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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 난독증 판단 기준은

‘오무라이스’를 ‘오라무이스’, 말 더듬고 발음 부정확 … 시각 문제면 얼렌증후군

입력 2017-10-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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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땐 ‘개’, ‘밤’ 등 1음절 단어를 읽기 힘들어하고 고학년이 될수록 다음절어와 조사를 읽을 때 생락하거나 대치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학령기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꾀를 부린다고 생각해 무조건 화부터 내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아이가 책을 읽을 때마다 눈 주변 통증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얼렌증후군을 포함한 난독증 증상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난독증(Dyslexia)은 지능과 듣고 말하는 것은 문제 없는데 글자나 단어를 제대로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윈스턴 처칠, 톰 크루즈, 파블로 피카소, 알버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에디슨 등은 난독증을 앓았던 대표적인 위인이다.
의학적으로 따로 분류된 것은 아니며 학습장애 중 읽기장애의 한 범주에 포함된다. 읽기장애는 원인에 따라 특이적 장애, 비특이적 장애, 신경정신적 장애로 구분한다.


이 중 난독증과 시각적 난독증으로 불리는 얼렌증후군은 특이적 장애에 해당된다. 비특이적 장애는 언어적 지능(verbal IQ)이 낮거나 감각장애(sensory deficit)가 동반되는 증상, 신경정신적 장애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자폐증 등을 의미한다.


난독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뇌 속 듣기·읽기·말하기 영역의 부조화가 원인으로 추측된다. 말하기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어서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읽기는 글자가 등장한 이후 나타난 기능이라 읽기를 위한 두뇌영역이 따로 없다. 이로 인해 글을 읽으려면 시각·시지각·기억력·음성언어처리·집중 등 여러 두뇌기능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글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시지각과 공간지각기능을 담당하는 우뇌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유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체 난독증 환자의 4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소아기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도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뇌와 유전성 외에 시각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각적 난독증 또는 광과민성증후군(Scotopic Sensitivity Syndrome)으로 불리는 얼렌증후군은 대뇌 시상하부 마그노세포의 이상으로 망막이 특정 파장의 빛에 과민하게 반응해 글씨가 섞이고 겹쳐 보이는 질환이다. 망막의 시각정보를 인계받는 시신경세포가 정상인보다 작거나 미성숙하면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특정한 파장의 빛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시신경에 과부하가 걸려 책을 읽을 때 글자가 뒤죽박죽 섞여 보인다. 글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눈이 부시면서 아프고 두통도 동반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학습능력이 떨어져 스스로 위축되고, 우울·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악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시력은 정상이고 책을 제외한 다른 사물을 보는 것은 문제가 없어 진단이 쉽지 않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12~14%가 앓고 있을 정도로 환자가 많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선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다. 얼렌증후군 외에도 기억력 저하, 음성언처리기능 마비, 강박증 등이 난독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인 난독증 아동은 말이 늦게 트이거나 말을 더듬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단어 순서가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예컨대 ‘오무라이스’를 ‘오라무이스’로 ‘카라멜’을 ‘카멜라’로 말한다. 단어를 기억하는 데 장애가 생겨 책을 읽어도 내용을 잘 모르고 받아쓰기와 글쓰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땐 1음절 단어나 음운변동(교체·첨가·축약·탈락)이 있는 단어를 읽기 힘들어하고 단어 속 자음·모음의 순서를 헷갈린다. 고학년이 되면 다음절어를 읽을 때와 조사 등 기능어를 읽을 때 생략하거나 대치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청소년기가 돼도 여전히 읽기가 느리고 힘들어 독서와 공부를 싫어하고 이런 증상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된다.


아직 난독증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으며 언어치료와 특수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말소리와 글자를 연결시키는 음운인식훈련, 문자를 보고 똑같이 입력하는 시지각 훈련, 시각과 청각의 정보처리의 균형을 맞추는 감감운동통합훈련 등을 3~6개월간 총 200시간 이상 실시하면 이후 정규교육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 낱말을 구성하는 모든 자음과 모음 소리를 합성해 읽도록 연습하는 피닉스 교육도 도움된다. 낱말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면 글 전체를 유창하게 읽는 연습과 불러주는 소리를 듣고 받아쓰는 연습을 시작한다.


시각적 문제로 발생하는 얼렌증후군은 색조렌즈 안경을 착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색조렌즈 안경은 눈에 스트레스를 주는 파장의 빛을 차단해 피로를 줄이고 글자를 잘 보이게 한다. 정밀검사로 개인의 눈에 따라 효과적인 렌즈의 색을 찾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땐 지나치게 밝은 형광등과 햇빛은 피하는 게 좋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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