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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60대 청춘들 '열정하모니'…"희망 나누러 얌모 야~"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육군사관학교 졸업생·가족 구성 '화랑합창단'

입력 2017-11-27 07:00   수정 2017-11-28 17:09
신문게재 2017-11-27 12면

1880년 9월,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타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에 올라간다는 두려움 뿐 아니라 얇은 줄에 매달려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대한 불신도 컸다. 케이블카를 설치한 관광사업가 코머스 쿡은 고민 끝에 묘안을 냈다. 케이블카(푸니콜라레)를 홍보하기 위해 그는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 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케이블카의 손님도 순식간에 불어났다. '얌모 얌모 꼽빠 얌모 야~'라는 후렴구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이 노래는 밝고, 즐거운 활기 넘친다. '얌모'(Jammo)는 이탈리아 방언으로 '가자'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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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졸업생과 그 가족들로 구성된 ‘화랑합창단’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 교회 예배당에서 합창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장애리 기자)

 

◇ “우리의 노래에는 힘이 있다”

“지난주에 연습했던 곡 불러 볼까요?.” “아랫배에 힘주고 소리를 모아서.” “이 부분에선 소리 크게, 박자 맞춰 천천히.” 김수진 지휘자의 주문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교회 강당.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부르는 30여명의 목소리가 곧 하나로 모아졌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합창 소리에 이끌려 예배실 문을 열어보니 60대 청춘들이 한창 연습 중이었다. 소리의 주인공들은 육군사관학교 졸업생들과 가족들로 구성된 ‘화랑합창단’.



이여주 반주자가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두드릴 때마다 단원들은 음에 맞춰 소리를 냈다. 계속되는 반복 연습에 지칠 법도 하지만, 단원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매주 한 공간에 모여 발성을 배우고 창법을 연습하고 가사를 외운다. 단지 선후배들과 옛 추억을 되새기 위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목표 때문이다.

화랑합창단은 2015년 8월 결성됐다. 단원들은 육군사관학교 28~31기와 그 가족 등 30여명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합창단명은 육군사관학교의 별칭 ‘화랑’에서 가져왔다. “본래 각 기수(학번)별 합창단 모임이 있긴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하고 선후배간 교류의 기회가 부족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흐지부지 활동하는 건 싫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보자’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뭉쳤죠. 4개 기수가 주축이 된 부부합창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성비가 맞아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4성부를 고루 갖춘 합창단이 됐네요.” 원풍식(67·육사 28기) 합창단장의 말이다.

연습은 주로 교회 예배실에서 한다. 매주 목요일 2시간씩이다. 음악을 전공한 단원은 거의 없다. 원 단장은 ‘오디션도 없이 입단할 수 있는 합창단’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를 잘해서 모인 게 아니라 노래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음악과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 처음에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며 “규칙적으로 연습하고, 노래를 즐기고, 단원 화합도 잘되다 보니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한 목소리처럼 어우러지게 됐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창단 후 지난 2년3개월 간 크고 작은 9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창단 1년 만인 작년 9월 국방부가 주최하는 군가 합창경연대회에 출전, 예선 통과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동문회를 중심으로 합창단의 활발한 활동과 실력이 알려졌다. 작년과 올해 가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화랑제’에도 참여해 후배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기수 별 정기총회에도 초대받았다.


◇노래로 건강·관계 유지… “봉사활동 목표”

합창은 무대에 선다는 짜릿함과 더불어 건강도 가져다 줬다. 김영철(65·육사 31기) 합창단 사무총장은 “발성과 호흡을 조절하며 노래해야 하는 덕택에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또 군에 있을 때는 군가 위주로 노래를 배웠는데 여기서는 다양한 노래를 직접 부르니까 정서적으로도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의 또 다른 장점으로 ‘관계맺기’를 꼽는다. 은퇴자들이 현역을 떠난 후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관계’다. 직장 동료들과 아무리 친했어도 은퇴하는 순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학창시절 친했던 친구들도 자주 보기 쉽지 않고 배우자, 자녀와는 관심사가 다르다. 김 사무총장은 노래가 깊어지는 만큼 관계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만나 화음을 맞추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정서적 유대감이 깊어집니다. 부부합창단이니까 가정이 화목해지는 것도 당연하죠. 이런 점들이 삶의 활력이 되기에 이 모임이 소중합니다.”

3년차에 접어든 합창단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모교 행사 위주인 지금보다 활동범위를 넓혀 병원, 군부대 등 노래로 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것. 김 사무총장은 “육사를 졸업하고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와서 인지 ‘애국’에 대한 마음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자부한다. 평소 나라가 강해졌으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노래를 통해 사회에 기쁨과 위로를 건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기수에 상관없이 단원을 모집해 단원을 50명 수준으로 늘리는 등 외연 확대도 꾀하고 있다.

화랑합창단은 언제 어떤 무대에서든 자신 있게 꺼내보일 수 있는 14개의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중장년층에 익숙한 ‘세시봉 메들리’, ‘남촌’을 비롯해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선구자’, 생도 시절 많이 불렀던 ‘레일로드송’(Railroad Song), ‘내나라 내겨레’ ‘우리의 작은섬 독도’ 등 장르를 넘나든다. 레퍼토리에는 앞으로 젊은 세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곡들도 추가할 계획이다.

‘가자 ,가자, 저기 저산에, 가자 가자 저기 저산에/ 푸니쿨리 푸니쿨라, 푸니쿨리 푸니쿨라/ 누구나 타는 푸니쿨리 푸니쿨라 라.’

현재 합창단이 연습중인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가사다. 경쾌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래 가사처럼 이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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