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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병원의 자궁근종 연구소] 자궁근종 치료, 꼭 자궁 들어내야 하나? 보존중심 ‘다학제적 접근’ 필요

임신·출산 이상의 여성성 상징 … 환자 심리상태 및 다양한 병변 고려해야

입력 2017-04-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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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이 여성 환자를 검진하고 있다.
“나이도 있고 임신할 일도 없으니 자궁을 들어내시죠.”
 
자궁근종 환자에게 자연스럽게 자궁절제를 권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형병원의 암진료를 중심으로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대세다. 개별 암환자의 상황은 천차만별이기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 및 관련 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특정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빠른 시간안에 제시하기 위한 소위 말하는 ‘환자중심’(patient-centered) 진료인 것이다. 

과거에는 제한된 자원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했기에 ‘병원중심’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는 많은 대형병원들이 환자중심 진료인 다학제적 접근을 자신들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며 의료계의 ‘메가트렌드’(megatrend)로 확산 중이다.

암에 비하면 자궁근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3명 중 한명에서 생길 정도로 매우 흔하다. 또 관찰만 해도 되는 경우부터 응급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극심한 빈혈 혹은 정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생리통을 겪는 등 임상 양상이 다양하다. 자궁근종 관리는 보건의학·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궁근종의 진단 및 치료를 오랜 기간 전공해 온 영상의학 전문의의 관점에서 자궁근종은 암 못잖게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와 치료법이 존재하는 만큼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이 높은 질환으로 본다.

자궁근종은 사람에 따라 △평생 관찰만 해도 좋을 정도로 작고 성장이 느린 근종 △자궁내막에 닿아 있거나 자궁내강으로 돌출돼 크기가 작아도 생리과다를 유발할 수 있는 점막하근종 △자궁 전체에 퍼져 있는 다발성 근종 △MRI(자기공명영상)에서 하얗게 보이는 세포성 근종 △MRI 상 혈류가 매우 높거나 혹은 낮은 근종 △치료가 지체돼 주변장기를 다 누르고 하복부로 불룩 튀어나와 마치 임신한 배처럼 보이게 하는 거대근종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여기에 환자의 나이, 직업, 향후 임신 희망 여부같은 사회적 요소, 증상의 존재유무, 증상의 심한 정도 등에 의 조합에 따라 상황의 다양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자궁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장기다. 이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의료소비자가 출산의 역할을 다했다면 ‘자궁적출술’로 근종을 없애는 게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해결책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과거에 가장 많이, 심지어 현재에도 자주 시행되는 치료법이다. 

여성에게 자궁은 임신·출산 이상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이를 상실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정서다. 이제는 환자의 심리상태까지 반영, 양성질환인 자궁근종 치료를 시행하되 자궁을 보전하는 복잡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왔다. 

현재 많이 시행되는 치료법으로는 △복강경이나 자궁경을 이용해 근종만 떼어내는 ‘근종절제술’(myomectomy) △ 바늘을 찌른 뒤 자궁동맥을 막아 근종만을 선택적으로 괴사 시키는 ‘자궁동맥색전술’(uterine artery embolization) △피부를 통해 발사한 고강도 초음파를 한점에 집중시켜 발생된 열을 이용해 근종을 태워 치료하는 ‘하이푸’(HIFU,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치료 등을 꼽을 수 있다. 

자궁근종은 영상의학적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 역시 달라진다. 각 치료법들은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적 방법부터 진통제 정도만 써도 되는 비침습적 방법까지 상황에 따라 처치를 달리해야 한다. 치료 시간이나 치료 중이나 후에 느끼는 증상, 회복기간, 합병증 위험도, 향후 임신에 미치는 영향 등이 모두 다르다.

이밖에 근종의 영상의학적 특성에 따라 사람마다 각각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 달라진다. 개별 자궁근종에 대한 정확한 이해,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각 치료법의 특성들이 모두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가장 합리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의 실시간 협진은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한 필수조건인 만큼 자궁근종 치료 시 환자중심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한 자궁근종 치료를 위한 다학제적 접근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이미 유수의 해외병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의료진은 개별 자궁근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치료법의 특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의 실시간 협진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자궁근종이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양성질환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관심이 낮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환자마다 느끼는 고통은 암과 비교해 절대 덜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개별 환자의 상태에 대한 부인과학적 평가, 개별 근종에 대한 영상의학적 이해, 환자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고려, 개별 치료법의 특성화를 통한 맞춤 치료법 제시, 치료 후 합리적인 추적 검사 등 모든 단계에 각 분야 전문가를 투입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절실하다.

여성들은 언제까지 나이도 있고 임신할 일도 없으니 자궁을 들어내시죠’ 같은 획일적이고 비정한 질문을 받아내야 할 것인가? 의사들은 과연 치료법이 없어 이런 제안을 계속하는 것인가? 자궁근종 치료를 위한 환자중심의 다학제적 접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시점이다.
 
김영선 민트병원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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