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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어린이 인권 침해 범법행위 … 의료계 신뢰회복 급선무

수두파티·아토피 햇빛쬐기 근거 無 … 의사불신의 역작용, 유사 홍보글 여전

입력 2017-06-09 11:09   수정 2017-06-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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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생성을 이유로 수두에 걸린 아이와 일부러 접촉시키는 수두파티는 폐렴, 뇌염 등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자연주의 치유법을 표방한 ‘약 안쓰고 아이 키우키(안아키)’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한 한의사가 2013년 개설한 안아키 인터넷 카페는 6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활발하게 운영됐으며, 안아키를 홍보하는 게시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안아키 옹호론자들은 ‘병원이 의도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마치 병을 앓는 것처럼 조장해 약을 복용하고 주사를 맞게 한다’며 의학적 치료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안아키는 고열 방치, 간장으로 비강 세척, 화상에 온수 목욕, 필수 예방접종 안하기, 장폐색 소아 환자에 소금물 치료, 아토피에 햇볕 쪼이기 등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비상식적인 방법을 치유법으로 내세운다. 특히 충격적인 게 수두파티와 아토피피부염 치료다. 수두파티는 유소아가 수두에 한번 걸리면 평생 면역력이 생긴다는 이유로 수두에 걸린 아이와 일부러 접촉하게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면역력을 갖게 하기 위해 일부러 수두에 걸리게 했다가는 2차 세균감염, 폐렴, 뇌염 등 중증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의사들의 지적이다.


안아키는 또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려면 햇빛을 쬐거나 피부 표면을 긁어내라고 권유한다. 햇빛이 소독 작용을 해 아토피가 개선하고, 피부가 가려운 상태에서 억지로 참으면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들은 아토피피부염이 나타난 부위를 긁어내면 세균 감염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햇빛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당장 감염병 위험이 없다고 해서 필수 예방접종을 피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 지역사회에서 집단면역 체계가 갖춰지려면 백신접종률이 최소 92%를 넘어야 한다. 이보다 백신접종률이 떨어지면 면역체계가 무너져 5~10년 후 지역사회내 감염병 위험이 높아지기 쉽다. 또 정상적인 아이들이 제때 백신 예방접종을 맞아야 선천적인 면역계 문제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질병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안아키처럼 의료기관을 믿지 않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은 서구사회에서도 나타났다. 2000년 미국 정부가 홍역 종식을 선언한 뒤 미국 전역에서 백신 거부 열풍이 불었다. 이미 홍역이 사라졌는데도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수익창출을 위해 담합해 백신 접종을 강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중 2014년 667명의 홍역 환자가 갑작스럽게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4배, 2012년보다 10배 이상 많은 숫자였다.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시작으로 1~2월 두 달 동안에만 150건이 넘는 집단홍역 발병 사태가 벌어졌다. 대다수 의사들은 홍역의 갑작스러운 확산을 백신거부운동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미국내 최초 홍역 환자 12명 중 6명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하나의 공인된 치료법이 나오려면 반복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행해지는 치료 행위는 자기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의 인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사이비 치유법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자연치유라는 말로 부모들을 현혹시켜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행정처분이 아닌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유사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 논란이 된 카페는 현재 폐쇄됐지만 여전히 안아키라는 이름만 내걸지 않았을 뿐 근거 없는 자연치유법을 홍보하는 인터넷카페나 사이트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이번 안아키 사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모들이 의사들의 말을 믿지 않고 허무맹랑한 민간치료법을 좇게 된 데에는 ‘30분 대기, 3분 진료’로 대표되는 열악한 의료환경, 과잉경쟁에서 비롯된 과잉진료, 대리수술 등 일부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위도 한몫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의료소비자들은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지 못하고 불안감은 더욱 가중된다. 이런 불안감 탓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비싼 치료법을 찾는 닥터쇼핑을 하게 된다.
그동안 국내 의사들의 수준과 의료술기는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이면에는 수가 인상이나 직역 갈등 등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았을 뿐 환자와의 소통엔 소홀했다. 단순히 병원을 잘 꾸미고 좋은 치료술기를 개발한다고 해서 한번 무너진 의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부모들은 또다시 제2, 제3의 안아키에 현혹되기 쉽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복구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우선이다. 정부는 국민주치의제도와 1차의료 활성화 정책을 통해 비교적 환자의 진입장벽이 낮은 동네의원을 살리고, 의사들은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의료인에 대한 신뢰 회복과 사이비 의료행위 근절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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