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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박열', '택시운전사', 역사 속 인물이 스크린으로, '주의해야 할 건 역사 왜곡'

'박열', '택시운전사', '군함도' 등 역사 다룬 영화 개봉
이준익 "실존 인물 영화로 관객은 그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어"
지나친 왜곡과 미화는 늘 경계해야 할 점, '명량'의 배설 후손 고소 사건이 대표적 예

입력 2017-06-19 07:00
신문게재 2017-06-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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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극장가엔 다양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옥자’, ‘박열’,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모두 오래 전부터 관객이 기다린 작품이다. 그 중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가 두 편이나 있다. 그 주인공은 이준익 감독의 ‘박열’과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다.

  

 

◇ 드라마틱한 삶 살았던 실존 인물… 관객들 호기심·매력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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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은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 시대였던 1923년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불량 청년 박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의 전작 ‘동주’ 속 윤동주와 비교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덕분에 관객은 인물이 주는 신선함에 끌려 개봉 전부터 박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8월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는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찾은 위르겐 힌츠페터는 기자 신분을 속이고 현장을 취재했고 그 영상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전 세계에 방영됐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관객은 실존 인물 영화에서 평범한 작품에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 때로는 역사적 인물이 만들어진 캐릭터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런 인물이 작품으로 만들어 질 때 관객은 재미있는 역사책을 읽듯 호기심을 갖고 영화를 보게된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관객은 우선 인물의 삶과 그가 겪는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인물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를 통해 당시 시대를 들여다보고 역사를 알게 된다”며 실존 인물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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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편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인물은 허구지만 실제 역사를 가져온 작품이다. 영화는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 군함도는 축구장 2개 크기에 달한다. 제작진은 실제 군함도의 3분의 2 크기를 세트로 만들어 사실감을 더했다.

 

앞서 열린 ‘군함도’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은 “그 시기에 일제의 국민 총동원령에 의해 조선인이 강제 징집된 역사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과 사건은 창작된 것이다. 섬 모습과 이미지 만큼은 최대한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다.


◇ 주의해야 할 건 역사 왜곡,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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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속 배설(.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실존 인물 영화가 늘 좋은 감동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보통 영화는 2시간 분량 안에서 모든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이에 부득이하게 특정 인물과 사건이 부각되거나 반대로 축소된다. 그 과정에서 역사 왜곡이 발생한다. 

 

누적관객수 1761만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명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그린 이야기 안에서 배설(김원해)은 거북선을 불태우고 도망가다 죽는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배설은 이순신의 허락을 받아 뭍에 내린 후 도망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도망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순신을 암살하는 등 영화 속 장면은 과장됐고 왜곡된 셈이다. 이에 지난 2014년 배설의 후손은 영화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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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사진 제공=쇼박스)

인물을 지나치기 칭송하는 듯 포장하는 ‘미화’도 실존 인물을 영화로 다룰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할 때 많은 영화 팬들이 걱정했던 이유기도 하다. 

 

정권이 바뀐 직후 때맞춰 개봉하는 정치인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화는 인물보다는 당시 사건 위주로 영상을 구성해 미화 논란을 피해갔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실존 인물을 묘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증’이라고 강조한다. 

 

이준익 감독은 “근현대 실존 인물 영화로 하는 건 너무나 위험하고 조심스럽다. 지나치게 미화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왜곡하고 배제하면 작품의 진심이 사라진다. 특히 후손이 살아있는 경우는 더욱 어렵다. ‘박열’은 일본 아사히 신문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철저하게 고증을 거쳤다. 영화 대사도 실제 그들이 했던 말을 옮겼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도 “대상의 어떤 부분을 지나치게 두드러지게 혹은 축소하는 부분이 실존 인물 영화를 만들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지나치게 우상화하거나 판타지스럽게 묘사하는 건 위험하다”며 “관객이 잘 알려진 인물은 이미 기초지식이 있어 스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반면 박열처럼 관객이 잘 모르는 인물은 영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 실제 역사를 다룬 ‘광해’, ‘관상’, ‘명량’ 등이 개봉했을 때 많은 사학자가 영화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다. 따라서 연출자는 영화를 만들 때 기본적인 고증 절차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로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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