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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동업’ 삼진제약 오너 2세들 새해 동반승진 … 경영승계 초석 마련?

회사 “정기인사일 뿐” … 조 회장이 최대주주, 최 회장보다 지분 3.3% 많아

입력 2018-01-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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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 경영진. 조의환 회장(왼쪽부터), 최승주 회장, 이성우 사장

삼진제약을 공동 창업한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의 2세인 조규석 경리·회계부 이사와 최지현 홍보·마케팅부 이사가 지난 1일 나란히 상무로 승진했다. 최 회장과 조 회장이 1968년에 회사를 함께 설립하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파트너십이 다음 세대에서도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잖다.



조 상무와 최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이 아직 미미하고,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아니라 경영 승계를 본격화한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사 경영을 이끄는 이성우 사장의 임기도 2019년 3월까지 1년 2개월 가량 남았다.

최 상무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1524주(지분 0.01%)를 보유한 반면 조 상무는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경영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기획부 이사도 지난 1일자로 이사대우에서 ‘대우’ 꼬리표를 뗐으며, 회사 주식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최 상무(1974년생)는 홍익대 건축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조 상무(1971년생)는 미국 텍사스대 알링턴캠퍼스 회계학 석사, 조 이사(1975년생)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조 이사가 9년 전에 가장 먼저 이 회사에 발을 디뎠고 최 상무(재직기간 8년6개월), 조 상무(7년)가 뒤이어 합류했다. 

조 회장은 168만9322주(12.1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최 회장(122만7033주, 8.83%)보다 지분이 앞선다. 또 조 회장의 친인척 A씨가 9만7380주(0.7%)를 갖고 있다. 회사 측은 “조 회장과 최 회장은 지금까지 갈등 없이 회사를 함께 키워왔다”며 “오너들의 2세 승진은 정기인사일 뿐 경영상 큰 변화는 없으므로 확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73억원, 376억원으로 전년 연매출의 78%와 영업이익의 89%를 달성했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1941년생 동갑내기 약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군 제대 후 건풍제약에 나란히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중앙대 약대 출신의 조 회장은 수도권 병원 영업을, 충북대 약대를 졸업한 최 회장은 이 회사에서 지방병원 영업을 각각 담당했다. 약을 사다 파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든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같은 꿈을 안고 삼진제약을 창업해 연구소부터 꾸렸다.

이 회사는 1979년에 출시한 진통제 ‘게보린’(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카페인수화물, acetaminophen·isopropylantipyrine·caffeine anhydrous)이 발매 6년 만에 시장을 거의 독점했던 같은 성분의 오리지널약인 한국로슈의 ‘사리돈’(아세트아미노펜·IPA·카페인수화물)을 제치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다. 품질은 물론 ‘한국인의 두통약, 맞다! 게보린’이라는 광고문구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게보린은 2016년에 약 142억원(IMS 자료 기준)어치가 팔려 전년 대비 17.3% 상승했다. 지금까지도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2007년에 선보인 항혈전제 ‘플래리스’(클로피도그렐, clopidogrel)는 이 회사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이 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 한독 판매)의 제네릭으로 지난해 원외처방액이 약 622억원(유비스트 자료 기준)에 달한다. 전년 대비 0.7% 증가해 플라빅스(약 694억원)를 바짝 추격했다.

이같은 성장은 사업 초창기인 1974년 당시 일동제약에서 근무하던 이성우 사장을 영업 현장에서 스카웃한 최 회장의 안목이 주효했다. 이 사장은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책임자(CEO)로 2001년부터 6번째 연임해 지금까지 삼진제약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1945년생인 이 사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일동제약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영업전략을 구상하고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뛸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삼진제약은 최근 영업력이 강력한 제네릭 판매사에서 신약 비중을 연구개발사로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먹는 안구건조증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하반기에 ‘SA-001’ 국내 2상 임상에 들어갔다. 총 500억~600억원을 투자해 2019년까지 중앙연구소(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를 서울 마곡산업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1%에 불과해 내수 시장이 침체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이를 탈피해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신약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경영 패턴에 변화를 줬다.

SA001은 눈 결막에서 점액물질 뮤신(mucin)을 분비하는 술잔세포(goblet cell)를 증식시킨다. 뮤신은 안구손상 치료, 항염증작용, 눈물량 증가 등 효능이 있다. 기존 약인 0.1%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HA) 성분의 인공눈물과 2% 레바미피드(rebamipide) 점안액과 비교한 연구에서 이같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A001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점안액 제형의 안구건조증치료제 ‘SJP-002’도 지난해 9월 국내 2상 임상을 승인받았다. 주요 경쟁약으로는 한국산텐제약의 ‘디쿠아스’(디쿠아포솔나트륨, diquafosol tetrasodium)가 꼽힌다.

삼진제약은 1968년 창립 이래 노사분규나 구조조정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 사장이 취임한 후 연봉협상 테이블에 노사가 앉은 적이 없지만 연봉 인상률이 매년 5%를 넘고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도 10년을 웃돌아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이 사장은 “감원·임금삭감 없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노조는 연차휴가 50%를 반납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 힘쓰겠다고 화답해 당시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 탄탄한 영업력, 의약품 품질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신약개발도 순조로워 이후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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