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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동화연극 ‘엄마이야기’ 한태숙 연출 “단테의 '신곡'보다 더 힘들게 만들고 있어요”

입력 2017-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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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이야기’ 한태숙 연출.(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오싹하고 슬프고 괴기스러운 인상으로 남는 작품이길 바랐어요.”



한스 안데르슨의 동명 동화를 무대에 올린 아동극 ‘엄마이야기’(4월 29~5월 21일 종로 아이들극장)는 한태숙 연출의 바람을 충실히 재현했다. ‘죽음’으로 등장하는 박정자를 비롯해 엄마(전현아)의 젊음을 앗아가는 죽음의 정원 문지기(허웅)와 그의 애완짐승 하카탁(이정국), 엄마의 눈알을 뽑는 거대한 호수의 괴물 물고기(이지혜) 등은 괴기스럽다. 


그들에 의해 엄마는 온몸이 가시나무(김성우)에 뜯기고 눈보라를 관통하는가 하면 눈알이 뽑히기도 한다. 온통 컴컴한 무대 위에는 눈알이 데굴거리고 사나운 개 짖는 소리가 울려댄다.


◇‘아이들은 이럴 것’이라는 짐작 아닌 죽음 자체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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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이야기’에서 죽음을 연기하는 박정자.(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죽음 자체에 대한 이야기지 아이들에게 달착지근한 위로와 서비스를 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아시테지 초청 해외 공연 중 인상 깊은 작품들은 아이들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주는가 하면 이 얘기를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철학적인 주제를 깊게 다루는 것들이었어요. 부모의 성생활 등 거의 19금 주제들도 있었죠.”

가볍지만은 않은 죽음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작업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정자) 선생님이랑 저랑 날마다 어둠 속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가요. 그러다 보니 얘기를 많이 나누곤 하죠. 선생님이 9살 때 서울대학병원에 조문을 왔었는데 그때의 죽음에 대한 첫인상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태숙 연출에게 대부분 아이들이 ‘처음’ 접하게 될 죽음을 주제로 한 ‘엄마이야기’의 완성도는 그 어떤 작품보다 중요했다.

 

극 초반은 아이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는 부분이나 나무가 움직이고 동물, 배가 등장하는 등 귀엽거나 즐거운 장면도 배치돼 있다. 하지만 한태숙 연출은 “아동극이라고 ‘애들은 그럴 것’이라는 짐작 안에서만 보여줘야할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엄마, 아빠, 주변인들과 함께 보는 연극이길 바라면서 거리낄 것 없이 그렇게 했어요. 엄마의 사랑을 은유적이지만 강하게, 참혹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끝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애들한테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작과는 좀 다르게 풀었습니다.”


◇다시 찾을 수 없어도 고난을 감내하는 모성 “단테의 ‘신곡’ 보다 더 애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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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이야기’의 엄마 전현아와 태오 김성우.(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원작과는 다른 현대성을 가지고 가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원작 중 엄마를 돕는 사신이나 여신, 종교적 색채는 과감하게 줄이고 극적 갈등을 첨가했다. 원작 이야기는 다 해야 A4용지 3장, 이를 토대로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하거나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현대성을 담보하기 위한 고민은 한태숙 연출을 비롯해 재창작한 김세한 작가, 박정자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 김숙희 예술감독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어린이극을 너무 오랜만에 하는데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나 싶어요. 저 뿐 아니라 우리(제작진, 배우들)가 다 같이 그러고 있어요. (단테의) ‘신곡’을 하는 것 보다 더 힘들어요. 결국 애가 죽었는데도, 다시 찾을 수 없어도 고난을 무릅쓰고 끝까지 간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영혼 꽃밭의 울음소리, 이기적일 수만은 없는 모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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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이야기’.(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주제 전달도 표현도 너무 일상적이면 안될 것 같아 그 어떤 작품보다 애를 먹었어요. 어린이극이지만 단순하게가 아닌 완성된 디테일로 보여주고 싶었죠. (영상, 마임, 춤 등) 다른 요소들에 정성을 들였고 그 부분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죠.”

이에 한태숙 연출은 아들 태오(김성우)를 ‘돌려달라’는 엄마에 죽음의 정원에 핀 어린 영혼들이 반응하는 장면을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했다.

“꽃밭의 아이들 영혼이 울어대는 장면이죠. 내 아들의 영혼만 중요한지, 아무리 죽은 영혼이지만 엄마가 제 애를 찾아가겠다고 다른 애들을 울려도 좋은지를 묻고 있어요. 죽음으로 그 부분을 얘기하고 싶었죠.”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성은 그렇게 또 다른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한 연출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죽음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연극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어땠는지 물어보고도 싶고 무섭지만 인생은 그런 거라고 얘기도 해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는 공부를 강요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가 하면 원론적인 얘기를 하며 다그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물며 제 아이를 학대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험악한 모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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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이야기’ 출연진.(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무자비한 모성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특히 다른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화풀이로 아이들을 죽이는 인생이 용서가 될까요? 사회에서도 용서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

이런 시대에 언제 어디서나 강한, 되찾을 수 없더라도 끝까지 가는 모성의 본질을 담은 동화연극 ‘엄마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는 3년 전 (세월호 참사로) 많은 아이들을 잃었어요. (자식을 잃은 부모) 당사자가 이겨낼 수 없어서 그 힘으로 자신을 북돋우는, 그래서 끝까지 가보는 게 모성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이 연극은 무겁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비롯한 부모와 형제를 느끼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이 극을 보고 나서 아이들이 ‘엄마 죽음이 뭐야?’라고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고 엄마의 손을 더 꽉 잡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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