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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권 부정맥치료 다크호스

권창희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장수술 후 재발한 고난도 부정맥시술 집중

입력 2017-04-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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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직업이 아니라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직업입니다. 재발 위험이 높아 환자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부정맥 전문의는 더욱 그렇죠. 내 부모처럼 환자를 돌보겠다는 의사의 진료철학, 우수한 치료술기,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 등 세가지 요소가 충족된다면 부정맥도 완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봄에 꽃을 피우고 겨울잠에서 일어나 새 삶을 시작하는데 유독 인간만큼은 봄만 되면 골골댄다. 심한 일교차 탓에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신체 이곳저곳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난다.


특히 심장은 자율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탓에 봄이 되면 유독 맥을 못춘다. 심한 기온 변화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혈관이 수축되고, 겨우내 활동량이 줄었다가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잊을 만하면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도 심장에 부담을 주는 주요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월별 심혈관질환 진료환자는 봄철에 해당되는 3~5월이 83만4687명으로 겨울철인 12~2월의 82만9089명보다 오히려 많았다. 또 봄철 산행 중 사망 원인의 50%가 심장마비, 전체 돌연사 원인의 90%가 부정맥이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요즘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심장질환 중 하나는 부정맥이다. 단순히 맥박이 불규칙하게 뛴다고 가볍게 여겨 장기간 방치하다간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근경색 등 중증 심장질환으로 악화되고 심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권창희 건국대병원 심혈관센터 심장내과 교수는 이 병원 유일한 부정맥 전문의로 심장수술 후 재발한 고난도 부정맥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전어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병원을 떠났던 환자가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흡입력과 소통능력이 강점이다. ‘환자와 평생 함께 간다’는 모토로 서울 동부권 부정맥 중심센터라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맥박 100회 넘으면 부정맥 의심, 심실성빈맥이 가장 위험


정상인이 편히 쉴 때 심장 맥박수는 분당 60~100회 정도다. 격한 운동을 하거나 흥분 또는 긴장하면 160회까지 빨라질 수 있다.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넘어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동성결절로 불리는 특수조직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 자극은 전기회로를 통해 심실 모든 부위에 퍼지고, 이를 통해 심실이 박동하면서 펌프 작용을 하게 된다. 심장에서 전기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져 불규칙해진다.
권 교수는 “부정맥은 가슴두근거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흉통, 피로감 등을 초래하고 결국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호흡곤란이 오거나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며 ’자동차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울컥하거나 부르르 떨다가 시동이 꺼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부정맥 환자는 2011년 14만7159명에서 2013년 18만7085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질환(협심증·심근경색) 환자가 같은 기간 5% 증가한 것보다 약 5배나 높다.
부정맥은 맥박이 천천히 뛰는 서맥과 빠르게 뛰는 빈맥으로 나뉜다. 맥박이 분당 100회를 넘기면 빈맥, 60회 미만은 서맥,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으로 분류된다.


빈맥은 발생 부위에 따라 심방 또는 방실접합부에서 생기는 상심실성 빈맥과 심실에서 나타나는 심실성 빈맥으로 구분된다. 권 교수는 “상심실성 빈맥은 심실성 빈맥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편이며 급사를 유발하는 것은 대부분 심실성 빈맥”이라며 “심방은 인체 각 조직에 있던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는 공간이지만, 심실은 심장에서 각 조직에 피를 내보내는 곳이어서 심실의 문제가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실 쪽 전기적 신호에 문제가 생기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은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혈액순환이 멈추고 뇌에도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실신이나 뇌기능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맥박이 늦게 뛰는 서맥은 단순한 노화 증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다가 어지럼증, 무기력, 실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의 능력이 부족해 스파크를 적절하게 일으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도한 알코올·카페인 섭취와 스트레스, 부정맥 원인


선천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심근경색·고혈압·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다른 질환으로 심장이 부담을 받아 부정맥이 생기기도 한다. 알코올·카페인 섭취와 강한 스트레스도 부정맥의 원인으로 꼽힌다. 10~20대의 돌연사는 유전성일 가능성이 있다. 50~60대 이후 갑자기 쓰러졌다면 당뇨병·고혈압·협심증·심근경색 등 만성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한 부정맥일 가능성이 크다.
부정맥은 심장질환과의 연관성에 따라 특발성부정맥과 속발성부정맥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구조적·기능적으로 정상인 심장에서 발생하고, 후자는 심근경색증, 심근증, 심부전 등 심각한 심장병 환자에게 나타난다. 악성부정맥으로 꼽히는 심실빈맥은 속발성 환자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다.


