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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계 뻔한 '트럼프 호혜세' 효과

입력 2018-02-13 16:15
신문게재 2018-0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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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호혜세를 들고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3일 새벽 인프라스트럭쳐(사회간접자본) 계획을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른 국가들에 의해 계속해서 이용당할 수는 없다”며 무역 상대국에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혜세란 ‘상호세제’라고도 하며 수입품에 대해 교역 상대국의 동일 미국 제품 수입관세에 상응하는 관세를 물리는 것을 뜻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으로 인해 막대한 돈을 잃는다”며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모면하고 있다”고 말해 호혜세가 한·중·일 3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미국 이외의 국가, 즉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그 중 일부는 소위 동맹국이지만 그들은 무역에 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혜세를 언급한 날 한국GM은 군산공장의 폐쇄를 발표했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문을 닫고 20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한국GM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3년간 평균 약 20%에 불과해 사실상 거의 지금도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2002년 4억 달러라는 헐값에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설립된 한국GM은 스파크, 크루즈 등 소형차의 인기에 힘입어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2013년 이후 판매 부진으로 최근 3년간 누적 적자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국GM의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GM본사가 개발해 한국 시장에 출시한 차들의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GM의 한국 시장에서의 실패는 호혜세가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무역적자의 원인은 관세나 한미FTA 때문이 아니라 미국제품의 경쟁력이 문제임을 보여주는 실례인 셈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차에 대해 시장을 열만큼 열어줬다고 말한다.

미국차를 수입할 때 매기던 관세는 2016년에 사라졌다. 심지어 미국차에 혜택을 주는 역차별까지 하고 있다. 2020년까지 국산차는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를 97g까지 줄이도록 했는데,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105g까지만 낮추면 된다. 이들 브랜드는 소규모 제작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차 브랜드는 국내 안전기준도 무시하고 제품을 팔고 있다. 연간 판매량이 일정 기준(2만 5000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11월까지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호혜세를 두배, 세배 더 붙인다 한들 130억 달러에 달하는 한미 자동자 무역적자가 해소될 리 없다. 도리어 호혜세는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수입품을 비싼 값에 사게 만드는 결과만 빚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호혜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자리에서 이전 행정부들의 무역정책을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전임 대통령들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게을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 같은 지적은 전임 대통령이 아니라 혁신과 품질향상 노력을 게을리 한 미국 기업의 CEO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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