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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3년 한우물 비법?… 날마다 '인생은 오늘부터'"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동성엔지니어링 대표 박승구

입력 2018-02-12 07:00
신문게재 2018-02-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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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동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박승구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계풍 기자)

‘100세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퇴직 이후 뚜렷한 노후 계획이 없는 중장년층에게 장수(長壽)는 더 이상 축복 아닌 재앙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길어진 수명 만큼 지속적인 경제 활동이 필요하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여기에 자녀들 뒷바라지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준비에는 소홀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인생 2막’. 은퇴를 앞둔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은퇴한 중년들 상당수가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새출발=치킨집’이라는 공식까지 나올 정도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뚜렷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새 둥지를 트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창업실패’라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은 흔히 도전을 ‘아름다운 행위’로 표현한다. 또한 나이는 도전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잘할 수 있는 것을 지속하는 것도 분명한 도전이다.

일흔 살이 넘는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 못지않게 열정을 품고 살아 온 한 남성을 만났다. 5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도전 중인 박승구(74) 동성엔지니어링 대표를 만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 청년 못지 않은 열정…50년 넘게 ‘한 우물’ 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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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우리나라 1세대 지하자원개발기술사(전 광업자원개발기술사)다. ‘지하자원개발기술사’는 지하 및 해저에 존재하는 에너지광물 등의 유용자원과 기타 지하이용구조물의 장소 등을 탐사, 개발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원개발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주요 업무는 지하 광물자원의 위치 및 매장량 평가와 광상의 심도와 주변 지층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채굴 및 채광방법 검토 등이다.

박 대표는 지난 1966년 해당 기술사 자격증 취득 이후 53년째 이 분야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그가 반 백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야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 길에 오를 때마다 ‘내 인생은 오늘부터’라는 자기 주문을 걸어왔다”며 “주어진 업무에 항상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까지 현역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열정이 단순한 마음가짐으로만 얻어진 결과는 아니다. 박 대표는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며 “지난 40여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매일 밖에서 하루 1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일찍 죽고 늦게 태어났다고 해서 늦게 죽으라는 법은 없다”며 “일을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체력적·정신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일 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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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천직(賤職)’

박 대표가 지하자원개발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 명료했다. 그는 “1960년도에는 우리나라 사정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월급이 높은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며 “그 당시 일반 회사원 월급이 20만~30만원 수준 이었던 반면 광산에서 일하면 그 월급의 2배는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양한 일을 경험할수록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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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구 동성엔지니어링 대표. (사진=이계풍 기자)

◇ “아직도 꿈을 꾼다…청정에너지 개발 도전 해보고 싶어”


박 대표는 어느 누구보다도 꿈이 많은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할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연구한다. 박 대표는 “십 수년간 같은 업종에 종사해 왔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서 “특히 청정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일을 추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0~80년대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는 수 많은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이러한 배경에는 화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를 통한 저비용의 전기공급이 지금의 성장에 한 몫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발전소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박 대표는 “화력·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개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며, 제주도 내 지열발전소 신축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는 소규모를 제외하면 지열발전소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제주도의 자연 환경을 잘 이용한다면 상당한 양의 전기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새만금 개발사업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조력발전소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새만금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면적의 뻘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뻘에서는 조개와 같은 다양한 먹거리도 나올 뿐더러 조력발전소를 세울 시 전라남북도 전기 소모량의 절반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계풍 기자  kple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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