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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의료계 적폐청산 시동 … 재원조달, 직역·병원종별 갈등 난제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1차의료활성화 희생양? … 김용익·양승조·양봉민·김호기 등 복지부장관 물망

입력 2017-05-19 20:21   수정 2017-05-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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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1차의료 활성화 정책이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에겐 시장 퇴출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할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지난 박근혜 정부가 밀었던 의료영리화 관련 정책은 전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부는 의료계가 강력 반발해왔던 원격의료 활성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법안이 사실상 의료민영화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문 대통령도 의료영리화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묶어 의료민영화를 촉진하고 공공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의료는 의료인간 사용으로 한정되고 병원의 영리자법인 설립과 법인약국 허용 등도 금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출범해도 의료영리화 정책이 단번에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의료를 산업 분야로 인식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자본을 육성하는 정책에 무조건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지난 총선 이후 의료법인 인수합병 법안에 민주당이 합의해주는 스탠스를 취했고, 특히 민주당 소속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차의료 및 지역보건 인프라는 강화될 전망이다. 새 정부는 1차의료 활성화를 목표로 동네 병·의원과 약국 이용시 본인부담금 일부를 감면해주고, 대형병원의 외래진료를 제한하며, 의원과 병원간 환자 의뢰와 회송 체계를 강화하는 ‘인센티브 및 페널티’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적정부담·적정수가 체계 전환도 본격전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정책방향이 오히려 의료기관 종별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차의료기관 중심 만성질환 관리체계 강화, 동네 병의원 이용환자에 대해 본인부담금 일부 감면 등은 혁신적인 공약이지만 이왕이면 큰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환자의 선택권 제한, 중소병원 및 대형병원에 대한 역차별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병원이 1차의료 활성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1차 의료기관과 함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병원 규모가 300병상 이상이어야 종합병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25개 의료취약 지역내 거점 종합병원을 지원하게 된다.


문제는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들이다. 1차 의료기관처럼 정부 지원을 받기는커녕 업계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선 300병상 미만 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 과열경쟁이 야기되고 이로 인해 의료 질이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건강보험정책연구소 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실질적인 종합병원 역할이 가능한 300병상 미만 병원은 전국 178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지역별로 분배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병원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원은 퇴출시키는 구조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지나친 경쟁에 의한 과잉진료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병원간 자유로운 경쟁이 의료술기를 발전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단순히 병상 수 등 외형적인 기준으로 지원 또는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융통성 없고 근시안적인 방안”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분야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 해결’이라는 모토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항목인 영상검사·신약·신의료기술 등을 우선 급여화한 뒤 향후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환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소득분위 하위 50%까지를 대상으로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도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 등 건강 취약계층의 보장 범위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는 어린이재활병원이 한 곳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별로 국공립어린이(재활)병원을 권역별로 설치하고, 병원내 ‘중증어린이 가정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15세 이하 어린이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비율을 5% 이하로 인하하는 어린이 입원진료비 국가책임제도 추진될 전망이다.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만 15세 이하 어린이가 부담한 입원병원비는 1조7053억원로 이중 환자 본인부담금인 5152억원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재원 확보가 선제조건으로 명확한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관련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민주당은 재정 조달을 위해 건강보험 흑자 20조원과 방산비리·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전개되고 있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직역간 갈등은 새 정부에서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직역 간 갈등은 자율성과 높은 수준의 지적능력을 갖춘 전문가집단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의료인들간 갈등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직역간 갈등이 극도로 악화돼 국회나 보건당국이 컨트롤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 정책을 진두지휘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는 김용익 민주당 정책본부 공동본부장(민주연구원장)과 양승조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냈으며 지난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국회의원 재임 기간 중 진주의료원 폐업 단식농성,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책 마련, 신생아 집중치료실 수가 개선, 전공의특별법과 장애인건강보건법 제정 및 통과 등에 힘을 보탰다.


양승조 의원은 2004년 충남 천안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4선에 성공했으며, 11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부 정책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엔 민주당 가습기살균제대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건강보험 보편적 보장성 강화, 1차의료특별법 추진, 대형병원 외래진료 축소 등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 사람 외에 깜짝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학계 인사로는 양봉민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양봉민 교수는 보건의료정책 분야 권위자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개혁 성향으로 보건의료서비스 공공성 확대, 건강보험 및 의료체계 개혁 등을 주장해왔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의 보건복지 공약을 만든 ‘편안한 삶 추진단’ 보건의료팀장을 지냈다.


김호기 교수는 중도진보 성향의 사회학자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사회분과)을 지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참여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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