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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의학계의 그린라이트, 주인공은 LED

[김희욱의 언더커버] 의학계 뒤흔드는 '빛 테라피'의 효능

입력 2017-09-18 07:00   수정 2017-09-17 18:13
신문게재 2017-09-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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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 켈리 오지포프씨(61세)는 30년간 편두통을 앓아왔다. 그녀는 특히 잠자리에서 조차 진정되지 않는 만성 편두통 때문에 수면장애와 신경쇄약은 물론 온갖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려 왔다. 


이렇게 끔찍했던 30년 동안, 간호사 출신인 그녀는 웬만한 두통약과 진통제는 물론 심지어 뇌에 보톡스 주사까지 안 써본 처방이 없을 정도였다.

급기야 그녀는 어떤 사소한 자극도 본인의 편두통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온 집안을 컴컴한 암실로 바꿔놓고 소음을 최대한 차단하는 노력까지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는 점점 더 고립되고 시들어갔다.



그러던 그녀에게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전해졌다. 바로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그린라이트 테라피(Green-light Therapy)’ 연구를 진행하는데 관심이 있느냐는 한 의료팀의 연락이었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임상실험에 지원하겠다는 신청서를 작성했다. 사실 지난 해 말 처음 연락을 받았을 당시 만해도 그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에 만난 그녀는 올 해 봄부터 편두통이 사라졌다고 인터뷰에서 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침대 머리맡에 연구팀이 제공한 녹색 LED 장치를 2시간가량 켜 놓는다”고 덧붙였다.

 

케리 길브라이스 박사
아리조나 대학교 연구팀 케리 길브라이스 박사, 논문 설명 캡처

 

믿기 힘든 위 사례는 과연 사실일까? 만일 그렇다면 LED 불빛이 과연 어떤 작용을 한 것인지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팀이 직접 그 비결을 공개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인간의 피부나 눈에 특정한 빛을 쏘이게 하는 것이 의학적인 효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뇌진탕이나 뇌경색으로 뇌세포가 손상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붉은색 빛이 나오는 LED 헬멧을 착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뇌세포 재생이 월등하게 빨랐다. 

 

따라서 애리조나 대학팀은 그린라이트는 불면증, 레드라이트는 뇌세포 재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번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의대도 최근 비슷한 연구 성과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당초 이들은 치매 때문에 개인위생이 취약해 피부병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LED 불빛을 이용한 살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은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의 퇴행이 멈춘 것이 발견된 것이다.

 

사실 1900년대부터 이런 '빛 치료(Light Therapy)'의 효과는 의학계에서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비타민 D 부족으로 생긴 구루병 환자들이나 건선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학적 치료와 빛 치료를 병행할 경우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당시에는 이들을 하루 몇 시간씩 병원 야외 정원이나 옥상에 데리고 가서 햇빛에 알몸을 노출시키고 환자가 화상을 입기 직전까지 단순 방치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903년 미국의 내과의사 닐 핀슨이 '전구 요법(Lamp treat)'으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병 환자들에게 필라멘트 전구 수 십 개를 한 번에 켜 엄청난 광량을 흡수하게 하자 염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후 닐 핀슨의 '전구 요법'은 한 동안 루푸스 병의 가장 기초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 닐 핀슨 박사 시술
노벨상 수상자 닐 핀슨 박사 시술 장면, SNS

 

이후 빛 치료는 생활의학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1, 2차 세계 대전 후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로 본격 자리매김을 시작하면서 승전국이나 패전국 모두 스포츠 경쟁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때 유럽에서는 출전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구가 촘촘히 박힌 침대에 일정시간 눕혀놓고 온 몸에 자외선(UV, Ultraviolet Ray)을 쏘이게 하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빛 치료가 정확하게 인체의 어떤 부분에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가?

 

뉴욕 시립병원의 메간 필리 박사는 일상에서 보다 다소 광량이 큰 빛으로 미토콘드리아에 자극을 가하면 오래된 세포가 다시 일정 수준 재생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신체 부위마다 효과적인 빛의 파장, 색깔이 다 다르고 이에 대한 연구는 현재 임상실험을 통해서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녹색 불빛이 편두통 완화에, 붉은 불빛이 알츠하이머 병 진행을 늦춰주는데 효과를 나타낸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LED 헬멧 실험
LED 헬멧 실험장면, 유투브 캡처

 

정신 의학계에도 이 같은 '빛 치료(Light Therapy)'가 점차 보급되고 있다.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환자들을 인공선탠기와 비슷한 공간에 눕히고 이들에게 흰색과 푸른 불빛을 쏘이게 했더니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빛 치료를 시행할 경우 증상이 꾸준히 호전될 것인지 아니면 '역치'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국내에서도 한 대학병원이 LED 빛으로 뱃살을 뺄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임상실험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들은 복부지방에 LED 불빛을 집중하자 지방이 연소됐던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인종과 파장 그리고 색깔별 특성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탈모와 피부재생 등에 '빛 치료'를 응용하려는 시도가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반드시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집에서도 보통의 의료기구보다 비교적 저렴한 LED 장치를 이용해 '빛 치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점 가운데 하나다.

 

지난 해 미국인들이 빛 치료 목적으로 구매한 LED 매출은 3억900만달러(약 3500억원)에 이른다.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빛 치료 시장의 성장성은 향후 10년에 걸쳐 연간 5%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하바드 의대의 마이클 함블린 박사는 "첨단의학 발달과 함께 잠시 잊혀졌던 '빛 치료(Light Therapy)'에 대한 의학계의 관심이 최근 놀라운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열 발생이 적고 전력사용은 적은 대신 반영구적인 수명으로 비용이 저렴한 LED가 보급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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