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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생역전’ 아이콘 황치열, “자식농사 망쳤다는 父, 지금은 함박웃음”

입력 2017-06-21 07:00
신문게재 2017-06-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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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 (사진제공=HOW엔터테인먼트)

 

‘대륙의 남자’ 황치열(35·사진)은 말 그대로 ‘인생역전’의 아이콘이다. 경북 구미의 유명댄서로 활동하던 황치열은 2005년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댄서 활동 당시 ‘구미의 지드래곤’으로 불렸던 그는 금방에라도 서울을 정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첫 거주지는 청담동의 반지하 월세방. 서울살이가 처음인 청년은 청담동 반지하에서 살 돈이면 강북의 쾌적한 월세방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청담동에 산다는 자부심, 곧 가수로 데뷔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2007년 싱글 앨범 ‘치열’과 1집 ‘치열’을 낼 때까지 월 생활비는 소속사가 지급하는 20만원 남짓이었다. 5000원짜리 커피를 사마실 바에는 백반을 먹는 게 낫다며 집에서 믹스커피만 마셨다. 하지만 1집 앨범은 주목받지 못했고 설상가상 소속사에서 받던 지원도 끊겼다. 앞길이 막막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인피니트, 러블리즈 등 울림 소속 가수와 판타지오의 연습생, Mnet ‘프로듀스101’에서 주목받은 강동호가 황치열의 제자들이었다. 첫 월급 60만원을 받은 뒤 이제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마실 수 있다며 좋아했다.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스쿠터도 장만했다. 하지만 언제 가수가 될지는 요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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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 (사진제공=HOW엔터테인먼트)

 

“고향의 아버지는 대놓고 ‘자식농사를 망쳤다’고 푸념하셨어요. 명절에 구미에 내려가면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죠.”

기회의 여신이 손짓한 건 2015년이었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임재범의 ‘고해’를 부른 게 신의 한수였다. 방송가는 곱상한 외모에 허스키한 보이스를 지닌 황치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잇달아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10년간 농축된 가창력을 마음껏 뽐냈다. PD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도 만났다. 황치열은 “내가 가수로서 다시 설 수 있게 장작을 활활 불태운 프로그램이 ‘불후의 명곡’”이라고 고백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꾸밈없는 ‘옥탑방 라이프’로 대중과 소통하며 JTBC ‘아는 형님’에서 예능감도 뽐냈다. 그 즈음 ‘불후의 명곡’을 본 중국 후난위성TV ‘나는 가수다’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았다. 거짓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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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 (사진제공=HOW엔터테인먼트)

 

물론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어로 노래 가사를 외웠고 10여년 만에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 호텔 방에서 남몰래 운적도 부지기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황치열은 지난해 중국판 ‘나는 가수다 시즌4’에서 최다 1위를 기록했다. 중국SNS인 웨이보 팔로워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고 호텔방이 스위트룸으로 격상됐다. 방송사 앞과 공항에 마치 아이돌 스타 마냥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류스타의 상징인 국내 면세점 모델로도 발탁됐다.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경직되기 전까지 그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스타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차를 장만했다. 아직 옥탑방에 살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아파트나 빌라로 이사 갈 계획도 세웠단다. 황치열은 “사람들이 왜 차를 타는지 알 것 같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세요. 처음 서울 올라갔을 때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실망하셨는데 지금은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내려왔니’라고 반겨주시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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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 (사진제공=HOW엔터테인먼트)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황치열은 중국의 ‘한한령’ 조치에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출연예정이었던 드라마 섭외가 취소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자이크 처리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기회로 지난해 11월부터 앨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13일 발표한 황치열의 신작 ‘비 오디너리’는 7개월간 노력의 결과물이다. 2007년 첫 앨범을 발표한 뒤 10년만에 빛을 본 앨범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은 ‘매일 듣는 노래’. 아직 국내에 히트곡이 없는 그는 대중이 황치열의 음악에 공감할 수 있게 일상의 평범함과 익숙함을 녹여냈다고 강조했다. 오는 24~25일에는 팬들에게 음반을 직접 들려주는 자리도 마련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첫 번째 단독콘서트 ‘욜로콘’이다.

“지난 10년 동안 목표를 잡으려고 뛴 게 아닙니다. 뛰다 보니 목표가 잡히기 시작했죠. 이번 앨범은 음반으로서 첫 걸음입니다. 부모님과 팬들이 가장 많이 기다렸을 것 같아요. 앨범을 발매한 것만으로 추억의 첫 페이지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꽃길’이든 ‘똥길’이든 상관없어요. 시작만으로 행복합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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