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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 사랑과 부도덕, 상처와 치유 그리고 용서의 대서사시…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입력 2018-01-14 18:00   수정 2018-01-14 14:45
신문게재 2018-01-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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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정선아(앞)와 브론스키 이지훈(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척박한 대지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땅의 가치, 인간 본연의 행복과 삶 등 러시아 고전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최근 희곡들이 주력하고 있는 사회주의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것들이다. 발레, 음악, 영상 등 예술장르를 총망라해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둔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전세계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상류사회의 꽃이었던 귀부인 안나 카레니나(옥주현·정선아, 이하 가나다 순)가 진보적인 백작이자 군인 알렉세이 브론스키(민우혁·이지훈)를 만나면서 남편 알렉세이 카레닌(서범석·황성현)과 8살짜리 아들 세료자(박준우·박태양)를 버리고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좇다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뮤지컬 ‘안나 카레닌’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으로 카레닌을 비롯해 브로스키의 약혼녀 키티 셰르바츠카야(강지혜·이지혜), 키티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땅을 지키는 시골귀족 출신의 콘스탄틴 레빈(기세중·최수형) 등이 엮어가는 사랑과 배신, 용서의 대서사시다.



탈 이데올로기와 자유로운 영혼, 총동원된 예술장르로 무장한 러시아 대문호들의 고전작품들은 지나치게 사상이 격돌하는 시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로 분열하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장르일지도 모른다.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레스콜은 톨스토이 시대를 관통한 격정적 사랑과 부도덕, 상처와 치유 그리고 용서를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거대한 중앙 스크린과 8개의 패널 영상과 시각적 효과로 표현되는 열차, 기차역, 경마장 등은 화려하고 장엄하다.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러시아 뮤지컬의 장면이나 대사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의 것들과 조금씩 달라서 한국 관객들에겐 낯설 수도 있다”며 러시아 뮤지컬이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되는 데 대한 긴장감을 표현했다.

체비크 연출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톨스토이 고전 작품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라며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애인에게 가는 여자, 그 애인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두 남자에게 불행을 안기고 스스로도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좀 진부하고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포토] 안나 카레니나92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상징이며 운명의 갈림길이기도 한 열차.(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하지만 이 여자를 비난하기보다 관객에게 보내는 질문이에요.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게 옳은지, 행복을 따라가는 게 옳은가, 행복을 따라간다면 어느 정도까지 대가를 치르며 따라가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는 작품이죠.”

이어 “당시 대부분의 여자들이 정략에 의해 나이가 월등히 많은 남자들과 결혼을 하곤 했다. 안나 역시 그런 결혼을 했고 딱히 행복이나 사랑이라 할 만한 게 없었다”며 “그런 안나에게 브론스키는 전에 없던 모든 것들을 주는 인물이다. 감정과 정서는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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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중 자신의 결심을 대중 앞에서 털어놓는 안나 정선아(앞)와 남편 카레닌 서범석(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안나는 브론스키를 만나면서 모든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그 감정에 솔직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결심을 대중 앞에 털어놓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죠. 누구한테는 존경 받을 수도, 비난 받을 수도 있어요.”

이어 “톨스토이 원작에는 표현과 상징이 있다. 우리 작품의 죽음을 운반하는 철도가 그렇다”며 “안나와 브론스키가 처음 만났고 마음을 확인하는가 하면 자살을 하는 장소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브릿지포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중 안나·브론스키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키티 강지혜(왼쪽)와 레빈 기세중 커플(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사고 이후 악몽이 안나를 따라나니는데 그 꿈 속에 어떤 남자가 철이 많이 든 보따리를 들고 나타납니다. 안나를 따라다니는 환상일지 모를 악몽을 시각화한 인물이 기관사이자 MC(박송권·박유겸)예요. 그는 기차의 기관사이자 안나 운명의 기관사이기도 하죠.”


이에 같은 기차역에서 안나·브론스키와 키티·레빈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심장한 상징이기도 하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삶은 끝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나와 브론스키가 살아남았더라도 행복을 찾았을지 궁금해집니다. 레빈은 톨스토이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고 키티와의 관계는 아내 소피아와의 경험을 투영했죠.”

체비크 연출의 말처럼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낯설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얘기하는 작품”이다. 격정적이고 극단의 고통을 얘기하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톨스토이 시대의 러시아 고전이 그랬듯 땅에 큰 의미를 투영하고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2018년 대한민국 땅에 발 디디기 위한 그 여정이 시작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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