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갑상선암은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높아 ‘착한 암’으로 불리지만 유독 남성에게는 예후가 좋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발생률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은 대신 신체 구조상 진단이 늦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은 목 한가운데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갑상연골)의 아래쪽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신체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생산 및 저장했다가 필요한 기관에 보낸다. 갑상선호르몬은 체온을 유지하며, 신생아의 뇌와 뼈 성장·발달에 도움을 준다.
이 부위에 생기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점차 쉰 목소리, 부기, 통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고 목에 혹이 만져지는 게 특징이다.
갑상선암은 흔히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 환자도 2010년 20만8000여명에서 2014년 50만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남성 갑상선암은 여성보다 예후가 나쁜 편이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갑상선 주변 목젖이 상대적으로 커 암 전단계인 갑상선결절이 5㎝ 이상 자란 뒤에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암이 상당히 진행되거나, 다른 조직에 침투한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의 발생률이 높다는 편견 탓에 정기검진을 잘 받지 않는 것도 남성 갑상선암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특히 남성은 악성인 미분화암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갑상선암은 유두암, 여포암, 미분화암 등으로 나뉜다. 유두암은 가장 흔한 형태로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30대 전후 젊은 여성에서 자주 발견된다. 악성도가 낮고 성장 속도가 느려 10년 생존율이 90~98%에 달한다. 전체 갑상선암의 10%를 차지하는 여포암은 40세 이상 중년여성에게 잘 발생한다. 혈관을 따라 뼈·간·폐 등에 전이될 수 있지만 10년 생존율은 70~9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미분화암(역형성암)은 65세 이상에서 잘 발생하고 남녀 성비가 1.3대 1로 남자가 약간 많다. 림프절·원격 전이 속도가 빨라 진단 당시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평균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갑상선암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방사선 다량 노출, 유전적 요인,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박원서 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가족 중 갑상선암 환자가 있거나, 쉰 목소리가 나거나, 목젖 주변에 림프절이 만져진다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먼저 초음파검사를 실시해 크기가 크거나 악성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되면 세침흡인세포검사로 갑상선암을 최종 진단한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여성에서만 발생률이 높다는 편견 탓에 남성들이 건강검진을 소홀하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
세침흡인세포검사는 가느다란 주사기바늘로 갑상선결절 세포를 뽑아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갑상선결절은 크기가 0.5㎝ 미만이거나, 갑상선 밖 침범 또는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없다면 바로 수술하지 않고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로 추적·관찰에 들어간다.
갑상선암은 나비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진 갑상선의 양쪽을 모두 절제하는 전절제수술법이 표준치료다. 겨드랑이 혹은 가슴 부근을 0.5~1㎝ 절개하고 복강경을 삽입해 암조직을 제거한다. 최근 도입된 로봇 갑상선절제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에 4개의 작은 절개창을 내 밖으로 보이는 흉터를 최소화한다. 입술과 아래 잇몸 사이의 점막에 3개의 구멍을 뚫고 하는 경구강 로봇수술법도 개발됐다.
종양 크기가 1㎝ 이하로 작고, 결절이 한쪽에만 있으면 갑상선 한쪽만 떼어내는 반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의료진은 재발 위험 탓에 전절제술을 선호한다. 국내 갑상선암 수술 중 반절제술 비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70%에 달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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