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지킬 박사가 신약개발에 실패했다면? 미타니 코키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입력 2017-06-19 07:00
신문게재 2017-06-19 11면

hiddensul

 

이중인격을 다룬 콘텐츠 중 가장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앤하이드’ 속 지킬 박사가 인간의 선악을 분리시킬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면? 유쾌한 비틀기 장인 미타니 코키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6월 20~8월 20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 연극이다. 

 

2015년 정웅인, 최원영, 서현철 등 주연으로 초연됐고 2016년 서현철, 김산호, 김지철 등이 재연 무대에 올랐다. 세 번째 시즌인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는 윤서현·김진우가 지킬 박사, 정민·장지우가 빅터, 박하나·스테파니가 이브&하이디, 박영수·장태성이 지킬 박사의 조수 폴로 분한다.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는 신약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윤서현·김진우)는 코 앞으로 다가온 연구발표회를 위해 무명배우 빅터(정민·장지우)를 고용해 악한 인격의 하이드를 연기하도록 한다. 연구발표회의 과학자, 박사 등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의 리허설 중 약혼녀 이브(박하나·스테파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좌충우돌 포복절도 블랙코미디가 된다.
 

술과눈물과지킬앤하이드 포스터
술과눈물과지킬앤하이드 포스터(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사람이 가진 이중성을 연극 속 또 하나의 연극으로 풀어낸다. 

 

이브를 속이려 하나의 인격체인양 열연을 펼치는 지킬과 빅터, 무명배우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식인’ 관객을 대상으로 개막할 무대에서 최고의 열연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빅터 덕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이브. 웃음은 이 지점에서 터지기 시작한다. 


신약개발 성공을 의심치 않은 이브가 또 다른 인격체 ‘하이디’를 만들어내 조신한 숙녀의 내면에 감춰뒀던 끼(?)를 한껏 발산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의 도가니가 된다. 

 

이브를 속이기 위해 투입된 빅터의 하이드, 그런 하이드를 상대하기 위해 등장하는 이브가 만들어낸 하이디, 하이디를 잠재우기 위해 등장하는 지킬 박사…. 먹이사슬처럼 속고 속이고를 반복하면서 극은 선악이 아닌 겉치레와 진짜 내면의 나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의 최고 매력은 작가 미타니 코키의 세계관이다. 미타니 코키는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웃음의 대학’을 비롯해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작가이자 각색가, 연출가이며 유일한 뮤지컬 대본 ‘오케피’를 썼다. 더불어 드라마 ‘바람의 검 신선조’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등의 각본가이며 ‘대공황 2013’ ‘기요스 회의’의 각본가이자 감독으로도 유명한 창작자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웃음으로 점철되지만 그 속에서 내면의 참모습, 삶의 애잔함, 부조리한 사회 등을 끌어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두 사람이지만 하나의 인격체처럼 연기를 하는 지킬 박사와 빅터, 한 사람이지만 2개의 인격체인양 행동하는 이브와 하이디.

 

가벼운 해프닝처럼 왁자지껄한 극의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와 내면의 진짜 나 사이에 서 있는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개발에 실패한 과학자 이야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그 자체가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는 신약이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