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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재...상가임대차보호법 무용지물

입력 2017-12-20 07:00   수정 2017-12-20 10:27
신문게재 2017-12-20 13면

강창동유통전문대기자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건물주다. 우리나라에서 건물주는 조물주보다 ‘끗발’이 세다. 그래서 나온 말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우스갯소리다. 

 

마냥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도 없다.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직업이 바로 건물주다. 야망과 열정으로 뜨거워야할 10대 청춘들이 왜 건물주를 희망하는 걸까.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독일까, 약일까. 건물주의 힘을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가 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 132㎡(40평) 크기의 한식당. 점주는 6년전 권리금 5억원을 주고 식당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은 하루 5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월세는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2배 올랐다. 

 

80대의 건물주가 매년 100만원씩 꼬박꼬박 올린 탓이다. 임대차계약 갱신이 다가오면 점주는 밤 잠을 설친다. 얼마를 더 올릴지 걱정이 태산이다. 견디다 못한 점주는 권리금을 2억원으로 내리고 신규 임차인을 물색하고 있지만 ‘입질’이 없다. 상권입지와 매장크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건물주의 횡포가 가능한 것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덕분이다. 이 법은 1991년 일본에서 제정된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을 본떠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차지차가법이 임차인보호에 충실한 제도적 장치인데 반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법 제2조의 단서조항이 결정적 근거이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는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도록 못박은 것이다. 환산보증금이란 차임에 100을 곱한 금액과 임차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이 법의 시행령에는 서울 4억원, 수도권 3억원 등으로 금액을 특정했다. 

 

예를 들어 66㎡ 안팎의 점포 A, B가 수원시 팔달구에 나란히 있다고 가정하고 임차보증금이 5000만원으로 동일하다고 할 때 A는 월세가 240만원, B는 월세가 260만원이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A는 환산보증금이 2억9000만원으로 법의 적용을 받아 안심하고 장사에 전념할 수 있지만 B는 3억1000만원으로 법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계약갱신 시점이 오면 B의 점주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 건물주가 월세를 2배, 3배 올려도 불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적인 건물주라면 적정한 인상률을 정하겠지만,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다면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대폭적인 월세 인상이다. 실제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개성있는 상권을 일궜던 주인공들이 외곽으로 쫓겨난 대표적인 곳이다. 2010년 이곳에 둥지를 튼 일식집 주인 P씨의 사연에는 상가임대차법의 맹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보증금 4000만원, 월세 250만원에 점포를 임차했다. 시설비로 1억6000만원이 들었다. 1년 뒤 건물주는 월세를 265만원으로 올렸다. 인상액이 크지 않아 점주는 선뜻 응했다. 

 

문제는 그 다음해에 터졌다. 월세를 350만원으로 올려버린 것이다. 인상폭이 너무 커 P씨가 항의하자 건물주는 법대로 하겠다며 매장철거와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당시 환산보증금 기준은 서울 3억원이었다. 월세를 265만원으로 올린 순간 환산보증금이 3억500만원으로 뛰어올라 법 적용이 배제된 것이다. 계약갱신일이 코 앞에 닥친 P씨는 권리금 한푼 못건지고 가로수길을 떠나야 했다.  

 

‘환산보증금’이란 마법의 칼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수많은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상가임대차법의 골격은 쉽사리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건물주들의 면면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는 교수출신 장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법을 만들고, 개정하고, 적용하고, 집행하는 계층의 인사들이 바로 건물주이기 때문이다. 정계, 관계, 법조계, 학계  인사들 상당수가 건물을 사거나 물려받아 월세를 받는 장본인이다. 

 

임차인 보호에 투철한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100년이 넘은 라멘집’의 장인정신을 지켜주는 제도적 보루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유난히 강조하는 엘리트 인사들을 보면 쓴 웃음이 나는 이유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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