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부당청구 잡는 현지조사 … 의료계 “행정낭비·진료권 침해”

유사한 방문확인제 폐지 요구 봇물 … 보건당국, 의료인 자정 노력이 우선

입력 2018-01-01 23:19   수정 2018-01-02 01:05

기사이미지
의사단체들은 방문확인 및 현지조사를 통한 보건당국의 실적 쌓기 경쟁에 의사들의 부담만 가중된다며 제도 개선 및 일원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비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요양기관을 조사하는 방문확인 및 현지조사 제도의 적절성을 두고 의료계와 보건당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비급여인 사마귀 제거 비용을 급여로 청구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로 현지조사를 앞두거나 받았던 두 명의 비뇨기과 의사가 5개월 간격으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강압적·고압적 조사가 동료의사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며 해당 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특히 논쟁이 되는 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과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의 중복 여부다. 의료계는 두 제도의 개념과 목적 등이 상당 부분 유사해 행정적인 낭비인데다 의료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키므로 일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건당국은 두 제도는 각 기관의 고유 업무이자 권한으로 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건보공단 방문확인표준운영지침(SOP)에 따르면 ‘방문확인’은 민원인 신고 등에 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행위로 병원·의원·약국 등 요양기관의 부당이득징수권을 수행한다.
‘현지조사’는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이 수반되는 강제적 조사(공권력 행위)로 업무정지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예상되는 기관에 한해 시행된다. 보통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방문확인은 복지부 현지조사의 예비조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건강보험 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료받으면 의료기관은 환자가 직접 내는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보험부담금을 심평원에 청구한다. 심평원은 이 청구 내역을 토대로 진료비 지급 여부를 판단해 건강보험공단에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의료기관은 건강보공단에서 급여를 받는다. 진료비 심사 과정에서 과도한 급여 청구 내역이 확인되거나, 환자의 제보 또는 국민권익위원회·검찰·감사원의 의뢰를 받으면 건보공단은 먼저 해당 의료기관에 진료비 청구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
지난 3월 약국에 우선 도입된 서면조사는 현지조사반이 요양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자료만 제출받아 요양급여 비용의 적법성을 파악하는 제도다.


인력확인 등 현지출장 확인이 필요하거나, 위조 및 변조된 자료를 제출한 이력이 있는 의료기관이 대상이면 자료제출 요청을 생략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2차 자료제출 요구까지 거부하면 방문확인 및 현지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료기관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거짓자료 제출이 의심되면 건보공단은 사전통보 뒤 조사관을 파견해 방문확인을 실시한다. 방문확인 결과 사안이 경미하고 부당청구 금액이 행정처분 기준 미만이면 청구액을 자체 환수한 뒤 종결 처리하고, 부당청구 금액이 크거나 위반 사안이 중대하면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요청한다.
지금까지는 조사 개시 3일 전까지 대상 의료기관에 서면으로 사전 통지해야 했는데 오는 3월부터는 조사개시 7일 전까지 통지하도록 지침이 개정됐다. 자료의 위조 및 변조, 증거인멸이 우려될 땐 사전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


복지부는 조사기관 수, 인력, 일시 및 기간 등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건보공단과 심평원으로부터 인력을 지원받아 현지조사를 실시한다. 대부분 심평원 급여조사실 인력이 현지조사 실무를 담당한다. 현지조사로 위반 사항이 발견된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업무정지, 면허정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현지조사는 거부가 가능한 방문확인과 달리 거부시 업무정지처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방문확인과 현지조사는 중복이 아닌 고유의 업무영역이며 오히려 각각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문확인이 없다면 부당청구 의심기관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없고, 방문확인 제도가 사라지면 행정처분과 직결되는 현지조사만 남게 돼 오히려 의료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방문확인은 현지조사에 앞서 내부공익 신고가 있거나 시스템 상 부당청구로 의심되는 기관에 한해 실시하는 것으로 진료비 부당청구를 검증하는 이중심사가 아닌 별도의 체계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의약계가 현지조사의 부당함을 요구하기 전 자체 노력으로 진료비 부당청구 등 불법행위 근절부터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요양기관이 허위 부당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환수 결정된 요양급여금액은 2014년 4488억원에서 2015년 5940억원, 2016년 6204억원 등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현지조사로 적발한 부당청구 금액은 2014년 178억원, 2015년 283억원, 2016년 381억원으로 전체 부당청구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요양기관 대비 현지조사 비율은 해마다 1%도 채 되지 않는데 이는 100년에 한 번 현지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건보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려면 현지조사 비율을 2% 수준으로 높여 허위 부당청구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의약단체들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방문확인이 복지부의 현지조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통합하거나, 아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조사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고 여기에 복지부의 현지조사까지 더해져 의료인들은 이중삼중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결국 보건당국의 실적쌓기 경쟁에 의사들의 압박감만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은 어차피 복지부 현지조사라는 제도가 있으므로 조사기관을 일원화하고 공단의 무분별한 방문확인은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한의원협회가 회원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지조사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이나 공포감을 느꼈다는 응답자가 77%(40명)에 달했다. 이유로는 △실사 자체에 대한 압박 △사전 통보 없이 갑자기 들이닥쳐 조사하는 점 △범죄자 취급하고 무시하며 조사를 진행하는 점 △강압적 조사 △과도한 자료제출 요청 등이 지목됐다.


한 비뇨기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급여비용과 관련해 의심되는 사안이 있다면 사전계도와 서면보고 등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 운용되는 방문확인제도는 ‘계도’가 아닌 ‘처벌’ 목적이 강하므로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들이 부당청구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건보 급여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 기사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