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다빈치 흔적 따라잡기10년, ‘모나리자’의 미스터리를 아시나요? 佛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

[人더컬처] 모나리자를 비롯한 세계적 명화 비밀 풀어내는 LAM기술 개발, 다빈치 뿐 아니라 루벤스, 샤갈, 피카소, 고흐 등 작품도 감정
故천경자 화백 '미인도' 진위여부 검증에도 참여

입력 2017-11-29 07:00
신문게재 2017-11-29 11면

Untitled-1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연구에 10년을 매진한 프랑스 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여러분이 알고 있는 (소설) ‘다빈치 코드’ 같은 건 아니에요. 그림제작 과정에서 생겨난 재밌는 비밀 요소들이죠.”

루브르박물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의 ‘모나리자’(Mona Lisa) 원화를 10년간 분석해 비밀을 밝혀낸 공학자이자 광학기술자인 파스칼 코테(Pascal Cotte)는 “다빈치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탐정이 된 기분이에요. 탐험가였고 과학자였고 화가였던 다빈치랑 공유하는 느낌이죠. 어떤 순간에는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다빈치가 툭 던져놓은 단서를 제가 찾으면 또 다른 걸 던지고 제가 또 찾고…‘모나리자’에 대해 몇 시간이라도 얘기할 수 있어요.” 

 

2017110301010002448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연구에 10년을 매진한 프랑스 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파리 루브르박물관,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벨기에 왕립미술관 등과 협력해 명화를 분석해온 세계적인 미술감정 기업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기술총괄인 그는 ‘아름다운 공주’(La Belle Princesse)가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작품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다빈치 뿐 아니라 루벤스, 샤갈, 렘브란트, 피카소, 마네, 르누아르,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 1500여점을 분석했고 지난해 위작 논란에 휩싸인 故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여부 검증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개발한 LAM기술은 1500DPI 고해상도의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로 단층을 촬영해 그림 속 빛이 나타내는 양태, 휘도, 콘트라스트, 빛과 주파수 확산 등의 측정치와 편차 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최근 저와 비슷한 방식으로 명화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과 저의 결과는 분명 다를 거예요. 그림을 분석하기 위해 촬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빛이에요. 예를 들면 램프부터 달라요. 촬영을 할 때 램프의 빛이 분사돼 그림에 닿잖아요. 보통은 동그란 전구를 사용하지만 저는 균일하게 분사되는 램프를 쓰고 있거든요. 그러니 결과가 같을 수가 없죠.”

 

이같은 분석방식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 물감 성분, 제작과정, 숨겨져 있던 밑그림, 안료 등 25가지의 비밀이 밝혀졌다. 그 비밀들을 복원해 재현한 작품은 ‘다빈치 얼라이브:천재의 공간’(2018년 3월 4일까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이하 다빈치 얼라이브)에서 만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술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오래도록 다빈치의 기법에 대해 연구한 저명 미술사 학자들은 다비치가 음영을 입힐 때 물감이나 안료를 층층이 쌓아사 깊이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단층 촬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오일로 만든 젤에 안료를 섞어 퍼뜨리는 기법을 활용했다. 기법 차이가 드러나면서 다시 연구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Untitled-2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연구에 10년을 매진한 프랑스 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구슬장식에서 시작된 비밀의 여정  

 

“제가 개발한 측정기술로 처음 ‘모나리자’를 찍었을 때 나타나는 자료들을 보고 그림 뒤에 엄청난 것들이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초창기 4년 동안은 찾은 게 하나도 없었죠. 그러다 가장 처음 찾은 게 머리 구슬 장식이었어요. 이태리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했죠. 단추 하나하나의 이름, 원단 이름부터 원산지까지 이태리 르네상스 의복양식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였어요. 그 친구가 제가 찾은 게 르네상스 당시 머리를 고정시키는 진주장식이라고 얘기해줬죠.”  

 

하지만 그 구슬장식은 ‘모나리자’의 머리에 닿아있지 않았고 또 다른 인물화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분석 끝에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진 리사 게라디니, 피렌체의 비단상인 프란체스코 조콘도 아내의 초상을 재현할 수 있었다. 

 

“너무 한 그림에 몰입하다 실수를 할까 두려워 꽤 오래도록 ‘모나리자’를 내려두고 ‘흰담비를 안은 여인’(Dama con l‘ermellino)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모나리자’보다 앞선 작품이기 때문에 다빈치의 화풍, 기법 등의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죠. ‘흰담비를 안은 여인’의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다시 ‘모나리자’로 돌아왔을 때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다빈치에 대한 바탕이 좀 더 단단해졌거든요.”

  

‘다빈치 얼라이브’ 전시가 여러 도시를 투어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렇게 ‘모나리자’를 비롯해 ‘흰담비를 안은 여인’, ‘라 벨 페로니에르’(La Belle Ferronniere), ‘아름다운 공주’까지 네 점의 다빈치 작품 분석을 완료했다. 

 

 

◇10년 동안 밤이면 밤마다 드러나던 ‘모나리자’의 비밀 “그저 감동!”

 

프랑스 광학 전문가 파스칼 코테5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연구에 10년을 매진한 프랑스 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10년 동안 밤이면 밤마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혼자 연구했어요.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늘 혼자였죠. 정말 외로웠어요. 하지만 제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 어두운 밤 홀로 작업을 하다가 아무도 보지 못한 ‘모나리자’의 비밀 요소를 찾아냈을 때의 그 감동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미스터리한 그림을 분석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살아가는 힘이죠. 알아낸 다빈치의 비밀이 저를 시작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동이에요.”  

 

“다빈치 작품 분석과 연구에 평생을 보내고 싶다”는 파스칼 코테는 “워싱턴의 한 기관, 루브르박물관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라파엘로 작품 한점의 분석을 고려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2017110301010002459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연구에 10년을 매진한 프랑스 광학기술자 파스칼 코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천재가 아닌, 엄청나게 노력하는 천재였다는 걸 ‘다빈치 얼라이브’ 전시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오랫동안 생각하고 치밀하게 설계했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누구나 그래요.”

 

이렇게 말한 파스칼 코테는 관객, 특히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모든 게 가능해요. 그저 천재 다빈치의 그림일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고 싶어서 파고 또 파니 엄청난 비밀들이 나오잖아요.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모두 다 할 수 있죠.”

 

이어 그는 여전히 진위여부로 떠들썩한 故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레 전하기도 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내온 9개 그림과 비교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위작이다 아니다를 단정지을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만 ‘미인도’는 9개 작품과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없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의 말은 오해되거나 왜곡될 여지가 있어 원문 그대로를 싣는다.

20171128010010535_6
“Je dis que les preuves scientifiques demontrent que la peinture de Wonderful Woman a une probabilite extremement faible d’appartenir a la serie de 9 peintures que m’a confiee le musee de Seoul et leurs proprietaires.”

국립현대미술관과 다른 작품 소유주들에 의해 제출된 9개 작품을 비교분석한 과학적 증거들에 따르면 ‘미인도’가 故천경자 화백의 작품일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