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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밴텀급, 3대장 시대 이어질까

입력 2018-01-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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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 딜라쇼(UFC)

 

 

UFC 밴텀급은 물고 물리는 상황이다. 도미닉 크루즈(32,미국)는 긴 시간 자신의 별명인 지배자처럼 밴텀급을 좌지우지했다. 플라이급 최강자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31,미국)가 그랬던 것처럼 체급을 초토화시켰다.

 

안타깝게도 크루즈는 밴텀급의 존슨이 될 수 없었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툭하면 장기간 부상으로 사라지기 일쑤였고, 그로인해 팬들로부터 사이버 챔피언이라는 불명예스런 닉네임까지 얻고 말았다.

 

그러한 공백기를 틈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가 T.J. 딜라쇼(32,미국). 차세대 괴물로 꼽히던 헤난 바라오(31,브라질)가 크루즈의 뒤를 이어 체급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교함과 전략수행 능력을 갖춘 딜라쇼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다.

 

다소 올드한 스타일의 바라오와 달리 딜라쇼는 현대 MMA에 걸맞은 패턴을 들고 나와 경쟁자들과 격을 달리했다.

 

강하기는 했지만 상위권으로 도약하기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딜라쇼는 명 타격코치 드웨인 루드윅과의 훈련을 통해 환골탈태에 성공한다. 맷집과 근성이 좋은 레슬러가 최고 수준의 정교한 타격을 장착해 몇 단계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때론 경쾌하게 통통 튀는 스텝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상대의 펀치 거리 밖에서 주변을 맴돌다 빈틈이 보이면 그림자가 늘어나듯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공격이 발산된다. 크루즈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딜라쇼는 복귀한 크루즈와 최고 스텝왕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사우스포오소독스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터져 나오는 딜라쇼의 스위치 화력은 신기에 가깝다. 왼손잡이 자세에서 펀치가 나오다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오른손잡이로 킥을 차는 등 계속된 엇박자 타격은 상대의 타격 리듬을 엉망으로 만든다. 레슬링까지 갖춰 매우 까다롭다.

 

이런 딜라쇼의 타이틀을 빼앗아버린 인물이 원조 스텝왕크루즈다. 크루즈는 박빙의 대결 끝에 딜라쇼를 누르고 다시금 벨트를 빼앗았다. 그러나 치열한 제왕 쟁탈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때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딜라쇼 외에는 적수조차 없을 것 같았던 크루즈는 팀 알파메일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젊은 강자 코디 가브란트(26,미국)에게 패퇴한다. 가브란트는 딜라쇼, 크루즈만큼의 가공할 스텝은 없었지만 특유의 받아치기 전략을 통해 대형사고를 쳤다.

 

가브란트가 딜라쇼까지 무너뜨렸다면 밴텀급은 새로운 제왕에 의한 개편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쉽게도 크루즈전을 통해 가브란트의 전략을 똑똑히 봤던 또 다른 스텝왕은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받아치기로 일관하는 가브란트의 패턴을 알아차리고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리듬을 잡아갔고, 결국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정타를 적중시키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딜라쇼가 가장 앞서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빅3 구도가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크루즈는 딜라쇼와 유일하게 스텝으로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호적수이며 가브란트 역시 한창 젊은 나이인 만큼 어떤 성장세를 보일지 알 수 없다.

 

인기 일본만화 원피스를 보면 해군 3대장이라는 캐릭터들이 나온다. 빛빛 열매 능력자 볼사리노, 얼음얼음 열매 능력자 쿠쟌, 마그마마그마 열매 능력자 아카이누는 한 명 한 명의 색깔이 살아있다.

 

미끄러지듯 다 얼려버리는 크루즈, 불주먹 가브란트, 빛처럼 상대의 빈틈을 날카롭게 찌르는 딜라쇼 등이 펼치는 UFC 밴텀급 향후 구도가 더욱 주목된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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