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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어 술까지? 국민건강 빌미 서민증세 멈춰야

담뱃값 인상 세수입 12조 중 금연사업엔 1300억만 … 간접세 인상 통한 세수확보, 후진국 단골정책

입력 2017-03-02 12:16   수정 2017-03-0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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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명분인 ‘국민건강 증진’은 허울일 뿐 결국 세수 증대가 목적인 게 담뱃값 인상을 통해 여실이 드러났다.

지난 1월 정부가 소주·맥주 등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이은 2차 서민·꼼수 증세’라는 반대여론이 쏟아져나왔다. 보건 당국은 “건강보험 재정 충당책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더 높이거나 술에 부과하는 방안은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근엔 빈병 보증금 인상 문제로 외식업체들이 일제히 주류 가격을 올리면서 건강증진부담금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달 초 환경부는 ‘자원순환을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빈병 보증금을 소주는 기존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이에 맞춰 편의점업계와 일부 식당들도 덩달아 주류 값을 올렸으며, 일부 식당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보증금 인상분보다 술값을 더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부는 병 반환을 전제로 한 빈병보증금을 빌미로 판매가를 올리는 것은 위법이라며 업체 단속에 나섰지만 일부에선 본격적인 건강증진부담금 도입을 위한 정부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반대여론을 의식해 권투로 치면 링을 빙빙 돌며 ‘잽’만 날리는 아웃복싱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을 충당하는 방안은 17·18대 국회에서도 논의됐다가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소가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던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할 경우 연간 2조3000억원의 재정손실이 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련 사안이 재차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5년 흡연율을 감소시킨다는 명분으로 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2000원이나 올렸다. 여기엔 한 갑당 840원가량의 건강증진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이후 담배로 인한 세수는 지난해에만 12조4000억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주류에 비슷한 수준의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면 술값이 10~2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해 세금을 더 걷어들이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방법과 대상이 한참 잘못됐다. 특히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논의가 불편한 이유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은 허울일 뿐 결국 세수 증대가 목적인 게 담뱃값 인상을 통해 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 후 정부가 벌어들인 12조4000억원 중 금연사업에 쓰인 것은 겨우 1300억원, 건보재정 지원금 등을 포함해도 3조원에 불과하다. 담배 판매량은 인상 첫해 반짝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인상 전의 83% 수준까지 회복됐다. 금연클리닉 지원 등 금연정책마저 시들해지면서 정부 곳간만 채웠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저 국민의 뇌리에 남는 것은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금연 공익광고가 거의 전부다. 언론친화적 광고 플레이로 언론의 뭇매를 덜 맞는지도 모를 일이다. 담배처럼 술에도 건강증진 부담금을 매기자는 방안이 출발부터 비난받는 이유다.


이미 높은 비율의 세금이 매겨진 주류에 또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주류는 출고가 기준 72%가 주류소비세, 21%가 교육세로 부과된다. 부가가치세 등이 합쳐지면 전체 술값의 약 53%가 세금이다. 일본의 경우 세금 비율이 43%이며 유럽연합(EU) 중 주류 세금이 가장 높은 영국도 세금 비율이 33%에 불과하다.


건강증진부담금 같은 간접세를 인상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선진국스럽지 못하다. 간접세는 납세의무자와 실제 조세부담자가 다르고 소득이 적을수록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역진성(逆進性)을 띤다. 특히 주류의 경우 담배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의 소비량이 고소득층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건강증진부담금은 고달픈 일상을 한 잔의 술로 위로받았던 서민층에 대한 배려 없음이다.


정부가 정녕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세와 주류세를 세수확보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의심이 들지 않도록 거둔 세금을 온전히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쓴다는 것을 체감되는 정책과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고소득자의 탈세 방지, 영혼 없는 정책에 의한 국고 누수 차단 등으로 새어나가는 세금을 막는 게  우선 아닐까.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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