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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놀이터, 이젠 안된다] 기업가치 평가, 누가 더 잘할까

“ISS, 국내 기업 정보 부족…예측 빗나간 사례도 여럿”

입력 2015-07-14 18:25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 사진
금융투자업계가 삼성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만 몰라본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브릿지경제 유혜진 기자 = “ISS는 사모펀드와 공생 관계다.”



삼성물산 법률대리인은 13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항고심 심문기일에 참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헤지펀드 대변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ISS는 미국 모건스탠리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2008년 사모펀드 베스타에 넘어갔다. 따라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베스타 설립자 철학이 행동주의를 내세우는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철학과 같다고 보고 있다. 기업과 헤지펀드가 맞붙었을 때 ISS가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S가 모건스탠리 밑에 있을 때에는 상당히 공정했는데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공정성이 많이 훼손됐다”며 “모건스탠리는 국제 금융회사라 사회적 책임이 높다고 보는데 ISS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ISS는 3일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합병 이후의 수익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전망됐다며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했다.

삼성물산은 ISS가 엘리엇이 내놓은 부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인용했다며 주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받아쳤다. ISS가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걱정에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1대 0.35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외 기관의 기업 가치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모직의 바이오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게 논란의 시작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ISS 보고서는 오류 투성”이라며 “바이오를 비롯한 합병법인 미래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삼성이 바이오 관련 발표를 하는 데에도 ISS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전문성과 분석력이 떨어지니 미래가치를 모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ISS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를 2조원으로 평가한 점은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폄하한 것”이라며 “2020년 매출 2조1000억원, 영업이익 9000억원 달성이 유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가 그 정도라면 한국 증시의 모든 바이오 제약 주식들은 현재 고평가 상태에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은 ISS가 합병된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서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과 주주 친화 정책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ISS의 판단이 주주총회 결과와 달랐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피아트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합병이 주주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견해였다. 하지만 주주총회 참석자 80%는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ISS는 2013년 메트로PCS와 T모바일USA의 합병도 반대했으나 주총 결과는 합병 승인이었다. 2012년 클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을 앞두고도 ISS는 합병 효과가 의문스럽다고 했지만 합병안 찬성률은 99.4%였다.

ISS는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도 여러 번 체면을 구겨야 했다. 지난달 구글 보상위원회의 이사진 재선임 안건에 대해 ISS는 소수의 특정 이사진에 합리적 기준 없이 지나친 보상을 준다고 반대했으나 이사진 3명은 재선임됐다.

국내에서는 3월 CJ의 이사 재선임 당시 ISS가 사내이사들의 감시·견제 의무 불이행을 문제 삼았지만 재선임 안건은 통과됐다. SK C&C와 효성의 사내이사 재선임 과정에서도 ISS가 형사 재판에 선 이사를 재선임할 수 없다고 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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