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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원근이 보여주는 도전과 성장 "캐릭터 매력에 푹…퀴어영화 안가려요"

[人더컬처] 영화 '환절기' 이원근

입력 2018-02-21 07:00
신문게재 2018-02-21 11면

[브릿지포토]   배우 이원근 인터뷰12
영화 ‘환절기’의 배우 이원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환절기’는 비밀이 많은 영화다.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명필름랩 1기 출신인 이동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성소수자를 내세운 수많은 영화 중 ‘환절기’는 출발점이 다르다. 부산스럽고 자극적인 화면보다는 뒤늦게 아들이 게이인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입장이 대부분이다. 

 

그 중심에서 배우 이원근은 수줍지만 강단 있는 역할로 영화의 온도를 더한다. 활달하고 매력적인 친구 수현(지윤호)과 정 많은 그의 엄마(배종옥) 사이에서 등장만으로도 영화를 환기시키는 존재. 라이징 스타를 넘어 이제는 ‘대세배우’로 거듭난 이원근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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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절기’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명필름랩)

Q. 쉽지 않은 소재에 안정적인 연기가 눈에 띄었다.


“‘환절기’는 세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예요.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기에 끌렸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섬세했죠.”


Q. 용준은 지고지순하고 가정에서 버림받은 불우한 캐릭터다. 감정연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일반적인 아이는 아니에요. 엄마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가정사도 있고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입었기에 다른 학우들과는 조금 다르죠. 감독님이 용준에 대한 톤을 고민해 보자고 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눈망울을 적시는 느낌’으로 연기했죠. 느릿하면서도 느긋한 말투도 거기에서 기인했어요.”  


Q. 만일 수현 역의 지윤호와 캐릭터가 바뀌었다면 ?

“이상하게도 수현보다는 용준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선택권이 주어졌어도 이 역할을 맡았을 거예요(웃음). 그리고 지윤호란 배우가 뿜어내는 수현은 제가 넘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드라마 ‘치즈 인더트랩’에서 처음 보았는데 정말 인상 깊었죠. 덕분에 수현이 가진 독특한 에너지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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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절기’의 배우 이원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Q. 얼마 전 종영한 ‘저글러스’를 본 관객이라면 ‘환절기’ 모습이 어색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실제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에요. 꽃꽂이를 취미로 하고 뉴에이지 음악을 주로 들을 정도죠. 저만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혼자 있을 때 치유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저글러스’의 역할이 처음 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죠. 귀엽고 감정이 통통 튀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첫 방송을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저를 잊고 ‘황보 율’이라는 캐릭터에 이입하면서 연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의지도 많이 됐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Q. 사실 퀴어영화가 스타 관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쉽지 않는 도전이다. 


“영화를 볼 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먼저 보게 돼요. 드라마든 영화든, 상업영화든 다양성영화든 분량에 상관없이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힘이 있다면 그것에 빠지고 매료되는 편이거든요. 물론 준비하면서는 고뇌하고 힘들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보다 큰 용기를 줬어요. 그래서 ‘환절기’를 시작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다만 어렸을 때 말 안 듣고 속 썩이던 아들이어서 이 영화를 찍고 나서는 못했던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끄럽지만 아버지는 ‘기둥’, 어머니는 ‘희생’이라고 휴대폰에 저장돼 있어요. 부모님의 훌륭함을 언제나 잊지 않고 존경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Q. ‘환절기’는 배우들의 연기 합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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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절기’의 배우 이원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금까지 5번 봤는데 보면 볼수록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말이 조금 빠르거나 대사의 톤이 부정확했던 것들…사실 아버지를 원망하던 장면은 애드리브였어요. 자신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지 않는 용준이가 원망을 쏟아내는 장면인데 대본을 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죠. 그걸 제안했더니 감독님께서도 한번 찍어보자고 하셨어요. 원래 대사와 제 애드리브 두 가지 버전을 찍었는데 완성본에 제 의견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죠.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엔딩 장면은 배종옥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촬영 마지막 날의 마지막 신이었고 술에 조금 취한 것도 아니고 ‘많이’ 취한 설정이었는데 실제로 마시고 하자고 하셨죠(웃음). 확실히 가짜로 취한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어요.” 


Q. ‘명당’부터 ‘괴물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배우이고 싶나.

“늘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나태해지지 않도록 채찍질하면서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렇게 살면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해요. 큰일이에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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