부정맥 치료는 약물에서 시술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권 교수는 “표준치료법인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은 수면마취 후 볼펜심 굵기만한 가느다란 카테터(도자)를 허벅지 쪽 혈관을 통해 삽입한 뒤 심장으로 넣어 병변을 제거한다”며 “1~2시간, 길게는 3~4시간까지 소요되고 근본치료를 위해 몇번이고 반복 시술해야 하므로 부정맥 전문의에게 끈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심장수술 후 재발한 고난도 부정맥치료 집중


부정맥은 재발 위험이 높고 평생 관리가 필요해 적절한 병원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큰 병원이거나 의료진의 술기가 뛰어나다고만 해서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권 교수는 “우리 병원은 매머드급 규모의 병원과 비교할 때 인력, 시술 건수 등은 적은 게 사실이지만 부정맥 치료만큼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예컨대 심장수술 후 재발한 부정맥은 증상이 더 심하고 치료가 어려운데 이런 고난도 부정맥시술 건수를 늘려가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강점이다. 환자에게 부정맥이란 질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이해시키고 한번 만난 환자와 평생 함께하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유독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아 한번 권 교수에게 진료받은 환자는 병원을 옮기지 않는다. 제작년 한 서맥 환자가 실신을 겪고 놀란 마음에 부랴부랴 건국대병원을 찾았다. 문제는 초진 직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가 터져 병원이 임시 폐쇄됐고 거의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진료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한달 만에 만난 환자는 맥박이 정상치보다 훨씬 떨어져 상태가 악화된 상태였다. 권 교수는 “병원이 폐쇄된 기간 동안 다른 병원이라도 가시지 왜 기다렸나고 물었더니 굳이 나에게 진료받고 싶었다는 대답이 돌아와 감사함과 죄송함을 느꼈다”며 “결국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존재 가치가 있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소통능력·흡입력 강점


환자와의 끈끈한 신뢰감이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최근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 수축기능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부정맥까지 동반된 환자가 내원했다.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받고 회복되는듯 했지만 다시 부정맥이 재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환자는 고민 끝에 다른 병원으로 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이곳 밖에 없다’며 돌아왔다. 하지만 폐에 물이 차면서 급성 호흡부전이 동반돼 눕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권 교수는 마지막 수단으로 빠른 맥박을 인위적으로 잡기 위해 방실결절차단술 실시했다.
권 교수는 “수술대에 눕기조차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무리한 수술을 하는 게 아닌지 후회와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며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환자는 건강하게 회복 후 퇴원했고, 유독 어려운 환자였는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덕분에 고난도 수술이 무난하게 끝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단 생각에 수학선생님을 꿈꿨다. 권 교수는 “점차 교권이 무너지고 스승의 참의미가 퇴색되는 교육계 현실에 실망을 느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사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며 “여러 진료과 중 심장내과는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가 많아 야간호출이 잦고 업무 강도도 상상 이상으로 강해 동료 의사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심장질환에서 약물치료보다 시술치료가 대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심방세동이 동반된 심부전에 대한 시술치료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며 “환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지속하고 부정맥 치료 및 연구에 매진해 서울 동부권 부정맥 치료 메카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환절기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예방하려면 꾸준한 스트레칭, 과식하지 않기, 물 많이 마시기 등 3가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땐 새벽운동은 가급적 피하고 실내에서 스트레칭만 해줘도 충분하다. 유산소운동은 하루 30분, 일주일에 3회 정도 조깅이나 빠른 걷기를 등에 땀이 날 정도로 하면 된다.


권창희(權昶熙)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프로필


2002년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졸업
2014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2016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박사


2002~2003년 강북삼성병원 인턴
2003~2007년 강북삼성병원 내과 전공의
2007~2010년 군의관
2010~2011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임상강사
2011~2013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임상강사
2013~2015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부정맥 임상강사
2015~2016년 건국대학교병원 임상조교수
2016~2017년 건국대학교병원 임상부교수
대한부정맥학회 학술위원/국제교류위원
대한부정맥학회 정회원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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