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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이란전 분패 불구 ‘칭찬할 만해’

입력 2017-08-20 13:53

BASKETBALL-FIBA-ASIA-IRI-KOR <YONHAP NO-0600> (AFP)
한국 남자농구가 이번에도 하메드 하다디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이란에 석패했다. 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끝까지 맞서며 하다디를 봉쇄하는 등 명승부를 펼쳤다. 사진은 최준용이 이란 선수들과 볼을 다투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는 이번에도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는 이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하다디의 높이에 힘없이 무너지던 이전과는 달랐다. 한 발 더 뛰는 빠른 농구로 이란을 위협했고,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전술로 하다디를 봉쇄하는 데도 성공했다.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졌지만 정말 잘 싸운’ 명승부였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0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 준결승전 이란과 경기에서 81-87로 패했다. 이로써 허재호는 앞선 준결승에서 호주에 79-106으로 대패한 뉴질랜드와 다시 만나 3, 4위전을 치르게 됐다.

대표팀의 출발은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선수들은 ‘218cm의 거구’ 하다디의 존재감에 심히 위축됐고, 이란의 외곽슛이 폭발하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1쿼터 중반 교체 투입된 전준범의 3점슛 3방이 아니었다면, 승부가 일찌감치 갈릴 수도 있었던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쿼터 시작과 함께 이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다디가 벤치로 물러난 틈을 놓치지 않았고, 2쿼터 시작 2분 30초간 10점을 몰아넣으며 7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전준범과 이승현의 외곽슛이 폭발했고, 오세근의 골밑 활약이 더해지면서 33-39로 2쿼터를 마무리했다.

3쿼터에는 역전에도 성공했다. ‘9억 원의 사나이’ 이정현이 이날 첫 3점슛을 터뜨렸고, 허웅의 외곽슛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오세근과 최준용도 공격에 힘을 보태면서, 61-57로 리드를 잡은 채, 3쿼터를 마무리했다.

막판까지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이정현이 3점슛 성공과 상대 반칙을 얻어내며 4점 플레이를 만들었고, 오세근이 화력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은 사자드 마사에키의 골밑슛과 모함마드 잠시디의 3점슛으로 기세를 올렸고, 야투 성공이 없던 하다디가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기를 잡았다. 대표팀은 허웅의 자유투로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집중력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결승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고개를 숙일 필요 없다. 이란은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승리한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던 과거가 증명한다. 지난 맞대결에서 47-85로 대패했을 정도로 하다디의 이란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더욱이 대표팀은 김주성과 양동근, 조성민 등 오랫동안 중심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은퇴(국가대표)를 선언하면서 기대치가 줄었었다.

‘강심장’ 전준범과 최준용, 이승현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오세근과 김선형이 김주성과 양동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준범은 하다디의 높이에 주눅 들지 않는 과감한 골밑 돌파와 백발백중의 외곽슛을 자랑했다. 오세근은 하다디의 느린 발을 스피드와 정확한 미들슛으로 공략하며, NBA리거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하다디와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궂은일을 도맡은 이승현, 2m 가드의 등장을 알린 최준용 등도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

농구가 한때는 축구와 야구를 뛰어넘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였지만, 현재는 배구에도 밀리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이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투지라면, 세계 최정상급인 호주는 어렵더라도 이란과 중국, 뉴질랜드 등과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

21일 오전 0시 30분 3, 4위전에서 다시 만난 뉴질랜드를 상대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이후에는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홈 앤드 어웨이를 대비해야 한다. 중국, 뉴질랜드 등 만만찮은 상대들과 한 조에 속한 만큼, 이날보다 발전된 경기력이 요구된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농구 인기 부활도 가능하다.

평균 연령 26세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한국 농구 대표팀. 아시아 최고의 팀을 상대로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허재호의 앞날이 기대된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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