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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남한산성' 이병헌‧박해일, “47일의 비통한 역사, 처절하게 연기했죠!”

[Hot People] <141>영화 '남한산성' 인조 역의 박해일·최명길 역 이병헌

입력 2017-10-10 07:00   수정 2017-10-10 07:40
신문게재 2017-10-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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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은 역사극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반추하는 영화다. 우려도 많았다.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소설이란 부담과 쟁쟁한 배우들의 참여가 되려 ‘사공 많은 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400년 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47일간 서로 다른 신념으로 팽팽하게 맞선 두 신하, 최명길과 김상헌의 이야기는 원작의 결을 고스란히 살린 ‘웰메이드 사극 영화’로 불리며 정치권에서도 높은 호감을 보이고 있다.


◆인조 역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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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의 배우 박해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극중 화친이냐 전쟁이냐의 기로에 선 인조 역할의 박해일은 항상 묻는다. “대신들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역사상 가장 유약한 왕으로 그려진 인조를 인간적인 아버지이자 백성의 희생에 슬퍼하는 군주로 승화시킨 박해일의 연기는 촘촘하고 현실적이다. 

그는 김윤석, 이병헌과의 만남을 “수많은 배우들과 연기해 봤지만 두 명의 송강호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뜻 깊은 기회면서 두 배의 긴장감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사실 친분을 쌓기엔 대사량이 어마어마했어요. 긴장감은 연기를 경직시키기 때문에 두명의 존재감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들 모두 상대배우의 몫까지 모든 대사를 다 외우고 왔을 정도로 치열했던 현장이죠.”
 

 

◇고증을 탈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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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인조 역의 박해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비참한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고증에는 삼고구배(머리를 세번 땅에 찧고 아홉 번 절하는 만주족의 인사방식)를 하면서 머리에 피가 흥건하다고 했지만 일부러 먼지를 이마에 묻히는 걸로 비극을 더 강조했어요. 같은 시기를 그린 ‘최종병기활’이 죄없는 백성의 역할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병자호란을 야기시킨 캐릭터죠. 그때(최종병기 활)의 기억이 도움이 됐어요. 아픈 역사라 걱정이 많았지만 ‘그 시기’에 집중하면서 연기했죠. 청나라에 포위당하고 두 신념이 부딪히는 과정 중에 역사적으로 박제된 캐릭터에 인간적인 숨을 불어넣고 싶었달까.” 



◇섣불리 다가갈 수 없던 인조

“안할 이유는 사실 없었는데 원작이 워낙 탄탄하고 장르에 기댄 작품이 아닌지라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대체불가’라는 감독님의 설득에 넘어가기도 했지만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영화였죠. 남한산성과 인조의 무덤도  찾아가 보고 폐를 안 끼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매 신 연극 한편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신하들의 대사를 쳐내고 때론 스펀지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엄청난 에너지의 경합이었죠.”

 

◇‘남한산성’에서 가장 애착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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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의 배우 박해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소로 최명길을 불러 청에게 항복을 의미하는 서찰을 전달하는 신이요. 왕이 아닌 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사에 ‘너도 나의 충신이다’라고 하는데 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컸죠. 실제로 인조가 눈물이 많았다더라고요. 정통사극의 매력은 배우로서 숨을 데가 없다는 거예요. 장르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했죠. 잘 해냈을 때의 어마어마한 쾌감의 순간들을 느꼈죠.”


◆최명길 역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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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병자호란 당시 국가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주화론을 이끈 인물이었지만 후대에 혹독한 평가를 받은 최명길의 눈빛은 이병헌이기에 가능한 내공으로 완성됐다. 


“시나리오 자체 완성도가 엄청났어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내가 할 게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죠. 새로운 아이디어가 전혀 필요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나리오에 형상화된 최명길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만 하면 됐죠. 그러면 제 스스로도 만족하겠다 싶었어요.”

 
◇ 나와 전혀 다른 최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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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최명길 역의 이병헌(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 성격은 사실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굳이 따지자면 인조 같은 타입이에요. 영화 속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못할 만큼 옳은 얘기만 해요. 최명길은 굉장히 젠틀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우리 만큼 이성적인 사람이죠. 주변에서는 ‘왜 김상헌을 안 맡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최명길 역이 안 어울린다고는 하더라고요.(웃음)”


 
◇ 핑퐁처럼 감정 오간 현장

“현장에서의 기싸움은 전혀 없었어요. 도리어 영의정 김류 역을 맡은 송영창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로 웃음을 주셨죠. 현장에서밖에 못 느끼는 감정들인데 너무 크게 목소리를 내셔서 상황은 진지한데 우리끼리는 웃는 그런 분위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긴장감은 엄청났죠. 배우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스태프들까지도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최명길과 김상헌이 서로 말로 치열하게 주고받으면서 감정이 격해지는 신은 혹여 실수라도 하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신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다들 신경을 곤두세웠죠.”

 

◇ 비극적인 역사는 과거로 덮고

“47일간 남한산성에 도피해있던 거의 모든 인물들은 각자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비통함과 비애를 느낀 순간이었을 거예요. 이미 많은 관객들이 역사의 비극은 알고 있으니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생각해봤어요. 분명한 점은 이 작품은 뭔가를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선택의 문제도 아니고 누가 옳다 그르다는 걸 말해주는 영화도 아니죠. 방법론이 아닌, 나라를 사랑하는 두 충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황동혁 감독에 대한 존경과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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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촬영현장에서의 황동혁 감독과 이병헌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촬영을 하면서 모니터링을 거의 안한 첫 영화가 '남한산성'이에요. 감독님께서 정확히 뭘 찍어야 할지 알고 계셨거든요. '전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감독이면 배우들이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예산 영화도 아니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자신감 있게 한번에 가능할 수 있을까' 놀라웠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박해일 "감독님은 겹치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가졌죠.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 온갖 장르를 오갔어요. 사극을 한다고 하니 궁금해지더라고요  제 캐릭터에 대한 부담보다 감독님의 현장이 궁금했달까. 무엇보다 배우가 다루는 감정을 현장에서 최고로 대우해 주는 감독님이시죠. 제가 왕으로 나오니 디렉션을 신하처럼 해주셨어요. 그런 데서 배려받는 느낌이 들었죠."


◆두 배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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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최명길 역의 이병헌(왼쪽)과 인조 박해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병헌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어요. 최근 들어온 할리우드 시나리오는 거절한 상태예요.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한두 편씩 하는 게 좋겠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지난 몇 년간은 할리우드에서 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해온 감이 있어요. 사실 (이번에도) 작품이 좋았다면 참여했을 수도 있었겠죠. 지금은 제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하고 싶은 시기예요."

박해일 "드라마를 안하는 이유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을 뿐이에요. 이것(영화)만 하기도 벅차거든요. 연기에 대한 확고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긴 해요. 사실 20대에 '연애의 목적'을 했는데 40대에 한다면 더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쌓인 게 있을테니까 뭔가 연기하는 게 다르겠죠.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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