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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무턱대고 낳아라? 환경부터 바꿔라!

[저출산 탈출구는 있다] 출산율 1.03명 위기의 대한민국…정책 수술 불가피

입력 2017-09-18 06:00   수정 2017-09-17 14:02
신문게재 2017-09-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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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위기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애쓴 보람도 없이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져 ‘인구절벽’ 위기를 맞을 만큼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저출산은 일자리, 집값, 사교육비, 여성들이 일·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 향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2만8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 태어난 신생아는 약 19만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 타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영·유아 보육 지원을 중심으로 2006~2010년까지 5년간 19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1차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2차 대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까지 외연을 넓히며 2011년부터 5년간 60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3차 대책에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말 2020년까지 5년간 108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육아휴직 활성화, 난임시술 건강보험 적용은 물론이고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까지 저출산 대책에 넣었다.



이처럼 역대 정부 모두 저출산 대책을 세웠고 대규모 예산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처별 혼재된 대책과 실효성 없는 나열식 정책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거액이 투자된 저출산 대책들을 살펴보면 보육정책에 대한 예산을 확충한 것 이외에 기존의 있던 사회복지 정책들을 교묘히 저출산 대책으로 둔갑시킨 것 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저출산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정책과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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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새 정부의 방향에 동의하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변화에 이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선 맞벌이라도 대등하게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은 드물고 낯설다. 이에 정부는 일·가정 양립의 일환으로 2014년 10월부터 ‘아빠의 달’을 시작했다. 아빠의 달이란 같은 자녀에 대해 아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다가 남편이 이어받아 사용할 경우, 남편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당초 육아휴직 급여기간은 1개월이었으나 2016년부터 3개월로 확대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근로자라면 모두가 육아휴직의 대상자가 된다. 특히 7월 1일부터는 둘째 이상 자녀에 대한 아빠의 달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200만 원으로 인상됐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 현황은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7616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8만9834명) 중 8.5%에 그쳤다. 반면, 2016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 대비 56.3% 증가했다. 아빠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남성 육아휴직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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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업 및 사회가 워킹대디와 가족행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되지 않으면 일·가정 양립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혜미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아무런 사회적 변화 없이 남성들의 양육참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여자들의 이중고통(일·가정은 여자의 몫)을 남자도 똑같이 떠안는 것”이고 “결국 여성이 이중고통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처럼 아빠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아빠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만이 아닌 아이를 낳으면 일을 잠깐 중단하고 급여를 보장받으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박사는 “양육을 의무나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 아빠에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면 긍정적인 코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기를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직장 문화의 개선이 필수다. 특히 육아휴직 등을 쓰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문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5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첫 실시한 ‘스마트 근로감독’을 집중 단속한 결과 436개 기업(81.5%)에서 1162건의 법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국내 사업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유연근무제, 아빠의 달 등 정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의 세밀한 대책들이 빨리 나와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란 박사도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등의 정책들은 IT, 병원 등 업종 특성들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기업을 세밀하게 분석해 일하는 형태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육아휴직 급여율 상향 조정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노동시간 축소 △근무시간 외 연락 금지 △휴직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임시직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개선점들이 제기됐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보육’ 역시 중요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확대’, ‘보조·대체 교사 2만1000명 배치’ 등을 내놨다. 더불어 내년부터 0~5세 아동 1명당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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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박사는 “정부가 공공기관 어린이집 이용률을 40%로 늘려서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공공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늘려서 질 높은 보육기관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는 현금 지원의 아동수당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이 밖에도 저소득층들의 자녀양육에 대한 비용 지원과 중산층까지 교육비부담 완화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저출산 문제는 출산 자체뿐만 아니라 보육, 취업, 이민, 다문화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출산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평가해 ‘무늬만 저출산 대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 저출산 문제를 기획·집행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정치권, 기업 등이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인구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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