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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제11회 딤프 Pick ①] B급 유머와 아무 말에 정신없이 웃다보니 눈물이 나네! 개막작 뮤지컬 ‘스팸어랏’

[Local+Culutre+Play]

입력 2017-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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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딤프 개막작 ‘스팸어랏’.(사진제공=딤프사무국)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



11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6월 23~7월 10 이하 딤프)의 개막작인 웨스트엔드 뮤지컬 ‘스팸어랏’이 25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성혁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딤프를 위해 영국 투어까지 잠시 중단하고 대구를 찾았다. 

 

‘스팸어랏’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B급 유머코드와 아무 말 등에 버무린 영국식 코미디다. ‘비행서커스’(Flying Circus), ‘삶의 의미’(The Meaning of Life), ‘완전히 다른 것을 위하여’(And Now For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Life Of Brian)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희극 그룹 몬티 파이튼(Monty Python)의 ‘성배’(The Holy Grail)를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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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딤프 개막작 ‘스팸어랏’의 영국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

작가 출신의 故그레이엄 채프먼, ‘슈렉’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007’시리즈, ‘앱솔루틀리 애니씽’ 등에 출연했고 작가이기도 한 존 클리스, ‘피셔 킹’, ‘12몽키즈’, ‘타이드랜드’ 등의 감독 테리 길리엄, ‘앱솔루틀리 애니씽’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테리 존스 등을 비롯한 고학력 능력자들이 몬티 파이튼의 멤버였다.

더불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의 SF소설가 더글러스 애덤스도 각색에 참여했고 ‘비행서커스’에 깜짝출연하기도 했다. ‘성배’는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의 공동 연출작이다.

뮤지컬 ‘스팸어랏’은 성배를 찾는 여정을 담은 카멜롯의 전설 속 아서 왕(밥 함스)과 그의 기사들 데베르(마크 에이킨폴라린), 랜슬롯(사이먼 쇼튼), 로빈(대니얼 케인), 갈라하드(노튼 제임스) 그리고 신비의 칼 엑스칼리버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더불어 호수의 여인(세라 할링턴), 코코넛 껍질로 ‘뜨그덕’거리며 아서 왕을 따르는 시종 팻시(데일 슈퍼빌), 노래 부르기에 심취한 게이왕자 허버트(매튜 페닝턴) 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국이야기에 핀란드 민속춤을 추며 등장해 생선으로 서로를 가격하는 앙상블들, 호수의 여인으로부터 엑스칼리버를 받았으니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 우기는 아서왕, 팔·다리가 잘려나가고도 ‘괜찮다’고 싸우자는 흑기사, 주먹만한 난폭한 식인토끼(사실은 인형)를 상대로 격전을 펼치는 기사들, 싸울 때면 화장실을 찾는 로빈 등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수룩하거나 헛웃음이 날 정도로 엉뚱하거나 기막히게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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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딤프 개막작 ‘스팸어랏’ 영국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

 

더불어 주어지는 퀘스트도 관목 가져오기, 뮤지컬 만들기 등 어이없다. 날카로운 풍자, 슬랩스틱, 아무 말 대잔치 등 몬티 파이튼 특유의 서리얼 개그(Surreal Gag 혹은 슈르 개그)로 무장한 ‘스팸어랏’은 매장면 기괴하다 못해 난잡해 헛웃음이 날 정도다. 이를 고스란히 무대에서 구현하는 배우들은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 그리고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천연덕스러움으로 극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몬티 파이튼 특유의 개그과 탁월한 배우들의 기량이 선사하는 유머는 사회부조리와 권력층, 뮤지컬 업계, 내면에 존재하는 패배주의 혹은 비관주의, 평등을 외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대의 계급체계, 동성애자·여성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에 일침을 날린다.

이번 딤프 ‘스팸어랏’의 최고 덕목은 ‘찰떡같이’ 한국화한 번역이다. 뮤지컬에는 스타가 있어야 한다며 유아인, 조승우, 박진영 등 한국스타들을 언급하더니 해리포터해를 데려오라 난리인가 하면 ‘노룩패스’의 “김무성이 여행 가방을 들고 나오면 어떨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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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딤프 개막작 ‘스팸어랏’.(사진제공=딤프사무국)

 

성배를 찾으러 가자는 제안에 성주는 배 보다는 참외라 말장난을 치고 막창에 소주나 마시러 가자 등 한국화한 번역은 순천향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가 맡았다. 자칫 한국인 정서와 결을 달리 할 수 있는 영국식 개그는 딤프 측에서 “각별히 부탁드렸다”는 원 교수의 맛깔스러운 번역으로 원어 느낌 그대로 한국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 

 

제목 ‘스팸어랏’부터 이 뮤지컬은 “진정한 나를 찾자”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1934년 스팸이 각광받으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스팸화돼 가는 세상을 풍자한 몬티 파이튼의 TV쇼 ‘스팸’ 편에서 전한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B급 유머와 아무 말, 슬랩스틱 등 웃기기 위해 온갖 요소들을 동원한 ‘스팸어랏’이 구석구석에 숨겨둔 기발하고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어느 작품이나 취향을 타기 마련이다. ‘스팸어랏’의 호불호는 그 어느 작품보다 분명하게 갈린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재미와 웃음 포인트, 난데없는 눈물 등은 취향이 맞았을 때 혹은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에 빗댈 수 있을 때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때 해당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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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딤프 개막작 ‘스팸어랏’.(사진제공=딤프사무국)

그리고 마지막 객석 1, 2층에서 출몰하던 성배를 관객 엉덩이 밑(?)에서 찾게 되고 배우들은 ‘올웨이즈 룩 온 더 브라이트 사이드 오브 라이프’(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라는 넘버를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라는 한국어 가사로 반복해서 부르며 관객들을 격려하고 독려한다.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에 정신 없이 깔깔거리다 이 넘버를 함께 흥얼거리다 보면 스스로도 모르게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너무 웃어서 나는 눈물은 분명 아니다. 그 기묘한 카타르시스란!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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