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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리운전 솔루션업체 ‘콜벨’ 구자룡 대표…“오뚜기 인생, 다시 도전하다”

입력 2017-08-16 07:00
신문게재 2017-08-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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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업체 홍수시대다. 전화를 통해 대리운전 번호를 누르는 시대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터치’ 한 번이면 어디서든 대리운전 기사가 달려오는 속도의 시대가 왔다. 대리업 시장은 전국 규모의 통신망을 갖춘 중견기업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요식업을 중심으로 스마트폰보다는 유선 전화기에 희망을 거는 스타트업이 있다. 수천 번의 시도 끝에 ‘요식업 대표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구자룡 ㈜버튼테크놀로지 대표를 만나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버튼대리·콜벨’… 끊임없는 도전

지난 9일 구 대표를 부천에 있는 버튼테크놀로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구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연세대에서 광고·홍보 전문으로 석사를 밟았다. 학업을 마친 뒤에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1997년 첫 사업인 지아이지오 커뮤니케이션즈㈜라는 마케팅 회사를 차렸다.

5년간 마케팅 회사를 잘 꾸려가던 구 대표는 더 넓은 세상을 위해 또 한번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2년 현재의 회사인 버튼테코놀로지를 세우며 5년째 스타트업의 세계와 만만치 않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현재 ‘콜벨’의 전신 프로그램인 ‘똑똑한 대리운전, 버튼대리’를 만든다. 버튼대리는 스마트폰 대리앱의 시초격으로, 전화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대리운전 아이템을 총망라해 스타트업 지원 기업들로부터 10억원이 넘는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버튼대리 하나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대리운전 시스템 ‘콜벨’을 개발했다. ‘대리운전 분야에 전문가가 되겠다’는 그의 경영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구 대표는 “대리운전을 선택한 이상 한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도전인 만큼 더 공을 들였고, 사업 성공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 콜벨, “소자본 창업으로 내일을 열다”

구 대표가 새로 개발한 ‘콜벨’은 철저히 요식업 주인들의 습성을 중심으로 개발했다.

“손님이 가게 주인에게 대리운전을 요청할 때 스마트폰이나 ‘포스(POS·음식주문 장치)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전화로 일일이 대리운전 번호를 누르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포스 안에다 대리운전 장치를 삽입해도 잘 누르지 않더군요. 왜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귀찮아서’였습니다.”

결국 수천명의 요식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구 대표는 가게 주인들이 ‘습관’에 의해 전화기에 대리운전 번호를 누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로 구 대표는 ‘콜벨’을 착안해 낸다. 대리업체 콜센터와 경쟁업체, 요식업을 전수조사하며 만든 작품인 만큼 성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콜벨은 일반 전화기 상단에 파란색 ‘대리운전’ 버튼을 장착하는 시스템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방법 같지만 대리운전 버튼을 누르면 인근 콜센터와 연결돼 대리운전 기사를 30초 이내로 찾아내는 특허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구 대표는 근 1년을 투자했다.

구 대표는 이후 직접 요식업과 인근 가게 등을 찾아다니며 대상 업체를 선정한 뒤 6개월간 시범 서비스를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단숨에 몇천개 업체가 가입한 뒤 매출도 급상승하는 등 시장 반응이 좋았다.

“처음에는 힘들거라 생각했어요. 생전 ‘영업’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아 시스템을 모르는 업체 사장들한테 문전박대도 받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난 뒤에는 다른 가게에 직접 추천을 해주는 분들도 많았죠. 이제 더 많은 소자본 창업주를 모집하고, 사업망을 서울 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어려운 분들이 ‘콜벨’과 함께했으면…”

구 대표는 7명 남짓의 사원과 함께 ‘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을 달고 다닌다. 자신 혼자만 회사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전체 사원이 대표이자, 자신 역시 그 사원 중의 한명일 뿐이라는 소신에서다.

“일을 시작할 때 어려운 시기에 있던 저를 생각했습니다. 직원수가 적더라도 한명 한명 너무나 소중하더군요. 아무렇게나 직원을 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는 직원 모두가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 그 중의 한명으로 근무를 할 뿐입니다.”

구 대표는 ‘콜벨’에 투자하는 소자본 창업주들이 돈 많은 투자자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이들이길 바란다. 콜벨에 투자하는 모든 이들이 소자본으로 구슬땀을 흘려 값진 이익을 얻길 원하기 때문이다.

콜벨 소자본 창업은 자본금 200만원을 투자해 월 50만원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소자본 창업자가 200만원으로 대당 1만5000원 하는 콜벨 전화기를 100대 구입한 뒤 영업망을 확충하면 된다. 대리운전 1회를 이용하면, 80%는 기사에게 주고 나머지 20%를 회사와 요식업체, 소자본 창업주가 분배하는 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인맥이 많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익숙한 이들이라면 안성맞춤이다.


◇실패를 두려워말라…“오뚜기도 언젠가는 갓뚜기 된다”

구 대표가 대리운전 IT 솔루션 사업에 도전한 것은 외할머니의 교통사고가 영향을 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외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택시로 귀가하시던 할머니의 차량을 음주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와 정면 충돌한 대형사고였죠. 대리운전을 활성화시켜서 조금이라도 음주운전을 막는다면 아까운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리운전 분야에 투자하게 됐습니다.”

그런 구 대표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외할머니의 교통 사고 기억이 용기를 주곤 했다.

버튼테크놀로지의 슬로건은 ‘버튼더 월드, 세상을 버튼하자’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착안한 ‘버튼대리’와 ‘콜벨’로 세상의 모든 대리업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그의 사업 방식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막대한 수익을 얻기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퇴사한 이들이나 대리기사 등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콜벨’을 착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려운 분들에게는 힘이 되고, 업계에는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이 큰 돈을 벌지는 못할지라도 힘든 분들이 함께 희망을 키울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글·사진=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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