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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UFC, 본격 막장드라마 활활?

입력 2017-08-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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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를 ‘막장 드라마’로 이끌고 있는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왼쪽). ‘무패 복서’ 메이웨더와의 복싱 매치를 성사시킴으로써 UFC에 비정상적인 체급 혹은 이업종 격투가와의 이벤트 매치 붐을 난무하게 만들었다. 연합뉴스
한국에 MMA열풍을 몰고 온 해외 격투기 단체는 프라이드다.



프라이드가 건재하던 시절 세계 MMA계는 동양의 프라이드와 서양의 UFC로 양분되어 있었다. 둘 다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동양 정서의 프라이드가 압도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UFC 매니아들은 프라이드에 비해 UFC가 더 좋은 점으로 ‘좀 더 스포츠답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 프로레슬링의 영향을 받은 프라이드는 쟁쟁한 매치업 못지않게 다소 명분이 떨어지거나 오직 흥행만을 노린 이벤트 경기도 많았다. 반면 UFC는 철저히 랭킹이나 명분에 중점을 둔 시스템 위주로 대회를 이끌어나갔다.

최근의 UFC는 다소 달라졌다. 한창 때 프라이드 이상으로 이벤트 매치와 명분 없는 타이틀전도 난무하고 있다. UFC 팬들이 프라이드를 공격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던 ‘서커스 매치’가 그 이상으로 UFC에서 재현되고 있다.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흥미위주의 머니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UFC는 성실한 챔피언들은 그다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벤트에 머리가 트인 파이터들이 득세하고 있다. 새로이 타이틀을 얻은 챔피언은 정상적 방어전보다는 좀 더 편하고 돈이 되는 매치에 집중하고 있으며 너도나도 독설경쟁을 하며 장외 이빨 전쟁에 합세하고 있는 분위기다.

닉 디아즈, 네이트 디아즈 형제는 대놓고 “벨트 따위보다 돈이 최고다”라고 외치고 있는데, 실제로 쏠쏠한 수익을 챙기며 타 선수들에게 좋지 못한 사례를 남기고 있다. 챔피언으로서의 명예나 명분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익을 챙기는 문화가 UFC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러한 막장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선수는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다. 그는 명분 없이도 흥행만 불러일으킨다면 얼마든지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본인은 페더급, 라이트급에 걸쳐 2체급을 정복했다고 엄청난 자부심을 보이고 있지만 단 한 차례의 타이틀 방어전도 가지지 않았다.

부상이라면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타이틀 방어전을 할 시간에 네이트 디아즈와 무려 2차례에 걸쳐 명분 없는 이벤트 매치업을 펼쳤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 복싱계 무패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복싱경기까지 예약했다.

메이웨더와의 경기는 UFC, 복싱 어느 쪽에 비춰 봐도 명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명분은 없고 돈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에 피해보는 동료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한 맥그리거로 인해 다른 무수한 파이터들 역시 어느 정도 힘만 얻으면 ‘일단 나부터 살자’는 모드로 들어가고 있다. 맥그리거가 일단 길을 터놓았던지라 명분에 관한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맥그리거는 되는데 나는 안 될 게 무엇이냐?’는 분위기다.

약물적발 및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던 존 존스는 UFC의 솜방망이 처벌이 끝난 직후 돌아와 얼마 전 다니엘 코미어(38,미국)를 꺾고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다시 가져왔다. 타이틀을 얻기 무섭게 존스는 브록 레스너를 호출했다. 레스너 역시 약물적발로 인해 징계 중인데 금지기간이 끝나면 존스와 슈퍼파이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맥그리거 따라하기’의 선봉장은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이다. 루크 락홀드의 방심과 부상을 틈타 행운의 승리를 거둔 그는 강자들과의 승부를 최대한 미룬 채 아랫체급 챔피언 출신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와의 명분 없는 타이틀매치를 진행 중에 있다.

비스핑과 생 피에르는 둘 다 누가 이겨도 문제가 된다. 비스핑은 그야말로 미들급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생 피에르 역시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이상으로 체급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놓을 공산이 크다.

생 피에르가 미들급 강자들과 정상적인 방어전을 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벨트를 이용해 이벤트 매치를 벌이는 영악한 행보가 예상된다. 그야말로 제2, 제3의 맥그리거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잠정챔피언도 불어나고 있다. 막장드라마를 써가는 UFC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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