가캔디를 직접 만들어 넣어 풍미가 남다르다”라고 단언한다. 박씨는 “수제맥주는 레시피만 있으면 누구나 같은 맛을 낼 수 있지만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맛이 달라지는 게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날 맥주 1위는 다크맥주를 출품한 염준수, 정해승씨가 막걸리 1위는 북악산 백호랑이 막걸리를 출품한 외국인 마크에게 돌아갔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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