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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낼 각오로 육아휴직서 제출했어요”

여성근로자 보호 못하고, 기업엔 고통 가중시키는 육아휴직제
여성단체,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육아휴직제 절실"

입력 2015-07-06 17:17

강남구 어린이·주부 글짓기 그림그리기 대회
워킹맘들의 육아휴직이 중소기업과 일부 외국계 회사들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연합)

 

브릿지경제 노은희 기자 = “사직서를 낼 각오로 육아휴직서를 제출했어요. 육아휴직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미정(36·가명)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최근 회사에 복귀했다. 1년을 써야 하지만 그녀가 실제로 쓴 휴직기간은 4개월. 이 씨는 휴직서를 내기 전 ‘사직서를 낼 각오 아니면 내지말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녀에게 1년이라는 육아휴직은 너무 소중한 시간. 이 씨는 “팀원이 많지않아 일을 팀원들이 분담해야 하는 것, 상사한테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하는 것, 육아휴직을 써본 선배들의 불이익 사례 등을 보니 여러 가지로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 둘 각오로 육아휴직서를 제출했고 4개월이나마 쓸 수 있었다.



이 씨 사례는 그나마 양호한 편. 중소기업에 다니는 강지민(34·가명)씨는 육아휴직을 요청하려다 결국 회사를 사직하고 말았다. ‘휴가기간에 쓸 대체인력을 뽑느니 차라리 새로 뽑겠다’는 게 회사 입장에 밀린 것이다.

강 씨는 “여성보다 남성 비율이 더 많아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육아휴직제도가 무시되고 있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 씨는 “워킹 맘들을 위해 나라에서 많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있지만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절차 없다”며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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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어린이들이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과 함께하는 일·가정 양립 2015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국민행복'이라는 조형물을 저울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연합)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 · 가정 양립 정책들’이 현실성이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이 법으로 1년 정해져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서=사직서’로 인식되는가 하면, 회사의 눈치를 봐가며 휴직 기간을 줄여 쓰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여성근로자가 7만34132명(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제외)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으나 결혼과 임신,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15~54세)의 비율이 전체 경력단절여성의 20.7%에나 이르는 실정이다.

현행 육아휴직에 대한 고용자 측의 애로도 만만치 않다.

10년 째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영(45·여) 사장. 그녀는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남은 직원들에게 업무 분담을 시키기도 어렵고, 흑자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불가능하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위로금을 주고 그만두게 하는 게 속 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사장은 ‘먹튀’에 당한 사례를 얘기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같은 여성 입장에서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줬더니 휴직 1년을 다 쓰고 곧바로 퇴사해버리더라는 것. 김 사장은 “미혼 여성이고, 기혼 여성이고 사람을 뽑기가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육아휴직 등과 같은 여성근로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임신, 출산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 저출산 등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고통을 받게 된다”면서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귀를 기울여 인력과 비용과 관련한 인프라를 확보해 기업과 여성 인력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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