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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종류 각양각색 … 땅콩 알레르기, 아몬드·호두는 괜찮다?

같은 나무견과류, 교차반응률↑ … 3세이하 섭취 자제, 아몬드 다이어트 중엔 피해야

입력 2017-04-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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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캐슈너트나 헤이즐넛 등 같은 나무견과류를 먹을 경우 37%의 확률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한때 고열량·고지방식품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다가 최근 ‘슈퍼푸드’ 위치에 올라선 견과류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땅콩이나 호두의 인기는 주춤한 반면 마카다미아, 피칸, 피스타치오 등 고급 수입 견과류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마트 발표자료에 따르면 견과류 중 땅콩이 차지하는 매출의 비율은 5년 전 47%에서 지난해 27%, 호두는 31%에서 29%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피칸과 피스타치오 매출은 0.3%에서 6.2%로 6배 가량 뛰었으며 아몬드도 13.4%에서 19.4%로 높아졌다.


견과류는 단단한 껍질이 속살을 둘러싸고 있는 과일을 총칭하는 것으로 호두·아몬드·잣·캐슈너트 등 나무견과류와 밭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인 땅콩류로 구분된다. 나무견과류가 영양학적으로 땅콩류보다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입증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견과류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돼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 심장질환, 당뇨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2015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55~69세 남녀 1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호트연구에서 땅콩과 견과류를 매일 최소 10g씩 섭취하면 호흡기질환, 신경계질환, 암, 심장질환 등에 의한 사망률이 20%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소 식품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견과류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견과류 알레르기는 복통, 설사, 구토, 가려움증, 심하면 쇼크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인 식품알레르기는 소아·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 사라지지만 견과류와 어패류의 경우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미국에선 식품알레르기 중 땅콩 알레르기 유병률의 증가가 가장 뚜렷하다. 이는 땅콩 가공 방법의 변화, 땅콩 섭취 시작 시기의 지연, 비누ㆍ세정제 사용을 통한 피부 장벽의 손상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2001∼2005년에 실시된 연구결과에서도 의사 진단에 근거한 땅콩 알레르기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에선 식품알레르기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입원하는 빈도가 1994년에 비해 2005년에 3.5배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서울지역 초등학생의 식품알레르기 진단 유병률은 지난 20년간 50%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이 아토피 피부염을 함께 가질 가능성은 식품알레르기가 없는 학생 대비 4.3배에 달했다. 홍 교수는 “부모의 알레르기 진단 내력, 1세 이전의 항생제 사용, 1세 이전에 가정에서 곰팡이 노출 등도 초등학생의 식품알레르기 진단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모든 견과류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땅콩류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면 아몬드나 잣 등 나무견과류는 먹어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종류의 견과류에선 알레르기 교차반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호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캐슈너트나 헤이즐넛 등 같은 나무견과류를 먹을 경우 약 37%의 확률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한다. 땅콩은 같은 콩류인 완두콩, 렌틸콩, 대두 등에서 알레르기 교차반응이 5%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  


교차반응이란 알레르기 유발인자로 작용하는 특정 식품이 있을 때 분자구조가 유사한 다른 성분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식품과 동일한 과(科)나 속(屬)에 속하는 다른 식품을 먹을 때 나타나기 쉽다. 예컨대 연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가자미나 황새치(교차반응 확률 50%), 새우는 게와 바닷가재(75%), 멜론은 수박·아보카도·바나나(92%), 복숭아는 사과·자두·체리·배(55%)에서 교차반응이 발생한다.


같은 나무견과류라고 해서 무조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 연구팀은 특정 나무견과류에 알레르기를 가진 109명의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이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나무견과류를 소량 먹는 ‘경구 음식유발시험’을 실시하고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50%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견과류를 포함한 음식알레르기와 교차반응 관련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특정 견과류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병원에서 알레르기항원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물질을 파악한 뒤 다른 견과류나 식품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 세 살 이전 소아는 땅콩과 호두 이외의 견과류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성인보다 심할 수 있어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임신부는 과거엔 알레르기 반응이 태아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견과류 섭취가 권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의 연구결과 임신 기간에 견과류를 섭취해도 아이에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견과류 섭취가 태아의 면역력 증진 및 천식 예방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견과류 중 가장 대중적인 땅콩은 비타민B, 레시틴,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뇌 발달과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적이며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막을 보호해주는 비타민E가 풍부하다. 속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어야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100g당 569kcal 정도로 고단백·고지방 식품이어서 하루 10~15알만 먹어도 충분하다.
한의학에선 ‘신토불이’ 개념에 따라 외국 견과류보다 한반도에서 직접 재배되는 땅콩류가 한국인에게 더 좋다고 본다. 하지만 호두와 함께 가장 강력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호두는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늦추는 미네랄과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뇌신경세포의 60%를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호두를 하루 다섯 알씩 10년간 먹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뇌세포 활동력이 25% 좋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견과류 중 유일하게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알파리놀레닉산(ALA)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을 건강하게 한다.


아몬드는 비타민B와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지만 하루 30g(20~25알) 이상 먹을 경우 섬유질로 인한 복부팽만감, 변비, 소화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피칸은 불포화지방산·칼슘·비타민B군이 풍부하며 호두와 비슷한 맛을 지녔지만 좀 더 담백하고 단맛이 나 아이들이 좋아한다. 단 100g당 열량이 678㎉ 정도로 다른 견과류보다 높아 다이어트 중엔 피해야 한다.
‘견과류의 황제’로 불리는 마카다미아는 다른 견과류에 비해 조직이 단단해 쉽게 부서지지 않고 조리 후에도 고소하고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유지된다. 뇌세포 활성화, 기억력 향상,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단 단백질 함량이 낮고 지방 함량이 높은 게 단점이다.


24개월 미만 어린이는 견과류를 통째로 삼키다 질식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양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무의식중에 집어먹다간 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견과류는 밀봉한 뒤 냉장보관해야 한다. 실온에 보관하면 아플라톡신이라는 곰팡이가 생겨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견과류 속 불포화지방산이 공기나 햇빛에 접촉해 산화되면 맛이 변질되고 악취가 생긴다. 껍질을 까놓은 상태로 보관하면 곰팡이 증식이 활발해진다.


식품의약안전처가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지정한 식품은 메밀·밀·대두·호두·땅콩·복숭아·토마토·돼지고기·난류(가금류)·우유·닭고기·쇠고기·새우·고등어·홍합·전복·굴·조개류·게·오징어·아황산 포함 식품 등 21가지다. 알레르기항원검사를 통해 해당 식품의 섭취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경우 영양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대체 식품을 찾도록 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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