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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죽은 자와 소통하는 작가의 경험에서 만나는 삶의 지혜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BOOK] 요단강 저 너머 그리운 이 있을까…`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입력 2017-05-12 07:00
신문게재 2017-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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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믿음이 깊어질 때가 있다. 살면서 실로 바라고 갈구하는 건 믿음, 사랑, 희망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심령의 시대’라 평가되는 19세기를 살았고 죽은 자의 영혼과 소통하는 능력을 타고난 E. 캐서린 베이츠의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Seen and Unseen)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심령연구협회 회원이기도 한 저자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여행을 시작한 건 19세 소녀시절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예견하는 꿈을 꾸면서 발현된 심령능력을 숨기고 억눌렀던 19세 저자는 대부의 조카 모턴 프리어가 친구 캐리의 결혼시기와 상대를 예언하고 군인인 친오빠의 주변인들 이름을 철자까지 정확하게 쓰는 등을 목도하는 신기한 체험들을 했다. 장난 반으로 친구들과 탁자에 앉아 심령을 불러내 무언가를 알아내는 의식은 저자의 영적 능력을 일깨워 다양한 경험을 선사했다. 책은 그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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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 E. 캐서린 베이츠 지음 | 책읽는귀족 출판 | 1만 8000원

책은 1885~1886년 ‘아메리카에서 생긴 일’, 1887년 ‘호주와 뉴질랜드’, ‘홍콩, 알래스카, 뉴욕’ 등을 거쳐 1903년 두 번째 인도 방문까지의 여정을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선천적인 심령능력을 막무가내로 키우기보다 오용과 남용을 경계하면서도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영적 세계관을 구축하려 했던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서전이다.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심령과 예언, 터무니없이 허황되게 들리는 경험들에 대해 저자는 당당하다. 

 

에둘러 ‘저자’ ‘집필자’ 등으로 스스로를 칭하지 않고 ‘나’라는 1인칭을 사용했는가 하면 체험 속에서 만난 이들의 신분보호를 고려해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는다.

 

독자의 지적 수준을 자신보다 낮다고 설정하고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자신이 경험했던 그대로를 서술할 뿐이다. 

 

하지만 그 허무맹랑하다고 폄훼하는, 실체가 없는 것들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돼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쩌면 가상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반영한 영화 ‘매트릭스’,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내는 미래 사회를 그린 ‘인셉션’이 그랬고 시간과 삶, 죽음의 비밀을 대하는 태도를 다룬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그랬다.  

 

죽음이 단지 끝이 아니라는 인식은 우리 생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현돼 왔다. 삶이 고단하거나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사람들은 신을 외치고 먼저 세상을 뜬 지인들에게서 위로를 구한다. 어른들은 다양한 형태로 “착하게 살아라”고 끊임없이 강조했고 누군가는 불운과 행운을 감지하는 예지몽을 경험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캐서린 베이츠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심령과 죽은 뒤에 가게 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믿지 않아도 그의 경험이 전하는 메시지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잘 살기 위한 지혜가 된다. 영국의 유명 리뷰지 ‘리뷰 오브 리뷰스’(Review of Reviews)가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뷰 오브 리뷰스’의 발행인 윌리엄 토마스 스테드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과의 높고 두꺼운 담에 영구적인 구멍을 낼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자신의 철학과 모순되는 것을 보거나 듣거나 냄새 맡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 담 뒤에 숨어 있다”고 추천 이유를 전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든 믿지 않듯 마음 속 소리까지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말라는 의미다. 책도 저자도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 강요하거나 조언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타인의 심령 경험에서 무엇을 읽고 찾아내느냐는 결국 읽는 이의 몫이다. 1만 8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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