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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일상이 곧 예술' 동서양 문자의 의기투합, 예술의전당 '한글 書: 라틴 타이포그래피'展

[Culture Board] 예술의전당 '한글 書: 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展

입력 2016-09-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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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조화가 돋보이는 예술의전당 ‘한글 書: 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展.(사진=허미선 기자)

 

전통 서예와 서양의 라틴 타이포그래피가 만났다. 예술의전당과 AGI(국제그래픽연맹, 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 코리아, 사단법인 문자문명연구회가 주최하는 ‘한글 書: 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展(10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이 개막했다.



서예 분야의 원로·신진작가 41명, 타이포그래픽 작가 26명이 한 자리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서예부장은 “한글과 라틴 알파벳이 만들어지고 두 문자·문명 간의 첫 만남”이라고 설명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더 건강한 종을 만들어내는 씨앗 같은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저 한데 모이는 것 뿐 아니다. 획과 라인으로 이뤄진 서예와 라틴의 활자, 일상과는 거리가 먼 서예와 일상이 된 활자 등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가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전시다.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현실적인 힘을 잃어버린 서예와 일상이 되면서 다양성을 상실한 타이포그래피가 극명하게 대비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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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書: 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展 이호신 작가의 ‘한글 뜻 모음’.(사진=허미선 기자)

이동국 부장은 “서예는 영어를 쓰는 것을 여전히 금기 중 금기로 여기고 있다. 라틴의 알파벳 역시 문자 자체가 우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두 문자가 민족 예술의 정수를 다 열어놓고 얘기해 제3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전한다.

 

이어 “첫 전시인 만큼 만나자마자 조화롭지는 않다. 문자라는 같은 토대가 도구, 재료, 용도에 따라 어떻게 다양하게 구사되고 있는지를 보고자 한다. 문자영상시대의 한가운데서 문자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기계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를 직접적인 화두로 던진다”고 설명한다.

전시에서는 각 작가의 작품은 물론 서양의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이 한글을 재해석해 새로 작업한 작품들, 화가로 활동 중이지만 서예에도 조예가 깊은 작가들의 작품, 영상 및 음각, 투영 등의 기법으로 표현된 문자예술 등이 소개된다.

서양의 활자와는 달리 글씨 자체에서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정서와 의미가 고스란히 표출되는 박원규의 ‘무제’, 유승호의 ‘죽이도록 주기도문’, 구지회의 ‘통’, 김종원의 ‘한글 변상-고시조 일수’, 이호신의 ‘한글 뜻 모음’, 김두경의 ‘서울’, 김종건의 ‘꽃들의 향연’ 작가 등과 서울을 모티프로 한 덴마크 작가 핀 니고르의 ‘서울’,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코프의 ‘Pepperlappa’ 등이 특히 눈에 띈다.

박원규는 작품에 대해 “제목은 ‘무제’지만 ‘ㄹ’을 가지고 만든, 끊길 듯 이어진 획으로 만든 길”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호의 ‘죽이도록 주기도문’은 깨알 같은 글자로 산수화를 완성한 작품이며 김종원의 ‘한글 변상’은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무당이 춤을 추는 듯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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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나타내는 동그라미와 삼각형 모양의 검정 투명 천 안에 전시된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재미는 형식을 벗어난 배치다. 열을 맞추거나 높이를 일정하게 한 배치가 아닌 자유롭고 일상적으로 전시했다. 글을 쓰듯 뉘이거나 그림자로 또 다른 글씨를 만들거나 안이 비치는 검은 천 안에 모빌처럼 매다는 등 다양하게 배치됐다.

서울을 나타내는 동그라미와 삼각형 모양의 투명 천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국의 서와 라틴의 타이포그래피가 유사 이래 처음 만나 어슴프레하나마 교류를 시작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문자는 보다 빠르게, 대량 생산으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의 변화와 요청에 의해 진화돼 왔다. 이동국 부장은 “동서양을 떠나 인간이면 문자생활을 한다. 그 자체가 일상과 예술이 공존하는 것이다. 일상을 담아내지 못하면 죽은 문자다. 일상이 없으면 예술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서예는 어떻게 일상으로 스며들 것인가를,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은 펜과 자판에 빼앗긴 일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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