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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놀이터, 이젠 안된다] 국민연금, 해외 투기세력 막을 최후 방패

‘국민’연금, 국민자산 운용하는 만큼 한국경제 지킬 의무도 있어

입력 2015-07-12 17:33

[수정]국민연금이10%이상지분을보유한기업10곳

 

브릿지경제 유혜진 기자 = 단기 이익만을 좇는 헤지펀드의 민낯이 드러났다.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다툼 속에서다. 엘리엇이 삼성에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주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라고 요구한 것은 허울만 좋을 뿐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한 노림수였다.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면서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불필요한 비용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2의 엘리엇을 막고 투기 세력 놀이터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국민연금공단은 우리나라 국민의 돈을 모아 국민의 미래를 최소한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결정은 내 미래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국민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내린 결정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왜 ‘국민’연금인가 보여주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은 이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투자위에서 직접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투자위 결과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투자위에서 직접 행사한다는 것은 찬성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투기자본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며 합병을 반대하는 등 짧은 투자로 큰 수익을 노리고 경영권에 간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엘리엇이 국민연금에 양사 합병을 반대하라는 의견을 권유했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단물만 쏙 빼먹고 떠나는 외국계 편을 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왔다. 결국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차익을 노려 공격하는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국내’ 기업을 지켜내는 방패 역할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은 삼성물산에 국한돼서는 안 되는 문제다. 엘리엇과 같은 해외 투기자본의 진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한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연금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연금 투자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분수령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이 기업 경영권 사수의 최후 보루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국민연금 강남사옥(연합)

 


국민연금은 지난 2013년 8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단일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30대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롯데푸드, LG상사, 대림산업,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삼성물산 등 10개사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수익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한국경제에 중요한 기업들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만을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국민연금 등 특정 기관의 도움 없이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부실한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삼성그룹은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정치권에서 제도만 잘 갖춰져 있으면 연기금 힘을 빌리지 않아도 국내 자산을 지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이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국내 주요 기업을 지키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내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간섭을 막을 수단으로 평가된다. 야당에서 이런 법안이 나온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투자의 최우선은 역시 수익률이다. 우리나라 국민 노후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극대화만을 위해 선택을 하고, 기업의 국민연금을 ‘백기사’로 내세우지 않아도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부실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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