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하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
노동자 중심의 노동정책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지나치게 노동자의 입장에서 고려된 정책이 쏟아져나오면서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가 17일 개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독일 컨설팅기업인 롤랜드버거가 국내 노동정책의 현주소와 선진국의 노동개혁 사례를 비교 분석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고 양극화라는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정책의 ‘시스템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근로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의 균형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롤랜드버거는 국내 노동정책이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롤랜드버거는 중소 제조기업의 47%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중소기업에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또 이런 악순환이 결국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으로 꼽았다. 롤랜드버거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와 매출감소 예상액은 총 464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2021년 7월 1일까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선진국의 연평균 1시간 내외의 단축속도보다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특히 영세기업의 인력난 심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놨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전체 부족인력의 55%를 차지하는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 대해 노사합의시 주 최대 8시간의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 인사말을 통해 롤랜드버거의 보고서에 공감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노동계의 목소리만 반영된 정책과 법제화가 이뤄지면서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은 산업이자 자원인 동시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권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하는데 최근의 노동정책은 한쪽으로 치우진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단계적인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서’를 여야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유현희 기자 yhh12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