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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하이~나이스 투 미츄~" 몸값 오르는 시니어 통역 가이드

[채현주의 WORLD LIFE] 日 관광통역 점령한 '시니어 파워'

입력 2017-11-13 07:00
신문게재 2017-11-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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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통역 가이드 봉사하는 시니어들 (TOKYO FREE GUIDE 홈페이지 캡쳐)

 

“하이~ 그레그, 나이스 투 미츄~”.



일본 도쿄의 한 호텔 로비에서 소노다 신이치(66)씨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방문한 그레그 부부에게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신이치 씨는 도쿄에서 외국인들에게 무상으로 가이드를 해주는 ‘도쿄 프리 가이드(TOKYO FREE GUIDE, TFG)’ 단체의 메일 의뢰를 받고 이날 이들 관광객들을 만나기 위해 호텔 로비를 찾은 것이다.

로비에서 인사를 나눈 신이치 씨는 제일 먼저 도쿄 타워 주변에 있는 시바코오엔의 절에 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는 그레그 부부에게 절의 유래와 역사를 능숙한 영어로 설명했다. 이어 아사쿠사에서 일본 전통 축제를 관람한 뒤 양국 관련 기관 등이나 명소를 관광시켜 주며 일본 전통문화를 소개했다. 그레그 씨(53)는 “일본을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좋아 감동했다”며 말했다.

60세에 퇴직한 신이치 씨는 과거 외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가이드에 흥미를 갖게 됐다. 틈틈이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해 왔던 신이치씨는 정년 후 대형 영어 학원 이온(AEON)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학원은 TFG와 손잡고 ‘자원봉사 통역 가이드 양성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신이치씨는 이 강좌를 수료 후 영어 검정 시험 1급에 합격한 뒤 바로 가이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TFG에서 월 1회씩 외국 관광객의 가이드 봉사를 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 여행사에서 잘나가는 시니어 통역 가이드로도 일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문화와 역사를 배울 기회도 늘어 뿌듯하며, 특히 통역을 해준 관광객들로부터 귀국 후 감사 메일 등을 받을 땐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시니어들 사이에서 1석 3조 직업 ‘인기’

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119만 6400명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4000만 명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600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관광객 중 3분의 2가 현재 중국과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럽 관광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들이 일본에서 쓰는 씀씀이도 커 일본 쇼핑센터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 관광청은 올해 이들이 쓴 소비액이 처음으로 4조엔(약 4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은 최근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비스업은 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통역 가이드를 하려고 나선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재능도 발휘할 수 있고 일도 자유롭다. 자신이 일한 만큼 벌 수 있기 때문에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안성맞춤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 가면 머리 희끗한 시니어들이 외국인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정년 퇴임 후 도쿄에서 통역 가이드로 1년째 일하고 있는 콘도 요시히로 씨(69)는 “어학능력 향상으로 자기개발은 물론 좋아하는 관광을 함께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그리고 일자리까지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고령자의 풍부한 경험 등을 활용한 고용 증대와 고령자의 전력화를 꾀하는데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환대의 주역으로 시니어가 등장한 것은 일본사회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연수 프로그램도 만원사례

이렇게 시니어들에게 직업으로 인기를 모으자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했다. 2010년에 설립한 TFG 단체는 현재 정식 가이드로 활동하는 사람 400명 중 60세 이상 시니어가 20%에 이른다. 이들 ‘정식 가이드’ 외에 전철역이나 도청 관광안내소에서 길을 안내하는 자원봉사 회원도 약 2000명 정도 된다. 이중 35%가 시니어 층이다.

이렇게 시니어들 층의 비중이 높아지자 TFG는 2015년 이온과 제휴를 통해 가이드 양성 강좌 운영을 본격화했다. 강좌는 매 번 만원사례다. 수강자의 30%는 시니어들이다. TFG 관계자는 “회원 중 40~50대 여성이 많으며, 60세 이상은 남성이 많은 편으로 다른 세대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 몸값 뛰는 시니어 일자리


시니어 중심의 ‘외국어 환대 시니어 부대’라는 사업을 시작한 회사도 등장했다.

과거 해외 연수 경험이 있는 이토 시즈미(76)씨는 주1~2회 시내 관광 안내 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역이나 공원 등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외국인에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길을 안내해주고 볼거리 등을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마이스터 60’ 이란 회사의 회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마이스터 60’ 은 정년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했다. 외국어에 능통한 시니어를 발굴해 관광 통역 가이드 등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 파견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곳 회원이 되면 일정 기간 연수를 거친 뒤 일을 시작하게 된다.

정식 통역 가이드 외에도 도쿄 타워 등 유명 관광지에서 보통 세 명이 한 팀으로 구성돼 장소 안내나 가이드 북 배포, 외국인 앙케이트 조사 같은 일들을 하게 된다. 회원들은 시간당 1000엔 정도를 받는다. 업계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통역 가이드를 파견해 달라는 의뢰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안내를 위해 3만 5000명의 통역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시니어들의 열성으로 만든 시어들의 관광 통역 가이드 직업, 그들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채현주 기자 chjbr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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