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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애매한 총리제, 운영의 묘 살려야

입력 2017-05-29 14:54
신문게재 2017-05-30 23면

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우리나라 헌법상 정부의 권력구조를 보면 대통령이 국정을 총책임지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각 부 장관을 두고 있다.



헌법상 총리의 책임과 권한은 각 부 장관 임명을 제청하는 것 외에 딱 부러지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과거 역대정부마다 ‘총리잔혹사’, ‘대독(代讀) 총리’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무총리는 정부정책을 주도하지 못했다.

이 3명의 총리제도와 비슷한 것이 조선시대에 의정부(議政府)제도이다. 영의정을 가운데로 좌의정, 우의정을 두고 삼각체제를 형성해 국정을 유지했다. 즉 육조위에 의정부를 두었던 것이다.

3명의 정승을 둔 것은 중국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제패한 제왕의 상징물인 솥인 ‘정정(正鼎)’이란 말에서 유래한 것 같다. 바른 솥이란 뜻을 가진 정정에는 3개의 다리가 안정적 받침을 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이고 올바른 정치를 하기위해서는 3개의 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개라면 독재의 길로 쓰러지고, 2개라면 극과극의 극한대립으로 휩쓸릴 가능성이많고, 4개라면 파벌조성의 편가르기로 5개는 혼란만 부추기 때문에 3개 세력이 가장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 임금과 의정부의 권한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 임금이 의정부와 주로 의논하면 임금의 권한이 유명무실해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 의정부를 무시하고 육조와만 의논하다 보면 총리의 역할이 없어지고 임금의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난다.

어느 경우든 이조, 예조, 병조를 관장하는 좌의정이나 호조, 형조, 공조를 관장하는 우의정에 비해 영의정은 사실 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국무총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럼에도 이 권한과 책임이 없는 이름뿐인 영의정제도를 잘 운영하여 우리 역사 최고의 정치부흥시대를 연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4대 임금인 세종과 영의정 황희였다.

황희는 20년간 재상으로 있으면서 주장하는 논리가 너그러우면서도 상대방과 분쟁하고 고치는 것 보다는 타인에게 관대하여 잘 따르게 하니 모든 신료와 백성들이 진정한 재상이라고 만인이 우러러 존경했다. 한편으로는 공조판서인 김종서를 크게 야단치는등 아래 판서들의 잘못됨을 나무라며 기강을 잡기도 했다.

또 모든 정승들이 비록 육조와 같이 직접 일을 관장처리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대사나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는 의정부와 육조가 무한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으며, 임금이 국사를 잘못 처리하려고 할때는 목숨을 내놓고 임금을 꾸짖기도 해 정승의 지위가 가진 막중한 무게를 중시했다.

황희의 예에서도 보듯이 국무총리, 부총리등 3명의 각료들은 비록 권한과 책임이 애매하지만, 대통령, 장관들과 더불어 운영의 묘를 잘살린다면 유명무실이라는 직책에서 금상첨화라는 찬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최근 새 정부의 국무총리 청문회를 보며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유념하여 국정에 임하면 보다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는 논쟁을 좋아하기 보다는 포용을 좋아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은 장관으로부터 직접보고도 받고 총리와 부총리와 논의케하여 정책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셋째 대통령과 장관의 잘못된 처사나 정책은 바로 꾸짖을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다. 더불어 장·차관이하의 인사권은 총리에게 넘겨 총리가 실질적인 힘을 구사하도록 해야한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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