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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문화산업 지형 바꾸는 미세먼지

입력 2017-05-10 15:34
신문게재 2017-05-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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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몇 년전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자였던 로이킴과 정준영이 패기 넘치게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부를 때까지만 해도 먼지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황사는 태풍이나 한파처럼 간간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었을 뿐이다. 하물며 김광석이나 이윤수가 불렀던 그 옛날에 먼지는 낭만이었고 사랑의 메신저와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미세먼지는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의 발등에 뜨겁게 떨어진 당면 과제다. 5월 황금 연휴를 즐기지 못한채 미세먼지에게 반납해야 했던 아픔은 그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화력발전을 제어하고 전기차, LPG 차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 환경부 소관의 대책에 불과한 차원이 아닌 것이다. 미세먼지는 우리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패턴을 바꾸고 문화산업의 얼굴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이에 미세먼지는 다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과 직결되기 때문에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문화활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오염의 천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당장 실내 스포츠 및 레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피트니스, 요가 뿐 아니라 실내 풋살, 스피닝(자전거), 클라이밍, 인도어 스키 등 새로운 형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VR, AR 기술까지 결합해 스크린골프의 확장과 함께 스크린야구, 스크린테니스 등이 포화된 피트니스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미세먼지 시대에는 관광 및 레저정책도 달라질 것이다. 야외 관광지보다 실내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해야 하며 놀이공원도 실내 공간을 더 활용해야 한다. 100% 피할 수 없는 미세먼지 상황을 감안해 체육·관광정책의 입안에 실내 스포츠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무엇보다 식품산업에 지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폐를 보호하는 기능성 건강식품은 물론 고등어, 도라지 등 신토불이 원재료들도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미세먼지는 패션과도 떼놓을 수 없는데 먼지방지용 마스크나 외투가 필수 아이템이 되므로 패셔너블한 마스크 등은 패셔니스타들의 표적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사업자들은 미세먼지에서 파생되는 이러한 포인트들을 결코 놓치지말고 정책과 사업전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는 당파, 이념을 초월해 미세먼지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 당장 외교안보, 경제회생도 시급하겠지만 미세먼지는 그 어떠한 민생문제보다도 중요한 건강, 안전, 인간다운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미세먼지 발생과 제어의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부족하다. 미세먼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오히려 새로운 패턴을 적용하여 문화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바흐의 선율에 젖을 수 있어야 하며 조그만 실내 공간 속에도 문화생활의 추억만 쌓여가야 미세먼지 시대에 까닭 모를 눈물만이 아른거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오래된 경구가 미세먼지로 허덕이는 우리 가슴에 새삼스레 와닿는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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