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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물산’에 ‘찬성’ 방침 내린 국민연금…엘리엇 반응은

입력 2015-07-10 21:30

국민연금 투자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분수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분수령이 될 내부 투자위원회를 개최한 10일 오후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의 모습. (연합)

 

릿지경제 한장희 기자 =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위임장 확보전(프락시 파이트)에서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이 입장을 정리한 만큼 향후 엘리엇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10일 양사 합병을 찬성 또는 반대할지에 대해 입장을 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 이후에야 이날 결정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때와 달리 학자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오늘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했다”며 “의사결정의 세부 내용은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이후에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도 “신중하게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며 “민감한 사안인데다 결정 내용에 따른 파급력도 커서 주총 때까지 찬반 여부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논의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기금운용본부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전략실·운용지원실·주식운용실 실장 등 내부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7시 무렵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의 미래 노후를 책임질 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합병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 삼성물산 주식 1813만1071주(11.61%)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는 각각 1조1800억원, 1조1400억원어치에 달한다.

또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물산의 대립 구도가 펼쳐진 가운데 국민연금의 결정이 국민 경제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연금의 이날 알려진 입장대로 결정한다면 엘리엇은 삼성물산과의 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진다. 법원과 국민연금에 판단과 결정에 대해 엘리엇이 최후의 반격카드로 투자자-국가 소송(ISD)를 꺼내들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해당기업에게 불합리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엘리엇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국민연금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이 이날 내부 투자위원회의 결정을 주총 이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신중하게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오는 17일 주총일까지 주주들에게 제일모직과의 통합 시너지와 합병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대신 삼성물산은 이날 오후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에 총 6명의 위원 중 3명을 외부전문가로 선임키로 하는 등 합병 이후에 전개할 구체적인 주주 친화정책을 천명했다.

삼성물산은 외부전문가 3명 중 1명은 회사 미래발전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주주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기로 했다. 또 사회공헌기금을 영업이익의 0.5%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위원회 운용안도 구체화했다.

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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