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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국민연금의 정체

입력 2017-11-21 15:53
신문게재 2017-11-22 23면

국민연금은 과거 엘리엇의 적대적 M&A 공격 때 삼성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 외국자본 공격의 방패막 역할을 했다. 그런 국민연금이 KB국민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재계가 헛갈리기 시작했다.

20일 KB국민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분 9.8%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 이사 선임에 찬성했다. 찬성표가 17.73%에 그쳐 부결되기는 했지만 뒤늦게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나 이번 사안이 향후 가져올 파장 등을 생각하면 당연히 거쳤어야 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치 않고, 내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쉽게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사실 국민연금의 최근 행보는 ‘정권과 코드 맞추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임원추천위원회 7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을 민주노총 출신자로 구성했고, 이번에는 노동이사 선임을 남몰래 지지하려 했다. 노조 측이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밀어부친 ‘노동이사’를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경영권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며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런지.

기업들로선 외국 투자자본의 이익을 대변해 온 ‘외부의 적’을 막기도 버거운데, ‘내부의 적’으로부터 회사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가뜩이나 경영권 보호장치가 미약한 마당에 그나마 ‘우군’이라고 믿었던 국민연금이 더 없이 강한 ‘내부의 적’이 될 판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정체가 뭐냐’는 얘기가 나온다. 겉으로는 ‘독립성’을 외쳐온 국민연금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되지는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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