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혈관건강 ‘복병’ 맥압 … 노인 수축기·청소년 이완기혈압 중요

맥압 40㎜Hg 넘으면 심혈관질환·대사증후군 … 혈압 정상이어도 들쑥날쑥하면 병원 가야

입력 2017-06-19 15:52

기사이미지
혈압이 140/70㎜Hg인 사람은 150/100㎜Hg인 사람보다 표면적으로는 덜 위험해 보이지만 맥압이 더 커 실제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

고혈압과 저혈압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수축기혈압(속칭 최고혈압)과 이완기혈압(속칭 최저혈압)의 차이인 맥압이 심뇌혈관질환과 깊게 연관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혈관의 탄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맥압은 수축기혈압에서 이완기혈압을 뺀 값으로 40㎜Hg 안팎일 때 정상으로 판정한다. 60㎜Hg을 넘어가면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의 혈관은 자유롭게 팽창 및 수축하면서 혈압 차이를 조절하므로 맥압이 높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혈관이 탄력성을 잃고 경직돼 수축기혈압은 상승하고 이완기혈압은 저하돼 맥압이 증가한다.


혈압은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르고 있을 때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수축기혈압은 심장의 좌심실이 수축해 혈액을 대동맥으로 밀어낼 때, 이완기혈압은 혈액이 밀려나간 뒤 다음번 수축을 위해 대동맥으로 나가는 문을 닫고 혈액을 좌심방으로부터 받아들일 때 혈관벽이 받는 압력을 의미한다.
혈관벽에 노폐물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동맥경화증 등으로 혈관벽이 딱딱해지면 탄력성이 떨어져 혈압이 높아진다. 수축기혈압은 120㎜Hg, 이완기혈압은 80㎜Hg을 정상으로 보며 2회 이상 측정시 연속 140/90㎜Hg 이상이면 고혈압, 160/100㎜Hg을 넘으면 중증인 2단계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단순히 혈압 수치만 보고 맥압 관찰에 소홀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맥압은 1971년 미국의 ‘프래밍엄 심장연구’를 통해 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완기혈압은 그대로인데 수축기혈압이 올라 맥압이 커지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해져 수축기혈압과 맥압이 심혈관계질환과 깊게 연관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됐다.


나이들면 이완기혈압은 그대로인데 수축기혈압이 상대적으로 올라 맥압이 높아진다. 혈압이 140/70㎜Hg인 사람은 150/100㎜Hg인 사람보다 표면적으로는 덜 위험해 보이지만 맥압이 20㎜Hg 더 커 실제로는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발병 위험이 높다.


청소년이나 20대 젊은층은 노년층과 반대로 이완기혈압의 급격한 상승이 심장 문제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축기혈압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이완기혈압만 올라 맥압 수치는 오히려 낮아지므로 이상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별다른 이유 없이 이완기혈압이 들쑥날쑥하거나, 정상치인 80㎜Hg를 웃돈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맥압은 대사증후군과도 깊게 연관된다. 권유진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용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0~2012년 시행된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노인 6187명의 맥압(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차)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맥압이 42㎜Hg 이하인 남성은 29%만 대사증후군이 나타났지만 62㎜Hg 이상에서는 52%가 대사증후군으로 위험도가 1.8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의 경우 44㎜Hg 이하에서는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45%였으며 65㎜Hg 이상에서는 70%로 위험도가 약 1.6배 높게 나타났다.


권유진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맥압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노화 외에도 교감신경, 부신호르몬, 인슐린 등 대사증후군과 관련 있는 인자들도 혈관 탄력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수축기-이완기 협압차가 크거나 갑자기 변하는 것은 대사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제 교수는 “맥압은 일상에서 손쉽게 측정할 수 있게 때문에 평소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비만, 식생활 습관 등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최저 혈압차가 클수록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져 치매 발병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수축기, 이완기, 맥압이 각각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차이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영국 건강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수축기혈압은 심근경색, 협심증,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발병과 밀접하게 관련된 반면 큰 반면 복부대동맥류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었다. 반면 이완기혈압은 복부대동맥류 발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맥압은 관상동맥 및 말초동맥질환과 가장 깊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혈압을 잴 때마다 결과가 크게 다르다면 주의해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국내 고혈압 환자 5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혈압 변화와 질환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축기혈압이 측정 때마다 10㎜Hg 이상 차이나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45%,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32% 높아졌다.


혈압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혈압을 잴 땐 혈압기를 팔꿈치 위에 차고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팔꿈치 위·아래로 갈수록 혈관이 얇아지고 잔뼈가 많아 혈압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1주일에 한 번씩, 하루에 두 번,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온 뒤, 저녁에는 잠들기 전에 혈압을 재면 된다. 한 번에 2~3회 측정한 뒤 평균값을 기록하고 20회 이상 측정치가 모이면 전체 평균을 낸다.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측정값이 전보다 10㎜Hg 이상씩 차이나면 병원을 찾는 게 안전하다.


보통 혈압이 높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정상보다 다소 높은 고혈압 전단계(수축기혈압 120~139㎜Hg, 이완기혈압 80~89㎜Hg)이면서 흡연·음주·가족력 중 한두 가지에만 해당되거나, 고혈압 1단계(수축기혈압 140~159㎜Hg, 이완기혈압 90~99㎜Hg)이면서 다른 위험인자나 동반질환이 없다면 약보다는 금연·절주·운동 등을 통한 체중감량이 효과적이다. 단 고혈압 1단계 이상이면서 당뇨병, 동맥경화증, 단백뇨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거나 흡연·음주·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세 가지 이상이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 기사에 댓글달기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