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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저마다의 추억과 판타지를 산책하다…Paper is 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입력 2017-12-24 14:00
신문게재 2017-1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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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사진=허미선 기자)

  

‘종이란’(Paper is). 토라푸 아키텍츠(Torafu Architects)에게는 ‘무한대’(∞)이고 도트 분체(Tord Boontje)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간’(Land is a Place Where New Ideas Start!)이다. 줄 와이벨(Jule Waibel)에게는 악기(My Instrument. The Folds Are My Music)이고 아틀리에 오이(Aterlier Oi)에게는 자유의 공간(A Space of Freedom)이며 짐&주(Zim&Zou)에게는 ‘깨지기 쉬운, 영원한’(Fragile, Eternally) 존재다.



누구에게나 종이에 대한 추억이 있다. 기억의 소환과 본인만이 알고 있는 그 기억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 ‘페어퍼, 프레즌트-너를 위한 선물’(Paper, Present 2018년 5월 27일까지 대림미술관)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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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리처드 스위니의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는 물성, 조형적 재료로서의 종이와 더불어 감성적 매체로서의 종이에 집중한다. 별빛, 햇살, 바람, 꽃잎, 풍경, 기억, 동화 등 7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국내외 10개팀의 작품들로 꾸렸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네버엔딩 스토리! 리처드 스위니, 타히티 퍼슨, 아틀리에 오이

2층은 페이퍼 아트계의 가우디 리처드 스위니, 핸드 커팅의 귀재 타히티 퍼슨, 동서양 감성을 아우르는 아틀리에 오이의 공간이다.

 

별빛, 바람, 햇살 등 자연적 요소와 공간의 결합으로 종이의 본질에 주목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2층의 시작은 리처드 스위니가 어떤 기계적 도움도 없이 완성한 핸드메이드 신작 8편이 전시돼 있다. ‘고요한 새벽의 별빛’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리처드 스위니의 작품들은 촘촘한 주름, 섬세한 라인으로 표현돼 때로는 주얼리처럼 빛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 섹션 중 타히티 퍼슨의 ‘블룸’(Bloom)은 빛이 투과해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입체적 효과까지를 고려한 작품이다. 타히티 퍼슨이 선호하는 기하학적인 패턴의 핸드커팅 페이퍼 아트가 빛과 바람 등 자연적 요소에 의해 다른 형상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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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아틀리에 오이의 ‘혼미노시 가든’(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 섹션에 전시된 아틀리에 오이의 ‘혼미노시 가든’이다. 건축, 공간, 빌딩 디자인 그룹 아틀리에 오이의 오렐 아에비, 아르망 루이, 파트릭 레이몽은 “종이의 물성 때문에 창작 작업에 자유를 얻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 실험의 연장선상인 ‘혼미노시 가든’은 2년 전 진행했던 일본 프로젝트에서 알게 된 종이로 기후현 특유의 정원을 구현한 작품이다. 일본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혼미노식 페이퍼의 질감을 살린 모빌 형식으로 움직임과 빛, 공간이 어우러져 시시각각 다른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 패트릭은 “공기의 흐름을 따라 정원 혹은 숲속 오솔길을 걷는 느낌으로 공간 안에서 찬찬히 시간을 보내보라”고 조언했다.

“정원 안의 꽃, 이파리들을 보세요. 모빌 형태의 오브제들이 빛에 따라 어떻게 그림자를 생성하는지를 보다 보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움직임, 그 공간 안의 사람들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달라지는 네버엔딩 스토리죠. 자연과 우리 삶을 다시 재현할 수 있는 설치물로 끊임없이 달라지는 순간들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종이의 화려한 변신, 그 안에서 만나는 판타지! 완다 바르셀로나부터 스튜디오 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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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토라프 아키텍츠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종이의 고정관념을 깬 3층은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 재기발랄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즐비하다. 예술과 상업적 디자인을 넘나드는 스튜디오 욥, 재기발랄하고 실험적인 토라푸 아키텍츠, 제품 디자이너 토드 분체, 종이접기 방식으로 작업하는 줄 와이벨,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의 쇼윈도 비주얼을 책임진 프랑스 듀오 짐앤주, 디오르·꼼데가르송 등의 쇼룸을 디자인했던 완다 바르셀로나가 참여한 재기발랄하고 화려하게 변신한 종이로 만들어진 상상력의 세계다.

다양한 색의 종이를 직조하듯 만들어낸 그릇들이 얇은 선반 위에 놓인 토라푸 아키텍츠의 작품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구현된다. 가구, 장난감, 빈티지 소품 등 일상적인 풍경들이 종이접기, 목재틀에 덧입히기 등으로 동화적 상상력으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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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줄 와이벨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이들 중 완다 바르셀로나의 ‘꽃잎에 스며든 설렘’은 저마다의 추억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 꽃을 형상화한 4000여개의 종이꽃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저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완다 바르셀로나의 디자이너 다니엘 만치니는 “빛과 우아함, 간결성 등을 작품 속에 넣기 위한 저희 회사 영감의 원천이 아시아”라며 “그 아시아, 한국에 오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저희 조형물에 관람객들이 들어오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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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완다 바르셀로나 ‘꽃잎에 스며든 설렘’.(사진=허미선 기자)

 

“독일, 파리 등에서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이 아름다운 전시물 안쪽에서부터 보면 얼마나 좋을까, 오롯이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전달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가능해졌어요.”

그라데이션된 4000송이의 종이 등나무 꽃과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장난스럽게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만들어내는 짧은 산책길 그리고 그 길이 속살거리는 진중하고 다양한 감성들이 흥미롭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핑크빛 갈대밭, 마음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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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즌트: 너를 위한 선물’ 展. 마음 스튜디오의 핑크 빛 갈대 산책길.(사진=허미선 기자)

 

자연 그대로의 종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판타지의 세계를 지나 4층에 오르면 국내 디자인 그룹 마음 스튜디오의 핑크빛 갈대밭이 펼쳐진다. 거울 벽면과 휘장이 늘어진 천장, 종이 갈대와 핑크빛 조명으로 조성된 이 산책길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의 공간이다. 거울로 확장되는 갈대밭과 추억의 소환이 묘한 감성을 선사한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산책길, 공간 등에는 SNS에서 화제몰이 중인 ‘오밤 이정현’의 서정적인 글귀들이 함께 배치돼 감성을 자극한다. 아날로그 매체로서의 종이, 그 종이로 소환되는 기억과 감성을 추구하는 ‘페어퍼, 프레즌트-너를 위한 선물’ 속을 거닐며 ‘페이퍼 이즈’라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고심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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