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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두면 돈된다"… 제주 경매시장에 '묻지마 투자' 기승

입력 2015-07-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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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부동산 경매시장에 ‘허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제주도 부동산시장이 뜨는 것과 때를 같이 해 경매 토지시장에서 응찰자가 몰리며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흡사 한문소설 ‘허생전’(許生傳)에서 허생이 상투를 트는 망건 재료인 말총을 ‘매점매석’하기 위해 제주도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16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지역 토지 경매 평균 낙찰률은 84%에 달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무려 140%에 이르며, 평균 응찰자 수도 7.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대비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각각 22.5%포인트와 58.0%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응찰자 수도 2.9명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같은 기간 전국 토지 평균 낙찰률 37.4%와 낙찰가율 65.9%, 응찰자 수 2.8명과 비교하면 몇 배나 더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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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반기 중 두 번째로 많은 응찰자가 몰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의 토지에는 무려 152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531%에 낙찰된 바 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망이 좋거나 감정가가 낮게 책정된 물건 등에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일단 사놓고 보자’는 묻지마 성격의 응찰이 잇따르고 있다”고 경계했다.

현지 개업공인중개사들도 최근에는 투자보다 투기(投機) 목적으로 제주도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제주 서귀포시 하나로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지인들이 보기에는 전혀 투자가치가 없어 보이는 땅도 일단 사놓고 보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면서 “가치 여부를 떠나 로또복권 식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경매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 전환<YONHAP NO-0911>
제주도에 토지 매점매석을 위한 ‘묻지마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지역의 특성과 토지의 가치는 별개라며 투자 시 주의를 요구했다. 사진은 최근 제주 경매법정 모습. (연합)

 


 

게다가 국제학교 등이 들어서며 관광·유학의 명소로 알려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이 지역 부동산의 가치를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진혁 다윈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제주지역 토지경매 물건의 낙찰률 84%는 전국(37.4%) 평균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라며 “토지 물건 확보 차원에서 다른 지역 투자자들이 몰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특성만을 보고 맹목적으로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임야·대지는 감정가가 건축물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땅을 제주도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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