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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커피 향과 함께 피어나는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박철우 통인동 커피공방 대표

입력 2017-11-06 07:00
신문게재 2017-11-06 12면

바야흐로 1인 가구시대다. 통계청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체 가구의 15.5%를 차지했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3가구 중 1가구가 혼자서 아침을 맞고 잠자리에 든다는 얘기다. 이제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을 발견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는 대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만남’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커피 공방을 운영 중인 박철우 대표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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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커피공방 대표 (사진제공=커피공방)

 

박 대표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기반이 됐을 때 카페가 발전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카페를 경영하는 철학 중 가장 중요한 요인도 동네 주민들과의 ‘상생’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촛불 집회’ 당시, 집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따뜻한 물과 보리차를 무료로 제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카페에 ‘어머님, 아버님, 힘내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집회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당시, 유난히 매서운 한파 속에 추위로 고생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작지만 실용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따뜻한 물과 보리차, 핫팩 등을 제공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교감은 발전적인 형태를 띄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단골손님이 값을 미리 결제한 커피를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제공하고, 시민들이 건넨 사탕과 음료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식이다.

커피공방의 이 같은 친사회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평소에도 노동절 전날인 4월 30일에 ‘메이데이 커피 프리데이’ 행사를 열고 매장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커피 한잔을 제공한다. 7회째를 맞은 올해는 ‘내 가족을 묻지 마세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온전한 가족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의 형태와 혈연, 혼인 기준의 가족구성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제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 가족을 묻지 마세요’라는 주제를 정하게 됐습니다. 한 부모, 미혼모, 성소수자 등 보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비롯됐죠.”

이외에도 지난 추석에는 약 한달간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음료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콜드브루 등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휴가시즌에는 바리스타와 가위바위보를 해 이길 경우 20%를 할인해주는 이색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박철우 대표
박철우 커피공방 대표(사진제공=커피공방)

 

이처럼 커피공방이 친사회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박 대표의 경영 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커피 공방이 매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유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동네 주민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창업 당시 다른 카페들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공방의 형태로 접근했고 이는 성공적이었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가맹점을 늘리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마을 주민들에게 비용 조달 등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커피공방은 광화문에 '커피스탑'과 청계다동 지역에 ‘커피공방’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2호점 설립을 준비하던 당시 박 대표는 공방 회원들을 대상으로 1억5000만원 규모의 펀딩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원 1인당 500만원을 투자하면 연리 8%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겠다며 자금을 모집한 것이다. 박 대표는 펀드 모집 당시만 하더라도 마감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판단했으나,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45일 만에 마무리 질 수 있었다. “회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커피공방도 지금처럼 성장할 수는 없었겠죠. 이것이 바로 커피공방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이유입니다.”

다만 동네 주민 등 특정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행사는 되도록 지양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되려 다른 고객들과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커피의 특별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커피공방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추구해 온 ‘마스터블렌딩’ 외에 지난 5월부터 부드러운 느낌의 ‘김현성 블렌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선보이지 않는 커피 공방 특유의 블렌딩 방식입니다. 우유도 ‘저지방 우유’와 ‘두유’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고객과 상생을 강조하는 만큼, 커피의 가치도 높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박철우 대표의 따뜻한 바람이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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