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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개당 천만원 비트코인, 지구상 가장 핫한 문제적 ‘머니’

입력 2017-12-04 07:00
신문게재 2017-12-04 13면

Bitcoins <YONHAP NO-5522> (AP)
가상화폐 비트코인. (AP=연합)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현재 지구상 가장 핫한 화폐다. 점점 늘어나는 관심이 ‘열풍’에서 ‘광기’로 바뀌고 있지만, 실제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트코인의 시세가 1만 달러(약 1087만원)를 돌파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만큼이나 엇갈리는 전문가들의 낙관적 전망과 부정적 견해들. 가까이 하기엔 너무 아찔한 이 비트코인을 투자의 반려자로 삼아도 될까.




◇ 비트코인 투자, 투기인가 선구적 투자인가


비트코인 가치는 역사상 그 어떤 자산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올해 들어 11배 급등이라는 상승세는 할머니에서부터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2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코인당 1만 1000달러를 돌파했지만, 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피자 2판을 1만비트코인으로 구입했을 때의 가치는 코인당 0.5센트보다 작았다. 이 기간 중 가치 상승률은 2억1999만9900%(2억5000만 배)에 달한다. 이 7년이라는 기간이 길다고 생각된다면 올해 몇 개월 사이 일어난 일을 보자.

지난 9월 영국 런던 남부 지역에서 한 부동산중개인은 방 3개짜리 집을 165만 파운드 또는 당시 그 가치에 준한 500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내놨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두 달여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두 배 이상 급등해 350만 파운드 가치에 달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으로 집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이들은 이제 스스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이 답을 얻기 위해 우선 화폐(통화·currency)의 세 가지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화폐에는 ‘교환 수단’의 역할이 있다. 무언가를 사는데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면 그것을 머니(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가치저장 수단이다.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면서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금 보다 가치를 저장하는 데 편리한 수단이 된다. 셋째, 계산의 단위다. 지구상에서 모든 무언가의 가치가 화폐로 측정된다. 기업의 회계나 부동산 가치, 가축, 기타 물질적인 모든 것들이 화폐로 측정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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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그렇다면 비트코인에는 이와 같은 화폐의 요소가 있는가.

우선 비트코인을 교환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블록체인으로 알려진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마이너(채굴자)의 컴퓨터에서 우선적으로 거래가 처리되려면 비교적 비싼 수수료가 발생한다. 수수료가 저렴한 거래는 처리에 며칠이 소요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수단으로도 취약하다.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관점은 미래의 화폐 가치를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단기간 동안 달러대비 44% 상승하거나 25% 하락하는 등 두 자릿수 이상의 급격한 변동률을 보였다.

계산의 단위로는 어떨까. 1비트코인은 아무리 시세가 급변해도 1비트코인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달러화 등 전통적인 화폐 기준으로 기본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을 기존 화폐로 환산했을 때, 비트코인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계산의 단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수단’ 등 화폐로서 필수적인 요소를 갖추지 못한다면, 단지 수익을 빨리 얻기 위한 투자자들의 거래(또는 투기) 수단으로서만 존재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펀더멘털 분석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투자 열기는 투기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FILES-CHINA-VENEZUELA-CRISIS-BITCOIN <YONHAP NO-3114> (AFP)
(AFP=연합)

 


◇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의 공존

지금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적인 움직임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비트코인 창시자가 당초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토시는 은행을 기반으로 한 달러화 중심의 화폐와 수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결제수단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처럼 화폐 가치로서는 논란이 많은 비트코인을 주류 금융시장이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반전이다. 최대 파생상품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오는 18일부터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도 곧 비트코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내년 2분기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다.

선물 거래가 시작되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하락에 베팅을 할 수 있게 되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가격 변동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 이는 기관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비트코인 투자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현재보다 규제된 시장 환경에서도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수용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4대 회계법인인 PwC는 비트코인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에도 회사가 제공하는 자문서비스 비용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키로 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가상화폐 거래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소식을 배경으로 비트코인의 경이로운 상승률이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이래 현재까지 무려 1000개 이상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어느 국가나 중앙은행도 이 가상화폐에 관여할 수 없다. 이를 기존 금융시스템과 차별화된 가상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이 가상화폐들이 모두 시장에서 생존하고 지금처럼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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