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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 역사와 청명한 한려수도 담은 ‘통영’

지방관아 최고 권위 ‘세병관’ 건재 … 장사도·소매물도, 천혜 자연에 손길 더해져 장관

입력 2016-01-19 18:40

통영(統營)은 이름 그 자체로 알 수 있듯 유서 깊은 군사도시다. 조선시대 충청·전라·경상의 삼도수군을 통할했던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의 줄임말이다. 통제영이 설치되기 전에는 두룡포라고 불렸다. 평소에는 교통량이 적어 별 문제가 없지만 휴가철이나 연휴에는 도로가 차량으로 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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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공원 내 이순신 장군 동상

가장 먼저 도착한 여행지는 이순신공원(옛 한산대첩기념공원)이었다. 1592년 8월 14일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하고 해상주도권을 장악해 일본군의 식량보급로를 차단한 한산대첩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오른쪽에 칼집이 있어 장군이 왼손잡이냐는 논란이 있는 것과 달리 왼손에 칼을 차고 늠름한 모습으로 통영 앞바다를 내려본다.

동상 옆으로는 왕복 30분 정도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오르막 산책로를 따라 가면 남해 바다를 더 멀리 구경할 수 있다. 이어진 내리막 산책로를 이용하면 남해 바닷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수도권은 갑자기 맹추위가 찾아왔다지만 이 곳은 계절을 잊은 듯 따뜻해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복장으로 산책하는 관광객이 다수였다.

이순신공원에서 15분 가량 차로 이동하면 동피랑마을에 도착한다. 이순신이 설치했던 옛 통제영의 동포루(망루)가 설치된 곳으로 언덕 끝에 동쪽 벼랑이 있어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동피랑마을이 관광객에게 알려진 이유는 집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 덕분이다. 2007년 10월 한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대 재학생과 개인 18개 팀이 참가해 벽화를 그렸다. 당시 옛마을은 철거 대상이었지만 벽화로 인해 관광객들이 몰려 들면서 마을 보존 여론이 형성돼 지금은 마을 꼭대기 3채만 헐고 나머지는 놔두는 것으로 결정됐다.

동피랑마을을 내려오면 통영중앙시장이 있다. 통영중앙시장은 입구부터 해산물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 다소 비싼 가격으로 서울에서 맛보기 힘들었던 도미회를 떠서 숙소로 돌아왔다. 펜션에 도착하니 을미년의 몇날 남지 않은 해가 바다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영 전체를 내려보고 싶다면 미륵산(461m)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미륵산은 통영항 남쪽의 미륵도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와 통영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미륵산 8부 능선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케이블카는 통영항 맞은편 도남관광지 부근에서 탈 수 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미륵산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어진 용화사, 고려 태조 시절 도솔선사가 창건한 도솔암 등이 있다. 청명한 날엔 전망대에서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통영을 대표하는 유적지는 뭐니뭐니 해도 삼도수군통제영(현재의 해군본부)이다. 본래 통제영은 임진왜란으로 전국토가 어지러웠던 1593년(선조 26년) 한산 진영(지금의 한산도 부근)에 세워졌다. 초대 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이었다. 통영시 관내로 통제영을 이동시킨 것은 1603년(선조 36년)이다. 6대 통제사였던 이경준이 터를 닦고 2년 뒤인 1605년(선조 38년) 세병관(洗兵館) 등 건물을 세웠다.

통제영 본영의 중심건물은 세병관이다. 국보 305호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중 바닥 면적(175평, 약 578㎡)이 가장 넓다. 세병이란 이름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글에서 인용한 것으로 ‘은하수를 길어다가 병기를 씻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평화를 기원하고 동시에 전쟁에 대비한다는 의미다. 정면 9칸, 측면 5칸의 9량 구조로 단층 팔작집이다. 건물 네 면이 개방돼 있고 우물마루에 연등천정과 단청이 어우러져 있다. 50개의 민흘림 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다. 과거 지방관아 건물 중 최고 위치를 차지했다. 세병관은 여수의 진남관, 서울의 경회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대형 목조건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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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수군통제영의 세병관

통제영에 설치된 공방에서는 관급 장인들이 각종 군장비와 진상품을 제작했다. 공방 운영이 가장 활발했던 18세기 후반에는 한양을 제외한 지방 공방 중 장인수가 가장 많았다.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도 최상급이어서 갓, 자개, 소반, 부채 등 각종 공예품은 전국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혔다. 공방은 1895년 통제영이 폐영될 때까지 운영됐다.

통영 주변에는 약 150여개의 섬이 있다. 이 중 장사도, 소매물도 등은 천혜의 자연환경에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빈다. 장사도는 본래 14채의 민가와 80여명의 주민이 살았던 작은 섬이다. 행정구역 상 통영에 속하지만 위치는 오히려 거제도와 가깝다. 통영 가배항이나 거제 대포 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 있다. 10만여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아 ‘잠사도’ 또는 ‘누에섬’으로 불렸다.

장사도 선착장에 내려 올라가면 먼저 폐교된 죽도국민학교 분교와 중앙광장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분재원이 조성돼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오른쪽 길로 걸어가면 무지개다리와 달팽이전망대에 다다른다.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보고 싶다면 더 걸어 승리전망대와 다도전망대로 이동하면 된다. 중앙광장에서 왼쪽길로 가면 온실, 섬아기집 등이 나온다. 각종 간식과 음식을 파는 누비하우스 밑으로는 대표적인 장사도 관광지인 동백터널길이 나온다. 이 곳은 2013년 겨울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배경이 돼 유명세를 치렀다.

매물도의 부속섬인 소매물도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아까운 섬이다. 소매물도의 새끼섬인 등대섬까지 가려면 1박2일로 여유롭게 여행일정을 짜는 게 좋다. 등대섬은 과거 모 제과회사의 광고 촬영지로 알려지며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장사도와 함께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 저구항에서 가는 게 가장 가깝다.  

소매물도는 면적 0.5㎢, 해안선 총연장이 3.8㎞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섬 정상인 망태봉의 해발고도는 157m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길 닿는 어디나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과거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동남동녀(童男童女) 3000여명을 이끌고 온 서불이 섬의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徐市過此, 저자시가 아닌 슬갑불이라 읽음, 서불은 서북으로도 불림)’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을 정도다. 섬 정상에는 매물도관세역사관이 있다. 1987년 폐쇄한 감시초소 자리에 만든 기념관으로 당시 장비와 관련 기록, 사무실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이 곳을 지나 경사지대로 내려오면 등대섬에 이르는 열목개길에 도착한다. 하루 두 차례 간조 때만 길을 건널 수 있다. 소매물도에서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도구를 가져오지 않아도 섬 안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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