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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육식남은 모르는 채소의 은밀한 매력

입력 2017-08-21 07:00
신문게재 2017-08-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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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플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육식남’은 남자다움을 최고로 생각하는 열혈남아로 과거 ‘마초’로 불리던 남성상의 발전된 형태로 국어사전에 정의된다. 육식동물처럼 야성미가 돋보이는, 한마디로 짐승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육식남의 반대어인 ‘초식남’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한 남자를 뜻하는데, 온순한 성격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 둘을 구분 짓는 특징은 이들의 식성이다. 초식동물이 고기 맛을 모르듯 육식동물 또한 채소 맛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채소의 은밀한 매력이 있으니 지금부터 한번 살펴보자.

 

 

◇ 채소의 음악성



어린 시절 반찬투정을 한 번쯤 해 봤다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봤음직한 채소 예찬론. 채소는 각종 비타민뿐만 아니라 섬유질도 풍부하고 등등 꼽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이미 밥상머리에서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은 채소에 숨어 있는 또 다른 효용을 논해 보고자 한다.

여기 특별한 악기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2)베지터블 오케스트라 - 무 연주 - 유튜브 캡쳐
이 사람은 지금 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무를 연주하고 있다. 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롱아일랜드 베지터블 오케스트라’는 수년 이상 학교와 갤러리, 도서관뿐만 아니라 스위스 제네바의 환경 콘퍼런스에서도 연주무대에 올랐다. 심지어 영화에도 등장했다.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이 오케스트라는 채소로 만든 악기를 사용한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채소로 만든 악기는 계속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 연주 때마다 신선한 채소로 악기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에 한 시간 가량을 투자해 조심스럽게 채소 악기를 만든다고 한다. 악기가 될 채소에 구멍을 내고 속을 파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채소로 악기를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만들고 나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들의 손에서 당근은 플루트나 팬파이프, 클라리넷과 같은 관악기로 변신한다.

이 오케스트라의 기원은 본래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음악에 관한 이론으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하자, 한 음악교사가 유튜브에서 ‘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들에게 영감을 준 ‘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는 채소 악기의 연주자들이 십 수 년간 활동해온 프로패셔널 오케스트라다.

연주자들은 악기를 준비하기 위해 악기상에 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지역에 있는 시장에 들른다. 시장에서 신선한 채소들을 고른 후 악기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채소의 속을 파내고 구멍을 뚫으면서 나온 채소 조각들은 수프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연주회가 끝나면 이 수프는 관객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이처럼 채소는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뿐만 아니라 조각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는 착한 먹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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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채소 샐러드를 먹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 채소의 은밀한 매력

흔히 이성에게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한다면, 육식남은 자신이 공들여 만든 식스팩 복근을 보여주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식스팩 복근보다는 식스팩(여섯박스)의 당근을 챙기는 게 낫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여성들은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 초식남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호주 맥쿼리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식품 품질과 남성 체취의 매력도’에 따르면, 여성들은 많은 양의 과일과 채소를 먹은 남성의 체취(땀 냄새)를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섭취한 남성의 체취보다 더 선호했다.

논문의 저자인 이안 스티븐 교수는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남성의 체취는 매력에 중요한 요소”라고 NPR에 말했다.

이 연구는 비록 소규모(남성 43명, 여성 9명)로 진행됐지만, 섭취하는 식품과 체취, 매력 등 이 3가지 요소의 연관성을 찾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체코에 있는 찰스대학이 진행한 실험을 비롯해 다수의 연구들은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으로 몸에서 어떤 냄새가 나느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체취는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강력한 지표도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는 잠재적인 배필을 찾는데 특별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야채나 과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채소 기반의 다이어트는 이상적인 다이어트와 체형 유지, 두뇌 기능 활성화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식생활 전반에서 질병의 위험을 줄이고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은 천연식품과 채소 기반의 식단이라고 영양학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매력까지 챙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Strongandhealthy


◇ 채소, 농약 문제는 유의해야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장점이 많은 채소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농약 문제다.

전문가들은 영유아와 어린아이들에게는 아주 적은 양의 농약에 노출되는 것도 해롭다고 지적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영양학적으로 좋은 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제공하는 노력만큼 이들이 농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농무성(USDA)이 운영하는 ‘농약 데이터 프로그램’에서 이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자주 섭취하는 식품의 샘플을 전국에서 수집해 잔류 농약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 특히 일반적인 농법으로 재배된 농작물에 잔류 농약이 많이 검출 됐는데, 전문가들은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잔류 농약이 많은 미국산 농작물은 딸기, 시금치, 천도복숭아, 사과, 복숭아, 배, 체리, 포도, 셀러리, 토마토, 파프리카, 감자 등이다. 특히 USD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딸기 샘플의 98%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농약이 검출됐으며, 20 종류의 농약이 검출된 딸기도 있었다.

시금치는 평균적으로 동일한 무게의 다른 농작물과 비교해 2배 많은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 또한 사과 50개 중 49개는 최소 1개 이상의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고 한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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